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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65화 (665/1,498)

665화 새로운 무도 시대

삼대 세력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빛이 나는 큰길에 올라 도장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대제보다 한 단계 낮은 백옥구미 의자에 앉았다.

"등제의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러분이 용제원을 방문한 건 오창천 등을 축하해주려는 함이요?"

용제는 천천히 말했다.

그는 삼대 세력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압력을 뿜었다.

"맞소. 나도 궁금하오. 무슨 일로 중주에 오셨소?"

비범도제는 눈을 찌푸렸다.

두 대제가 동시에 물었다.

말투에 의문이 가득했다.

그들은 등제의식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방해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삼대 세력이 매우 강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들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

시끌벅적하던 도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삼대 세력에 쏠렸다.

그들도 모두 궁금했다.

'한 번도 등제의식을 진행할 때 중주를 방문한 적 없는 삼대 세력이 갑자기 온 건 무슨 뜻일까?'

그들이 오창천 등을 축하해주러 왔다는 건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대제 여러분, 중주의 도우 여러분."

남천신지의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가 중주에 온 첫 번째 목적은 중주의 오창천, 마녀 천천, 당청산이 동시에 제위에 오른 걸 축하해주기 위함이오. 이 선물들은 우리 남천신지에서 그들에게 주는 거요."

"이건 우리 요지성산에서 준비한 거요."

"무도종에서 준비한 거요."

호화롭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 그리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운 중년 사내가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을 따라 저장주머니를 꺼냈다.

세 개의 저장주머니는 세 개의 빛으로 변하여 용제, 비범도제, 타락마제에게 날아갔다.

"그럼 두 번째는?"

용제는 조금도 기세를 줄이지 않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반신지국에 큰일이 발생했기 때문이오. 우리는 종문의 명을 받고 등제의식에 와 여러 대제들이 있는 기회를 빌려 이 일을 선포하려고 하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의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남천신지, 요지성산, 무도종에 무도규칙을 초월한 전설적인 천재가 나타났소. 때문에, 일부러 이를 중주에 알려주러 왔소."

말이 끝나자 빛이 뿜는 도장은 구천에서 벼락이 내리친 것 같았다.

"뭐?"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들이 나타났다고?"

"모든 세력에 한 명씩 나타났다는 말인가?"

"농담이겠지?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이 진짜로 있다고?"

도장이 술렁거렸다.

천재들과 장로들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

진남의 아홉 무수를 봤던 천재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한 명 나타난 것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세 명이나 더 나타난 것이었다.

용제를 포함한 대제들은 천재나 장로들보다 충격이 더 컸다.

대제인 그들은 창람대륙의 비밀을 알 자격이 있었다.

그들은 무도규칙을 초월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팔천 년 전의 그 대인은 무도규칙을 초월했기에 한 방에 창람대륙을 돌파하고 구천에 등극했다.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진남이 정제에 실패한 후 진남에 대한 요신의 태도가 바뀐 것이었구나.'

진남은 비록 증제에 실패했지만, 무도규칙을 초월한 전설의 천재였다.

하여, 증제에 실패했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미래의 강자를 키운다고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남천신지, 요지성산, 무도종에 모두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나타났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이제 진남은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면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요신은 아마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일 거다.

게다가 진남은 인간족이었다.

그래서 진남에 대한 요신의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었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호화롭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 그리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운 중년 사내 등은 사람들을 보며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은 중주 사람들이 반신지국 사람들 때문에 놀란 모습을 즐겼다.

"그들은 남천신지의 성경천(盛驚天), 요지성지의 소청응(蘇淸凝) 그리고 무도종의 장사도(莊賜道)요!"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계속 말했다.

"소청응과 장사도는 개인 사정으로 보여주지 않을 거요. 허나, 나에게 기물석이 있소. 이 돌을 통해 여러분에게 보여줄 게 있소."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검은색 돌이 날아왔다.

돌은 도장의 중앙에서 멈추더니 윗부분에 여러 갈래의 틈이 생겼다.

돌이 완전히 부서지면서 눈부신 빛을 뿜어 광막을 만들었다.

광막에 한 청년이 산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모습이 비쳤다.

청년의 얼굴은 먼 거리 때문인지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청년의 등 뒤로 여덟 개의 눈부신 붉은 빛이 번쩍이고 크고 웅장한 무혼이 우뚝 솟았다.

산 위의 허공에까지 금이 간 걸 보면 얼마나 위압이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여덟 개의 붉은 빛은 천급 팔품 무혼을 가리켰다.

천급 팔품은 얼마나 대단할까?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들 중에서도 진전제자가 될 수 있는 실력이었다.

창람대륙에서 정상급 무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광막이 떨리기 시작했다.

청년의 등 뒤로 다시 여덟 개의 붉은 빛이 번쩍였다.

전혀 다른 무혼이 떠올랐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세 번째 무혼이 나타났다.

역시 여덟 개의 붉은 빛이 번쩍였다.

스물네 개의 붉은 빛과 세 개의 무혼이 허공에 우뚝 솟아서 위압을 풍겼는데, 마치 광막을 뚫고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때, 광막이 순식간에 허공에 사라졌다.

