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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66화 (566/1,498)

566화 저를 막으시겠습니까?

진남은 유영루에 신념을 전했다.

그리고 만상옥간에서 천도문에 관한 정보를 얻은 뒤 중도성으로 가는 진법을 타고 천도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천도문은 중주 북부의 제성평원(諸星平原)에 있었다.

"여기가 제성평원인가? 역시 아름다운 곳이구나."

진남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커다란 평원에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피어있었다.

땅에는 기이한 구슬들이 박혀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 같았다.

신비한 평원의 끝에는 커다란 궁전들이 있었다.

여러 진법들이 궁전을 둘러싸고 있어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저기가 천도문이겠구나. 호종신도(護宗神刀)는 저기 위쪽 하늘에 있을 테지?"

진남은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을 뿜으며 올려다보았다.

호종신도는 천도문의 종문을 지키는 지보이다.

소문에 의하면 삼천 년 전 칼을 잘 쓰는 무신 강자가 죽자 천지에 풍화(風火)대겁이 나타났다고 한다.

천지의 바람이 망치로 변하고 천지의 불이 화로로 변해 그의 육신을 엄청난 힘을 가진 신도로 만들었다.

그 신도가 바로 호종신도였다.

호종신도의 힘을 겪어본 사람은 아직 없었다.

천도문은 건립된 이래 이 칼의 보호를 받았기에, 세력을 끊임없이 키워도 감히 견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건……."

진남은 온몸이 긴장됐다.

구름 위에 아흔아홉 장이 되는 큰 칼이 떠 있었다.

칼에는 신비한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칼이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진남은 그 속에 담긴 엄청난 도의를 느낄 수 있었다.

도의를 전부 드러낸다면 천지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웅-

진남의 오른팔이 가볍게 떨렸다.

단천도는 괜찮은 상대를 만나 관심이 생겼는지 움찔거렸다.

"나중에 저 칼과 겨루게 해주겠습니다."

진남은 오른팔을 토닥거렸다.

지금은 단천도가 나설 때가 아니었다.

단천도는 전신의 오른팔이 변한 것이다.

단천대제가 생명을 불어넣고 만든 것이라 힘이 엄청났다.

진남은 단천도의 힘을 아직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단천도가 달려들어 호종신도를 박살 낸다면 일이 너무 커질 수 있었다.

단천도는 다시 가볍게 진동했다.

진남은 기침을 하고 단천도를 무시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천도문의 모든 대전은 계단처럼 겹겹이 이어졌다.

잡역(雜役)대전에서부터 웅장하고 대범한 장교대전까지 등급이 선명하게 구분되었다.

네 개의 잡역대전 중앙에는 태고 광석으로 만든 무척 대단한 천 장 크기의 도장이 있었다.

도장의 뒤쪽에는 커다란 청동문이 있었다.

문 위쪽에는 칠백일흔일곱 개의 피 묻은 단검으로 새긴 '천도문' 세 글자가 있었다.

도장은 시끌벅적하고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도장에는 커다란 검은색 비석이 있었는데, 무인들이 줄을 지어 어떠한 심사를 받고 있었다.

"표묘환부의 제자? 보제문, 무심종, 타마산장, 혼난문, 검문의 사람……."

진남은 그들을 살펴보았다.

여러 세력에서 온 칼을 쓰는 무인들이었는데, 경지가 낮은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진남이 도장에 내리자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구도고봉(九刀古峰)에 참가하려고 왔어요? 그렇다면 먼저 신분을 등록하고 도왕비(刀王碑)에 가서 도의를 심사받아야 해요."

진남에게 말을 건 사람은 천도문의 여제자였다.

진남은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는 제자들과 시끌벅적한 도왕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천도문에 들어가려면 도의를 심사받아야 했다.

아름다운 여제자의 안내를 받아 진남은 고목 탁자 앞에 갔다.

탁자 앞에는 피부가 하얀 뚱보가 앉아 있었다.

천도문 내문제자의 옷을 입은 그는 무조 팔 단계의 경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진남이 앞에 왔는데도 뚱보는 여제자들에게 농담하며 진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참 후, 뚱보는 귀찮은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문파의 영패를 보여줘."

뚱보는 풍진(馮振)이었다.

그는 천도문 내문제자 중 서열이 낮은 축은 아니었다.

그러나 얼마 전 내문제자 서열 이 위인 최립허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오늘 다른 문파 내문제자들을 맞이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풍진은 기분이 불쾌했기에 태도가 좋지 않았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영패를 건넸다.

"어? 진남? 이름이 왠지 익숙하네."

풍진은 힐끗 보더니 무언가 확인하고 바르게 앉으며 말했다.

"용제원 사람이야?"

그의 말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용제원과 천도문이 사이가 좋지 않은 건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용제원의 제자가 감히 천도문에 오다니?

"어라? 너 용제원 인족봉 봉주였어? 맞다! 생각났어, 진남! 얼마 전 제방순위전에서 칠백 위나 올라간 사람이지? 천도문 추살 명단 백은 등급에서 삼 위 원수!"

풍진은 안색이 크게 변하고 목소리가 떨렸다.

주변에 있던 외문제자들도 안색이 변했다.

다른 세력의 천재들은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도왕비 앞에서 심사를 받던 제자들도 그대로 얼어붙었다.

"진남? 저자가 진남이야?"

"뭐? 저자가 여기에는 왜 왔지?"

