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화 그녀가 왔을 리 없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향이 완전히 탔다.
화르륵-!
빛기둥에서 시커먼 빛이 뿜어져 나와 그들을 감쌌다.
한참 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동시에 수림 속에 떨어졌다.
그들의 경지는 무조 일 단계로 낮아졌다.
"저기가 암황성이구나!"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였다.
그들의 앞에 시커먼 성이 우뚝 서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이때, 강벽난이 사망지기를 뿜어 어청동의 몸에 주입했다.
어청동은 깜짝 놀랐다.
"강벽난, 너……!"
그녀는 강벽난이 자신을 공격할 줄 몰랐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사망지기가 이미 그녀의 오장육부에 주입되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 광경을 본 진남과 불타 진자래는 눈빛이 반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강벽난은 손을 저어 사망지기를 다시 끌어들이더니 말했다.
"아까 제사가 우리는 반신지국의 암황성에 있다고 했다. 내가 관찰 본 바로는 이 모든 건 환상이 아니다."
어청동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길이 이글거렸다.
강벽난이 자신을 이용하였을 줄 몰랐다.
그러나 사망지기를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언제 이렇게 수모를 당한 적 있어? 전에 청범은 이 세상에 아무도 나를 괴롭힐 사람이 없다고 했었어. 스승님한테 일러 이것들을 다 죽이라고 해야겠어.'
어청동은 보복할 결심을 했다.
"경고하는데 종문에 알리지 마. 예로부터 아무도 제명쟁탈전을 하는 중에 종문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린 적 없어. 물론 알리려 했던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결말이 매우 비참했지."
강벽난은 싸늘하게 말했다.
어청동은 순간 마음이 서늘해지고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놀란 건 제방 때문이 아니라 강벽난의 눈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봤기 때문이었다.
"가자."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강벽난과 함께 앞에서 걸어갔다.
진자래가 가운데 서고 어청동이 뒤를 따랐다.
그들은 제정을 지불한 후 암황성으로 들어갔다.
암황성 거리에는 금색 갑옷을 입은 장병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순찰하고 있었다.
성 안의 분위기는 매우 딱딱했다.
진남 등은 성으로 들어오면서 검문을 받았다.
다행히 비범한 수단을 갖고 있는 강벽난이 네 개의 기이한 영패를 꺼내 신분을 만들어 고비를 넘겼다.
"성주는 암황성 금지에 있어. 그는 경지가 무조 이 단계야. 그곳의 진법들은 무조 경지 오 단계의 강자를 막을 수 있어.
성주부 안에는 무조 경지 이 단계의 무인 두 명, 무조 경지 일 단계의 무인 여덟 명, 무성 경지 정상의 무인 쉰아홉 명이 있어. 그들은 금제와 진법을 가득 쳐 성을 지키고 있어. 살기가 엄청나."
암황성 안에 일흔세 명의 기운이 다른 무성 경지 정상의 무인들이 있어. 그들은 동문은 아닌 것 같아. 나머지 다섯 무조 경지 일 단계의 무인들은 모두 폐관하고 있어. 지금은 위험하지 않아."
진남은 왼쪽 눈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어청동은 깜짝 놀랐다.
'진남은 경지가 폭락했다지만, 수단은 여전히 매우 강하구나.'
"아미타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이런 방어는 무조 경지 오 단계라도 뚫을 수 없을 거야. 한데, 우리는 경지가 무조 일 단계로 눌렸어. 설마 제방은 우리더러 무조 육 단계와 싸우라는 걸까?"
진자래가 물었다.
"제방은 합리적인 임무를 줬을 거야. 아마 성주부에서 누군가 배신을 하여 진법과 금제가 뚫릴 거 같아. 그때를 틈 타 살수들이 공격할 것 같아. 그러니 성주부 부근에 머물러야겠어."
강벽난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미타불, 사망도인은 총명하구나. 탄복했다."
진자래가 감탄했다.
