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화 지금 진남을 공격할까?
"불회, 백 리 밖부터 우리가 있는 여기까지 이 범위 내의 모든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진남은 물었다.
"이상하다고? 그러고 보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진불회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높은 곳에서 살펴보자."
진남은 발끝을 튕겨 하늘로 날아올랐다.
족히 백여 리 날더니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전신의 왼쪽 눈, 떠라!"
진남의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방원 팔백 리의 산과 강이 모두 희미해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위에 덮여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베라!"
진남이 팔을 젓자 도기가 솟아올라 보이지 않는 힘을 산산조각 내고 아래쪽 땅 위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지도인가?"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산맥, 수림, 강은 지도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지도?"
진불회 등은 어리둥절했다.
"너희 셋, 진법을 움직이거라. 동, 남, 북쪽에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면 되겠느냐?"
진남은 지도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말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진불회는 그 모습을 보곤 얼떨떨했다.
"도련님, 동쪽으로 갑시다. 남쪽과 북쪽은 매우 위험합니다. 동쪽도 위험하지만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복과 화는 서로 따릅니다."
천기견들이 엄숙하게 말했다.
진불회는 가슴이 떨렸다.
'저 못생기고 옹졸한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점을 칠 줄도 아나?'
"주인, 여기는 공간이 매우 넓습니다. 방원 팔백 리가 지도 한 장이면 다른 곳에도 지도가 있을 겁니다."
해골 소홍이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홍이 일깨워주고 나서야 진남은 깨달았다.
방금 나타난 열 개의 붉은색 빛은 천재들을 이끌어 하늘로 날아오르게 하려는 수단이었다.
하늘로 날아가는 도중에 지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동쪽으로 가자."
진남은 말했다.
계속 날아가며 진남은 두 번째, 세 번째 지도를 발견했다.
하지만 천기견들과 천기서의 추리에 따르면 이곳들은 첫 번째 지도보다 좋은 점이 많지 않았다.
꼬박 세 시진 날아가니 커다란 산맥이 진남 등의 앞에 나타났다.
산에서 가끔씩 강대한 요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응? 무조 팔 단계의 요조인가? 이 산맥은 보통이 아니구나. 너희들은 나를 따르거라."
진남은 말했다.
진불회가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자 불광이 그들을 덮었다.
그들의 기운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진불회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말했다.
"나는 무예를 좋아한다. 다만, 보제사에서 많은 숨겨진 법문을 배웠을 뿐이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그의 말에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은 약탈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산맥으로 들어갔다.
진남의 왼쪽 눈과 불광의 도움으로 그들은 요수들을 만나지 않고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산골짜기 안에 있다."
그는 왼쪽 눈으로 산골짜기 안에서 매우 신비한 기운을 발견했다.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가서야 기운이 어디서 솟아나는지 발견했다.
동굴이었다.
동굴 입구는 크지 않고 높이가 오 장 정도 되었다.
동굴 입구에는 요수의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요수들은 예리한 칼날에 갈기갈기 찢겨 피가 사방에 튀어 있었다.
매우 비참했다.
"아미타불."
진불회는 두 손을 한데 모았다.
"나를 따라오거라. 다른 곳을 딛지 말거라."
진남은 단호히 말했다.
그는 전의를 끌어올려 왼쪽 눈을 최대로 운용했다.
요수들은 모두 동굴 앞의 금제 때문에 죽었다.
하지만 그에겐 왼쪽 눈이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남은 일행을 거느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금제들을 전부 피하고 조금도 위험하지 않았다.
진불회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진남을 오래 만날수록 그는 진남의 수단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걸 발견했다.
동굴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가끔 큰바람이 불어와 악귀처럼 윙윙 소리를 냈다.
절반쯤 들어가니 동굴 안의 온도가 갑자기 낮아졌다.
"빛이 있다."
진불회는 눈에 불광을 반짝거리며 기쁘게 말했다.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빛이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얼마 안 돼 앞이 훤해지고 동굴 안에 궁전이 나타났다.
궁전에는 커다란 두루마리가 걸려 있었다.
두루마리에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선마동(仙魔洞)'
"선마동? 흥! 이름은 패기가 있구나. 하지만 우리 도련님이 수단을 조금 부리면 바로 뚫을 수 있을 거다."
천기견들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의 말이 끝나자 선마동 세 글자가 격렬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우르릉-!
옛 형상들이 두루마기에서 걸어 나와 엄청난 살기를 띠고 진남 등을 향해 뛰어왔다.
"어억!"
천기견들은 놀라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옛 형상들은 그림 속에 남은 의지였다.
그는 혼자서 이것들을 상대할 수 있지만, 해골 소홍과 천기견들, 천기서는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일사일세상, 일엽일보리……."
이때, 진불회가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손에 강력한 불광이 반짝이는 염주를 굴리며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윙-
그러자 그들 앞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펼쳐진 것 같았다.
미친 듯이 공격해도 장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진불회의 소리와 함께 불광이 점점 커지더니, 앞으로 휩쓸어가 그림자들을 모두 없앴다.
잠시 후 눈앞이 깨끗해졌다.
펑-!
진불회가 쥐고 있던 염주가 터졌다.
그는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두 손을 합장하고 염불을 읊었다.
"고맙다."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하고 천기견들을 흘겨봤다.
"스님, 고맙습니다!"
천기견들이 쫄랑쫄랑 달려와 발을 모으고 인사했다.
"시주들 괜찮다."
진불회는 웃으며 말했다.
