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화 도겁할 방법
우르릉-!
도원정석 내부가 봉쇄되어 천지만물이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다.
도원정석도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빛을 뿜더니 진남을 도와 천지의 힘을 가두었다.
"고맙다!"
진남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뒤집어 금인을 꺼냈다.
그는 천지의 힘을 남기고 또 이를 통해 더 많은 천지의 힘을 얻을 방법을 생각했다.
더 많은 천지의 힘을 불러들여야 뇌겁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런 그의 행동이 중주에 소문이 나면 엄청난 소란을 일으킬 것이었다.
무제도 경악할 것이 분명했다.
고금 이래 천지의 힘을 억지로 잡아두는 일은 처음이었다.
웅, 웅, 웅-
천지의 힘이 무엇인가 느낀 것처럼 분노했다.
그것은 진남이 그를 가둘 줄 몰랐다.
천지의 힘이 한데 모여 검으로 변하더니 위쪽을 힘껏 찔렀다.
"금인! 나를 도와주세요!"
진남은 외치며 오른팔을 들었다.
천지의 힘은 영이 있었다.
얌전히 잡히지 않는다면 단천도의 매운맛을 보여줄 참이었다.
그러나 그때 진남의 머릿속에서 호통이 울려 퍼졌다.
"진남! 천지의 힘을 가두지 말고 내보내거라! 저것을 가두면 하늘이 네 위치를 파악하고 구소신뇌를 내릴 것이다. 그러면 용제원과 너는 모두 끝장이다!"
익숙한 목소리는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이었다.
"어라?"
진남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하늘의 주목을 받아 구소신뇌를 일으킬 거라고?'
진남은 바로 신비한 금인과 무조의 나무를 철수시켰다.
그리고 외쳤다.
"정석! 천지의 힘을 풀어주거라!"
도원정석이 웅 하더니 보라색 빛이 흩어졌다.
그러자 천지의 힘이 빠른 속도로 물러갔다.
"선배님, 천지의 힘이 저를 찾지 않으면 뇌겁을 내리지 않을 것이고 저는 수련이 한참 느려질 것입니다."
진남은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 다른 무인들과 상황이 달랐다.
다른 무인들은 뇌겁을 만날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그는 천지뇌겁이 내리기를 목 놓아 기다렸다.
"나쁜 일은 아니다. 하늘이 그 사람에 의해 완전히……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말을 멈추더니 화제를 돌렸다.
"너는 무도 규칙을 초월했다. 천지의 힘이 안 찾아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창람대륙의 역사상 딱 한 사람이 너처럼 무도 규칙을 초월했다."
"저처럼요?"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도 규칙을 초월하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진남 자신도 전신의 힘과 같은 특수한 힘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예전에는 누가 그것을 이루었을까?'
"네 몸속에 있는 그 대인이다."
무연각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분이 걸었던 길은 네가 걷는 길과 다르다. 그분은 아예 무혼을 포기하고 스스로 공법을 창조해서 천지기운을 흡수하셨지."
"무혼을 포기했다는 말입니까? 게다가 공법도 스스로 창조하고 천지의 기운을 흡수했습니까?"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람대륙에서는 무인이 수련하려면 무혼으로 천지와 소통하고 영기를 흡수해야 했다.
무혼이 없으면 천지의 영기는 몸속에 들어올 수 없었다.
'구리거울에 있는 신비한 여인이 그렇게 놀라운 일을 벌였다는 말이야?'
"그녀의 과거에 대해 더 말하지 않겠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그분은 무도 규칙을 초월한 후로 천지의 배척을 받았지. 천지의 힘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도겁할 때 천지의 힘을 억지로 끌어다가 뇌겁을 창조했다."
무연각 청년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진남, 네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금인은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천지 뇌겁은 스스로 잘 생각해보거라."
말을 마친 후 무연각 청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억지로 다른 사람의 천지의 힘을 끌어다가 스스로 뇌겁을 만들었다고? 금인이 그런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진남은 제자리에 서서 골똘히 생각했다.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은 배짱도 크다. 어떻게 그런 방법을 생각했지? 그런 일은 그녀밖에 해낸 사람이 없다!'
무인들은 천지뇌겁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데, 신비한 여인은 그런 방법으로 상대방이 죽을 확률도 낮춰주고 막힘을 극복하다니 서로 이득이었다.
물론 상대방의 뇌겁을 전부 빼앗아온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일이기에 적당함이 필요했을 것이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진남은 두 눈을 빛내며 식해에 있는 구리거울에게 감탄했다.
"단천대제도 미치광이였고 당신도 미치광이였군요……."
무혼을 포기하고 스스로 공법을 창조하든지 뇌겁을 빼앗든지 일반 사람이 해낼 일은 아니었다.
진남은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한데, 신비한 여인은 대체 무슨 신분일까? 천지를 벗어난 후 무슨 일이 생겼을까?'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네놈이야말로 미치광이다! 감히 또 그렇게 말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느끼게 해줄 거다!"
그녀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진남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는 요제의 위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비한 여인의 위엄은 두려웠다.
"그게……."
진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구리거울은 처음에 혼돈지기를 얻을 때 빼고는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적었다.
그는 왜 미치광이라는 말에 그녀가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은 미치광이라는 단어가 욕이 아니라 칭친이라고 생각했다.
"너! 앞으로 말조심하거라!"
신비한 여인의 차가운 한마디를 끝으로 구리거울은 다시 평온해졌다.
"……."
진남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연각의 말에 그는 새로운 세계를 찾은 것 같았다.
그는 구리거울과 금인이 같은 위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용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아. 후에 이 두 지보를 얻은 책임이 반드시 따를 것이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번쩍였다.
