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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18화 (518/1,498)

518화 구천으로 가는 길

"단천신모? 단천대제의 동술도 매우 대단한 것 같구나……."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진남은 방금 단천대제가 동술로 자신의 체내의 왼팔 등을 꿰뚫어 본 것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동술로 그의 몸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

"사악한 구렁텅이는 역시 좋은 곳이 아니구나. 곳곳에 위험이 가득하구나. 창람대륙의 백산십금구해삼하의 금지는 모두 이런 곳일까?"

단천대제는 생각에 잠긴 채 앞으로 걸어갔다.

진남은 바로 뒤를 따랐다.

앞으로 걸어가도 주위의 모든 건 아무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시커멓고 짙은 사기가 세상을 삼킨 것 같았다.

"선배님!"

진남이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

"저쪽에 뭔가 있습니다!"

그들과 삼백 장 정도 떨어진 곳에 큰 돌이 우뚝 서 있었다.

새까만 돌이 가끔씩 흑광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석영(石靈)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큰 돌 위에는 백발노인이 서 있었다.

생기가 없지만, 몸에서 옅은 흰색 빛을 뿜고 있었다.

백발노인의 자애로운 미소는 이 사악한 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봤구나. 신선이 길을 가리키는 건가? 어느 무제 강자가 이렇게 마음이 너그러워서 죽기 전에 후세에 생기를 남긴 걸까? 덕분에 이제 많이 쉬워지겠다."

단천대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마르고 여윈 손바닥을 밀치자 옅은 금색의 빛이 백발노인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윙-!

백발노인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는 손을 움직이더니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영감, 고맙소!"

단천대제는 오른쪽을 훑어보았다.

그는 위험이 없는 걸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쪽으로 가려 했다.

뒤따라오던 진남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신선이 길을 가리킨다는 뜻은 조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한 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단천대제와 진남이 오른쪽으로 열다섯 보도 가지 못했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쿵-!

앞쪽의 어둠 속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기세가 깨어났다.

한 쌍의 혈안이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단천대제와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자신들과 멀지 않은 앞쪽에 커다란 요수가 나타난 걸 발견했다.

그 물건은 두 눈이 시뻘겋고 모습이 흉측하고 미친 요수 같고 기세가 반보요제에 도달했다.

"인간들, 너희들 간이 부었구나. 감히 사악한 구렁텅이에 쳐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사악한 기운을 띤 마우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쳤다.

엄청난 살기가 주위에 가득 퍼졌다.

단천대제는 당황하지 않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작 반보요제가 감히 내 앞에서 짖는 거냐. 너……."

그러나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지더니 어디선가 마우들이 가득 내려왔다.

어둠 속에 혈안들이 많아져 소름이 끼쳤다.

마치 사방이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일흔세 마리의 반보요제?"

진남은 숨이 멎고 몸이 긴장되었다.

"에잇, 신선이 길을 가리키긴 개뿔, 우리를 엿 먹인 거잖아!"

단천대제는 뒤를 돌아보았다.

길을 가리키던 신선의 조각상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죽어라!"

맨 앞에 선 사악한 기운의 마우가 길게 소리치자 모든 마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대한 기세가 바다를 이루어 단천대제와 진남을 가둘 것만 같았다.

"허억!"

마우들의 위압에 진남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온몸의 상처가 눌려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라 전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없었다.

아니면 죽을 수도 있었다.

"흥! 감히 나를 공격하려 하다니. 본때를 보여주겠다!"

말을 마친 단천대제의 기세가 확 변했다.

좀 전까지의 그는 길가의 거지 같았다면 지금의 그는 황제 같았다.

"사방의 모든 것이 내 것이다. 귀신이든 하늘이든! 사방단천인(四方斷天印)! 흔들어라!"

단천대제가 손을 뒤집자 사방의 사의들이 그의 명령을 듣고 빠르게 모여들어 커다란 사인을 이루어 일흔세 마리의 반보요제를 눌렀다.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모든 요수들이 한방에 진압되었다.

"대단한 제술이구나. 사의도 조종할 수 있다니."

이 광경을 본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역시 단천대제다. 한 개의 의지만으로도 이렇게 대단하구나.'

"가자!"

단천대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선배님……"

진남은 얼떨떨해하며 물었다

"신선이 가리킨 길이 틀린 것이 아닙니까? 앞에 위험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놈, 명심하거라. 위험한 곳일수록 더 큰 기연이 있다."

단천대제가 말했다.

"기껏 사악한 구렁텅이에 왔는데 제일 위험한 곳에 가 보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진남은 몸을 살짝 떨었다.

'단천대제는 진짜 미쳤구나!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가 이런 각오가 있을까?'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진남은 눈이 반짝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금인이 몸을 보호해주기에 악기가 공격할 수 없습니다. 또 선배님께서 함께 계시는데 사악한 구렁텅이에서인들 무슨 일 생기겠습니까?"

"하하하, 알면 된다!"

단천대제는 호탕하게 웃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에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이 스쳤다.

단천대제는 진남을 데리고 계속 구렁텅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진남은 제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게 됐다.

그들은 세 번의 공격을 당했다.

첫 번째는 사의의 귀신들, 두 번째는 꼭두각시 대군, 세 번째는 해골장군들이었다.

이들은 전부 반보무제였다.

