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화 용제원을 모욕하다
"흑동, 자네가 날 막을 거요?"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등은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들은 강한 기세로 흑동을 몰아붙였다.
흑동대제가 막는다면 그들은 싸울 기세였다.
"세 분 화를 푸시오. 왕전혈이 저 둘을 반폐인으로 만들건 잘못이오. 우리 시합 전에 서로 불구로 만들면 안 된다고 약속했으니 말이오.
하지만 왕전혈의 수단이 잔인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소? 만약 세 분이 꼭 공격을 하겠다면 그건 이치에 맞지 않소. 그리고 대제 품위에도 어울리지 않소."
흑동대제는 느긋하게 말했다.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는 그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가 더 강해졌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대제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리 용제원의 진전제자가 무예 겨루기에서 반폐인이 되었다. 그런데 이치에 맞는지, 대제 품위에 어울리는지 따위가 중요해?'
'왕전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바로 그때, 용제 등 셋의 납계에 있던 영패가 빛을 뿜었다.
한 목소리가 셋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용제, 구미, 암흑, 허튼짓하지 말거라! 흑동의 말이 맞다. 너희가 공격하면 이치에 맞지 않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
"요신, 우리는……."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는 몸이 굳었다.
"둘은 반폐인이 됐을 뿐이다. 회복이 가능하다. 그냥 마무리하거라!"
요신은 말을 마쳤다.
영패도 잠잠해졌다.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셋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살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들은 요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게 맞소. 다들 침착하시오. 모든 건 규칙대로 하겠소."
흑동대제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는 이번에 큰 이득을 얻었지만, 용제 등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용제 등은 흑동대제를 무시하고 왕전혈을 한참 노려보았다.
그리고 구구와 양제를 돌아보았다.
"구미, 암흑 저 둘의 회복을 도와주거라."
용제는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구미요제와 암흑요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구구와 양제를 데리고 허공에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도장은 그제야 잠잠해졌다.
도장의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역시 중주 이성 세력의 우두머리인 용제원답소. 예전에는 이름만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니 역시 품위와 기운이 우두머리 같소. 정말 탄복하오."
보라색 두루마기의 노인은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공수하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나 이 말의 속뜻을 눈치챘다.
그는 속으로는 용제원을 비웃었다.
"뻔뻔하다! 너무 뻔뻔해!"
"나쁜 놈! 이번 시합에서 이렇게 심하게 손을 대다니!"
"왕전혈, 너를 죽이겠다! 감히 우리 사저와 사형을 공격하다니!"
"분하다, 분해! 저놈은 일부러 이런 짓을 한 게 분명해! 절대 저놈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 절대!"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도장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은 용제원이 여러 봉주와 장로 그리고 제자들이었다.
방금 등제한 오창천도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용제원은 내부에선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단결이 잘 되었다.
한데, 구구와 양제가 크게 다쳤으니 화가 나지 않을 리 있을까?
용제의 전음이 없었다면 그들은 벌써 달려들어 싸웠을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대제들도 화가 났지만 용제원 사람들 정도는 아니었다.
반신지국의 사람들은 살기를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차갑게 웃었다.
'억울해?'
'억울하면 나와서 싸워보든가!'
"하하하!"
그때, 커다란 웃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바로 왕전혈이었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용제원의 화를 흑동대제가 겨우 가라앉혔는데 감히 저렇게 웃다니?'
"역시 용제원이군. 제일 세력의 품위가 있다! 규칙대로 일 처리를 하는군!"
왕전혈은 크게 웃더니 도장을 둘러보며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잡것들은 폐인이 되도 마땅하지! 용제원 사람들, 나를 죽이고 싶으면 전부 달려들어도 된다!"
그는 용제원을 도발했다.
* * *
그 시각, 용제원 깊은 곳, 용골애.
강대한 도기가 바다에서 나온 신룡처럼 허공의 깊은 곳에 있는 대진과 금제들을 하나하나 부수었다.
"응?"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몰라, 우선 나가고 보자!"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이글거렸다.
찬란한 도기가 남은 진법과 금제 등을 전부 베고 부쉈다.
눈부신 빛이 부서진 틈으로 솟아올랐다.
진남은 발끝을 차더니 빛이 되어 날아갔다.
* * *
대제, 장로 제자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왕전혈이 나서서 용제원을 도발할 줄 몰랐다.
'일부러 저러는 거지?'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이 중주를 모욕한 후 중주 제일 세력인 용제원을 짓밟으려는 걸까?'
'아니다. 삼대 세력은 중주의 세력을 상대하러 온 거다. 그런데 왜 용제원에 시비를 거는 걸까? 진남은 용제원의 제자이다. 용제원이 수모를 당하면…….'
궁양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럼 진남은 반드시 나서겠지!"
궁양은 그제야 상대방은 진남을 나서게 몰아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안 돼, 반드시 진남을 막아야 해!"
궁양은 결심을 내렸다.
상대방이 진남을 나서게 압박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양은 몰랐다.
그러나 신비한 인물의 말에 의하면 삼대 세력이 기세등등하게 온 것은 진남이 큰 잘못을 범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용제원의 사람들도 정신이 들었다.
"지금 용제원을 도발 한 거지?"
"그래 한번 싸워보자.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구구 사저를 위해 복수하지 못하면 나는 요수가 아니다!"
용제원의 진전, 내문, 외문 제자들은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오동방, 소청청, 화극무도, 암름, 현월, 목목 등 제자들이 벌떡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다들 조용하거라. 우리는 공격하지 않는다. 이건 명령이다!"
