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화 왜 이렇게 약하지?
진불회가 단약과 불광으로 치료해준 덕에 이 주 향의 시간이 흐른 뒤 진남은 신음을 흘리며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습……"
눈을 뜬 진남은 고통에 찬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뼈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어? 진불회? 네가 나를 치료했어?"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진남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진 걸 보고 깨달았다.
"도련님, 진짜 대답합니다. 그렇게 대단한 공격도 도련님을 상처를 입히지 못하다니. 도련님은 대제가 환생한 것처럼 위엄이……"
천기견들이 꼬리를 흔들며 진남을 칭찬했다.
"저리 비켜라."
진남은 화를 내며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이 두 송이의 흑름고화는 너희 둘이 하나씩 나눠 가지거라. 너희 셋은 이 한 송이를 나누거라."
진남은 세 송이의 흑름고화를 내밀었다.
"어……"
진불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진 시주, 이 흑름고화를 나에게 주는 거냐?"
"네가 나를 구했으니 당연히 한 송이 줘야지."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진불회는 흑름고화를 손에 쥐었지만,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단약 몇 알과 불광을 조금 일으켰을 뿐인데 이렇게 큰 보답을 받다니?'
"진남 시주, 고맙다!"
진불회는 맑은 눈빛으로 서둘러 말했다.
"우리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자."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 상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굴?'
진불회 등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남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방금 금제의 위력을 직접 봤다.
그러나 동굴 안은 스친 흔적 외에 전혀 망가진 것 없었다.
동굴 궁전 안의 시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역시."
고화(古畵)를 보던 진남은 눈에 빛이 스치더니 말했다.
"이 고화의 선마동이라는 세 글자가 사라지고 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글자가 사라지면 우리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다."
모두들 고화를 바라보았다.
진남의 말대로였다.
"설마 이건 시련일까?"
진불회가 물었다.
"맞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일어난 열 개의 붉은색 빛과 지도 그리고 선마동 안의 모든 것들은 시련이었다.
하나하나 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어느 단계에서나 문제가 생기면 안 되었다.
그렇게 되면 완전히 실패하는 것이었다.
"글자가 사라지려면 아직도 세 시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수련이나 하자."
말을 마친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우화천정을 꺼냈다.
진불회 등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흑름고화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우화천정은 기묘하구나. 정혈로 연화해야 하네."
잠시 관찰하던 진남은 손끝에서 정혈을 짜 정석에 떨어뜨렸다.
새빨간 빛이 안에서 반짝거렸다.
묘한 힘이 흘러나와 진남의 체내에 들어가더니 아홉 그루의 무수와 결합하였다.
자아무수나 전신의 무수나 나뭇잎, 나뭇가지, 나무줄기 등이 모두 위로 자라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제술의 오묘함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오르더니 자연적으로 변했다.
"좋은 물건이구나."
진남은 기뻤다.
그는 심신을 가다듬고 무조 나무를 진급시키는 동시에 묘한 힘을 이용하여 붕멸제술을 느꼈다.
어느덧 세 시진이 흘렀다.
그동안 진남은 우호정석을 완전히 연화했다.
그의 체내의 아홉 그루의 무수도 더욱 커져 조금만 더 자라면 돌파하여 새로운 단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붕멸제술은 아직 조금 부족했다.
진남은 진불회 등을 힐끗 보았다.
흑름고화를 연화한 후 그들은 전부 새로이 돌파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가자. 글자가 사라졌다."
진불회 등은 일제히 눈을 떴다.
이때, 해골 소홍이 말했다.
"주인님, 모든 강자가 죽은 후에 후계자가 자신의 의발을 물려받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진불회 등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한 가지를 홀시했다.
많은 강자들이 전승을 남겨 천재들을 모여들게 하는 건 환생하고 몸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어떤 강자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비뚤어져 천재들을 잔인하게 죽여 마음속의 만족을 얻으려 했다.
"음……. 알았어."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눈에는 두려움이 조금도 없었다.
반신의 무덤에는 위험이 많았다.
그러나 그만큼 보장도 많고 기우도 많았다.
실력을 늘리려면 아무리 난관에 부딪혀도 물러설 수 없었다.
진남은 고화를 보더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발끝을 튕겨 고화 안으로 들어갔다.
진불회 등도 뒤를 따랐다.
휙-!
그들은 새로운 세계의 대문에 들어선 것처럼 새로운 공간에 들어왔다.
"이건……."
고개를 들고 보던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의 발아래는 태고의 도장이었다.
도장 위에는 썩은 시체들이 가득했다.
도장 주위는 끝없는 어둠이 가득했다.
고화 속은 아무런 기운도 없고 생명도 없었다.
"도…… 도련님. 우, 우리 길을 잃은 것 아닙니까?"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기이한 광경에 말을 더듬거렸다.
이때, 도장의 다른 방향에서 물결 같은 파동이 일었다.
네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진남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는 그림자들이 눈에 익었다.
이성 세력 청성산의 진전제자들이었다.
청성산의 네 진전제자는 진남 등을 보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다.
도장의 두 곳에서 파동이 다시 한 번 일더니, 두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무극신맹과 검문에서 온 진전제자들이었다.
"여기는 어디냐?"
"너희들도 어떻게 여기로 왔느냐?"
사람들은 경계하는 눈길로 서로 마주 보았다.
