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화 옛정을 생각해주마
"천풍일격(天風一擊)!"
현풍대제는 허공에서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몸에서 수많은 청색의 강풍이 용솟음치더니 하나로 모여 투명한 장검으로 변했다.
장검이 진남을 내리쳤다.
거대한 허공에 기다란 선이 하나 생겼다.
무형의 검의가 폭풍우처럼 몰아쳤다.
산기슭과 산 중턱에 있던 천재들은 눈동자가 팽창되고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들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감히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제의 공격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인수합일(人樹合一), 붕멸지권!"
진남은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현묘한 붕멸무수가 떠올랐다.
마치 그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았다.
진남의 주먹에 붕멸의지가 미친 듯이 늘어나더니 천풍지검(天風之劍)을 조금씩 삼켰다.
"하하하. 진남, 천풍지검이 무서운 것은 천풍의 힘을 품고 있어서 너의 영혼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풍대제는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힘이 솟아올라 진남을 공격했다.
"흥! 잔재주일 뿐입니다."
진남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오른팔이 터져 단천도로 변했다.
단천도에서 나온 강대한 도기가 보이지 않는 힘을 박살 냈다.
아무리 현묘하고 환상적이라도 진남의 실력보다 강하지 않으면 단천도의 빛을 견딜 수 없었다.
"대단한 칼이다!"
"저 칼은 평범하지 않아!"
"저자의 무수도 좀 이상해!"
융천대제, 명공대제 등 거물들은 다시 한번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대제 거물인 그들은 안목이 비범했다.
그러나 그들은 단천도를 알아보지 못했다.
삼백 년 전에 단천도가 나타나서 천하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름을 듣고 단천도를 빼앗으러 간 대제는 열몇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대제들은 마침 그에 속하지 않았던 대제들이었다.
"설마 저 칼이……?"
그러나 열 몇 명의 대제 중 온몸에 요기가 가득한 중년 사내는 눈에서 찬란한 빛을 뿜었다.
요기가 가득한 중년 사내는 요신금지의 대제 거물이었다.
제명은 뇌붕(雷鵬)이었다.
요신금지의 사람인 뇌붕요제는 진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진남이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을 얻었고 타요봉을 용제원에 줬다는 것도 알았다.
많은 사람은 진남이 얻은 단천대제의 보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때의 진남은 요신이 중요하게 사용할 '바둑돌'이었다.
더구나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감히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엄청난 칼을 본 뇌붕요제는 순간 구미가 당겼다.
"좀 더 보자. 만약 진짜라면 나중에……."
뇌붕요제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간이 흘러 상현성산의 상황에 변동이 생겼다.
왕소가 나서자 나쁜 마음을 품었던 남천신지의 제자들이 타격을 입었다.
묘묘 공주도 유실약원의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명령대로 남천신지의 제자들을 공격했다.
진남은 현풍대제의 살초들을 하나씩 깼다.
"옥령상천검(玉玲上天劍)!"
현풍대제가 손뼉을 치자 장검이 날아와 옥색의 용으로 변하더니, 포효하고 검의를 뿜으며 진남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현풍대제는 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풍대제가 제기를 사용하는 힘은 무조 경지의 무인이 제기를 사용하는 힘보다 훨씬 강했다.
"부숴라!"
진남은 흔들리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제기가 부서졌다.
"전신 제일 식!"
"전신 제이 식!"
"천황도술!"
진남은 빛처럼 날아다녔다.
그는 더 이상 방어만 하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전의가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번개처럼 발사되었다.
진남은 날렵하게 발을 옮기며 칼을 휘둘렀다.
칼끝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졌는데, 마치 태고 시기에서 온 도기처럼 만물이 빛을 잃게 했다.
"천지는 그물이 되어 저자를 가두고 광풍을 휘몰아치라!"
현풍대제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가 크게 외치자 폭풍이 휘몰아쳤다.
산꼭대기에 있던 뇌붕요제는 그 모습을 보자 두 눈에 빛이 점점 짙어졌다.
그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진남의 칼은 전설 속의 단천도가 틀림이 없군.'
다른 제자들과 대제 거물들은 놀라고 감탄했다.
싸움을 계속할수록 진남에게서 믿을 수 없는 점들이 점점 더 늘어났다.
"이거야말로 진짜 싸움이지!"
사람 중에서 뜨거운 시선으로 진남을 지켜보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전족의 제자들이었는데 모두 신방천재들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진남의 싸움을 지켜보는 동안 그들은 몸속의 전혈이 들끓었다.
그들은 진남을 동경하게 되었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지고 강기가 일렁이며 천지를 진동했다.
진남과 현풍대제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다.
수많은 계략과 제술들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싸움에 푹 빠졌다.
진남은 싸움을 하면서 깨달음이 생겼다.
'제명을 받고 대제가 된 사람이 가짜 대제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구나!'
현풍대제는 무도심이나 싸움 경험 그리고 여러 수단들이 진남보다 아래였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비었다.
"현풍대제 이런 시시한 수단은 그만 보여주고 비장의 무기를 꺼내십시오. 아니면 저의 무수는 대제를 박살 낼 겁니다."
진남은 서서히 다가갔다.
그의 등 뒤로 다섯 그루의 신비한 전신 무수가 솟아오르더니 현풍대제의 머리 위로 날아가 전의를 풍겼다.
세상에 포효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마치 천군만마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무수가 풍기는 전의는 무서울 정도로 거대했다.
"저건……."
고족의 제자들은 공포에 질렸다.
이렇게 엄청난 전의는 대제 거물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여섯 그루 무수의 힘은 엄청나다. 어느 하나 만만한 무수가 없어. 지금 풍기는 전의는 대제 일 단계의 거물이라고 해도 타격을 받을 거야."