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정신이 들었다.

대제, 장로, 천재들은 두 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 삼 대 무혼! 세상에, 삼대 무혼이라니?"

"농담이겠지! 세상에 삼대 무혼을 가진 사람이 있어?"

"꿈꾸는 거 아니야? 진짜 꿈꾸는 거 아니지?"

"이, 이럴 수가 없어! 불가능해! 절대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도장에 울려 퍼졌다.

동서고금으로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하나의 무혼만을 가지고 있었다.

역천개명을 하더라도 무혼은 하나였다.

그러나 성경천이라는 천재는 무혼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혼은 모두 천급 팔품이었다.

그러나 오창천, 마녀 천천, 도천중, 음천도인, 무면 무인 등 천재들은 반응이 담담했다.

그들은 진남의 아홉 무수를 직접 봤고, 진남이 구대 제명을 받아 역사 이래로 한 번도 없던 제일 대제가 될 뻔한 장면도 목격했었다.

때문에, 심지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응?"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의 장로와 제자들은 이를 빠르게 발견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많은 천재들과 대제 강자들이 놀라지 않고 침착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삼대 무혼을 가지고 있고 무혼들은 모두 천급 팔품이다. 한데, 침착하다고?'

이때였다.

"조용하거라!"

커다란 호통이 도장에서 터졌다.

용제는 무시무시한 전의를 드러냈다.

용제의 전의는 마치 성난 파도처럼 도장을 휩쓸었다.

장로와 천재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입을 다물었다.

시끌벅적하던 도장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 세상에 무도규칙을 초월한 인재가 세 명이나 나올 줄 몰랐다. 이 소식은 전해지면 창람대륙을 들썩일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중주의 등제의식에 와서 천하에 알리는 게냐?"

용제는 무표정으로 또박또박 물었다.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대제들은 동시에 삼대 세력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삼대 세력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용제 대인의 말이 맞소."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을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 우리가 온 목적은 따로 있소. 반신지국에도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나타났고 우리는 무도규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소. 우리 삼대 세력은 서로 상의한 끝에 새로운 무도의 시대를 열기로 했소."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모두가 놀랄 만한 말을 했다.

"천급 이품 이상의 무혼을 가진 천재들은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의 심사를 참가할 수 있고 삼대 세력에 가입할 수 있소."

"뭐라고? 장난해?"

"허, 천급 이품 무혼이면 삼대 세력에 가입할 수 있다고?"

"나는 천급 삼품 무혼이야. 그럼 삼대 세력에 들어가고도 남겠네?"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이구나! 전설 속의 삼대 세력에 들어갈 수 있다니!"

장로와 천재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원래대로라면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에 가입하기 위해선 무혼이 천급 오품 이상에 무제 경지에 이르러야 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유지되던 규칙이 이번에 처음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 소식은 사실이오. 남천신지 장로의 이름을 걸지요. 그리고 무혼이 천급 이품이라고 해도 심사에 통과될 확률은 칠 할 이상이요."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엄청난 소식을 전했다.

장로와 천재들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도장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이성 세력의 장로나 진전제자, 내문제자였다.

그들의 무혼은 대부분 천급 이품은 넘고 삼품 정도는 되었다.

'천급 이품의 무혼으로도 합격률이 칠 할은 된다고 하니 천급 삼품, 천급 사품, 천급 오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확실하지 않을까?'

사람들 대부분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 대부분은 예전부터 역천개명을 통해 천급 오품 무혼을 얻은 후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에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삼대 세력에 들어간다며 신분과 지위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의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고, 기회도 더 많아서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잔혹한 현실과 삼대 세력의 칼 같은 규칙에 그런 생각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장로와 천재들과 달리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비범도제, 타락마제 등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삼대 세력에 모두 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순 없었다.

게다가 천재들과 달리 그들은 이미 거물이 되어 삼대 세력에 가입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 삼대 세력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중주의 여러 이성 세력, 삼성 세력 그리고 장로와 제자들은 대부분 중주를 떠나 반신지국으로 갈 것이었다.

천급 이품 이상의 무혼을 가진 무인들은 대부분이 중주를 떠날 것이었다.

'천급 이품 이상의 무혼을 가진 천재들을 전부 잃은 여러 세력은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존재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여러 대제들은 바로 알아차렸다.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이 동시에 등제의식에 나타나 이런 소식을 선포한 것은 중주의 이성 세력과 삼성 세력을 노리고 온 것이었다.

"세상에나! 저 영감탱이가 한 말이 맞아. 이건 새로운 무도 시대가 열린 거야! 삼대 세력은 잔인하구나! 중주의 대부분 천재와 무인들을 데려가려고 하다니!

천재와 무인들이 빠져나가면 중주의 여러 이성 세력들은 쇠퇴할 거야. 그럼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들이 중주에 간섭하고 세력들을 정복하겠지! 너무나도 쉬운 일일 것이다!"

사마공은 충격을 받았다.

궁양은 그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삼대 세력들이 중주의 이성 세력과 삼성 세력을 상대하는 건 진남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설마 구자무신과 연관이 있는 신비한 목소리가 나를 속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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