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화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
"사악한 구렁텅이의 바닥은 이런 모습이구나."
노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진남을 보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예전의 나의 풍채가 있지만, 능력은 나보다 못하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가 또 조용해졌다.
"됐다. 너를 고생시키지 말자. 이러다가 죽겠다."
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옅은 금색의 빛이 진남의 몸 안에 주입되었다.
그 빛의 도움으로 진남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눈에 보이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회복하려면 사흘에서 닷새는 걸리겠다. 안 된다, 안 돼. 너무 오래 린다."
노인은 일 주 향이 타는 시간 동안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깨어나거라!"
쿵-!
그가 소리치자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이 터졌다.
암흑세상처럼 짙던 사방의 사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새하얀 빛이 비추어지자 암홍색의 땅과 큰 돌들이 드러났다.
진남의 죽은 것 같던 몸은 자극을 받은 것처럼 세게 떨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는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습……."
진남은 정신을 차리는 순간 오는 커다란 고통이 헛숨을 들이켰다.
뼈 마디마디에 못을 박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후……, 어떻게 된 거지? 여기는 어디지? 사악한 구렁텅이의 바닥인가? 누가 나를 구했지?"
그는 검을 쥔 청년의 공격을 막았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상이 엄청 심했기에 짧은 시간에 회복하기엔 불가능했다.
진남은 주위에서 꿈틀대는 먹처럼 시커먼 사의를 보자 어리둥절했다.
"응?"
정신을 차린 진남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옅은 금색 빛을 보고 뭔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
남루한 차림의 귀찮은 표정을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누구……?"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인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녀석, 경계심이 이토록 적으냐? 깨어난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야 나를 발견하다니. 됐다. 어차피 너는 예전의 나와 비교가 안 되니 긴말할 필요 없다.
내가 누구냐고? 창람대륙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알고 있다. 나는 이름이 단이고 호가 천이다. 사람들은 나를 단천대제라고 부른다."
그는 고개를 들고 얼굴에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단천대제? 단천대제라고요?"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신비한 수정함을 슬쩍 쳐다봤다.
'단천대제는 이미 죽었다. 앞에 있는 사람은 아마 단천대제가 생전에 신비한 수정함에 남긴 의지일 것이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남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공수하려 했다.
그러나 온몸의 상처가 큰 고통을 자아내자 그는 또 헛숨을 들이켰다.
"너는 진짜 약하구나. 무조 정상 경지의 일격에 이 모양이 된 거냐? 예전에…… 휴, 됐다. 사내대장부는 자신의 과거를 자랑하지 않는다."
단천대제는 손을 저으며 한숨을 쉬더니 심오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진남이라고? 네가 바로 신물이 찾으려는 주인이냐?"
"신물? 아, 네. 바로 접니다."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천대제가 말하는 신물은 아마 전신의 오른팔일 것이다.'
"잘 됐다!"
단청대제는 안색이 변하더니 이를 갈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삼백 년 전에 그 나쁜 놈이 나는 핍박하여 자신을 칼로 연화하라고 했다. 하여, 나는 무신이 되지도 못하고 죽었다.
복수하려면 원수를 찾아야 하고 빚을 받으려면 빚쟁이를 찾아야 하지. 나는 신물은 이길 수 없었는데, 마침 너를 만났으니 오늘 너에게 화풀이를 해야겠다."
그의 한 글자, 한 마디에 수많은 세월을 눌렀던 분노가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단천대제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소문에 단천대제는 자신을 초월하기 위해 뇌겁을 끌어와 경지를 발휘하여 단천도를 만들어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오른팔이 단청대제를 핍박했다는 거지?'
"흥! 긴말하지 말거라!"
시커먼 암홍색의 땅에서 거지 같은 노인이 가늘게 뜬 눈을 억지로 부릅뜨고 진남을 노려보며 말했다.
"단천도를 내놓거라!"
"그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지? 단천대제가 단천도를 도로 가져가려는 건가?'
"후……, 요즘 후배들은 진짜 재미없다. 인생을 즐길 줄 몰라. 내가 간만에 흥이 돋아 농담하는데, 그따위 반응이라니……."
진남이 얼떨떨해 하자 단천대제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수련필기에서 큰소리치고 몇천 년 전에 세상에 이름 날린 제일 천재이자 진정한 미치광이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단천대제가 연기로 자신을 놀릴 줄 생각지 못했다.
여태 그가 상상했던 단천대제의 형상이 와르르 무너졌다.
"됐다. 더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
단천대제는 손을 젓더니 사의가 가득한 큰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실눈을 하고 말했다.
"진남, 삼백 년 전부터 나는 너의 오른팔의 내력이 궁금했다. 오른팔이 어떤 물건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
"선배님, 오른팔의 내력은 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이것이 이름이 전신이고 구천에서 왔다는 것밖에 알지 못합니다."
단천대제가 진지하게 묻자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신의 비밀을 단천대제에게 숨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단천도는 단천대제가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뭐야! 알고 있는 게 없네!"
