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화 아, 이걸 잊고 있었네
"전황고목, 내 명에 따르라!"
진남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의지가 솟구치고 방원 일 리 안에 전의가 들끓었다.
전황고목들은 부름에 응하듯 나뭇잎으로 공격했다.
무려 수백 개의 고목들이 신위를 폭발시키며 거대한 나무 담장을 만들었다.
쿵-! 쿵-!
엄청난 폭음과 함께 커다란 산이 막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남은 아홉 그루의 무수를 드러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도 아마도 허무노인 같은 반제 급의 인물은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전의가 늘어난 진남은 실력도 엄청나게 늘어 있었다.
"응? 전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힘을 얻었어?"
허무노인은 안색이 변했다.
진후와 남궁위라는 두 천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도 전황고림 같은 곳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 수많은 수단을 써야 전의를 버틸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허무노인, 손을 잡고 단천 보물을 함께 찾으러 가자!"
진후와 남궁위는 정신을 차리고 허무노인에게 전음했다.
"그래!"
허무노인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남이 뿜어내는 전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 옆에 또 한 명의 무조 정상급의 여인이 있었다.
진남과 여인이 모두 전의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다.
"진남, 너와 내가 성씨가 같은 정을 봐서 고개를 숙인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진후가 호통쳤다.
그의 등 뒤로 성진 같은 무수가 솟아올랐다.
무수는 수많은 별빛으로 변해 진남에게 덮쳤다.
이상무수였다.
남궁위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허공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이는 장검을 꺼냈다.
그는 팔자 검기를 휘둘렀다.
허무노인은 한바탕 웃더니 손에서 허환지광(虛幻之光)이 번쩍였다.
그들은 반제의 강자와 두 무조의 정상급의 천재가 동시에 손을 쓰면 진남과 여인을 진압하는 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삼대 공격에 마주한 진남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발끝으로 땅을 차며 하늘에 솟아올랐다.
그의 등 뒤로 붕멸영역이 드러났다.
"불멸영역은 만물을 붕괴시키라!"
전의들이 진남에게 모여들었다.
진남의 몸에 걸치고 있는 갑옷은 실체가 될 것 같은 빛을 발했다.
붕멸영역은 빠르게 확장되었는데, 멀리서 보면 커다란 검은 동굴 같았다.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 세 사람은 표정이 변하더니 살초를 사용하고 바로 눌렀다.
쿵-!
허공이 진동했다.
커다란 붕멸영역은 마치 넘을 수 없는 장애물처럼 세 사람의 앞을 가로막고 아무리 공격해도 흩어지지 않았다.
"으흥, 사람 많다고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나는 영의 공주다. 천하의 영약, 내 명령에 따르라. 사방에서 모여와 천국을 이루거라!"
허공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묘묘공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손으로 결인을 만들었다.
그녀는 마치 구천의 선녀처럼 기운이 비범했다.
전황 고림의 사방에서 빛들이 솟아오르고 변이한 천지 영약들이 날아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개의 영약들이 한데 모여 서로 다른 빛을 내며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뭉쳤다.
"저, 저건 무슨 수단이야?"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는 깜짝 놀랐다.
사방의 영약을 호령하는 수법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무슨 수단이든 숨기지 마라. 두 사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
허무노인이 나직하게 외쳤다.
그의 백발이 한 올씩 거꾸로 곤두서기 시작했다.
허환지도(虛幻之道)를 부리려는 징조였다.
진후와 남궁위치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동시에, 엄청난 기세가 그들의 몸속에서 출렁였다.
그들은 제방 삼십일 위, 삼십구 위의 천재로서 싸움 경험이 풍부하고 무도의 마음도 비할 데 없이 단호했다.
'어떻게든 진남을 진압하겠다!'
그런데, 바로 이때였다.
전황고림에서 하늘을 놀라게 하는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웅장한 바람이 밀려와 수림은 마구 흔들렸다.
진남과 묘묘공주는 깜짝 놀랐다.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 세 사람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숲의 가장 깊은 곳에서 공포의 존재가 깨어났음을 느꼈다.
"네가 사방의 전의를 끌어당겨서 저 안에 있는 것이 깬 것 같아. 이 세 놈을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자."
묘묘공주는 진남을 잡더니 셋을 보지도 않고 빠르게 날아갔다.
계속 싸워봤자 별 의미가 없었다.
그 안의 지보와 기연이야말로 중요했다.
"어딜 도망가?"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 세 사람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진압하라!"
묘묘공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조용히 내뱉었다.
수천 개의 영약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영력을 전부 터뜨렸다.
영력들은 커다란 산을 변해 그들을 진압했는데, 마치 하늘을 가득 채운 폭풍우 같았다.
"안 돼!"
세 사람의 얼굴빛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
영약들은 영이 있어 도저히 신법무예로 피할 수가 없었다.
모조리 파괴해야 했다.
때문에, 그들의 발목이 잡혔다.
* * *
같은 시각, 수림 속.
방금 첫 번째 대결에서 진남의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런 변고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왼쪽 눈을 움직여 앞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희끄무레한 것만 볼 뿐 그 속은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공주, 이 안에 도대체 뭐가 있어?"
진남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응, 우연히 고서적에서 봤는데."
묘묘공주는 말했다.
"이 고림 뒤에는 엄청난 강자가 죽은 곳이 있어. 그 강자는 죽기 전에 억울해서 연황전장의 전의를 이용하여 수많은 시골, 법보, 영약 등을 수집해서 환생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실패했대."
"환생?"
