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1화 열 번째 부전주는……
"이제 중요한 일에 대해 논의하겠다. 삼대 고족이 반천맹에 가입하였으니 우리 반천전은 예전대로 할 수 없다. 상황에 맞게 다시 내부를 정리해야 한다."
구주검신은 말했다.
인염대제, 뇌호대제 등은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했는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귀무대제 등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삼대 고족이 가입하면서 그들은 지위나 대우 등이 낮아질 게 뻔했다.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허망대제와 고뇌대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전에 반천전의 부전주는 좋은 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삼대 고족이 가입했으니 반천전은 지위가 높아질 것이다.
계속 부전주 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이득이 엄청날 것이다.
"맹주와 삼대 고족의 족장들이 상의한 끝에 오늘부터 반천전의 원래 세 부전주를 없애고 다시 십대 부전주를 뽑기로 했다."
"제일 부전주는 혈문대제, 제이 부전주는 인염대제, 제삼 부전주는 뇌호대제, 제사 부전주는 귀무대제가 맡는다. 이에 대해선 이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머지 여섯 명의 부전주의 자리는 누가 맡으면 적합할 거 같으냐?"
구주검신은 천천히 말하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검신 대인, 제 아버지와 저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삼대 종족의 지존 장로들이 모두 부전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뇌호대제가 가장 먼저 말했다.
그가 말하는 세 지존 장로는 염족, 뇌족, 혈족의 세 대제 정상의 거물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거라."
구주검신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검신 대인, 저는 고뇌대제와 허망대제가 계속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부전주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 부전주를 맡아왔기에 경험이 풍부합니다."
귀무대제가 서둘러 말했다.
"검신 대인,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하대제, 동굴대제 등도 동시에 말했다.
그들의 말을 들은 고뇌대제와 허망대제는 기뻐하며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이미 깨달았다.
이번 회의는 삼대 고족과 반천맹 사람들이 이후에 반천맹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할지 정하는 자리였다.
대제 거물들이 고뇌대제와 허망대제를 위해 나선 것도 서로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삼대 고족이 반천맹에 가입하였다 해도 삼대 고족이었다.
그들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스스로 반천맹에 들어온 사람들과 입장이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들은 두 개의 진영과도 같았다.
허망대제와 고뇌대제가 계속 부전주를 맡으면 그들 반천맹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검신 대인,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분은 전에는 부전주셨지만 지금의 반천맹은 예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고작 대제 경지 사 단계, 대제 경지 삼 단계의 실력으로 무슨 자격으로 부전주를 맡습니까?"
인염대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박했다.
그는 그들을 무시했다.
"검신 대인, 인염대제의 말이 맞습니다. 대제 경지 사 단계와 대제 경지 삼 단계가 우리를 이끌고 남천신지를 공격하러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뇌호대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삼대 고족의 다른 대제 거물들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웃음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자네들……."
귀무대제, 유하대제 등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고뇌대제와 허망대제도 얼굴이 상기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고뇌대제와 허망대제는 화가 났지만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삼대 고족의 대제들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럼 나머지 네 명의 부전주는 누가 맡으면 좋겠느냐?"
구주검신은 빠른 속도로 진남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를 보며 물었다.
"미안하다. 실수했다. 나머지 세 부전주다."
구주검신은 뭔가 느끼고 기침을 하더니 난감해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일월검신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제가 보기에 나머지 세 자리 중 우리 염족에게 두 개를 줘야 합니다. 그들은 통현대제(通玄大帝)와 문염대제(問焰大帝)입니다. 그들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지만, 그 실력은 여기 계신 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인염대제는 사양하지 않고 도발하듯 귀무대제 등을 힐끗 봤다.
귀무대제, 고뇌대제, 허망대제 등은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다른 이유로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둘의 이름을 듣자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통현대제와 문염대제는 염족의 지존 장로였다.
경지가 대제 경지 구 단계에 도달하고 신방 서열 천 위 안에 들었다.
"우리 혈족은 요구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 혈족의 혈려대제(血?大帝)가 부전주를 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혈족의 노인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혈려대제도 혈족의 지존 장로였다.
신방 서열 천 위 안에 들었고 경지가 대제 경지 구 단계에 도달했다.
통현대제와 문염대제보다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
"염족의 생각이 우리 뇌족과 같을 줄 몰랐소. 검신 대인, 우리 뇌족도 두 지존 장로가 부전주가 되길 바랍니다."
뇌호대제는 영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
그와 인염대제는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뇌족 전체의 이익과 연관된 일이라 그는 양보할 수 없었다.
"하하, 솔직히 말해 자네들 뇌족은 성격이 난폭하오. 반천전 부전주와 같은 중요한 지위를 맡기에는 많이 부족하오."
인염대제는 큰소리로 웃으며 공격했다.
"인염 형, 틀렸소. 우리 뇌족은 성격이 난폭하지만 지존 장로 정도 되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소. 또 자네들 염족……."
뇌호대제도 양보하지 않고 반격했다.
귀무대제, 고뇌대제, 동굴대제 등 아홉 대제 거물은 앞에 벌어진 상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씁쓸했다.