"허, 천도문 추살 명단에서 백은 등급이자 삼 위라고? 그런데 혼자 여기까지 온 거야?"

진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물었다.

"왜? 나는 구도고봉에 참가할 수 없느냐?"

"그게……."

풍진은 입을 벙긋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영패를 꺼내 신념을 주입했다.

이 일은 풍진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슉-

신념을 주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기운이 강한 장로들이 하나둘 비도(飛刀)를 타고 허공을 가로질러 도장에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자 엄청난 강풍이 불었다.

모두 열 명이었다.

장로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남이 감히 천도문에 올 줄은 몰랐다.

"하하, 진남. 배짱이 참 크구나. 이런 때에 감히 여기로 오다니!"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립허가 몇십 명의 내문제자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최립허는 소식을 받았을 때 경악했다.

그는 믿기지 않았지만,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데리고 도장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진남이 진짜 왔을 줄이야.

최립허는 흥분했다.

그는 진남을 인생 최대의 적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최립허는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줄지 않았다.

그런데 진남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좋은 기회가 아닌가?

쿵-!

허공이 무너지고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과 눈동자가 시커먼 중년 부인 그리고 몇십 자루의 칼을 멘 중년 사내가 동시에 나타났다.

무조 정상급 위압이 도장을 휩쓸었다.

장로들과 최립허는 화들짝 놀라더니 바로 인사했다.

"대장로, 이장로, 삼장로를 뵙습니다."

"응? 삼대 장로가 다 온 거야?"

"일이 커지는구나!"

"진남은 믿는 구석이 있을 거야. 무턱대고 천도문에 쳐들어왔을 리 없잖아?"

다른 종문의 천재들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은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네가 진남이냐? 천도문은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 살고 싶으면 썩 꺼지거라!"

대장로가 차가운 시선으로 호통쳤다.

그는 당장이라도 진남을 죽이고 싶었지만, 이렇게 온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살인 충동을 억눌렀다.

여러 장로들과 최립허 그리고 내문제자들이 몰려와도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꺼지라고요? 대장로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천도문 구도고봉은 천하의 큰 행사 아닙니까? 여러 종문에서 모두 사람을 보낼 수 있는데 왜 저는 거부합니까? 설마 고작 사적인 감정 때문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천도문은 속이 너무 좁습니다. 소문이 나면 다들 웃겠습니다."

장로들과 제자들은 이에 버럭 화를 냈다.

최립허는 머리를 굴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로, 이 자는 우둔하여 고집이 세고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이번 기회에 천도문에서 단단히 혼내줍시다!"

"너를 지지하는 세력이 누구든 오늘 단단히 혼내주마!"

대장로는 두 눈이 사납게 변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몇천 개의 도기가 나타났다.

이 공격을 맞으면 무조 팔 단계라도 폐인이 될 수 있었다.

진남은 산처럼 꿈쩍도 안 했다.

심지어 방어할 의지도 없어 보였다.

진남이 당당하게 천도문에 온 것은 당청산 때문이었다.

당청산이 그에게 오라고 했으니 다른 것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피하지 않는다고?"

대장로와 다른 장로들 그리고 최립허와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바로 그때였다.

도기가 떨어지려는 찰나,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미처 확인할 새도 없이 한 사내가 진남의 앞에 섰다.

사내가 팔을 휘두르자 엄청난 힘이 도기를 전부 부숴버렸다.

사내는 살황 당청산이었다.

"당청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대장로는 일순 당황하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

최립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청산과 진남이 사이가 돈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당청산이 나설 줄은 몰랐다.

다른 세력의 제자들은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그들은 천도문의 내문제자 서열 일 위인 당청산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당청산이 칼을 뽑으면 방원 오 리 이내 모든 것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진남은 제 사제입니다. 제가 요청해서 천도문에 온 것이고 천도문의 규칙에도 맞습니다. 그런데 왜 진남을 공격하는 겁니까? 오늘 제 기분이 좋으니 이에 대해선 더 따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또 공격을 한다면!"

당청산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등 뒤에서 흑도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다 죽이겠습니다. 설령, 어떤 이들은 제가 당장 죽일 수 없다고 해도 언젠가 반드시 목을 치겠습니다."

쿵-!

엄청난 살기가 장로들과 제자들을 향해 포효했다.

당청산은 혼자 힘으로 사람들과 맞섰다.

사람들은 가슴이 덜컹했다.

당청산의 살기는 너무 위험했다.

"너!"

대장로와 이장로 등은 화가 잔뜩 나서 고함을 지르려고 했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당청산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는 말 한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당청산이 입문할 때 외문제자 일 위를 죽이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열흘 후 외문제자 일 위가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뒤로 일부 장로들이나 내문제자들도 그의 칼에 맞아 죽었다.

당청산은 무혼 등급이 최립허보다 낮았지만 싸움 실력이 대단했다.

게다가 천도문 이대 도제(刀帝) 중 한 명의 사제이고 무척 신임을 받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장로들과 전주(殿主)들이 연합하여 당청산을 심판했는데, 도제가 나서서 해결했다.

'선배님은 천도문에서 지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것 같구나.'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당청산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당당하게 청동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

대장로는 정신을 차리고 낮게 호통쳤다.

"대장로, 저를 막으시겠습니까?"

당청산은 차가운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미 흑도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말을 하려던 장로들과 최립허는 그의 행동에 몸서리를 쳤다.

그들은 겁에 질려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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