진남의 눈에 의아함이 드러났다.
그런 놀라운 수단을 창람대륙에서 해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석청범이 대제로 환생시킬 수 있었던 것도 전생의 기연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결국 실패한 후 강자는 죽었어. 하지만 그가 연황전장의 전의와 결합하고 전에 모아둔 시골 등까지 합쳐져서 신비한 변화가 일어났지. 그래서 생겨난 곳이 월광동이야. 하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들어가 봐야 알겠지."
묘묘공주는 앞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가에 곡선을 그렸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리 궁금해도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태도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 왔어!"
* * *
같은 시각 전황고림 밖.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는 강한 제술을 사용하여 영약들을 부쉈다.
수많은 강기가 주변으로 번졌다.
한참 후, 그들은 잠잠해졌다.
"고작 진남에게 이렇게 많은 수단이 있고 강자도 따라다닐 줄이야!"
진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허무노인, 남궁위와 달랐다.
그들은 단지 진남이 가진 단천 보물을 원했고 진후는 그것만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남을 상당히 불쾌해했다.
종문에서 진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제자가 항상 진남과 진후가 성이 같다느니, 진남이 진후의 형님이라느니 하는 일로 놀려줬다.
그래서 진후는 진남을 미워했다.
그런데 진남을 놓치게 되자 그는 더욱 불쾌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느냐?"
남궁위가 물었다.
그는 전황고림을 바라보며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너희 둘은 겁을 먹은 게냐?"
허무 노인은 차갑게 웃었다.
"그럼 내가 먼저 가겠다."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반짝이며 수림에 들어섰다.
"우리도 따라가자.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진남과 그 여인이 먼저 당하겠지."
진후도 잠깐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
* * *
전황고림 깊숙한 곳.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앞을 살폈다.
전황고림은 점점 나무가 적어지더니 암홍색 큰 길이 나타났다.
큰길의 끝에는 세 개의 청색 산맥이 솟아 있었고, 그 가운데는 커다란 공지였다.
그 공터에는 엄청난 전의가 느껴졌는데, 전황고림보다 훨씬 많았다.
진남은 전의가 뭉쳐서 생긴 전령이 그 가운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따라와."
묘묘공주가 입을 열려고 했다.
"아니, 내 뒤를 따라와."
진남은 단호하게 말하더니 먼저 앞으로 나갔다.
묘묘공주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이 녀석……. 이렇게 패기 있게 행동하니! 멋있잖아!'
둘이 골짜기에 발을 들여놓자 방대한 전의가 거세게 밀려왔다.
진남은 낮게 외치며 이 전의를 끊임없이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몸에 걸친 전의 갑옷은 완전히 실체로 뭉쳐 빛을 반짝이는 것이 마치 신의 갑옷 같았다.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전령들은 그 모습을 보자 멀리 피하며 공격하지 않았다.
"시체가 많구나……."
진남의 발걸음을 늦추고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그들은 앞에 있는 수많은 시골을 보았다.
시골들은 전부 팔이 부러진 잔해들이었다.
어느 하나 완전한 것이 없었다.
시골들은 전의를 풍기는 것 외에 아무런 의지가 없었다.
무척 평범했다.
이곳에 있는 시골은 강자들의 시골이라 의지가 없을 리 없었다.
시골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신비한 힘에 의해 빼앗긴 것이 분명했다.
"저거 월광동 아냐?"
진남은 한참 걸었지만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못했다.
문득 고개를 들자 멀지 않는 동굴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밤하늘의 달빛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것 같아."
묘묘공주는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하다. 방금 그 포효는 어떤 것이 깨어난 소리였는데 왜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
진남은 고개를 들어 나직하게 외쳤다.
"전령, 가 보거라!"
하늘에서 떠다니던 전령들은 몸을 흠칫하더니 월광동으로 날아갔다.
쿵-!
전령들이 동굴 입구에 거의 도착하자 청색 비늘이 가득한 손 하나가 쑥 나와 전령들을 산산조각 냈다.
달빛을 받으며 크고 시뻘건 눈이 나타나 진남과 묘묘공주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응?"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붉은 눈동자가 나타나자 진남은 보이지 않는 힘의 충격을 받았다.
힘은 방대했는데 전의 갑옷이 아니었다면 뒤로 밀려났을 수도 있었다.
이 동굴의 거대한 짐승은 반제인 것 같았다.
하지만 평범한 반제는 아니었다.
"진남, 저건 지옥전천룡(地獄戰天龍)이다. 용족인데 여섯 쌍의 날개가 있고 여덟 개의 발이 있어! 용족의 대제 강자가 죽은 후 전의 영향을 받아서 변이한 것이야.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저것은 월광 동굴에 있는 광한화(廣寒花)를 지키는 중이야!"
묘묘공주가 전음했다.
"지금은 좀 어려워. 저것은 월광동에서 생겨나고 월광천석의 힘을 받기에 무제 강자가 와도 억지로 물리칠 수 없어!"
"응?"
진남이가 예민하게 눈치를 챘다.
"광한화도 영약이잖아. 네가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니야?"
"광한화는 달라. 지금 내 능력으로 움직일 수 없어. 내가 여기에 오자고 한 것도 광한화 때문이야."
묘묘공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예전의 그녀였다면 고작 광한화 따위가 감히 안 나올 수 있을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옥전천룡은 월광동에 있으면서 무제 강자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억지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아, 맞다. 이걸 잊고 있었네."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그때, 지옥전천룡이 우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천한 인간들아, 썩 물러가거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의 쓰레기 같은 몸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
그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