그들과 삼대 고족의 거물들은 실력 차이가 매우 커서 비교할 수도 없었다.
염족과 뇌족이 지금은 싸우지만, 나머지 세 부전주는 삼대 고족이 차지할 게 뻔했다.
그러면 열 명의 부전주 중 아홉 명을 삼대 고족이 차지하게 된다.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나는 일월검신과 상의하여 나머지 세 명의 부전주를 정했다."
한참 후 구주검신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는 조용히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삼대 고족의 다른 대제 거물들과 귀무대제 등도 일제히 구주검신을 바라봤다.
나머지 세 개의 부전주 자리를 다들 욕심내고 있었다.
"여덟 번째 부전주는 염족의 현통대제가 맡는다."
구주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인염대제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예상했던 것 같았다.
"아홉 번째 부전주는 뇌족의 지존 장로가 맡는다."
구주검신은 계속 말했다.
뇌호대제는 영차를 한 모금에 다 마셨다.
"열 번째 부전주는……"
여기까지 말한 구주검신은 의도한 것처럼 머뭇거렸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는 눈길이 꼿꼿해지고 주먹을 살며시 쥐었다.
혈족의 노인의 흐릿한 눈에도 혈광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부전주 자리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반천맹에서의 지위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대전의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만약 무조 경지 정상의 강자가 이런 대전 안에 서 있었다면 긴장한 분위기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진남이 계속 맡는다."
구주검신은 미소를 지으며 진남을 바라봤다.
"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구주검신이 자신더러 열 번째 부전주 자리를 맡으라고 할 줄 몰랐다.
"……진남?"
허망대제, 고뇌대제, 동굴대제 등은 깜짝 놀랐다.
마음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반천맹의 진남?"
"그?"
인염대제,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 그리고 삼대 고족의 모든 대제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들은 걸 믿을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반천맹의 열 번째 부전주 자리를 삼대 고족의 지존 장로가 맡지 않고 보잘것없는 무조 경지더러 맡으라고 하다니?'
'장난하나?'
"진남? 네가 중주에서 왔다는 남천문의 삼성 등급 적이자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일곱 그루 무조의 나무를 가진 진남이냐?"
뇌호대제는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 진남?"
인염대제, 혈족 노인 그리고 다른 대제 거물들도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예전에 창람대륙 전체에 폭풍을 일으킨 진남이 자신들 앞에 있을 줄 몰랐다.
"너희들은 이제야 진남의 신분을 알게 되었구나."
"이번에 진남에게 열 번째 부전주 자리를 맡긴 건 나와 일월검신은 진남에게 반천맹의 젊은이들을 맡길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진남의 실력으로 그 자리를 맡으면 가장 적합하겠지?"
구주검신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다들 이견이 없으면 열 개의 부전주 자리는 이렇게 결정한다. 오늘부터 반천맹에 큰일이 발생하거나 중대한 계획이 있으면……."
줄곧 침묵하던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침이 들려왔다.
"잠깐만요, 검신 대인, 이견이 있습니다."
소리친 자는 바로 염족 소족장 인염대제였다.
"젊은이들을 이끄는 거라면 대제 거물이 맡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이긴 하지만 고작 무조 경지입니다. 대제 거물과 비하면 천지 차이고 하찮아서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인염대제는 진남을 무시하고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고 말했다.
"검신 대인, 저희들도 같은 생각입니다."
뇌호대제와 혈족 노인도 반응하고 동시에 말했다.
열 번째 부전주 자리를 그들 삼대 종족은 매우 중히 여겼다.
진남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틀렸다. 진남은 무예 천부나 무도에 대한 이해가 창람대륙에서 가장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을 이끌기 가장 적합하다."
구주검신은 고개를 저으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 혈족 노인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구주검신의 말투에서 단호함을 느꼈다.
검신이 결심을 내렸으니 그들이 아무리 말한다 해도 바꿀 수 없었다.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도 검신의 결심을 느끼고 속으로 기뻤다.
결과가 예상을 벗어났다.
그들은 진남과 별로 친분이 없었지만, 삼대 고족보다 진남이 부전주를 맡는 것이 훨씬 나았다.
"나에게 방법이 있소. 검신 대인의 의지를 바꿀 수 없으면 우리 진남을 공격하여 스스로 물러나게 합시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 삼대 고족이 능력에 따라 이 자리를 쟁탈합시다."
중요한 순간에 뇌호대제가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전음했다.
"좋은 방법이요."
인염대제와 혈족 노인은 눈을 반짝거렸다.
"검신 대인, 저는……."
이때, 줄곧 침묵하던 진남이 문득 입을 열었다.
진남은 진짜 검신들이 자신에게 부전주 자리를 맡길 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진남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부전주 같은 건 관심 없었다.
때문에, 그는 양대 검신의 결정을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구주검신 대인이십니다. 생각이 깊으십니다. 진남이 열 번째 부전주 자리를 맡는 것이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남이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염대제는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귀무대제, 동굴대제 등은 앞부분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뒷부분을 듣고 나서 표정이 변했다.
'인염대제는 별 걱정을 다 하네?'
'이렇게 좋은 일을 진남이 원하지 않을 리 있을까?'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