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화 천현비경 속
"묘묘 공주, 이번에 천현비경에 같이 갈 수 없으니 시도를 하지 말거라. 이건 천현선과다. 나 대신 손양 장로와 왕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줘."
진남은 왼쪽 눈으로 빠르게 살펴 묘묘 공주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는 신념을 전달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저장주머니가 빠른 속도로 묘묘 공주에게 날아갔다.
진남은 커다란 이익을 얻었으니 묘묘 공주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손양 장로와 왕소는 모두 중요한 순간에 그를 도와주었으니 이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진남은 천현선과의 일부로 보답하려고 했다.
이게 진남의 원칙이었다.
'작은 은혜도 크게 갚는다!'
"진남! 너 죽으려……."
뇌붕요제, 허망대제, 현풍대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지가 흔들릴 만큼 크게 화를 냈다.
"천기일맥, 문으로 들어가자!"
상황을 지켜보던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세 대제가 화를 내자 힘껏 발을 굴렀다.
두 개의 굵은 흰색 빛이 해골 소홍과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그리고 다섯 사람은 빠른 속도로 광문으로 날아갔다.
천현비경에 들어가려면 문을 열어야 하고 또 천기일맥의 힘이 필요했다.
"하하하, 뇌붕요제, 현풍대제 명심하십시오. 곧 제가 대제들의 머리를 취하러 갈 겁니다. 그리고 허망대제, 오늘 한 짓은 백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진남은 셋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말을 마친 그는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과 함께 문으로 사라졌다.
"천현비경에 들어가면 괜찮을 줄 아느냐? 죽어라!"
뇌붕요제, 현풍대제, 허망대제는 진남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성큼 나서서 흰색 광문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반쯤 날아갔을 때 엄청난 위압이 광문에서 흘러나와 세 대제를 억지로 멈추게 했다.
대제들은 안색이 변하고 경악했다.
방금 그들은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억지로 뛰어든다면 죽을 게 분명했다.
"못 들어가는 거야?"
"분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대제 거물들도 그 힘을 발견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천현비경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큰 기연을 얻을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아흔한 개의 천현선과를 하나도 못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유혼족의 대제 거물과 다른 대제 거물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소매를 힘껏 털고는 상현성산의 산 중턱으로 날아갔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천현성과라도 많이 얻어야 했다.
물론 그들은 진남이 미워죽을 지경이었다.
다음에 진남을 만난다면 그들은 바로 공격을 할 것이었다.
"융천대제, 명공대제, 반천맹에 돌아가면 진남을 단단히 혼내주는 게 어떻소?"
허망대제는 전음했다.
"물론이요."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떠올랐다.
진남이 눈치 있게 천현선과를 내놓는다면 그들도 굳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고집을 부린다면 그들은 사정없이 공격할 것이다.
허망대제 등도 자리를 떴다.
뇌붕요제와 현풍대제 그리고 남천신지의 대제는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갈며 자리를 떴다.
상현성산의 상황은 바뀌었다.
대제들은 산 중턱으로 싸움터를 바꾸었다.
다른 천재 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산기슭으로 밀려났다.
* * *
산기슭의 어떤 곳.
그림자들이 수림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그림자들은 신비해서 어디를 가든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영기를 끌어들였다.
그들은 본체가 인간족이 아닌 영약이었다.
유실약원의 사람들이었다.
"공주마마께서 우릴 왜 찾으시는 거지?"
"몰라, 하지만 이게 뭐야. 남천신지의 사람들을 공격하느라고 보물을 빼앗을 시간이 없었어. 이제 대제 거물들이 산 중턱으로 내려왔으니 보물을 얻을 기회가 더 적어졌어."
"그러니까, 왜 진남의 화풀이를 해주는 거야?"
"허허, 진남 때문에 남천신지 사람들을 공격하는 건 상관없어. 지금 진남은 혼자서 천현비경에 들어가고 또 모든 천현선과를 가져갔으면서 한마디도 없는 걸 보니 우릴 잊은 게 분명해."
"맞아. 진남은 실력은 강하지만 인품은 참 별로야."
천재들은 억울함이 가득한 말투로 툴툴거렸다.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게냐!"
그때, 위엄 있는 호통이 들렸다.
손양대제가 다가왔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었다.
손양대제의 옆에는 묘묘 공주가 있었다.
"공주마마……."
제자들은 안색이 변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금 한 말들을 공주가 듣기라도 했으면 큰일이다!'
묘묘 공주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미소를 짓고 말했다.
"원래는 너희들에게 다른 상을 주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필요 없겠구나. 열 개의 천현선과를 줄 테니 가져가서 공평하게 나누거라."
묘묘 공주는 손가락을 튕겨 열 개의 천현선과를 그들에게 주었다.
"손 장로, 이건 네 몫이다."
묘묘 공주는 또 다섯 개의 천현선과를 꺼냈다.
"이게……."
천재들과 손양은 어안이 벙벙했다.
'천현선과?'
'공주의 손에 왜 저렇게 많은 천현선과가 있지?'
"설마……. 열다섯 개의 천현선과는 진남이 준 것입니까?"
손양대제는 질문했다.
"맞다. 그가 가기 전에 준 것이다."
묘묘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열다섯 개가 아니라 서른 개이다."
그녀의 말에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양대제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천현비경.
진남은 바닥에 떨어지자 전신의 왼쪽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땅은 기이한 흰색을 띠었고, 흙 속에는 어둡고 신비한 커다란 부문이 있었다.
땅은 방원 삼백 리밖에 되지 않고 주변은 온통 어둠이어서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땅의 위쪽에는 크고 오래된 신궁이 있었다.
신궁은 구 층 높이에 허름하고 영기가 없이 잠잠했다.
"왜 이렇게 작지?"
