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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42화 (742/1,498)

742화 사망수정이 있는 곳

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부전주 자리를 거절하거라. 네가 거절하면 우리 염족은 너에게 많은 이득을 주겠다. 하지만 만약 네가 부전주가 되면 우리 염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어 또 두 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네가 만약 부전주 자리를 거절하면 우리 뇌족은 너에게 뇌정원기(雷霆元氣)를 주겠다. 너의 수련을 도와주고 너에게 좋은 점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부전주가 되면 우리 뇌족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우리 혈족은 은혜와 원한이 분명하다. 진남 도우, 신중히 잘 결정하거라. 우리 혈족과 친구가 되겠느냐? 아니면 원수가 되겠느냐? 너의 생각에 달렸다."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이들의 말을 듣고도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되려 그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삼대 고족은 반천맹에 들어올 때부터 오만했다. 또 반천맹의 대제, 무인들, 그리고 나를 무시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시에 나를 위협하다니? 설마 내가 만만해 보이나?'

"아, 깜박했구나. 진남, 열 번째 부전주가 되겠느냐?"

구주검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진남을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인염대제, 뇌호대제 그리고 혈족 노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는 얼굴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무슨 결정을 할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진남이 아무리 배짱이 커도 삼대 고족의 위협을 받았으니 자신들과 맞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반드시 거절할 거야.'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은 속으로 한탄했다.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갔다.

부전주 자리 때문에 삼대 고족의 미움을 살 필요가 없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도 그들이라면 무조건 부전주 자리를 거절했을 것이다.

"두 분 검신 대인께서 줄곧 저를 아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두 분이 원하신다니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절하지 않겠다고?"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은 깜짝 놀랐다.

"……거절하지 않겠다고?"

담담한 미소를 짓던 인염대제, 뇌호대제 그리고 혈족 노인은 표정이 굳어졌다.

'고작 진남 따위가 감히 우리를 거절하고 삼대 고족을 적으로 돌리다니?'

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좋다. 십대 전주를 결정하는 일은 이렇게 끝났다."

구주검신이 가장 먼저 적막을 깨고 진남을 보며 만족한다는 듯 말했다.

"나와 일월검신은 먼저 가겠다. 한 시진 후 반천맹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반드시 참가하거라."

구주검신은 사람들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일월검신을 바라봤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날려 사라졌다.

검신들이 떠나간 순간 두 개의 엄청난 기세가 대전에 용솟음쳤다.

마치 거인이 강림한 것처럼 반천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남, 오늘 너를 다시 보게 됐다. 무도규칙을 초월했을 뿐인데 무조 경지따위가 감히 내 권유를 거절하다니? 네가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했는지 보자!"

인염대제는 두 눈이 이글거리며 크게 소리쳤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성큼 나서더니 진남에게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대단한 화염의 힘이 실려있었다.

화도제의가 꿈틀거리는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대제 이 단계의 거물도 도망칠 수 없었다.

"붕멸지권!"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수많은 흑광이 한데 모여 엄청난 권의를 이루었다.

진남의 권의가 화도제의와 부딪혔다.

우르릉-!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엄청난 강풍이 대전에 휘몰아쳤다.

인염대제는 엄청난 힘에 맞아 몇십 보 뒤로 밀려났다.

"……!!!"

인염대제의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뇌호대제, 혈족 노인 그리고 삼대 고족의 대제 거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무도규칙을 초월했다고 해도 무조 정상 경지의 존재가 인염대제의 주먹을 부수고 그를 물리치다니?'

'인염대제는 진남을 혼내주기 위해 평범한 주먹을 날렸을 뿐이다. 그러나 무조 경지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재주가 있구나! 그럼 한 번 더 막아보거라!"

인염대제는 빠르게 반응하고 엄청난 화도제의(火道帝意)를 뿜었다.

그는 기세가 점점 높아졌다.

대전 안의 수많은 진법이나 금제가 흔들렸다.

"죽고 싶습니까?"

진남은 눈길이 싸늘해졌다.

대단한 힘이 그의 몸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인염대제가 계속 공격한다면 당하기만 할 수 없었다.

"인염, 뭐 하려는 거요?"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도 반응하고 몸을 날려 진남을 둘러싸고 외쳤다.

"소족장, 침착하시오. 반천맹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소."

염족의 대제 거물들도 정신을 차리고 말렸다.

"너 운 좋은 줄 알거라."

인염대제가 콧방귀를 뀌더니 화도제의가 수그러들었다.

"명심하거라. 오늘부터 너는 우리 염족의 적이다. 대제 경지 일 단계, 이 단계를 이길 수 있다고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인염대제는 짜증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진남, 오늘 너를 다시 보게 됐다. 나중에 너는 우리 뇌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될 거다."

"할 말은 좀 전에 다 했다. 진남 도우가 우리와 적이 되기를 선택했으니 기회가 오면 우리 혈족은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다."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은 차가운 눈길로 진남을 힐끗 봤다.

그들은 진남이 진짜 대단한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진남은 장사도, 소청응, 성천경처럼 무도규칙을 초월했지만, 제위에 올라 대제 거물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재는 그저 천재일 뿐 그들 삼대 고족 앞에서는 하찮은 존재였다.

