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610화 (610/1,498)

610화 연환지령

시선을 거둔 진남은 동굴을 살폈다.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침대에 누워있다니? 이불도 덮고 있어?'

"공주는? 왜 없지?"

진남은 신념으로 훑어봤지만, 공주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덜컹해서 얼른 월광동에서 나와 흑룡 통령에게 물었다.

"공주는 어디 갔소?"

"묘묘공주는 이미 떠났소. 그녀는 가기 전에 우리에게 특별히 명령을 내렸소. 이제부터 당신의 명령을 들으라고 했소. 진남, 축하하오!"

흑룡 통령 일행은 질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떠났다고?"

진남은 멍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살짝 아쉬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묘묘공주는 유실약원의 후계자였다.

그녀가 며칠 동안 시간을 내서 그와 함께한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 축하한다고? 뭘 축하한다는 거요?"

진남은 저도 몰래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의 가슴에는 붉은색 영화가 피었다.

그 꽃을 통해 그는 멀리 있는 묘묘공주의 기운이 평온하고 파동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심인, 순원상선주, 축배의 말, 그림들 그리고 침대까지……."

진남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아무리 감정에 무딘 그라고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알아차렸다.

묘묘공주는 일부러 그를 취하게 했다.

'그리고 나와……. 잠을 함께 잤다!'

"그, 그, 공, 공주는 어, 어떻게……."

진남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됐다. 이 일은 생각하지 말자. 우선 흑룡 일행부터 해결하자!"

진남은 고개를 흔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흑룡 통령 일행에게 말했다.

"공주가 자네들을 나에게 맡겼으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떻소? 자네들은 전부 혈강 통령을 찾아가시오. 이 영패를 가져가면 되오."

"혈강을 찾아가라고?"

흑룡 통령은 안색이 보기 싫게 변했다.

흑룡과 혈강은 몇십 년을 싸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더러 혈강 아래에 들어가라는 말이야?'

'절대 싫어!'

"걱정 마시오. 자네들에게 굴복하라는 뜻이 아니오. 혈강 통령은 내 형제요. 자네들에게 혈강을 찾아가라고 한 것은 이제부터 두 세력이 싸우지 말라는 뜻이었소."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혈강 통령이 자네 형제였소?"

흑룡 통령 일행은 이상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들은 혈강 통령이 어떤 등급의 천재인지 잘 알았다.

그들은 진남을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

"이제 그만 가보시오!"

진남은 손을 흔들었다.

흑룡 통령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진남이 준 영패를 가지고 떠났다.

"혼원구광석을 보러 가자."

진남은 잠깐 고민하다가 월광동에 들어갔다.

혼원구광석은 방대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남이 수련하기에 적합했다.

게다가 안에 이상한 점도 느껴져서 진남은 마침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다가 보라색 침대에 설호 솜이불을 본 진남은 저도 몰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마른기침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두 가지를 전부 납계에 거뒀다.

"침착하자, 침착해……."

진남은 중얼거리며 혼원구광석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쿵-!

엄청난 힘이 바위 속에서 터져 나와 진남에게 덮쳤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발끝으로 땅을 차며 날아올라 피했다.

"혼원구광석, 네가 영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 거래 하는 게 어떠냐? 나는 너에게 홍몽지기를 주고 너는 나를 도와 수련을 하는 걸로. 어떠냐? 나에게 홍몽지기가 적어도 백 개 있다."

진남은 빠르게 말하며 손바닥에 홍몽지기를 드러냈다.

혼원구광석은 침묵했다.

마치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바위에서 가벼운 울림이 느껴졌다.

진남은 안도했다.

그의 추측이 맞았다.

홍몽지기는 천지영물들에게 엄청난 유혹이었다.

"먼저 스무 개를 주마."

진남은 바로 손가락을 튕겨 홍몽지기 스무 개를 혼원구광석에 주입했다.

혼원구광석은 진동하더니 엄청난 순수한 힘을 뿜었다.

월광동 안은 순식간에 수련 성지로 변했다.

"역시 혼원구광석이야. 혼원지의와 순수한 힘을 모두 수련한다면 평소보다 다섯 배는 빠를 거야."

진남은 기뻤다.

그는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드러내 그 힘을 전부 체내로 빨아들였다.

진남이 수련하는 동안 혼원구광석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이 마치 영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 바위는 나를 엄청 경계하는구나. 영지가 탄생하면 다시 물어봐야겠어."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왼쪽 눈으로 살펴보지 않았다.

만약 혼원구광석을 화나게 하면 잃는 게 더 많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진남은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제술을 감오하며 무수의 힘을 늘렸다.

여덟 시진이 지나자 혼원구광석이 빠르게 진동했다.

문득 강기가 커다란 손으로 변해 진남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 중요한 순간이야?"

진남은 눈을 뜨고 훑어보았다.

그는 혼원구광석의 뜻을 알 것 같았다.

혼원구광석은 영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진남의 도움이 필요했다.

진남은 눈에 빛을 번쩍이며 오십 개의 홍몽지기를 바위에 주입했다.

쿵-!

혼원구광석에서 엄청난 빛을 뿜었다.

주변의 삼대 산맥이 흔들렸다.

바위 안쪽에 주먹만 한 크기의 일곱 채색 빛이 떠다니더니 사람 모습으로 변했다.

"고……마……워."

다채로운 색의 사람이 모습이 입을 열었다.

더듬거렸지만 목소리는 웅장하고 힘찼다.

"아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떠보듯이 물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보자. 전에 네 몸에서 이상한 힘을 느꼈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혼원구광석은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동굴의 온도가 빠르게 낮아졌다.