진남은 두 눈에 의혹이 드러났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천현비경은 상현비경보다 훨씬 넓고 커야 했다.
"주인님, 작은 게 정상이에요. 제 추측이 맞았어요."
해골 소홍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와 천기견들 그리고 천기서가 멀리에서 다가왔다.
"대제 거물들은 천현비경을 매우 신비하고 큰 기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천기족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제 생각에 천현비경은 단지 입구입니다."
해골 소홍은 말했다.
"입구라고?"
진남은 깜짝 놀랐다.
"맞아요."
해골 소홍은 천천히 말했다.
"어느 날 천기족들은 멸족의 화를 입게 되었어요. 그들은 재난을 피하려고 창람대륙에서 사라지고 사람들 눈에서 사라졌어요. 천기족과 인연이 있는 많은 사람들과 천기족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게 긍고 싸움터를 만들었고, 천현비경의 입구를 천기족이 있는 곳으로 만들었을 거예요."
그제야 진남은 깨달았다.
소홍의 말은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나 거의 맞았다.
천현비경은 천기일맥의 사람만 열 수 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천현비경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소홍, 천기족이 멸족의 화를 당했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
진남은 궁금해졌다.
천기족은 팔대 고족의 우두머리로서 실력이 대단했다.
'얼마나 강한 힘이면 이들을 멸족시켰을까? 얼마나 큰 재난이었을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제 기억은 반만 깨어나고 남은 반은 아직 각성하지 못했어요. 유일하게 아는 것이라면 천기족 사람들이 전설의 구천을 발견하고 남천문의 비밀을 발견해서 화를 입었다는 것이에요."
해골 소홍은 고개를 흔들었다.
"구천과 남천문의 비밀?"
진남은 앞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해골 소홍이 일부 기억만 각성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뒤에 말을 듣자 그는 눈에 빛이 돌았다.
"남천문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천기할멈에게 물어보자."
진남은 혼잣말하며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바라보았다.
"만약 천기족의 입구로 가는 거라면 너희들은 갈 거냐? 안 갈 거냐?"
진남은 물었다.
"주인님, 천기족이 있는 곳인데 반드시 가겠습니다."
천기견들은 꼬리를 흔들었다.
그들은 무척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해골 소홍에게서 천기견들은 천기족에서 위치가 높다고 들었다.
그들은 천기족에 가면 많은 보물을 얻을 것 같았다.
"찌익, 찌익."
천기서는 아쉬운 눈빛이었지만 여전히 함께 가기를 희망했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종족에 가고 싶어 했다.
"좋다. 그럼 우리 가자."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반천맹에 가입했고 대제가 되어야 했다.
이들을 천기족에 데려가면 더 큰 기연을 만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주인으로서 이들을 천기족까지 데려가는 게 맞았다.
진남 일행은 신궁으로 날아갔다.
천현비경은 크지 않지만 가는 동안 진남은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그들에게 천기혈이 흐르지 않았다면 살기들을 건드렸을 것이었다.
잠시 후, 진남 일행은 신궁의 대문을 열고 대전의 일 층에 들어섰다.
일 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양쪽 벽에 오래된 그림이 있었다.
그림 속에는 신비한 부문을 가득 새긴 사람이 기도를 하고, 제사를 지내고, 점괘를 보고, 하늘을 보고 탐험을 하는 등이 있었다.
진남과 해골 소홍은 별 느낌이 없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흥미진진하게 살피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진남 일행은 팔 층에 도착했다.
"어?"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벽에 걸린 그림을 무시했다.
그러나 한 그림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 그림에는 커다란 바다가 있었다.
바다 위에는 청년이 있고 그 뒤에 신비한 누각이 떠 있었다.
청년은 앞에서 달려드는 몇백 명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패기가 가득했다.
그 청년은 바로 무연각의 주인이었다.
"예전의 무연각의 싸움을 기록한 것이구나. 무연각은 예전에 어떤 존재였을까?"
진남은 무연각의 신분이 늘 궁금했다.
진남은 이제 그림들을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남은 그림에서 무연각은 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세 개의 그림에 남천문이 나타났다.
세 개의 그림 중 두 개의 그림에 사람들이 남천문을 공격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마 예전에 강자들이 남천문을 공격했던 일을 기록한 것 같았다.
남은 하나의 그림은 이상했다.
남천문에 흐릿한 그림자가 앉아있었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구 층은 좀 다르구나. 천기혈이 필요한 것 같아."
그림을 다 감상한 진남은 구 층으로 가는 대문을 보며 말했다.
해골 소홍은 천기견들을 돌아보았다.
"누님, 우리도 성깔 있어……. 아, 아니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해골 소홍이 화염검을 꺼내자 천기견들은 겁을 먹었다.
그것들은 억울한 표정으로 발을 휘둘러 천기혈을 적막한 대문에 날려 보냈다.
대문은 바로 영기를 반짝이며 서서히 열렸다.
그때,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구층에서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누가 온 게냐? 감히 신궁에 들어오다니!"
말이 끝나자 엄청난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대제 거물의 기운이었다.
"대제 거물?"
진남은 눈빛이 차갑게 변해 발끝을 차며 구 층으로 날아올랐다.
구층은 방원 오백 장이 되었고 벽에 그림이 없었다.
대신, 오래되고 신비한 부문이 있었다.
부문에서 신비한 힘이 나와 세 개의 석상에 흘러 들어갔다.
세 개의 석상은 높이가 열 장이었고 각각 흰색, 보라색, 붉은색이었다.
석상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해서 진짜 사람 같았다.
게다가 세 개의 석상에는 곧 깨어날 것처럼 엄청난 힘이 일렁거렸다.
그것은 대제의 힘이었다.
즉, 구 층의 대제 거물은 하나가 아니라 셋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