"별것 아니야, 언급할 필요 없어."
강벽난은 진자래에게 호감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진자래는 염불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넷은 성주부에서 삼십 장 정도 떨어진 객잔으로 갔다.
진자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불광을 뿜어 성 전체를 덮었다.
조금의 살기만 있어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암황성의 모든 걸 보았다.
강벽난은 옛 부적을 꺼내 사망지기로 글을 썼다.
어청동만 한 편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 시진 후, 암황성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여러 거리에서 무인들이 싸움을 일으켜 집법대에서 출동했다.
성 전체는 싸우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불타 진자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충돌이 너무 많아 사방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진남도 조금 방해받아 왼쪽 눈으로 훑어보는 범위가 작아졌기에, 성주부만 지켜봤다.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한참 침묵하고 있던 어청동이 말했다.
그녀는 낡은 목패를 쥐고 있었다.
목패에는 시뻘건 '흉(凶)' 자가 쓰여 있었다.
진남은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점을 치고 예측할 줄 아는구나.'
진남, 강벽난, 불타 진자래는 긴장되었다.
쿠쿠쿠쿵-!
이때,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암황성 거리에 네 마리의 노란색 용이 나타났다.
용들은 진남 일행이 있는 방으로 날아왔다.
공격한 사람은 경지가 적어도 무조 이 단계였다.
그들의 위치는 진작에 드러났다.
진남은 어청동을 잡더니 발끝을 튕겨 객잔을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강벽난, 진자래. 적은 남쪽과 북쪽 두 개 방향에서 오고 있어. 너희들이 그쪽을 책임져."
"알았어!"
강벽난과 진자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망지기와 불광을 드러냈다.
암황성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진남, 뭐 하는 거야? 성주부 쪽에 적이 매우 많을 거야. 우리 둘이 당해낼 수 있겠어? 나를 놔줘! 나는 불타 옆으로 갈 거야!"
어청동은 크게 소리쳤다.
그녀는 진남이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했다.
그러나 진남과 함께 하는 것이 불안했다.
진남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성주부로 뛰어갔다.
"거기 누구냐!"
"여기는 성주부다. 어서 멈춰라!"
"적이 쳐들어왔다! 대진을 움직여라! 어서!"
성주부 안의 장병들은 진남과 어청동이 날아오는 걸 보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진법을 밟고 성광을 모아 살초를 뿜었다.
성주부의 금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 마리의 눈이 시뻘건 흉수(兇獸)가 나타나 성주부 주위를 지켰다.
쳐들어오는 자들을 모두 죽일 기세였다.
"진남, 나를 내려줘!"
어청동은 하늘 가득 퍼진 살초를 보고 발악했다.
그녀는 진남이 살초를 향해 날아가자 비명을 질렀다.
'끝났어! 병사가 이렇게 많다니! 이대로 쳐들어가면 죽을 게 뻔해!'
진남은 무표정하게 몸을 날려 보답천하를 펼쳐 공격을 가뿐하게 피했다.
그는 왼쪽 눈으로 꿰뚫어 본 바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는 빠르게 성주부 위로 날아갔다.
네 마리 흉수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차!"
"금제가 뚫렸어!"
성주부 안의 장병들은 깜짝 놀랐다.
어청동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얼떨떨해졌다.
'강한 금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때, 성주부 아래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땅에 수많은 틈이 생기더니 안에서 수많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금제가 깨지면서 생긴 빛이었다.
놀라고 화난 목소리가 아래에서 울려 퍼졌다.
"당소(唐瀟)! 뭐 하는 거냐!"
성주부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땅에 난 커다란 틈 사이에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용관을 쓰고 두 눈에 핏발이 선 중년 사내가 보였다.
암황(暗皇)이었다.
암황 앞에는 한 청년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암황의 양아들이자 암황성의 부 성주 당소였다.
