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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32화 (632/1,498)

632화 돌이 되다

"어? 순위가 이렇게 많이 떨어졌어?"

진남은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나타난 숫자를 살폈다.

오십이라는 숫자는 구십육이 되어있었다.

자칫 백 위 밖으로 밀려날 뻔했다.

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한 달 동안 진남은 남주 황성에서 수련하느라고 경지가 전혀 늘지 않았다.

만난 상대들도 무성 경지 칠 단계나 팔 단계 무인들이라 순위가 빠르게 떨어진 것이었다.

"아 참. 내가 여기 온 지도 한참 되었다. 지금의 중주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고 싶다."

진남은 신념을 유영루 영패에 주입했다.

유영루는 웬일인지 무척 친절했다.

신방 제명쟁탈전이 끝난 것하고 제명 순위가 변한 것 등 그들이 지켜보는 소식들을 모두 진남에게 보내주었다.

가장 위에 있는 소식은 신방의 제명쟁탈전에 관한 것이었다.

"반신제국 신방의 제명쟁탈전이 끝남. 열세 명의 천재들이 제명을 얻었는데 이들은 각각……."

진남은 훑어보고 아래 소식을 읽었다.

'도천중은 반제 무인을 죽이고 오창천을 뛰어넘어 제방 사 위에 오름. 오창천은 지금껏 소식이 없고 행방이 불분명해서 오 위로 떨어짐.'

'신비한 무면(無面) 무인은 보제사 진전제자 둘을 죽이고 서열 십오 위에서 서열 팔 위가 됨. 보제사의 황금 등급의 추살 대상이 됨. 죽이는 자에게 보제사는 사품 무혼으로 역천개명할 수 있는 지도를 상으로 준다고 함.'

'사망도인은 다시 중주에 나타나 두 제자와 그리고 창우궁, 무극신맹, 타마산장의 세 진전제자도 죽이고 십일 위로 오름. 대제에게 쫓기는데, 생사가 불분명함.'

'석청범은 반신제국에서 돌아온 후 표묘환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사라짐. 금지인 표묘선도에 들어가서 남은 한 달 동안 무제 경지 정상이 될 준비를 하는 것 같음.'

'도제 후계자라 자칭하는 사마공은 다시 나타나서 나찰문의 제기 세 개와 나찰과 열 개를 훔침. 도망가는 길에 제방 구 위 천음도인의 추격을 당했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도망감.'

'신비한 화수(火修) 방상청은 열염문 삼대 진전제자들을 죽이고 열염문의 고유지화(古幽之火)를 얻어 제방 서열 십이 위가 됨.'

'한 달 전 제어는 허공에서 신비한 힘의 공격을 받고 죽음. 그가 먹은 제자들은 그대로 돌아옴, 용제원 인족봉의 봉주 진남은 행방불명이 되고 제방 순위가 구십육 위로 떨어짐.'

진남은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의 소식은 중주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제 그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적어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보면서 머릿속에 다채로운 장면들을 그렸다.

장면 속에서 여러 천재들의 모습이 보였다.

진남은 문득 몸속의 피가 들끓는 것 같았다.

진남의 뼛속 깊숙한 곳에 전의는 그더러 얼른 여러 천재들과 피를 흘리며 싸우라고 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진남은 심호흡으로 뼛속에서 일렁이는 전의를 잠재우고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렸다.

제명쟁탈전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아직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한 달 동안 그는 천황도의를 잘 깨우치면 된다.

때가 되면 그는 여러 천재들과 겨룰 것이었다.

"진남 시주, 폐관수련을 하겠느냐?"

진자래는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응,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는 상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혹은 벗이 될 수도 있겠다."

"하하, 나도 기대된다. 진남 시주가 제명쟁탈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진자래는 불광을 빛내며 진심으로 말했다.

제방에서 이수라고 불리는 자는 중주에서 진남밖에 없었다.

"다시 만나자."

진남은 공수했다.

그리고 그는 미간의 흐릿한 황 자를 힘껏 자극했다.

촤르륵-!

방대한 흡입력이 펼쳐져 황성의 도의를 미간에 빨아들였다.

흐릿하던 황자는 반짝이더니 엄청난 신광을 뿜었다.

웅-

진남의 앞에 황의 기운이 날아오더니, 두 장이 되는 커다란 대문을 형성했다.

문을 열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통할 것만 같았다.

진자래와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무섭느냐? 겁먹었느냐? 이 문 안에 들어선다면 너는 경지를 잃고 몸을 잃게 되고 신념을 잃을 거다. 네 무도심은 박살이 나고 너는 끝없이 황폐한 곳에 떨어질 거다. 너는 또……."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악마가 저주하는 것 같았다.

진자래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 한기를 느꼈다.

그러나 거친 목소리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무표정하게 걸음을 옮겨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너……."

거친 목소리는 놀랐다.

"허튼소리 그만하고 시작하자!"

진남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는 문 속으로 사라졌다.

"흐흐, 배짱이 크구나! 하지만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거친 목소리는 괴상하게 웃었다.

펑-!

돌연 문이 폭발하며 회색빛으로 부서졌다.

빛은 진남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감았다.

잠시 후, 진남은 모습이 흐릿해지고 돌로 만든 사람처럼 보였다.

사람 모양의 돌은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먼 곳으로 날아갔다.

"황은 황폐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소멸을 뜻한다. 나는 도술을 창조할 때 서른 명의 대제의 기억을 연화하고 공생석(共生石)으로 그들이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좌절을 체험했다.

