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화 확실히 평범하다
"뭘 봐!"
사마공은 임비의 시선을 느끼고 눈을 흘기며 퉁명하게 말했다.
"누구를 비웃는 거야? 내가 비록 싸움에 능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말해줄게. 단인은 반드시 패할 거야!"
"반드시 패한다고?"
임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천재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사마공이 저런 말을 할 줄 몰랐다.
"허허, 반드시 패한다라!"
임비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삼채련지에서 삼 주 향을 버텨야 유영루의 기준에 부합된다. 지금껏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이십 주 향이었다. 그거 알아? 단인은……. 적어도 십오 주의 향을 버틸 것이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뭐라? 십오 주 향?"
천재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삼채련지의 힘을 직접 겪어봤다.
그래서 십오 주 향의 시간을 버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다.
사마공은 그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물 안의 개구리들과 말을 섞기 싫었다.
더 말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임비는 사마공이 말을 하지 않으니 겁을 먹은 것이라 생각하고 경멸했다.
'뚱보 녀석 이제 단인이 얼마나 강한지 알겠지?'
위림은 주변의 말을 전부 무시했다.
그녀는 진남이 싸우는 모습을 계속 뚫어지게 쳐다봤다.
관찰할수록 진남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남의 싸움은 마력이 있는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연이어 펼쳐지는 초식은 짜릿하고 절묘했다.
얼마 후 위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동술은 문 안쪽을 더 이상 들여다볼 수 없었다.
마치 안개에 막힌 것 같았다.
이것은 유영루에서 준비한 특별 수단이었다.
동술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막아 안쪽에 있는 천재가 비장의 수를 드러내고 진짜 실력을 발휘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예전에 위림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답답했다.
"무식하기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자 천재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림은 속으로 한마디 중얼거렸다.
'십오 주의 향이 대단하다고?'
진남이 지금 보여준 전력을 보면 십오 주가 아니라 이십 주도 버틸 수 있었다.
* * *
문 안쪽.
"어? 금제가 모든 것을 막았어?"
진남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벽의 네 모서리에서 옛 금제가 반짝이더니 방안을 전부 감쌌다.
금제는 동술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전신의 왼쪽 눈도 어느 정도 능력이 약해졌다.
"허허, 삼채련지를 만든 사람은 꽤 신경을 썼구나. 한참 싸우니 온몸이 거뿐해지는 느낌이야."
진남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계속 솟아오르는 연꽃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을 좀 아껴야겠어!"
쿵-!
그때, 그의 오른팔이 폭발했다.
진남은 단천도를 잡았다.
그의 기운에 다시 한 번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절세의 빛처럼 모든 것이 그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베어라!"
수많은 도광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잠시 후, 사 주 향이 다 탔다.
유영루의 기준은 삼 주 향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그 기준에 부합이 되었다.
"흥! 기준을 넘은 게 뭐가 대수라고……."
임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단인이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 끼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림과 사마공, 임비 그리고 다른 천재들은 깜짝 놀랐다.
'응? 누가 나온 거야?'
'임비 말대로라면 단인은 적어도 십오 주의 향을 버틸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사마공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위림은 살짝 당황했다.
둘은 진남이 차분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럴 수가!'
사마공과 위림의 머릿속에 동시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사마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잖아! 진남이 동급과의 겨룸에서 겨우 사 주 향을 버텼다고?'
"하하하!"
다른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 있는 동안 임비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네가 엄청 대단한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사 주 향을 버티다니! 뚱보 녀석, 방금 뭐라고 했느냐? 단인이 반드시 패할 거라고? 보거라, 누가 패자인지!"
임비는 흥분해서 얼굴이 상기되었다.
아까 건방을 떨던 사마공이 지금 망신을 당하게 돼서 임비는 더욱 기뻤다.
"내가 뭐라고 했어. 단인의 상대가 못 된다고 했지!"
"셋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구나. 우리와 함께 패배를 인정했으면 좋았잖아! 하필 심사에 참가할 게 뭐야!"
"그니까. 이제는 단인과 임비의 미움을 받았으니 어쩌나 두고 보자!"
천재들은 정신을 차리고 소란을 떨었다.
그들은 이 상황을 무척 고소해했다.
임비를 제보했던 청년은 그 모습을 보자 몸을 흠칫 떨고 기운도 얌전해졌다.
"진남, 너……."
사마공은 다가오는 진남에게 뭐라고 하려 했지만,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그럴 리 없어!"
위림은 정신을 차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진남에게 말했다.
"너의 전의, 무조 나무 그리고 이상한 동술까지 합치면 사 주 향만 버틸 리가 없다. 말 해보거라. 미리 나온 이유가 무엇……."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임비가 픽 웃으며 말했다.
"위림 사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들 보았습니다. 저자는 고작 사 주 향만 견지했을 뿐입니다. 다른 말이 더 필요합니까?"
"닥치거라!"
