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화 어디서 훔친 겁니까?
진남은 계속 찾아보았다.
용제원의 모든 청동 단계의 인물들을 살펴봤지만, 묘묘 공주와 궁양 그리고 옥나찰 등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중주에 왔으면 그 실력으로 잘 지낼 거야. 다만 용제원과 척을 지지 않아서 여기에 없는 거겠지?"
진남은 중얼거렸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무량산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빙그레 웃는 공주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훨훨 날아가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묘묘 공주는 진남에게 중주에 오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진남은 머리를 털고 유영루와 연관된 임무를 찾기 시작했다.
천도문은 진남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진남은 한눈에 천도문의 제자 셋을 죽이라는 임무를 발견했다.
위치는 유영성이었다.
그들은 무조 오 단계여서 현상금이 도합 팔천 개의 제정이었다.
"이 세 임무를 받으면 되겠구나."
진남은 등록하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는 양송에게서 빼앗은 제술과 공법들을 거래전에서 팔아버렸다.
그것들을 팔고 받은 오천 개의 제정은 정보를 사는 데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는 인족봉에 가서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데리고 조용히 용제원을 떠났다.
"하하하, 진남. 잘한 선택이다. 잡털 늑대를 데려가지 않는 게 맞아. 그놈은 이상한 울음소리나 낼 줄 알지 아무런 쓸모도 없어!"
대황과 대흑은 꼬리를 흔들며 흥분했다.
진남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현월을 데리고 가지 않는 건 이유가 있었다.
유영루에는 강자들이 많아서 그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진남은 강자들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스스로 시선을 끌어 강한 적과 부딪힐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현월에게 폐관 수련할 시간을 줘야 했다.
아니면 현월은 그저 관상용 탈것으로 남을 것이었다.
"거,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맙시다."
진남은 천기견들이 계속 멍멍 소리를 내자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는 중주의 만상옥간을 꺼내 노선을 확인하더니 중도성을 향해 날아갔다.
* * *
같은 시각 용제원 깊은 곳.
"그 녀석이 유영루의 임무 세 개를 받고 유영루로 갔어요."
구미요제는 의혹을 드러냈다.
"뭐 하는 걸까요? 이렇게 쉬운 임무는 그의 경지에 도움이 안 될 텐데요."
"그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뭘 하려는 건지는 한 달 후에 시련에 참가하면 그때 알 수 있겠지."
용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끝없는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반신지국에서 또 소식이 왔는데 무척 복잡하구나. 내 예상대로라면 삼 개월 후, 천하를 놀라게 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구미요제는 안색이 변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 * *
진남은 바로 유영성에 가지 않고 성에서 십 리 정도 떨어진 도장에 이르렀다.
"어……."
천기견들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조금 전까지 우쭐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진남의 눈에도 이상한 빛이 스쳤다.
시커멓고 커다란 성이 나타났다.
성 중앙에는 커다란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구름에 꽂혔다.
커다란 기둥의 끝에서 뿜어 나오는 수많은 빛이 성을 감쌌다.
성의 위쪽에 있는 구름층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거인의 그림자로 변해 수호신처럼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천기견들이 놀랄 만했다.
"역시 유영성이구나. 중간에 있는 기이한 돌기둥이 천지와 소통하고 방원 백 리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었어. 성을 공격하려면 이 천지를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힘을 사용해야 해……."
진남의 두 눈에 놀라움이 점점 짙어졌다.
유영성은 제기였는데, 중주 여러 세력과 비교하면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영성을 개척한 사람의 솜씨가 정교했다.
"들어가 보자."
진남은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얼마 후, 그는 성문 앞에 도착했다.
"거기 서시오!"
무조 사 단계인 두 시위가 진남을 보자 무표정하게 말했다.
"자네가 소속되어 있는 문파 소재지와, 신분 그리고 제방의 순위를 밝히시오."
"음?"
진남은 눈썹을 찡그렸다.
'유영성에 들어가는 데엔 조사하는 게 많군.'
"나는 진남이라 하오. 용제원 인족봉 봉주이고 제방 순위는 이천백일 위요."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인족봉 봉주?"
두 시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이건 자네 영패요. 영패는 적, 등, 황, 녹, 청, 남, 자색 중 녹색에 속하오. 유영루의 사 단계 신분이라 할 수 있소. 유영성에서 팔고 사는 것과 같은 거래를 할 때 이 할을 할인받을 수 있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네를 공격하지 못하게 유영성의 보호를 받게 되오."
진남은 영패를 받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재미있구나. 방문객에게 등급을 나누다니.'
진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영패를 받고 유영성에 들어갔다.
유영성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렸다.
"자자, 역천개명 지도요. 필요한 사람이 있소?"
"지도 도박이요! 곧 지도 도박을 시작하겠소! 아직 한 사람이 부족한데 어느 영웅이 참가하겠소?"
"최신 정보요! 이 정보는 역천개명의 기연에 관한 거요! 믿는 자들은 어서 오시오. 믿지 않는 자들은 말을 걸지 마오!"