"그렇습니까? 그럼 긴말하지 말고 얼마든지 공격하십시오. 다 상대해주겠습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두고 보자. 다들 갑시다."

인염대제는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지만, 소매를 뿌리치며 긴말하지 않고 돌아서 떠나갔다.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떠나갔다.

순식간에 몇십 명의 대제 거물이 떠나갔다.

"진남, 경솔했다."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진남과 삼대 고족은 원수가 되었다.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는 진남이 양대 고족을 마주하고도 이렇게 기개가 있을 줄 몰랐다.

"괜찮습니다, 선배님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공수하고는 몸을 날려 떠나갔다.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그들도 고개를 저으며 진남을 쫓아갔다.

풍파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한 시진이 지나갔다.

일월검신과 구주검신은 칠요검령과 연합하여 반천맹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반천맹의 사람이라면 대제 거물이나 제자나 모두 참가했다.

개조하는 중에 삼대 고족은 진남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진남을 무시했다.

진남은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의 개조는 반천맹이 건립된 후 가장 큰 공정이었다.

다음 날 오 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반천맹은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있었다.

원래 있던 사대 궁전을 확대하고, 또 열여덟 개의 큰 궁전과 여든세 개의 작은 궁전을 새로 지어 진법을 이루었다.

일월검신과 구주검신, 칠요검령은 동시에 힘을 써 궁전들을 이용하여 강력한 대진을 설치했다.

수많은 방대한 영기와 깨끗한 검의가 대전 안에 모이게 했다.

* * *

같은 시각, 반신지국에도 큰일이 벌어졌다.

반천맹의 마발검신이 직접 남천신지에 큰 선물을 가져갔다.

남천신지와 남천문은 깜짝 놀라 세 명의 무신이 함께 출동하여 마발검신을 쫓았다.

그러나 마발검신이 도망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삼대 고족이 반천맹에 가입한 일이 퍼져 반신지국 전체가 시끌벅적해졌다.

반신지국의 분위기는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마치 전에 없던 큰 폭풍이 불어올 것 같았다.

* * *

마발검신이 보낸 선물과 반신지국 전체의 여러 세력과 수많은 거물들 사이의 움직임, 그리고 남몰래 형성되고 있는 엄청난 암류.

이 모든 것들은 진남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진남은 몸을 숨긴 그림자 같았다.

소리 없이 사라진 것처럼 반신지국 전체에서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오면 한 방에 창람 전체를 흔들 생각이었다.

"드디어 끝났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다."

진남은 반천맹의 허공에 떠서 끊임없이 반짝이며 바삐 움직이는 형상들을 보며 숨을 내쉬더니 사라졌다.

반천맹의 개조는 이미 끝이 났다.

삼대 고족의 대제 거물, 장로, 제자들이 반천맹에 들어오는 일은 그와 상관없었기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삼대 고족도 종족 전체가 반천맹으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이 왔다.

삼대 고족의 진정한 저력과 힘은 각자의 고족에 남겨 두었다.

잠시 후.

진남은 방금 세운 커다란 궁전 안에 들어갔다.

궁전 안의 수많은 숨겨진 진법, 금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마치 세상과 떨어진 것 같았다.

대제 거물이라도 방해하거나 들여다볼 수 없었다.

반천맹을 개조할 때 양대 검신은 열 개의 궁전을 만들어 부전주들이 머무르게 했다.

양대 검신이 장난을 치는 건지, 진남이 거주한 궁전의 옆은 바로 인염대제,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의 궁전이었다.

"응?"

진남은 문득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의 납계 안에 있던 마발검신이 준 영패에서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마발검신이 왜 나를 찾는 거지?'

진남은 빠르게 신념으로 훑어봤다.

"진남, 변화가 생겨서 마발의 영패로 너에게 알린다. 얼마 전에 나는 천기할멈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늘 결과가 나왔다.

끝없는 허공에서 현묘한 변화가 일어나 강벽난이 변한 사망수정은 현신공간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현신공간으로 가서 잘 찾아보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무연각이었다.

"뭐라고? 현신공간에 들어갔다고?"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어떻게 현신공간에 들어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구리거울은 전에 사망수정은 끝없는 허공에서만 죽음의 진리를 느낄 수 있고 스스로 도를 깨우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진짜 현신공간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스스로 도를 깨우치지?'

"안 돼! 빨리 그녀를 찾아 다시 허공 속에 돌아오게 해야겠어."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로 결심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낡은 열쇠를 꺼내더니 자신의 모든 무도의지를 움직여 열쇠에 주입했다.

* * *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진남의 의지는 깊은 잠이 들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무도의지가 변한 몸이 되어 다시 태아고성으로 돌아왔다.

태아고성은 지난번보다 더 시끌벅적했다.

성에는 대제 거물들이 마흔여 명이나 되었다.

"현신공간은 매우 넓어 끝이 어딘지 모른다. 이렇게 찾으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안 되겠다. 방법을 생각해보자."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아! 태아노인을 찾아가자."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태아노인은 태아고성의 기령이었기에 사망수정이 현신공간에 쳐들어왔다면 행방을 알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가 알고 있다면 찾기 쉬울 거다.'

고개를 끄덕인 진남은 골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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