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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04화 (604/1,498)

604화 내장 안쪽으로

"공주, 용호산맥에 다녀와야겠어."

진남은 말했다.

"응?"

묘묘공주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같이 갈게."

둘은 용호산맥 위로 날아갔다.

예전의 진남에게 용호산맥은 신비하고 엄청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척 작게 보였다.

그는 왼쪽 눈으로 훑어보았다.

산맥의 모든 기연과 흉지 등이 한눈에 보였다.

"동굴은 저기에 있어."

진남은 곧 편벽한 산골짜기에 내렸다.

산골짜기에는 거대한 동굴이 있었고 입구에는 삐뚤삐뚤한 글자가 새겨졌다.

'용호동천'

묘묘공주는 말없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

어떤 일들은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먼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진남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

진남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에는 강한 금제가 있었지만, 진남을 막진 못했다.

진남은 동굴에 들어서자 수십 장이 되는 석실을 발견했다

석실에는 많은 물건들이 놓여 있어 약간 어수선했다.

중간에는 부들방석이 있었는데, 수련할 때 사용하는 것 같았다.

진남은 시선을 돌렸다.

많은 그림들이 보였는데, 모두 절세미인들이었다.

다만, 그녀들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이놈이……."

묘묘공주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욕을 퍼부었다.

진남은 마른기침하며 살펴보았다.

이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난 영기 파동은 아침이었다.

즉, 진남이 동주에 왔을 때 용호는 이미 동굴을 떠났다.

"그는 떠났어."

진남이 말했다.

"응."

묘묘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떤 글을 발견했다.

"부들방석 옆에 글자가 있어."

진남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다가가 보니, 정말로 글이 있었다.

글은 무척 작고 영기 파동이 없었다.

그래서 진남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글을 확인한 진남이 침묵했다.

묘묘공주는 그의 곁에서 고개를 내밀고 가볍게 읽었다.

"만약 다시 기회를 준다면 심마의 조종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절대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공격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없다……."

공주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동굴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진남은 마치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공주는 나지막이 물었다.

"너…… 아직 그놈을 원망하는 거지?"

진남은 그녀를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그는 용호가 그에게 남긴 말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진남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손가락을 구부리더니 석판에 휙휙 그었다.

'형(兄)' 자가 떠올랐다.

"무슨 뜻이야?"

묘묘공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은 크게 말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

그는 '형' 자 하나만 남겼다. 나머지 '제(弟)' 자는 용호가 쓰도록 비워뒀다.

'원망?'

그는 사실 진작부터 마음이 풀렸다.

진남이 용호에게 떠나라고 한 것은 어떤 얼굴로 그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성현이 아니었다.

형제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자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용호의 감정 때문에 사악한 악마가 마음에 비집어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사실이었지만.

"하루빨리 다시 만나 함께 풍운을 일으키자."

진남은 작게 중얼거리고 공주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가자, 연황전장으로 돌아가자."

가족의 안전은 이미 보장되었다.

옛날 친구들의 행방도 알게 되었다.

진남은 다시 전력을 다하여 제방 정상을 빼앗을 때가 되었다.

며칠 후, 진남과 공주는 연황전장에 다시 돌아왔다.

둘이 내장에 도착했을 때는 소식을 받은 흑룡 통령 들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공, 공주의 분부대로 찾은 보물입니다."

흑룡 통령은 아쉬운 표정으로 저장주머니를 건넸다.

"음, 잘했다."

묘묘공주는 힐끗 살피더니 말했다.

"이중 반은 너희들이 가지거라."

"정말입니까?"

흑룡 통령 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많은 보물을 찾았지만, 자신들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이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더냐?"

묘묘공주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무주무수를 전부 내놓거라."

"문, 문제없습니다. 누가 무주무수를 가지고 있느냐? 얼른 내놓아라."

흑룡 통룡은 호통을 쳤다.

저장주머니에 있는 것들과 비교하면 무주무수는 별 게 아니었다.

저장주머니를 받은 묘묘공주는 뒤적거리며 분류하더니 저장주머니 하나를 진남에게 주며 콧방귀를 뀌었다.

"너 요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나는 어른이니 봐줄게. 이거 너 가져."

"나를 준다고?"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저장주머니를 받았다.

그 안을 살펴보던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장주머니에는 열 개의 무주무수가 있었고 또 진귀한 이보들도 있었는데, 전부 무조의 나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고맙다, 공주."

진남은 심호흡하며 말했다.

진남이 다섯 개의 무수를 가진 것을 본 묘묘공주가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이었다.

무조의 나무가 많으면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진남은 공주가 수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이보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진남은 예전에 무주무수 하나를 얻으려고 크게 싸웠다.

역시 옛말이 맞았다.

짧은 시간에 거대한 재부를 축적하려면 약탈만이 빠른 경로였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탈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사람들마다 성격이 달라서 진남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은 이를 약탈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만약 약탈했다면 그의 본심과 다르게 행동한 것이라 잃는 게 더 많았다.

"연황전장 내장의 외곽은 재미없어. 진남, 나랑 안쪽으로 가자. 마침 찾고 있는 물건이 있어."

묘묘공주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어때?"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잔뜩 흥분했던 흑룡 통령 일행은 안색이 변하고 목소리가 떨렸다.

"고, 공주……. 안쪽에도 가시려고요?"

그들은 연황전장에 오랫동안 몸을 담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장의 안쪽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엄청난 전의가 있었기에, 반보 무제 강자라도 최선을 다해 막아야 했다.