그것들을 느끼고 싶으면 돌로 변하여 인간 세상에 들어가 세상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너의 천부가 부족하고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자신을 돌로 여기고 자아를 잃을 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흐흐, 나는 천황지령(天荒之靈)이다. 지금 바로 너를 돌로 만들어주마!"

거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순간 방대하고 신비한 힘이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와 신념을 끌어내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진남은 완전히 돌로 변했다.

"재미있구나.

천황도술은 설명이 한 글자도 없고 전부 황석으로 느껴야 하는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의 자신과 세상을 느끼다 보니 마음이 점차 평온해해졌다.

한참 후 무성 경지 사 단계의 화염 독수리 한 마리가 멀리에서 날아오는 사람 형상의 돌을 보고 괴성을 지르더니 발을 벌려 돌을 잡고 산맥으로 날아가 동굴에 떨어뜨렸다.

"요수의 소굴인가? 이제 어떻게 느끼지?"

돌을 꿰뚫고 동굴 안의 모든 걸 느낀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돌이기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계속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틀 후 진남은 놀라운 걸 발견했다.

그는 동굴에 있지만, 산맥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요수들의 싸움, 무인의 탐험과 음모를 느꼈다.

그러나 좋은 상황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흘째 되는 날 산맥 안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다섯 마리 요성(妖聖)이 용맥을 빼앗기 위해 크게 싸웠다.

마지막에 인간족 무성이 싸움을 눈치채고 밖에서 기다리다 그것들을 전부 죽였다.

인간족 무성의 제자들은 산맥 안에서 전리품을 모았다.

지위가 낮고 잘생긴 사내아이는 진남이 변한 기이한 돌을 발견하고 메고 돌아갔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처한 환경에 적응하고 만족해야 한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경지가 높든 경지가 낮든 이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다만 이들은 보는 눈이 없을 뿐이다."

진남은 더는 한탄하지 않았다.

뭔가 알 것 같았다.

준수하게 생긴 사내아이는 진남을 가문으로 메고 갔다.

도착한 곳은 성에서 제일 큰 무도가문이었다.

그러나 사내아이는 지위가 높지 않았다.

어느 날 사내아이는 호되게 맞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울지도 않고 움직일 힘도 없었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신념을 움직였다.

사람 형상의 돌에서 옅은 도의가 뿜어져 나왔다.

준수한 사내아이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는 돌을 한참을 관찰하더니 도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에 그의 경지는 훨씬 늘었다.

사내아이는 경지가 높아지더니 건방져져 수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나중에 그는 암살되었다.

그를 암살한 사람은 사람 형상의 돌을 보배로 여기고 가져갔다.

이렇게 진남의 사람 형상의 돌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짧은 시간 내에 그는 많은 천재들과 대 가문의 음모와 계략, 암투 등을 봤다.

그는 또 구석진 마을에서 인간의 순박함도 보고 애타게 서로 사랑하여 죽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도 봤다.

진남은 자신이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는 사이에 중주의 이성 세력과 삼성 세력의 천재들의 열정이 더 높아진 걸 몰랐다.

그들은 여러 금지에 들어가 수련하여 이름을 떨치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주의 분위기는 더 과열됐다.

제전이 열리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덧없이 빠르게 흘렀다.

지난번 제방 서열이 변화한 후 이십팔 일 되었을 때 찬란한 제광이 사막 위의 유정도장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이상이 연이어 나타났다.

이곳을 주시하고 있던 많은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소문이 빠르게 여러 세력에 퍼졌다.

"유정도장에서 제광이 뿜어져 나왔어! 이제 제명쟁탈전이 시작될 것 같아!"

"이틀 남았어. 대전이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드디어 시작되나? 천재들이여!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제자들에게 명령을 전하거라! 제명쟁탈전에 참가할 제자들은 빨리 종문으로 돌아오라고 하거라!"

"……."

명령과 소식들이 영패를 통해 사방으로 전해졌다.

세력들은 잇달아 제자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제자들이 싸움에서 수단을 전부 드러낼 수 있도록 제명쟁탈전이 시작되기 전에 단약, 법보, 부적 등을 준비했다.

* * *

그 시각, 용제원.

"진남은? 진남과 연락되었느냐?"

용제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의 영패는 답이 없습니다."

구미요제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살아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런데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음……."

용제는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찌푸렸다.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꼭 돌아올 겁니다."

암흑기린이 담담하게 물었다.

"제명쟁탈전이 시작하는 날까지 아직 이틀 남지 않았습니까?"

"응. 뜻밖의 사고가 없길 바란다."

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중주 전체가 들끓고 있을 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틀 후, 남주의 한 성 안.

"다들 와보시오. 이렇게 기이한 돌을 본 적 있소? 형씨, 이 안에는 보물이 들어있소."

한 노점상이 청년을 붙잡고는 계속 말했다.

"됐소. 내가 사겠소."

청년은 짜증 나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씨 진짜 안목이 있소. 원석 열 개면 되오."

노점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흥!"

청년은 콧방귀를 뀌더니 원석 열 개를 던지고 기이한 사람 형상의 돌을 메고 가문으로 걸어갔다.

절반쯤 간 그는 문득 후회되기 시작했다.

'왜 원석을 열 개나 주고 돌을 샀지?'

청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라 돌아가 노점상과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이때, 사람 형상의 돌에서 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아무 이상이 없자 그는 자신이 메고 있는 사람 형상의 돌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돌에서 소리가 났나? 설마…… 진짜 보물인가?'

쩍-

깨지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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