하지만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잠시 후, 살기는 천천히 사라졌다.

칠색 인간 모습도 입을 열었다.

"의외구나……. 네가 그것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 그 기이한 힘은 전송문이다. 연황지령(连荒之靈)을 볼 수 있지."

"연황지령?"

진남은 깜짝 놀랐다.

연황전장은 상고 때 만들어진 후로 많은 강자들이 그것의 비밀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에는 포기했다.

진남은 연황전장에 연황지령이 있을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연황전장의 전의는 이상할 정도로 짙었다.

또, 강자들의 시체, 보물, 제술 등을 개조할 수 있으니 배후에 강한 힘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미리 알려주겠다. 그자를 만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대제를 만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또, 만난다고 해도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다."

칠색 형상이 말했다.

그는 이제 말을 똑똑하게 이어 할 수 있었다.

"위험? 그건 괜찮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재부는 위험 속에서 얻는다.

이번에 연황지령을 만나면 의외의 수확이 있을 수도 있었다.

"좋다. 일 주 향의 시간을 기다리거라."

칠색 형상은 어깨를 으쓱했다.

흑점이 혼원구광석에서 떠올라 사방으로 점점 커졌다.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영성이 생겼으니 환생한 거야?"

진남은 물었다.

묘묘 공주는 예전에 혼원구광석은 강자가 수많은 시골, 법보를 한데 모아 환생하려다 실패하여 생긴 거라고 했다.

혼원구광석의 본체가 바로 강자인 셈이었다.

"환생?"

칠색 형상은 목소리가 떨렸다.

이어 목소리를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칠색 형상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자 더 묻지 않았다.

진남은 환생에 관심이 많았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주 향의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흑점은 일 장 높이의 검은색 대문으로 변했다.

대문은 신비한 곳과 연결되었다.

"명심하거라. 다섯 주 향의 시간밖에 없다."

칠색 형상은 경고했다.

"고마워!"

진남은 공수하고 발끝을 차더니 검은색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휙-!

진남은 땅에 떨어지자 빠르게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그는 넋을 잃었다.

그는 이곳이 독립적인 작은 공간일 줄 알았다.

그런데 방원 몇백 장에 달하는 궁전이었다.

궁전은 폐쇄적이고 한층 뿐이었다.

진남은 신념을 드러내고 왼쪽 눈을 움직였지만, 궁전 밖을 볼 수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빠르게 궁전을 살폈다.

궁전은 매우 넓었다.

아무 물건도 없었고 가운데에 길이가 삼 장이고 넓이가 이 장 되는 청동고관(靑銅古棺)이 떠 있었다.

관뚜껑은 청동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신비한 수정으로 만든 것이었다.

청동수정관 뒤에 길이가 오 장 되는 비석이 있었다.

비석은 시커멓고 아무런 무늬도 없고 흔적도 없었다.

자세히 훑어보던 진남은 비석에 글자가 새겨진 걸 발견했다.

"뭐라고 쓰인 거지?"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청동수정관에서 두 장 남짓 되는 곳까지 갔을 때, 그는 작은 글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표묘환부의 진전제자 석청범이 남겼다.'

"석청범이 쓴 거라고? 그자가 여기 왔었나?"

진남의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생각났다.

'왜 일부러 이런 글자를 남겼을까?'

"기이하구나……"

진남은 고개를 젓고 발끝을 튕겨 허공에 떠올라 수정관을 내려다봤다.

관 안에는 몸에 노란색 유포(油布, 방수포)를 감은 시체가 누워있었다.

시체는 시커먼 눈동자만 드러났고 아무런 생기가 없었다.

시체의 양편에는 크기가 다른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법보, 부적, 단약이 있었다.

진남은 소름이 끼치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는 왠지 노란색 유포를 감싼 시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시커먼 눈에서 혈광을 뿜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이것이 아마 연황지령일 것이다."

진남은 마음을 가다듬고 중얼거렸다.

"아마 죽지 않았을 거야. 단지 어떤 이유로 깊은 잠에 빠진 게 분명해."

진남은 생각하더니, 왼손을 천천히 꺼내 수정관뚜껑으로 뻗었다.

조용한 대전 안에서 진남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왼손이 관뚜껑에서 팔 촌 정도까지 다가갔을 때 진남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왼손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것처럼 더는 앞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단천도를 휘두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쿵 하는 큰소리와 함께 수정관뚜껑에서 시커먼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시커먼 화염은 진남의 왼손을 감싸고 미친 듯이 타올랐다.

"진짜 대단한 화염이구나!"

진남은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시커먼 화염은 전설 속의 천화보다 더 대단했다.

다행히 전신의 왼팔도 범상치 않기에 시커먼 화염이 타올랐지만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황지령이 깊은 잠이 들었고 고관이 엄청난 힘에 덮여있다. 나는 화염을 두려워할 필요 없지만, 여전히 고관을 움직일 수 없고 연황지령을 깨울 수 없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예전에 수많은 강자들이 들어오지 못한 곳에 들어왔으니 그는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문득 정신 나간 생각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보간을 쓰면 되겠다! 고관 안의 시체 옆에 있는 크고 작은 보물들을 전부 낚아오자! 연황지령이 옆에 둔 보물들은 모두 범상치 않을 것이다!'

진남의 눈이 흥분한 듯이 반짝거렸다.

그는 조보간을 꺼내 무조의 힘을 주입하여 청동수정관으로 던졌다.

혼원구광석의 영체가 이 광경을 봤다면 아마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관 안의 물건들은 모두 연황지령의 보물들이었다.

무제 강자도 관 안의 물건을 전부 낚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진남은 진짜 대담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