위엄있는 호통이 울려 퍼졌다.
용제였다.
다른 대제와 장로들도 눈치챘다.
왕전혈은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용제가 어찌 모를까?
용제는 용제원의 제자들이 제 발로 찾아가 수모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원장님, 저희는……."
오동방, 현월, 목목 등은 몸을 흠칫 떨더니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왜? 중주 제일 세력인 용제원의 사람들은 다들 겁쟁이들이냐? 감히 나서는 자가 없느냐?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용제원의 두 잡것을 병신으로 만들었기에 만족한다!"
도장 중앙에서 왕전혈은 거리낌 없이 웃었다.
그는 용제원을 대놓고 비웃었다.
"원장님, 싸우게 해주세요!"
"맞습니다! 원장님! 저 녀석은 우리 용제원을 모욕했습니다!"
"원장님, 이게 저놈의 계략인 건 압니다. 우리를 싸움에 끌어들이려는 수작인 걸 압니다! 하지만 원장님, 우리는 용제원 사람들입니다. 구구 사저와 양제 사형이 모두 크게 다쳤습니다. 게다가 저놈은 용제원의 존엄을 짓밟습니다. 이번에도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평생 후회하면서 살 겁니다!"
오동방은 두 눈이 시뻘게서 외쳤다!
현월, 목목 등 다른 제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용제는 그 모습에 살짝 놀랐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심호흡하고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왕전혈을 바라보며 말했다.
"싸워도 된다. 그러나 이긴 후에 더 이상 손을 쓰면 안 된다. 그리고 겨루는 도중에도 중상을 입히면 안 된다. 아니면 오늘 누가 와서 말리든 내가 너를 죽일 것이다!"
"문제없습니다. 하하하! 잡것들아, 덤비거라!"
왕전혈은 용제원의 제자들을 계속 도발했다.
용제원에서 제자들을 심하게 다치게 하면 안 된다고 규칙을 바꿨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슉-!
순식간에 열 몇 개의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동방, 현월, 목목, 소청청, 암름, 화극무도와 다른 네 명의 내문제자가 빛이 되어 빠른 속도로 왕전혈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에 나서려던 다른 용제원 제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열 명이 왕전혈 한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이었다.
대제, 장로 제자들은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도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왕전혈의 실력은 뛰어났다.
중주에는 그를 상대할 제자들이 없었다.
용제원의 제자들이 모두 덤빈다면 불나방 같은 처지가 될 것 같았다.
"시합을 시작하겠다."
흑동대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오동방, 현월, 화극무도, 소청청 등 아홉 제자들은 동시에 빛을 뿜었다.
아홉 마리 요수들이 순식간에 하늘을 밝게 비추었다.
무궁무진한 요위가 사방에서 밀려왔다.
목목은 손바닥에 안개 같은 얇은 검을 불러냈다.
그녀는 온몸에서 무정지의를 뿜었다.
그녀는 마치 무정한 검객처럼 싸늘한 검기를 뿜으며 검을 휘둘렀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그 모습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들이 보기에 왕전혈은 손쉽게 열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규칙이 변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용제원의 제자들에게 모욕을 안겨주거라!"
신비한 청년은 입꼬리를 올리며 왕전혈에게 신념을 전했다.
도장에 있던 왕전혈은 그 말을 듣자 두 눈에 혈광을 마구 드러냈다.
강대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퍼졌다.
그는 열 명의 용제원 제자를 마주하고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보다 기운이 강했다.
"너희들 열이 뭉치면 대단한 것 같으냐? 잡것들아, 잘 보거라. 혈염도천(血焰滔天)!"
왕전혈은 두 손으로 마주치며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핏빛의 화염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핏빛 화염은 모여서 화염 장군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화염 장군은 몇천이나 되었다.
화염 장군들은 흩어지더니 몇백이 하나의 대진을 만들어 용제원 제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어흥-!
공중에 있던 오동방 등은 강력한 제술을 펼쳤다.
멀리서 보면 마치 아홉 개의 태양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눈부셨다.
목목은 그 속으로 달려들어 일검에 화염 장군을 하나씩 죽였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
게다가 열은 손을 잡고 화염 장군을 상대하는 동시에 제술을 펼쳐 열 개 방향에서 왕전혈을 공격했다.
왕전혈은 주변에 살기가 가득해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왕전혈은 되려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결인을 만들었다.
"천지혈검!"
수많은 혈광이 그의 몸에서 날아가 엄청난 위력을 가진 혈색 검으로 변했다.
혈검은 날아가서 비처럼 쏟아졌다.
오동방 등은 빠르게 반격했다.
그들은 꼬리나 발을 휘두르며 혈검을 부쉈다.
그러나 그들은 혈검이 부서지면서 부적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안 돼! 계략에 걸려들었어!'
"혈신의 부적, 순간 이동!"
왕전혈은 몸을 날려 오동방에게 다가갔다.
그는 몇백 번의 혈권을 용머리에 날렸다.
이내 다른 부적이 타더니 왕전혈은 순식간에 소청청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또 몇백 번의 혈권을 날렸다.
슉-!
왕전혈은 동시에 화극무도, 암름, 현월, 목목 등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사정없이 혈권을 날렸다.
혈권을 맞은 용제원 제자들은 튕겨 날아갔다.
도장에 있던 용제는 그 모습을 보자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대제, 장로, 제자들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동방 등과 왕전혈은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