허망대제, 명공대제 등 거물들과 제자들은 또 충격을 받았다.
'대제 일 단계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니?'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본적도 없어!'
"풍신지구(風神之軀)!"
현풍대제는 안색이 변해 외치자 몸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수많은 빛이 위로 솟아오르더니 태고의 바람처럼 모여 진남의 전의를 막았다.
펑 펑 펑 하는 폭발음이 허공에 가득 울려 퍼졌다.
현풍대제는 기혈과 오장육부가 흔들리고 질식할 것 같았다.
'풍신지구도 오래 막을 수 없다니!'
"빌어먹을, 진남. 저놈의 무수가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진남은 아홉 그루의 무수를 가지고 있다. 세 그루는 아직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만약 전부 드러낸다면……."
현풍대제는 심신이 흔들렸다.
그는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면 진남을 막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나도 중상을 입잖아? 중상을 입으면 어떻게 천현선과를 빼앗고 대제 삼 단계로 진급한단 말이냐!'
"도우들, 나를 도와주시오. 이놈을 잡는 데 성공한 자에게는 신세를 한번 진 셈 치겠소!"
현풍대제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살짝 부끄러웠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오?"
하늘에 있던 대제들은 현풍대제의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현풍대제의 제안은 솔깃했다.
거물의 신세란 가치가 꽤나 컸다.
"좋소!"
허망대제는 기뻤다.
그는 신분 때문이 아니라면 박수라도 했을 것이었다.
"오? 신세라? 나도 내 입장을 밝히겠다. 감히 진남을 건드리면 유실약원의 적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말하면 말한 대로 한다!"
차가운 호통이 울려 퍼졌다.
묘묘 공주였다.
"응? 누구지?"
"어? 설마 유실약원의 공주?"
거물 대제들은 살짝 멈칫하더니 이내 눈치챘다.
그들은 유실약원의 공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유실약원의 후계자이고 나중에 유실약원을 물려받을 거물이었다.
현풍대제와 허망대제는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이런 거물이 나타나서 진남에게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허허, 유실약원의 적이 된다고? 그럼 어때서? 현풍 도우, 내가 자네를 도와주겠소!"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뇌붕요제가 느긋하게 무리에서 앞으로 나왔다.
그는 기운이 방대하고 요기가 하늘을 찔렀다.
"요신금지?"
진남은 고개를 들고 확인을 하더니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다른 대제 거물들이 나섰다면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전의가 더 불타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요신금지의 사람은 달랐다.
"진남, 걱정 말거라. 진짜로 너를 공격하지 않을 거다."
그때 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뇌붕요제를 오해한 건가?'
"너는 요신금지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오늘 단천도를 나에게 넘기면 너를 공격하지 않겠다. 게다가 너를 도와 현풍대제를 공격하고 너를 보호해주마. 어떠냐? 물론 단천도를 내놓지 않으면 그 뒤는 어떻게 되도 모르겠지만."
뇌붕요제는 산꼭대기에서 진남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진남을 협박하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자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나 그는 곧 미소를 거두고 평온하게 전음했다.
"선배님, 저를 위해 나서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보거라."
뇌붕요제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는 진남이 멍청하지 않으니 자신이 건 조건을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아무리 강하고 대단해도 무조 경지일 뿐이다. 현풍대제를 겨우 상대하는 정도의 실력이니 내가 나서면 진남은 반드시 죽는다. 진남은 살려면 단천도를 내놓고 굴복할 수밖에 없을 거다.'
"썩 꺼지십시오!"
우레 같은 호통이 뇌붕요제의 머릿속에서 터졌다.
진남에게서 기운이 솟아오르자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전의가 들끓었다.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진남은 용제원을 위해 타요봉을 내놓았다.
용제원을 위해, 오창천이 대제가 되는 것을 돕기 위해 그리고 용제원이 받은 수모를 씻기 위해 진남은 경지를 드러냈고 많은 화를 끌어들였다.
이 모든 것을 하면서 진남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요신이 그를 용제원에서 쫓아낼 때도 진남은 살짝 실망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를 적으로 대해?'
뇌붕요제는 진남이 어려운 틈에 한몫 챙기려고 했다.
그리고 옛정을 봐서 선심을 써 기회를 준다는 표정이었다.
'단천도를 달라고? 어림도 없다! 대제 두 명이면 어떠한가? 위험해? 그렇다고 해도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다!'
"너……?"
뇌붕요제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진남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나에게 꺼지라고까지 했어!'
"진남, 정말 건방지구나! 현풍대제, 내가 자네와 연합하여 저자를 죽이겠소."
뇌붕요제는 두 눈에 화가 가득 찼다.
그는 진남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기회를 줬는데 호의를 거절하다니! 그렇다면 옛정을 생각하지 않고 단천도를 빼앗아주마!'
"하하, 뇌붕요제, 고맙소. 우리 함께 공격합시다!"
현풍대제는 얼굴이 환해졌다.
그가 법인을 만들자 엄청난 현풍이 사방에서 몰려와 그의 손바닥에 모였다.
현풍은 점점 압축되더니 마지막에는 사람 형상이 되었다.
사람 형상은 엄청난 위압을 풍겼다.
이 초식은 현풍대제의 최강 살초인 풍신강림(風神降臨)이었다.
"적연천요창(赤淵天妖槍)!"
뇌붕요제가 길게 외쳤다.
요기가 하늘을 가르고 천지를 휩쓸었다.
순식간에 허공이 찢어지고 개세마존(盖世魔尊)이 변한 것 같은 검은색의 긴 창이 나타났다.
사방은 어둠에 휩싸이고 마귀들의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심신이 흔들렸다.
두 대제가 연합하여 공격하니 초식은 마치 두 개의 태고의 태양처럼 그들의 마음에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