무연각은 삼생겁이 신비한 여인과 연관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진남은 구리거울과 금인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다.
그럼 삼성겁이 올 때 그도 힘을 보태는 게 맞았다.
"더는 생각하지 말자. 신비한 여인은 천지의 힘을 흡수하고 스스로 뇌겁을 창조했다. 그럼 나도 다른 사람이 뇌겁을 할 때 신룡공간에 숨어들면 되겠군."
진남은 생각을 정했다.
신룡공간은 용제원 제자들이 전문 도겁하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그러나 보통은 제자들이 무조로 진급하면 바로 도겁을 하러 갔다.
올해 새로 들어온 제자들은 이미 대부분 도겁을 마쳤다.
아직 도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서 도겁하고 싶었다.
"도원정석, 이번에는 네 도움이 컸다. 홍몽지기는 내가 주는 선물이다."
진남은 떠나기 전에 손가락으로 몸에 남은 마지막 홍몽지기를 도원정석의 몸에 튕겨넣었다.
도원정석은 흠칫 떨더니 보라색 빛을 번쩍거렸다.
마치 홍몽지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남은 옅게 웃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때 슉슉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살펴보니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화가 채 가시지 않은 현월이었다.
"현월 대인! 현월 도련님! 어쩌다가 이 잡털 늑대를 탈것으로 만들었어! 우리 둘을 타고 다녀! 우리는 홍몽지기 열 개면 충분하다. 더 실속이 있다."
대황과 대흑이 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천기서는 진남의 어깨에 올라타서 천기견들을 조롱했다.
'천기견은 존엄이 없어?'
현월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못난 개들은 처음 봤다. 자신들을 타 달라고 사정하는 꼴이라니! 게다가 왜 나를 잡털 늑대라고 욕하는 거야?'
대황과 대흑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존엄은 무슨!'
풍부한 경험으로 그들은 홍몽지기가 존엄따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썩 꺼지십시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그들을 뻥 걷어찼다.
그는 개들을 타고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진남, 제정 오천 개다!"
현월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기견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잡털 늑대? 내 아무리 잡털 늑대라고 해도 네 놈들보다야 낫지!'
"오천 개 제정?"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더니 산허리에 있는 수련대전을 살폈다.
수련실은 이미 제자들로 꽉 차 있었다.
그들은 도원지기를 흡수하며 폐관수련 중이었다.
"진남 대인! 우리는 오랫동안 충성스럽게 너를 따라다녔다! 네가 작은 제자에서 인족봉 봉주가 되는 전설 같은 일도 지켜봤다. 그러니 우리 둘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수련대전엔 가게 해줘……."
천기견들은 배를 까뒤집더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었다.
"아, 네.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진남은 머리가 아파서 손을 흔들었다.
천기견들이 어찌나 낯이 두꺼운지 진남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진남의 말에 대황과 대흑은 기뻐서 진남에게 달려들어 입맞춤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들은 빨리 수련할 곳을 찾아 달려갔다.
천기서는 콧방귀를 뀌더니 대흑의 머리 위에 뛰어올라 같이 사라졌다.
현월은 이미 거의 요제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진남에게 인사만 하고 사라졌다.
"이 제정을 삼키고 신룡공간으로 가자."
진남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겨 대전에 들어섰다.
대전의 이름은 인족전(人族殿)인데, 육령용맥이 공들여 지은 것이었다.
비록 인족봉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앞으로 해마다 오십 명의 제자도 받을 수 있었다.
육령용맥은 이후에 인족봉이 강대해지면 이곳을 봉주대전을 삼고 회의를 하고 하면 될 거라고 여겼다.
대전에 들어서자 진남의 안색이 확 변했다.
대전에 사람 그림자가 스쳤기 때문이었다.
"누구냐?"
진남은 순식간에 왼쪽 눈동자를 굴렸다 보라색 빛을 풍기며 앞을 바라보던 그는 표정이 변했다.
그자의 이목구비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훌륭한 동술이구나.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한다."
그림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내 소개를 하지. 다들 나를 용제(龍帝)라고 부른다."
"용제?"
진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반신제국에서 용제라고 불리는 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용제원의 원장이었다.
"원장님을 뵙습니다."
진남은 얼른 공수 인사를 올렸다.
문득 그는 의문이 생겼다.
'원장이 왜 본모습으로 인족봉에 온 걸까?'
"간단히 말하마."
용제의 말투는 고고한 말투로 말했다.
"일곱째가 너에게 역린을 주고 용혈로 네 몸을 씻어주며 용제원에 보낸 이유는 천기일파(天機一派)의 지시를 받고 한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우리 요족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천기일파? 요족?"
진남이 어리둥절했다.
"천기일파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요족이라 함은 용제원뿐만 아니라 창람대륙에 있는 모든 강한 혈통의 요수 전부를 가리킨다. 반신지국내의 요신금지(妖神禁地)에 있는 요신일맥(妖神一脈)도 요족이다."
그 말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용제가 말한 요신들은 아마 무신 경지의 존재를 말하는 것일 것이었다.
만약 창람대륙의 요족들과 그들을 전부 아우르는 일이라면 진남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었다.
용제는 비록 희미한 그림자로 보였지만 진남은 분명히 그의 두 눈에서 어둠도 밝힐 환한 빛을 뿜는 것을 느꼈다.
"진남, 나는 천기일맥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요족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도 않아 더 기다릴 수도 없다. 때문에, 오늘 내가 온 것이다. 내가 오늘 온 것은 너를 직접 심사하기 위해서이다."
용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심사를 통과한다면 용제원은 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이다. 요족 전체가 네 후원자가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