"아버지. 아버지는 늙었습니다. 진작에 물러나셨어야 합니다. 그런데 권력이 욕심나 내려놓질 않으셨지요. 하니, 불효자라고 저를 탓하지 마십시오."
당소가 손을 젓자 주위에 있던 네 명의 부 성주가 동시에 몰려왔다.
암황은 눈을 찌푸리고 화가 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놈들이 모두 나를 배신하다니!'
"베라!"
성주부 위에 떠 있던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공격했다.
강대한 도광이 당소 등을 공격했다.
"누구냐!"
당소 등은 깜짝 놀랐다.
진남의 기운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무조 경지 일 단계구나.'
"붕멸영역!"
순간, 진남의 등 뒤에 엄청난 흑광이 번쩍이더니 큰 산처럼 당소 등을 눌렀다.
당소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좀 전의 도광은 속임수였구나!'
그들은 부랴부랴 보호용 법보와 부적을 드러냈다.
하지만 붕멸영역이 누르자 모든 것이 깨졌다.
"어……?"
당소 등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순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소 등은 망설이지 않고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어르신! 살려주십시오!"
휙-!
당소 등의 외침에 오색찬란한 꽃잎이 태고의 천뇌처럼 먼 곳에서 진남을 향해 날아왔다.
진남은 보지도 않고 손을 날려 꽃잎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붕멸영역을 이용해 더 힘껏 당소 등을 눌렀다.
"넌 누구냐?"
암황이 진남을 보며 물었다.
"암황을 보호하는 사람입니다!"
진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쳤다.
"어청동,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와서 암황을 보호해!"
멍하니 하늘에 서 있던 어청동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하늘에서 날아 내려왔다.
그녀의 여린 몸에서 희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암황과 그녀를 덮었다.
그녀는 실력이 진남 등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도 제방 백여 위의 천재였다.
"진남, 너……."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진남은 실력이 진짜 강하구나. 불타 진자래와 사망도인 강벽난이 진남의 말을 듣는 것도 이유가 있었구나.'
순간, 엄청난 기운이 허공에서 솟아올랐다.
두 흑포인이 번개처럼 진남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대단하구나!"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들은 무조 경지 일 단계였다.
그러나 무조 경지 일 단계도 위아래가 있었다.
이들의 진정한 경지는 적어도 제방 이십 위에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만생화개(萬生花開)!"
한 흑포인이 새하얀 손을 내밀어 다섯 손가락을 펼치자 수많은 꽃잎이 연거푸 떨어졌다.
마치 성주부 전체를 몰락시키려는 것 같았다.
진남은 행동을 멈췄다.
그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붕멸영역!"
하나, 진남은 길게 생각할 새가 없어 바로 붕멸무수를 드러냈다.
붕멸무수는 진남 일행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붕멸영역이 빠르게 넓어졌다.
쿠쿠쿠쿵-!
꽃잎이 붕멸영역에 떨어지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붕멸영역도 흔들렸다.
"목룡조(木龍爪)!"
젊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목룡의 발이 허공에서 나와 붕멸영역을 꿰뚫었다.
"너는……!"
목룡의 발을 본 어청동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남도 깜짝 놀랐다.
'붕멸영역을 뚫을 수 있다고?'
"깨라!"
진남은 단천도를 드러내 목룡의 발을 내리쳤다.
공격하던 흑포인은 뭔가 느낀 듯 흠칫하더니, 기이한 소리를 지르며 먼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어청동은 흥분하며 둔술(遁術)을 펼쳐 흑포인을 따라 달아갔다.
"어청동! 뭐 하는 거야!"
진남은 어청동을 잡으려 했다.
다른 흑포인이 옛 법인을 썼다.
허공에 낡고 기이한 꽃이 피어났다.
꽃들은 모두 엄청난 신위가 있었다.
"이건……."
진남의 눈에 드러난 놀라움이 점점 더 짙어졌다.
'이 살초는 한 사람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제명쟁탈전이다. 그녀가 왔을 리 없다. 그럼 이 흑포인은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