단천대제는 화가 나 그를 흘겨봤다.
문득 그의 두 눈에 옅은 빛이 반짝거리며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 너의 왼쪽 눈? 너의 왼팔도 오른팔과 같은 사람의 것 같은데? 응? 너의 식해에 구리거울도 있구나. 어이쿠? 구리거울에 금인까지? 삼생겁 중에 한 개만 빼고 다 가지고 있구나."
단천대제는 벌떡 뛰어 일어났다.
얼굴의 묘한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어떻게 된 거야? 보지 않을 땐 몰랐는데 보니 진짜 엄청나구나!'
"허!"
정신을 차린 단천대제는 얼굴이 시뻘게지고 두 눈이 이글거렸다.
그가 고개를 들고 낮게 소리쳤다.
"하늘도 무심하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전에 나는 남천문에서 구유하까지 창람대륙을 전부 휩쓸어도 하나도 찾지 못했는데! 이 자식은 아직 무제도 되지 못했는데, 이미 이렇게 큰 기연을 만나 두 개씩이나 가지다니. 불공평하다!"
그는 진짜 화가 났다.
삼생겁은 그가 꿈에서라도 갖고 싶어하던 것이었다.
"선배님, 삼생겁은 뭡니까?"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도 전에 삼생겁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또, 구리거울과 금인이 자신의 몸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삼생겁이 단천대제를 이렇게 자극할 줄은 몰랐다.
단천대제는 화풀이하고도 표정이 여전히 우울했다.
진남의 물음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삼생겁이 뭔지 말해줄 수 없다. 나중에 무제의 경지에 도달하면 스스로 알아보거라. 에휴……."
그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전에 내가 삼생겁을 찾았다면 나는 다른 길을 걸었겠지? 아쉽구나. 하늘은 이미 정해놓았다. 나와 당대 제 일인 그녀는 인연이 없구나.'
"무제 경지요? 또 무제입니까?"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무연각이 말하는 창람대륙의 비밀, 그리고 용제원 원장이 말하는 요족이 찾는 사람, 그리고 삼생겁까지 모두 무제 경지에 도달해야 알 수 있다고?'
"응? 누군가 전에 너에게 말한 적 있나 보구나."
단천대제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두려운 게 없지만, 이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창람대륙의 비밀과 본질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 심지어 너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다.
경지가 무제 이상에 도달하면 계약을 쓰게 된다. 계약을 체결하면 어떤 일은 무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자에게 발설하지 못한다. 아니면 심신이 모두 사라진다.
한데, 어차피 경지가 무제에 도달해야 창람대륙의 정상급 강자라고 할 수 있고, 많은 것들에 대해 알 자격이 있다."
"그렇군요."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모든 무제 이상의 강자들을 계약까지 쓰게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속이려는 일이 무엇일까?'
"관두자. 길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무제 경지에 도달하면 모든 걸 자연적으로 알게 되겠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됐다.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고 중요한 일에 대해서나 얘기하자."
단천대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이제는 나의 후계자인 셈이니 말해주겠다. 네가 얻은 이 신비한 수정함은 내가 남긴 진정한 보물이 아니다. 나의 보물 중에서 가장 약한 법보일 뿐이다."
"뭐라고요?"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엄청 공을 들여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얻은 신비한 수정함이 단천지보가 아니라고?'
"왜 놀라느냐?"
단천대제는 불만스레 눈을 흘기며 오만하게 말했다.
"내가 어떤 인물인 줄 아느냐? 팔천 년 전의 그녀 외에 수많은 천재가 나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그런데 내가 남긴 보물을 어찌 네가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겠느냐?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네가 세 개의 지도를 다 모으면 나의 진짜 보물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세 개의 지도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신비한 수정함 안에 법보 하나와 지도 한 장이 있다. 그러니 스스로 연구해 보거라."
단천대제가 손을 휘젓자 신비한 수정함이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천대제는 조금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은 쉽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
진남은 무제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절대 짧은 시간 내에는 돌파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연마하여 경지를 높여야 했다.
그러다 보면 지도를 찾을 수도 있을 테고, 나중에 한꺼번에 단천대제의 진짜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내가 남긴 물건은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
단천대제는 뭔가 알려주는 듯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진남이 묻기도 전에 말을 돌렸다.
"됐다. 나의 의지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지금 너를 데리고 나가겠다. 네가 여기서 죽게 내버려 두면 오른팔이 나를 자를 것이다."
"그럼 선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방금 주위를 대충 둘러봤었다.
금인이 몸을 보호해주고 있어 사의가 침범할 수 없지만, 그의 왼쪽 눈은 커다란 제한을 받아 방원 삼백 장 이내밖에 볼 수 없었다.
혼자의 힘으로 나가려면 엄청 힘들 것 같았다.
"단천신모(斷天神眸)! 열려라!"
단천대제가 두 손으로 결인하고 사납게 소리치자 미간에 세 번째 눈이 천천히 나타났다.
세 번째 눈의 눈동자는 영성이 있는 것처럼 사방을 둘러봤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