일반적인 무제 강자였다면 빠르게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의 의지밖에 없는 단천대제는 사방의 사의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작은 돌멩이까지 신비한 병기로 사용했다.

위력 또한 대단했다.

"단천대제의 제술은 위력을 상상할 수 없구나. 일반적인 상식을 훨씬 초월……."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의 제술은 매우 강하지만 나는 너에게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강한 제술을 원하면 스스로 만들 거라!"

단천대제는 진남의 속내를 꿰뚫어 본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스스로 만든 제술만이 자신에게 가장 맞고 엄청난 위력을 갖게 된다."

"제술을 스스로 만들라고요?"

진남은 무엇인가 깨달은 듯했다.

그는 무예 천부가 무척 뛰어났기에 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제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공수하고 말했다.

단천대제는 오는 길에 줄곧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고마워하지 말거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 너의 오른팔이 핍박한 거다."

단천대제는 눈을 흘겼다.

진남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응?"

단천대제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앞에 도장이 있다. 한데, 이 도장은 좀 이상하다."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장이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사악한 구렁텅이 깊은 곳에 도장이 있을 줄 몰랐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몇십 보 걸어갔다.

단천대제가 말하는 도장이 보였다.

길이가 삼백 장, 넓이가 이백 장 되는 도장이 펼쳐졌다.

도장은 매우 낡았다. 깊게 파인 곬이 얼기설기 가득한 것이 큰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위에 열 여덟 구의 시골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시골들에서 옅은 제의가 풍겼다. 아직 사의가 침범하지 않은 걸 봐서 시골들이 생전에 모두 무제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여덟 명의 무제가 여기서 죽다니?"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용제원에는 요제가 겨우 세 명뿐이다. 중주의 알려진 이성 세력을 합해도 무제가 마흔 명 정도밖에 안 된다. 한데 열여덟이라니…….'

"응?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몸이 굳었다.

왠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심장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혀 두렵진 않았다.

"시끄럽게 됐다."

단천대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는 손가락을 펴 진남의 왼쪽 눈을 찍었다.

윙-

진남은 왼쪽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도장을 본 그의 눈에 도장 뒤쪽에 변함없이 조용히 떠 있는 낡은 절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절이 있었습니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천대제의 단천신무가 강하다곤 하지만 전신의 왼쪽 눈이 어찌 발견하지 못했을까?'

"이 절은 무제 경지 이상의 강자들만 볼 수 있다. 네가 보지 못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단천대제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는다면 이 절은 아마 사악한 길로 가는 입구일 것이다."

"사악한 길이요?"

"그래……. 전설 속의 구천으로 가는 길이지."

"뭐라고요? 구천으로 간다고요?"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구천은 알고 있었다.

이름대로 창람대륙을 넘은 세상이었다.

그러나 앞에 있는 길이 그런 구천으로 가는 사악한 길이라니.

"놀랄 거 없다. 전설일 뿐이다."

단천대체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전설이 있는 곳이 창람대륙에는 몇십 개나 된다. 그중 진짜 구천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어떤 건지는 누가 알겠느냐?"

"그렇군요."

정신을 차린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님, 만약 정말 구천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신의 혼은 구천에서 온 것이었다.

전신도 구천에서 온 것이었다.

"묻지 말거라. 나는 아직 너에게 말해줄 수 없다. 무제 경지에 도달한 후 스스로 알아보거라."

단천대제는 손을 저었다.

그는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너의 단천도를 나에게 빌려주거라. 우리 안에 들어가 보자!"

"좋습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그도 이 사악한 길이 진짜 구천으로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단천도를 쥐자 단천대제는 눈빛이 황홀해졌다.

그는 바로 앞으로 걸어가 도장에 들어갔다.

도장은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그들이 위에서 걸어도 아무런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다.

열여덟 구의 무제의 시골은 도장 분위기를 스산하게 했다.

"열여덟 구의 무제 시골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내다 팔면 가격이 싸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둘러볼 뿐 시골을 다치지 않았다.

이런 이상한 금지의 물건은 함부로 가지면 안 되었다.

"절에 들어가면 숨을 죽이거라. 절대 숨을 쉬어서는 안 된다. 알았느냐?"

단천대제는 낡은 절 아래에 서서 엄숙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바로 숨을 죽였다.

"깨거라!"

단천대제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손에 쥐고 있던 단천도로 낡은 절의 대문을 벴다.

쿵-!

엄청난 도기가 용솟음쳤다.

난폭한 기세로 대문을 내리쳤다.

단천대제의 공격은 진남이 단천도를 쓸 때보다 훨씬 강했다.

적어도 무제 일 단계를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펑-!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낡은 대문은 태산처럼 끄떡없었다.

단천도는 대문에 아무런 자국도 내지 못했다.

"열리지 않는다면 설사 오늘 의지가 전부 사라지더라도 너를 자를 것이다. 알았느냐?"

단천대제에게서 방대한 기운이 솟구쳤다.

끼익-

낡은 절의 대문은 잠깐 조용하더니,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녹색 연기가 안에서 날아 나왔다.

"절의 대문이 이 정도 영성이 있다니."

진남은 뒤에 서서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중얼거렸다.

"혹시 절 전체에 이 정도 영성이 있는 걸까?"

대문은 무척이나 느리게 열렸다.

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안에 들어왔다.

"이건……."

눈앞의 광경에 진남은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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