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화 고개 숙인 진남
화 장로와 많은 요족 제자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작 두 번의 공격에 세 마리 요수와 인간 한 명이 모두 당했다. 설령 자아무성의 경지도 이 정도로 대단하지 않을 건데? 이게 바로 진남의 진짜 실력인가?'
"진남, 너 감히 내 머리를 밟다니! 내 너와 끝장을 보겠다!"
현월의 늑대의 눈동자가 시뻘게지더니 분노하여 포효했다.
수많은 혈광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순식간에 혈맥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헛수작 부리지 말거라!"
진남은 사납게 소리치며 체내에 남은 두 개의 전신의 힘과 만 개의 성자의 힘을 다시 움직였다.
우르릉- 쾅-!
엄청난 힘이 강력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현월의 분노했던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순간 자신이 작은 배가 되어 거대한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쉽게 그의 몸을 파묻을 것 같았다.
그의 혈맥의 힘도 아무런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완전히 눌렸다.
전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승복하느냐?"
진남은 무표정하게 커다란 늑대 머리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네놈이 전에 내 앞에서 설쳐도 봐주었지, 한데 주제를 모르는구나. 승복하느냐?"
"진남, 너……!"
현월의 온몸에서 늑대 털이 일어서더니 두 눈에 분노가 다시 타올랐다.
'이 자식! 이겼으면 됐지, 감히 나를 모욕하려고?'
그러나 그것은 절반쯤 말하고 더 말하지 못했다.
진남이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그것은 진남이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마음속이 싸늘해졌다.
마치 죽음이 코앞에 닥친 것 같았다.
"꺼져라!"
진남은 현월이 더 말하지 않자 몸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오른발로 커다란 늑대를 차 날렸다.
쾅-!
현월이 먼 곳의 도장에 떨어지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너희들은 알아서 하거라."
진남은 목목 일행을 힐끗 보더니, 전신의 힘을 거두고 돌아서 두 개의 옥간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영패 주위에 둘러있던 요수들은 진남이 걸어오는 걸 보자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서둘러 뒤로 물러서 진남에게 길을 내주었다.
진남은 아무런 방해 없이 앞으로 걸어가 영패를 집었다.
싸움은 쉽게 끝났다.
그는 도원동천의 상등지위를 쉽게 얻었다.
"잠깐!"
외친 사람은 화 장로였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돌아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화 장로, 무슨 일이십니까? 규칙에 따르면 저는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만?"
주위의 요수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뭐지? 진남과 화 장로의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순간 그들은 열흘 전에 교역대전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났다.
'화간이 전공 장로를 이용하여 진남을 혼내주려 했지만, 진남이 엄청난 무예 천부를 드러내 위기를 모면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설마…….'
사람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진남."
화 장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화간이 나더러 도원동천에서 너를 혼내주라고 한 걸 아느냐? 그러나 나는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진남, 너의 전력으로 보아 너는 미래가 창창할 것이다."
"화 장로 무슨 뜻입니까? 제대로 말해주십시오."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허허, 다른 뜻은 없다."
화 장로는 미소를 지으며 전음했다.
"소문에 너 인족봉의 제술을 팔아 만여 개의 제정을 얻었다며? 요즘 내가 봐둔 법보가 있다. 그런데 제정이 부족하구나. 아, 그리고 걱정하지 말거라. 앞으로 용제원에서 무슨 일 있으면 나를 찾아오기만 하면……."
여기까지 말하고 화 장로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장로는 달랐다.
수많은 암투극을 겪은 그였다.
공짜로 화간을 도우려 할 리가 없었다.
그는 진남을 굴복시킨 후 진남에게서 제정을 얻고 또 화간에게 빚을 지우려 했다.
그는 진남이 무조건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다.
"화 장로, 제정을 갖고 싶으면 이렇게 에둘러 말할 필요 있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제정은 드릴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으십시오."
진남은 차갑게 웃으며 바로 전음했다.
'이 영감탱이도 좋은 놈이 아니구나.'
화 장로는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진남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 꿈도 꾸지 못했다.
'이 자식은 내가 화간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장로다!'
도장의 제자들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들은 두 사람이 신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소통한 내용이 뭔지 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진남!"
그때 갑자기 화 장로가 입을 열었다.
우레가 내리치는 것만 같은 소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화 장로가 계속 말했다.
"나는 너의 실력이 이상하구나. 천급 일품 무혼은 절대 자아 무성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때문에, 나는 선포한다. 도원동천에서 너는 상등지위에 들어갈 수 없다."
진남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다른 제자들은 황당했다.
'실력이 의심된다고? 천급 일품 무혼 때문에? 구실에 불과하잖아. 화 장로는 진남을 혼내주려는 거다.'
"헤헤, 진남, 네가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뭐하냐? 지금 상등지위에 들어갈 수 없다. 방금 건방지더니……."
이 광경에 현월은 고소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로님, 천급 일품 무혼이면 어떻습니까? 저는 천급 일품 무혼이지만 제방 서열 천 위 안에 들었습니다. 천급 사품 무혼이라도 저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때, 목목이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뒤에 있던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목목은 방금까지도 나를 혼내주려 하더니 왜 지금은 또 나를 도와주는 거지?'