그러니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반신지국의 천재가 중주에 와도 가장 깊은 곳에는 가지 않았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묘묘공주는 무시하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겁을 먹어?"

"그게……."

흑룡 통령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반박하려고 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체면보다 목숨이 더 중요했다.

"공주, 마침 내 뜻과 같구나."

진남은 궁양의 지도를 봤기에 내장의 깊은 곳에 몇십 개의 위험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곳일수록 큰 기연을 얻을 수 있었다.

'위험이 있으면 어때?'

진남이 얻은 무주무수 등을 함께 연화한다면 효과가 더 선명할 것이었다.

흑룡 통령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다.

'배짱이 대단하구나……. 그렇게 위험한 곳에 망설이지도 않고 가겠다니.'

"너희들은 내장 밖에서 내가 알려준 곳들을 전부 가보거라. 안에 위험이 다 사라지면 그때 들어오라고 할게."

묘묘공주는 흑룡 통령 일행을 힐끗 보더니, 진남과 함께 안쪽으로 날아갔다.

"형님……. 저들이 죽지는 않겠죠?"

둘이 떠나자 흑룡 부통령은 저도 몰래 물었다.

"그딴 건 왜 물어보는 거냐? 생각해보면 몰라?"

흑룡 통령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 * *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골짜기가 가득하고 전의가 하늘을 찌르는 검은 땅 위.

쾅-!

진남은 단천도를 들고 불명영역을 드러냈다.

그는 마치 마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같았다.

그가 지나는 곳이면 악마 수라 등이 전부 녹아내렸다.

묘묘공주는 옥수를 휘둘러 현광을 번쩍거리며 적들을 한 무리씩 죽였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연황전장은 역시 평범하지 않군. 이 정도 전의라면 설령 무조 정상급의 강자라고 해도 영향을 받을 거야."

진남은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는 이보를 가져가며 묘묘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온몸에 전의가 짙어지고 피가 들끓었다.

그의 몸은 이곳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힘이 삼 할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공주는 달랐다.

그녀는 전신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묘묘공주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풍겨 그녀의 고귀함이 돋보였다.

그녀는 전의가 짙은 곳에서 움직여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진남, 거의 다 왔어."

묘묘공주는 말했다.

"우리가 갈 곳엔 전황고목이 가득하고 대제 강자들의 시골도 있을 거다.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문제없어."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는 천하의 영약을 조종할 수 있는데, 이런 비경에서 그 작용이 엄청나게 컸다.

잠시 후, 앞쪽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었다.

나무들은 모두 길이가 십 장이나 되는데 줄기가 굵었다.

놀라운 것은 나뭇가지, 나뭇잎들이 모두 꼿꼿이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전혀 구부러지는 곳이 없이, 마치 칼날과도 같았다.

이것이 공주가 말한 전황고목이었다.

진남은 한 번 훑어보고 예리하게 발견했다.

고목들이 영성을 가졌고, 숲에는 전의가 세 배나 높아 실체로 모이기 직전이었다.

"어쩐지 흑룡 통령 일행이 저렇게 두려워하더라니……."

진남은 중얼거리며 묘묘공주와 함께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촤륵-!

황폐한 고목 하나가 갑자기 살아난 듯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그 힘이 엄청났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의도 두 사람을 진압했다.

"응?"

진남의 눈에 살기가 떠올랐다.

그는 하늘 가득한 전의를 전부 빨아들였다.

전의는 그의 몸에 몰려들어 전의 갑옷으로 변했다.

주변의 전황고목들은 부르르 떨더니 나뭇잎을 휘달리며 가지를 거뒀다.

"불공평해. 연황전장은 너에게 집과 같잖아."

묘묘공주는 진남의 몸을 둘러싼 전의 갑옷을 보자 입을 삐죽거렸다.

"너도 전의의 영향을 전혀 안 받잖아."

진남은 어이가 없다.

전황고림에 들어선 후 공주는 옅은 천지의 힘을 풍기며 뚫을 수 없는 장막을 만들었다.

그때, 진남과 묘묘 공주는 눈을 마주쳤다.

둘은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강자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쿵-!

삼십 장도 채 안 되는 곳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진남과 공주는 고개를 돌렸다.

흰색 도포를 입은 백발에 동안의 노인이 총채를 들고 있었다.

그 앞에는 금관을 쓴 청년과 보라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있었다.

셋은 엉켜 싸우고 있었다.

"저들이었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궁양이 그에게 준 지도는 언급된 바 있었다.

그들은 표묘환부의 반제 강자 허무노인, 제방 서열 삼십일 위 진후, 삼십구 위 남궁위였다.

"누구냐?"

허무노인과 진후, 남궁위 셋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진남을 쳐다봤다.

그들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살초를 멈추었다.

"……진남?"

세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그 유명한 진남과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온몸을 팽팽하게 조여오는 전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하. 진남 도우, 오래전부터 이름을 들었다. 오늘 만난 걸 보니 정말 인연이 있구나. 그럼 나를 따라오거라. 상의할 게 있다!"

허무노인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두 눈에 음침함이 드러났다.

그는 들고 있던 총채를 휘둘렀다.

커다란 산이 곧장 진남을 진압했다.

비록 표묘환부에서 석청범이 절대 진남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허무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을 제압하면 단천 보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천 보물을 얻으면 역천개명하고 대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그가 어찌 손을 대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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