"목숨을 지키는 염주일 뿐이다. 아직도 몇십 개나 있다. ……어?"
말을 하던 진불회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진남 등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동굴 안으로 눈길을 돌렸다.
"응?"
해골 소홍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진남은 그녀의 눈길을 따라 보았다.
동굴 궁전 안에 오래된 시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시체는 머리를 약간 숙이고 몸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오래된 시체는 왼손에 회흑색의 네모난 정석을 쥐고, 오른손에 세 송이 검고 낡은 꽃을 쥐고 있었다.
"흑름고화(黑凜古花) 세 송이? 헉……! 저건 우화천정인가?"
진불회는 놀란 표정으로 두 가지 물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승의 위엄이 조금도 없었다.
"이 두 가지 물건은 어떤 쓰임이 있느냐?"
진남은 전혀 놀라지 않고 물었다.
"흑름고화를 복용하면 무조 나무가 한 단계 돌파할 수 있다. 단, 한 사람이 한 송이만 복용할 수 있다.
그리고 우화천정은……. 혹시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고 들어본 적 있느냐? 흑름고화처럼 대단하진 않지만 무조 나무와 자신의 모든 걸 한 등급 진급시키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불회의 눈에 놀라움이 여전히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그의 말을 듣고 침을 삼켰다.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드러났다.
'이 두 가지 보물에 이런 큰 작용이 있을 줄 몰랐구나.'
"주인님, 시체에 금제가 남아있어요. 흑름고화를 가져가면 어느 정도 충격을 받게 될 것이에요. 만약 우화천정을 가져가면 더 큰 공격을 받게 될 거예요."
해골 소홍이 싸늘하게 말했다.
"무조 구 단계의 강자라도 버티지 못할 수 있어요."
진불회,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목을 움츠렸다.
보물이 아무리 좋아도 이건 너무 위험했다.
"그래?"
진남의 눈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는 세상의 보물을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러나 해골 소홍의 말대로라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체내에는 구리거울, 금인이 있었다.
신념, 의지 등의 공격이라면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전신의 왼팔은 아무리 강한 공격도 막을 수 있었다.
"해 볼 만하겠어!"
진남은 빠르게 결심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희들은 먼저 나가거라. 왔던 길로 돌아가거라. 동굴 일 리 밖에서 나를 기다려라."
"진남, 너……?"
진불회는 당황했다.
이 금제는 무조 구 단계도 버틸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괜찮으니 다들 나가거라."
진남이 낮은 소리로 외쳤다.
"……알았다!"
진남의 모습에 진불회는 뭔가 하고 싶었던 말도 모두 되삼키고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을 따라 나갔다.
진불회 등이 동굴 일 리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한 후 진남은 손을 저어 금제를 쳤다.
그의 체내에서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랐다.
아홉 그루의 무수가 동시에 드러났다.
오른팔이 천천히 부서지며 단천도가 떠올랐다.
"어디 너의 체내의 금제가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보자!"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체내의 전의가 솟아오르고 눈길도 사나워졌다.
기세가 정상으로 높아졌다.
휙-!
그는 손으로 우화천정과 세 그루의 흑름고화를 전부 잡았다.
전부 다 가질 생각이었다.
그 순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시체가 순식간에 살아나 천지를 뒤흔들 듯 포효했다.
시체는 터져 강대한 빛으로 변했다.
마치 세상을 압도하는 빛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런 공격은 보통의 무조 경지 십 단계도 버틸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단천도를 세 번 휘두르고 아홉 그루의 무수를 거두어들이고 왼팔을 높이 들었다.
우르릉-!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와 그를 덮었다.
동굴 일 리 밖에 있던 진불회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을 잡고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들 앞에 있던 선마동이 세게 흔들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산골짜기에 길이가 커다란 틈이 생겼다.
금제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던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불회는 넋이 나갔다.
'이렇게 엄청난 공격을 당했으니 진남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주인님!"
해골 소홍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진남을 발견했다.
진남은 온몸이 피투성이이고 호흡도 약했다.
매우 큰 공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의 두 손은 우화천정과 세 그루의 흑름고화를 꽉 잡고 있었다.
큰 공격을 받았지만, 두 가지 이보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스님, 살려주십시오!"
해골 소홍이 진불회를 향해 소리쳤다.
"어……? 살려달라고?"
정신을 차린 진불회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공격에도 죽지 않았다고?'
"어서요!"
해골 소홍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진불회를 향해 짖었다.
"좋아!"
진불회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진남에게 단약을 몇 알 먹였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으고 염불을 읊으며 불광을 뿜어 진남을 감쌌다.
해골 소홍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광으로 보아 진불회의 불도 조예가 낮지 않았다.
진남은 괜찮을 것 같았다.
진불회는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진남의 실력을 잘 알았다.
'등급을 넘어 싸운다 해도 기껏해야 무조 경지 칠 단계 정도일 거다. 그런데 방금 전의 빛을 어떻게 막았지? 설마 대제의 부적을 썼나? 한데, 대제의 부적을 썼다면 나는 왜 제위를 느끼지 못했을까?'
의문을 품은 채 진불회는 진남의 손에 있는 두 가지 이보를 봤다.
심장이 덜덜 떨렸다.
'진남은 중상을 입어 무방비 상태다. 그리고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진남을 공격할까?'
"아미타불, 됐다, 됐어. 나는 득도한 고승인데 이런 짓을 하면 안 되지."
문득 사형의 당부를 떠올린 진불회는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