'이들은 모두 지도를 발견하고 시련을 통과하여 이 태고의 도장으로 전송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두 번째 심사구나.'
진남은 침착하게 분석했다.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모든 관문은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것이었다.
'반신의 무덤 주인이 유희를 하고 있는 건가?'
슥-
이때, 네 번째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본 진남은 얼떨떨했다.
송동과 다른 두 명의 용제원의 진전제자였다.
"진남, 너 심사를 통과했느냐?"
송동 등은 진남을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제방 서열 삼백일 위였다.
그의 실력으로는 대머리 중과 연합한다 해도 관문을 넘을 수 없을 터였다.
다른 세 진전제자는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신념으로 소통했다.
"너희들이 통과할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통과할 수 있지."
"그래? 그럼 축하해줘야겠구나!"
송동 등의 입가에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
앞에 있는 도장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면, 그들은 이미 진남을 톡톡히 혼냈을 것이었다.
땅-!
이때, 귀청을 찢는 구리방울 소리가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천재들은 모두 안색이 변하여 일제하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어느샌가 도장의 허공에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시뻘건 눈동자 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각종 귀신을 본 진전제자들은 모두 소름이 끼치고 몸이 싸늘해졌다.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방금 왼쪽 눈을 움직여 이상한 흰색 빛을 봤다.
'이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빛이 변한 건가?'
"천재들 안녕? 이렇게 젊은 몸이 있다니, 부럽구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묘한 말을 했다.
"자살도장에 온 걸 환영한다."
'자살도장?'
도장의 분위기가 살짝 굳었다.
"안심하거라. 스스로 자신을 죽이라는 거 아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간단하다. 너희들의 앞에 낡은 거울이 나타날 것이다. 너희들은 거울 속의 자신을 지우면 된다."
말을 마친 그가 소매를 휘젓자 몇십 개의 빛이 천재들 앞에 떨어져 낡은 거울로 변했다.
낡은 거울은 높이가 일 장이고 넓이가 반 장이었다.
테두리에 용과 봉황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없애라고?"
천재들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깨달았다.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거울 속의 자신은 외모 등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경지도 우리와 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지닌 제술도 있을 것이다. 즉, 자신과 싸우라는 것이구나.'
이 심사는 본질적으로는 심성과 수단을 심사하는 것이었다.
낡은 거울은 모방 능력이 대단했지만, 사람을 완전히 복제할 수 없었다.
복제할 수 없는 비장의 수가 많을수록 거울 속의 자신을 해결하는 것도 더 쉬울 터였다.
"거울 속의 자신을 지운 후 내 앞으로 오면 심사에 통과한 것이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목소리가 묘했다.
천재들의 눈에 언뜻 빛이 스쳤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도장 상공에 떠 있었다.
날아간다면 눈 깜짝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재미있구나."
진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심사를…… 시작하겠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잠깐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쿵-!
순식간에 천재들의 앞에 있는 거울 속의 자신이 두 눈에 강한 신광이 번쩍이더니 주먹과 손바닥을 날렸다.
진작에 준비하고 있었던 천재들은 제술을 움직여 저항하기 시작했다.
진남은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을 반짝이더니, 살짝 움직여 앞에 있는 '진남'의 공격을 피했다.
"응?"
기이한 점을 발견한 진남은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이 거울 속의 나는 왜 이렇게 전력이 약하지?"
거울 속의 '진남'은 무조 오 단계의 경지였지만, 다른 수단은 없었다.
"낡은 거울은 전신의 왼쪽 눈, 단천도 등은 모방할 수 없나 보구나."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사실 낡은 거울이 전신 등을 모방할 수 있다면 진짜 큰일이었다.
"응? 저 자식은 좀 이상하구나."
허공에서 천재들과 '자신'의 싸움을 지켜보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뭔가 발견하고 고개를 돌려 진남을 봤다.
시뻘건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낡은 거울은 천재들의 모든 걸 모방할 수 없지만, 일부 제술은 모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 앞의 '자신'은 제술을 조금도 모방하지 못했다.
진남의 모든 것이 낡은 거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장에는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남은 힐끗 둘러보았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해골 소홍, 진불회는 이미 돌파하기 시작했다.
이번 심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공정한 편이었다.
경지가 높을수록 마주한 자신이 더 강하고 경지가 낮을수록 마주한 자신이 더 낮았다.
"스스로 흩어지거라."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두 눈에서 강력한 전의가 불타올랐다.
"하하, 내가 바로 너이다. 나더러 스스로 흩어지라고? 너는 나를 격파할 수 없다."
거울 속의 '진남'은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진남의 오른팔이 칼로 변하여 갑자기 내리쳤다.
"너의 오른손은 칼이구나. 그런데 나는 왜……."
거울 속의 '진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르릉 하는 폭발음과 함께 낡은 거울이 두 동강 났다.
단천도는 모든 걸 자를 수 있었다.
"누구야?"
"어? 저자가?"
"진남이 이렇게나 빨리 자신을 죽였어?"
거울 속의 자신과 싸우던 천재들은 이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상황을 해결한 사람이 그들이 무시하던 진남일 줄 몰랐다.
'이렇게 되면 진남이 가장 먼저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 옆에 도착하는 거 아니야?'
도장의 분위기는 굳어졌다.
진남이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재미있구나. 낡은 거울마저 자를 수 있다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몸을 날려 빠르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속도를 높여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