위림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시 한 번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진남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더는 공격이 없어서 미리 나왔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임비 등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위림 도우, 삼채련지를 망가뜨리면 혹시 규칙을 위반한 건 아니지?"
그의 말에 대전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위림과 사마공 등은 모두 안색이 굳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삼채련지를 망가뜨렸다고?'
"불가능하다!"
임비는 그 말을 듣자 저도 몰래 반박했다.
"삼채련지는 비슷한 등급이나 심지어 천급 오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도 없앨 수 없……."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손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힘이 솟아올랐다.
끼익-
꽉 닫혀있던 대문이 천천히 열리고 삼채련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저도 몰래 쳐다보더니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
대문 안쪽에는 많은 천재들이 감탄하던 삼채련지가 뽑혀 뒤집혀 있었고, 커다란 골짜기가 여럿 파여 있었다.
칼에 맞은 흔적이었다.
그 흔적에는 엄청난 도의가 오래도록 맺혀 아직도 흩어지지 않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엄청난 도의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저 청년이 삼채련지를 망가뜨린 걸까?'
'고작 사 주 향의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저자의 전력이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하하!"
사마공은 호탕하게 웃었다.
'웬일인가 했어. 진남이 삼채련지에서 고작 사 주 향의 시간밖에 못 버틸 수가 있나? 저 녀석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삼채련지를 망가뜨린 거군!"
실컷 웃고 난 사마공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임비를 비웃었다.
"뭐? 아까 뭐라 했더라? 너희는 절대 패하지 않는다고? 다시 물어보자. 그 말이 맞느냐? 왜 아무 말도 못하지? 조금 전까지 우쭐대더니 왜 이제는 겁을 먹은 거냐?"
그의 말에 대전의 침묵이 깨졌다.
천재들은 존경스러운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임비는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아직도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진짜 망가졌어? 저걸 저 녀석이 한 거라고?'
"왜 말을 못 하느냐? 말해 보거라!"
사마공은 굳은 표정으로 호통을 쳤다.
"나는……."
임비는 겁을 먹고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입을 벙긋거리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청년이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이뤄낸 걸 보면 그의 내력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이 둘은 내가 괴롭힐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구나!'
사마공은 그 모습을 보자 콧방귀를 뀌었다.
"너, 너 어떻게 한 거야?"
위림은 앞으로 다가가 양손으로 진남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두 눈에 빛이 반짝이고 호흡이 가빠지며 물었다.
"네가 휘두른 도법은 모두 치명적이었다. 전부 진법의 약점을 내리치던데 진법의 약점을 볼 수 있느냐? 그리고 너……."
위림은 무예를 무척 좋아했다.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강자의 신분이라 해도 침착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건 말해줄 수 없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고 위림의 손을 치웠다.
"미안, 방금 내가 좀 당돌했어."
위림은 심호흡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네 전력에 눈이 번쩍 뜨이는구나. 하지만 심사는 심사다. 단인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했는지 모르니 여기서 기다리거라."
사실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진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연못을 파괴한 것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이처럼 빨리 나올 필요도 없었고 싸움도 더 즐길 수 있었다.
곧 이어 진남을 얕잡아보던 천재들은 머뭇거리면서 진남에게 다가가 호의를 표했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대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마공은 조금 전 일을 잊어먹었는지 그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드디어, 십오 주 향이 타고 끼익 소리와 함께 단인이 나타났다.
그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사람들은 동시에 그를 쳐다봤다.
단인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입고 있던 옷은 여기저기 뜯어져서 몰골이 처참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빛이 나고 생기가 넘쳤다.
"어라? 다 나왔소?"
단인은 진남 등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진남과 사마공 그리고 다른 청년을 쓸어보더니 경멸하며 말했다.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느냐? 나와 겨루는 것은 시간 낭비다. 게다가 나의 미움을 샀으니……."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멀리 있던 임비는 표정이 확 바뀌면서 얼른 그의 말을 끊었다.
"단인, 그, 그만하시오!"
"응? 말하지 말라고? 그건 싫소!"
단인은 임비가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너희들과 허튼소리 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나의 미움을 산 결과가 어떤지 곧 알게 될 거다!"
단인은 사납게 한마디 내뱉더니 위림을 바라보았다.
거만한 태도가 많이 사그라졌다.
"위림 사저, 이제 결과를 선포해야지요? 허허, 제 성적은 너무 평범해서 조금 민망하군요."
단인은 옅게 웃었다.
그의 말은 사실 진심이 아니었다.
그는 위림에게서 대단한 성적이라고 칭찬받기를 바랬다.
천재들과 진남 그리고 사마공은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단인은……. 재미있구나.'
"네 성적은 확실히 평범하다."
위림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그 말에 단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평범하다고? 이렇게 대단한 성적을 따냈는데 위림은 평범하다고 한 거야?'
그러나 이어지는 위림의 말은 벼락처럼 단인을 내리쳤다.
"선포한다. 이번 심사는 이자가 일 위다!"
위림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진남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