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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15화 (615/1,498)

615화 제어가 죽었다!

진남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제어에 오를 때 그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딪힐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다른 천재들이 그를 공격하지 않으면 그도 다른 천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다른 천재들이 그를 죽이려 하면 그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잠시 후, 오동방, 목목, 소청청 등도 제어에 올랐다.

열몇 명의 제자들만이 제어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했다.

커다란 제어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제어의 머리 위에 서서 멀리 바라보았다.

시야가 넓어지더니 산맥과 성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

세상 만물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전설 속의 대요의 머리 위에 서니 기분이 좋구나."

진남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는 취미가 별로 없었다.

전설 속의 대요를 굴복시켜 탈것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응?"

진남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제어에서 옅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체내에 들어왔다.

그는 기운이 많이 상승하였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고 왼쪽 눈을 움직여 관찰했다.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자 안색이 어두워져 고개를 저었다.

진남은 제방에서 제어를 내보내 많은 천재들을 싣고 수련하러 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제방이 원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때, 제어가 다시 멈췄다.

이번에는 중주에서 이름 있는 성 위였다.

둥- 둥- 둥-!

금색 비늘을 밟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과 일곱 명의 천재들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런 곳에도 금색 머리 부분에 오르려는 자가 있나?'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그림자가 하늘로 솟아올라 금색 머리 부분에 떨어졌다.

몸에서 짙은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사망도인?"

"너 죽지 않았어?"

일곱 명의 천재들은 얼핏 보고도 상대의 내력을 알아보고 안색이 변했다.

'제어에 오를 수 있다는 건 사망도인의 경지가 소문보다 더 강하다는 걸 설명한다.'

'더구나 그녀는 대제의 쫓김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았다.'

"뭐라고?"

"사망도인?"

"그녀는 어떻게 살아남았지?"

제어 위의 수많은 천재들은 다시 깜짝 놀랐다.

진남도 살짝 놀랐다.

그는 여기서 강벽난을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이상해? 제어에 올랐으니 그 영감탱이가 나를 죽이고 싶어도 공격할 수 없겠지."

진남을 본 강벽난은 아름다운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침착하게 전음했다.

"너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진남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는 강벽난이 왜 화가 나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천재들을 죽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거 아니야. 연합하여 나의 보물을 빼앗으려고 했어. 그뿐이 아니라 나를 겁탈하려 했어."

강벽난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겁탈한다고?"

강벽난의 말을 들은 진남의 눈에 살기가 꿈틀거렸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자가 여인을 겁탈하는 것이었다.

"둘의 태고를 보아하니 진남은 사망도인과 관계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잘됐다. 이들을 한꺼번에 죽이고……"

몸에서 마기를 뿜는 청년이 다시 한 번 여섯 명에게 전음했다.

강벽난을 죽이면 강벽난의 시체로 대제와 다른 세력과 보물이나 좋은 물건들을 바꿀 수 있었다.

다른 여섯 명도 동의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일곱 명이 연합하면 진남과 사망도인은 전혀 상대되지 않을 터였다.

"저들이 너를 노리는 것 같아."

강벽난이 웃으며 말했다.

"왜 너는 어디를 가든 다 너를 죽이려느냐?"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말을 마친 그는 안색이 확 변했다.

검은 기운이 허공에서 뿜어져 나와 제어의 머리 위에 떨어지더니 천천히 검은색 형상을 이루었다.

'왜 갑자기 제어의 머리 위에 사람이 나타났지?'

검은색 형상은 자신이 발견된 걸 아는 것처럼 진남이 움직이기도 전에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강벽난은 진남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 검은색 형상을 못 봤어?"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검은색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무슨 검은색 형상?"

강벽난은 가느다란 눈썹을 찌푸렸다.

진남은 어리둥절하여 마기를 뿜는 청년 등을 훑어봤다.

그들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긴장했다.

'나는 잘못 보지 않았어. 진짜 검은색 형상이었어! 그런데 왜 나만 보고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지?'

그가 의문에 잠겼을 때 우르릉 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대어가 방원 몇천 장 되는 허공을 찢더니 꼬리를 흔들며 안으로 헤엄쳐갔다.

"음……. 아니야."

진남은 고개를 젓고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신비한 검은 형상은 그만 봤기에 말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남이 말하려 하지 않자 강벽난은 더 묻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요양하기 시작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허공은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가끔씩 빛이 스쳐 지나갔다.

창람대륙의 허공에는 수많은 비밀과 수많은 기이한 작은 공간, 강대한 전승, 엄청난 이보들이 있었다.

중주의 백산 중 천성산맥(天星山脈), 이화산맥(離火山脈), 귀유산맥(鬼幽山脈) 등이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

다만, 육지와 달리 허공에는 보물이 많지만 너무 넓어 자세한 위치나 보물의 안내 없이 강자라도 섣불리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는 허공에 길을 잃고 죽을 수 있었다.

옛 상고시대에 대제 몇 명이 허공의 비밀을 알아보고 허공을 통해 구천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식이 없고 허공에서 죽었다.

그 후로 허공에 보물이 많음을 알고 있음에도 찾아오는 무인들은 매우 적었다.

잠시 후,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제어가 또다시 멈춰 섰다.

진남과 다른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앞쪽 깊은 곳에 길이가 몇백 장 되는 붉은색 틈이 있었다.