"용해산맥에 관한 금권이요!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소. 유영루에서 감정을 한 거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가 가져갈 수 있소!"
"……."
소상인들이 거리에 서서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 세력, 경지가 높은 강자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유영성은 중주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고 이성 세력 중에서 공정함을 지키는 세력이었다.
"역천개명 지도, 역천개명 기연이라 재미있구나. 하지만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 쉽지 않구나."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유영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다들 경지가 높고 신분이 있는 자들이었다.
진남이 살펴보니 이 거리에만 해도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가 적어도 다섯은 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유영성은 몇백 개의 거리가 있었다.
그것도 유영루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었다.
천기견들도 얌전해졌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진남을 쫓아갔다.
느긋하던 천기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유영성은 용제원이 아니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먼저 유영루로 가자!"
진남이 녹색 영패에 신념을 불어넣자 지도가 떠올랐다.
그 속에는 유영성의 금기 사항들도 있었다.
"저쪽이다."
진남은 내용을 훑어본 다음 영패를 넣고 앞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뚱뚱한 손이 옆에서 쑥 나타나 진남의 팔을 잡았다.
신비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형씨, 좋은 물건이 있소. 보면 절대 후회 안 할 거요."
목소리는 제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마력이 있었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돌아보았다.
얼굴에 기름이 번드르르하고 금색 장포를 입은 뚱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진남을 보고 있었다.
뚱보는 정말 놀라운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남들의 주의를 받을세라 약간 표정이 긴장되었다.
"어……?"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여기에서 사마공을 만날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지만, 전신의 왼쪽 눈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어라? 진남?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이요?"
사마공은 진남을 보자 눈이 커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이제 인족봉 봉주입니다. 용제원의 명을 받고 사형을 죽이러 왔습니다."
진남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허, 겨우 그 정도 연기로 나를 속이려 하오?"
사마공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보니 자네 잘 지내나 보오. 인족봉 봉주가 됐다니! 말해주시오! 이번에는 어떤 큰일을 벌이려고 왔소? 유영루를 없애러 왔소? 아니면 싹쓸이하려고 왔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진남은 기가 막혀서 말했다.
다행히 뒷말은 전음으로 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진남은 사마공의 뺨을 때렸을지도 몰랐다.
"상관없소. 솔직하게 말해주오. 자네는 매번 손을 쓸 때마다 놀라운 일을 벌이지 않았소? 아무 일 없이 왔다는 말은 믿지 않소!"
사마공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진남은 소일백호를 죽이고, 상도맹을 털고, 문도산을 없앴으며 목부를 없앴다.
'언제 한번 조용히 넘어간 적이 있나?'
"그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보를 얻으러 왔습니다."
진남은 미소를 짓고 사마공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사형은 얼마 전에 또 뭘 훔쳤기에 용제원에서 사형을 죽이려고 합니까?"
"훔치다니? 나는 도제 후계자요. 도제 후계자가 무엇인지 아오?"
사마공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진남, 허튼소리는 그만하고 어디 좀 같이 가세. 자네 동술이 필요한 곳이 있소!"
"동술이 필요한 곳이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유영루에도 예전의 검금타누거리 비슷한 곳이 있다는 말인가?'
"거기!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게냐? 우리 도련님께서 오신 걸 못 봤느냐? 썩 꺼지거라!"
그때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보니 한 청년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청년의 뒤에는 이마에 흉터가 있는 청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들을 눈에 차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자는 천급 삼품 무혼이었고, 소리를 지르는 청년은 천급 일품 무혼이었다.
둘은 경지가 무조 삼 단계였는데 도련님이라 불리는 청년은 제기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도련님이라 불리는 자는 내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진남이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사마공이 정색하더니 보이지 않는 위압을 드러냈다.
"누구에게 말하는 게냐? 개 눈깔을 똑바로 뜨고 이게 무엇인지 보거라!"
사마공은 손을 뻗어 영패를 꺼냈다.
"이건……."
좀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청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흉터가 있던 청년도 눈을 찌푸렸다.
진남도 깜짝 놀랐다.
그의 영패는 보라색이었다.
유영성의 영패는 적, 등, 황, 녹, 청, 남, 자색으로 나뉘었다.
보라색 영패를 가진 사람은 중주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최고의 천재이거나 신분 배경이 엄청난 사람, 즉 무제의 자식이나 장로의 자식 같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영패였다.
다만, 뚱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길래 최고의 천재는 아닌 것 같고 배경이 엄청난 사람인 것 같았다.
"혀, 형님…….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청년은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말조차 더듬거렸다.
흉터의 청년도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흥! 썩 꺼지거라!"
사마공은 차가운 표정으로 엄청난 기세를 뿜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둘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 사라졌다.
방금 겪은 일 때문에 저 둘은 이제부터 거만하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었다.
"사마공, 보라색 영패는 어디서 훔쳐 왔습니까?"
진남은 사마공에게 전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