붉은색 틈에서 방대한 영기와 무조 정상의 강자마저 무너뜨릴 수 있는 강풍이 불어 나왔다.

휙-!

제어는 꼬리를 저어 파란색 구역과 남색 구역의 천재들 몇백 명을 떨어뜨렸다.

천재들은 파란색 빛으로 변하여 무사히 붉은색 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가자!"

"우리의 경지로 붉은색 틈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보라색 구역의 무인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 법보를 펼쳐 제어를 떠나갔다.

그들은 닭의 대가리가 될지언정 봉황의 꼬리가 되고 싶진 않았다.

제어는 다시 커다란 꼬리를 젓더니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허공의 깊은 곳이라 그런지 사방에 커다란 시체, 기이한 낡은 배, 신비한 운석, 거대한 허공의 요수 등이 나타났다.

위험도 있고 보물도 있었다.

휭-

이때, 허공 깊은 곳에서 광풍이 불어왔다.

제어가 범상치 않았기에 광풍은 제어의 방원 백 장까지도 오지 못하고 흩어졌다.

"뭐지?"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시커먼 바람의 기운이 좀 전의 신비한 시커먼 형상의 기운과 비슷했다.

"이건 허공음풍(虛空陰風)이다. 보통의 무조 경지 육 단계의 무인은 버티지 못한다. 설령 무조 경지 정상의 강자도 음풍 폭풍을 만나면 피해야 하지."

강벽난은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제어가 있기에 두려워할 필요 없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빠르게 날던 제어가 드디어 멈춰 섰다.

천재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앞을 바라봤다.

음풍이 지나간 곳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소용돌이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마치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다른 공간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찬란한 땅이다!"

"헉, 성진선와(星辰漩渦, 별들로 이루어진 소용돌이), 찬란한 땅이다. 이곳이 진짜 존재했다고?"

"하하하, 하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제어가 우리를 이곳에 데려올 줄이야!"

천재들의 얼굴에 희색이 번졌다.

진남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너와 함께 있으면 진짜 운이 좋구나."

강벽난은 전음했다.

"찬란한 땅은 명실상부한 좋은 곳이야. 전에 역천개명하여 천급 칠품 무혼을 얻은 자도 여기서 얻었어.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찬란한 땅에 오려 했어. 그러나 찬란한 땅은 움직이기에 찾을 가능성이 적었지. 찬란한 땅을 찾아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몇 안 됐지만, 모두 엄청난 이익을 얻었어."

강벽난은 계속 말했다.

진남의 마음이 흔들렸다.

'범상치 않은 곳이구나.'

진남은 문득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냉기가 뼈를 에고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전에 대제에게 쫓길 때도 이런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강벽난과 일곱 명의 천재들 그리고 보라색 구역의 오동방, 목목 등도 안색이 크게 변해 진남을 쳐다봤다.

우르릉-!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이 두 개로 찢길 것 같았다.

수많은 음풍이 불어왔다.

마지막에 한데 뭉쳐 길이가 천 장 되는 엄청난 검은 손을 이루어 제어를 잡았다.

그러자 제어의 몸에서 네 가지 채색 빛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빛은 커다란 천막으로 변하여 앞을 막았다.

펑-!

검은 손은 커다란 천막을 산산조각 냈다.

천막은 수많은 빛으로 변하여 허공에서 반짝거렸다.

"어서……가거라!"

묵직한 소리가 진남 등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강한 신광이 진남 등을 감싸고 찬란한 땅으로 날아갔다.

진남 등은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대단한 일이 벌어질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휙-!

검은 손은 제어의 행동을 느끼고 손을 뒤집어 진남 등을 잡으려 했다.

검은 손의 목표는 제어가 아니라 천재들이었다.

제어는 빛을 뿜더니 순식간에 개세신검(蓋世神劍)으로 변하여 검은 손을 내리쳤다.

검은 손은 다시 뒤집어 다섯 손가락을 펴고 제어를 잡으려 했다.

검은 손을 제어를 잡자 으스러지게 잡았다.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네 가지 채색 빛이 허공을 하얗게 비췄다.

'제, 제어가 죽었다!'

천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히 그들은 순식간에 가까스로 찬란한 땅에 도착하여 성진선와 안에 들어갔다.

성진선와가 사라지려는 순간 거친 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기, 기다려라!"

* * *

중주, 신비한 곳.

백발노인이 바둑판 앞에 앉아 있었다.

바둑판에는 바둑돌이 가득했다.

이때, 흰색 바둑돌이 터져 가루로 되었다.

"유인했구나."

백발노인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찬란한 땅.

휙- 휙- 휙-!

진남, 강벽난 등 무인들이 위에서 바닥에 떨어졌다.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한 무인들은 바닥에 떨어져 큰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미 찬란한 땅에 도착하였기에 위기를 벗어난 셈이었다.

"제어가 죽었어!"

"어떻게 된 거지?"

"좀 전의 큰 손은 진짜 대단하구나. 무제 경지 정상의 강자가 공격한 건가?"

천재들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제어다. 제어는 제방에서 보낸 신물이다. 제어를 공격하는 건 제방에 도발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누가 감히 제방에 도발할까?'

"진남! 진남! 정신차려!"

강벽난은 다급하게 불렀다.

진남이 여전히 안색이 창백하고 넋을 잃은 걸 보더니 바로 강한 음계제술(音系帝術)을 써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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