"나는 용제원의 장로다. 나는 도원동천의 모든 걸 책임진다. 내가 진남의 실력이 이상하다면 이상한 거다!"
화 장로는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는 목목이 나설 줄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일단 일을 벌였으니 끝까지 버텨야 했다.
"당신……!"
목목의 두 눈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다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백흥앙과 다른 요족 제자가 빠르게 그녀를 말렸다.
"화 장로, 공평하지 못하시군요."
이때 진남이 말했다.
말투가 담담했지만, 누구나 담담함 속에 날카로움이 있다는 걸 느꼈다.
"공평하지 못하다고? 미안하지만, 나는 항상 공평하다."
화 장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늘 진남에게 장로가 어떤 것이고 권력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은 지난번과 달랐다.
용제원에서의 그는 혈혈단신이었다.
"화 장로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상등지위는 갖지 않겠습니다. 그럼 화 장로, 저에게 중등지위를 주십시오."
진남은 안색이 평온해졌다.
어찌 됐건 그는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조 경지에 올라 무조의 나무를 여러 그루 연화하면 반드시 화 장로에게 갚아주겠다고 결심했다.
현월 등은 모두 눈이 반짝거렸다.
'좋아!'
'진남이 빠지면 우리는 상등지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화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진남, 너 진짜 농담 잘하는구나."
그는 순간 표정을 굳히며 더 엄숙하게 말했다.
"너는 중등지위에도 오를 수 없다. 기껏해야 하등지위를 줄 수 있다."
주위의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화 장로가 이렇게 모질게 중등 위치마저 진남에게서 박탈하려 할 줄 몰랐다.
그 말을 들은 현월은 더 기뻤다.
그는 진남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남이 또 봉변을 당하자 더 기뻤다.
만약 진남이 내문 제자라는 신분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화 장로는 바로 명령을 내려 진남을 쫓아냈을 것이다.
"하등지위요?"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싸늘한 한기를 뿜었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났다.
그가 한 보 물러섰는데 화 장로는 멈추지 않았다.
'진짜 나를 함부로 모욕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왜? 싫으냐? 싫으면 여기를 떠나거라."
진남의 표정이 변한 걸 본 화 장로는 그의 살기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쏘아붙였다.
"화 장로……."
멀리 있던 목목의 눈에 검은 기운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됐다."
진남은 목목을 힐끗 보더니,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를 거두고 허공에 떠 있는 화 장로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기왕 왔는데 어찌 이대로 가겠습니까? 하등지위밖에 안 된다면 하등지위로 가겠습니다."
주위의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남이 머리를 숙일 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진남이었어도 머리를 숙일 것 같았다.
유독 목목만 어안이 벙벙하여 눈빛이 망연했다.
'머리를 숙였다고? 내가 아는 진남이 맞나?'
그녀는 알 리가 없었다.
진남이 어찌 이렇게 쉽게 머리를 숙일 리 있을까?
의기소침하게 떠나는 건 집 잃은 개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의 진남은 경지가 화 장로의 상대가 안 되었지만 도원동천에 들어가 무조 경지를 달성한다면 도원동천을 다시 세우거나 소멸시킬 수 있었다.
화 장로는 도원동천을 책임진 장로이기에 도원동천에 문제가 생기면 그가 책임을 져야 했다.
진남은 용제원의 미움을 사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계속 용제원에 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정 안 되면 용제원에서 나가면 그만이었다.
중주가 이렇게 크고 세력이 많은데, 그의 천부로 다른 세력에 들어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너 상황 파악을 잘하는구나."
화 장로는 콧방귀를 뀌며 도장 내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계속 상등 영패 쟁탈을 시작하겠다. 상등 영패 쟁탈이 끝나면 다시 중등 영패 쟁탈을 시작하겠다."
도장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진남과 상관없었다.
목목과 백흥앙이 상등 영패를 얻었다.
현월은 상등 영패를 얻지 못해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머지 제자들도 빠르게 승부를 가르고 중등 영패의 귀속이 결정되었다.
"진남은 진짜 아쉽게 됐구나……."
백흥앙은 목목이 가끔씩 진남을 힐끗힐끗 보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는 진남을 미워하는 게 아니었다.
무혼을 제외하면 그는 진남의 자질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목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다른 말 하지 않았다.
"상등, 중등, 하등에 따라 줄을 서 도원동천에 들어갈 준비를 하거라!"
화 장로는 엄숙한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요기를 뿜어 허공 깊은 곳에 주입했다.
진남은 마지막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공 깊은 곳에 진법이 떠 있었다.
화 장로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그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허공의 진법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 나와 허공을 비췄다.
그러자 허공에 파문이 일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문이 천천히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문 뒤에 산골짜기가 나타났다.
산골짜기에는 파란색 기운이 빼곡하게 떠 있었다.
도장에서도 강한 파란색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목목, 백흥앙 산골짜기로 들어가거라. 안에 동부가 있다. 너희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거라!"
화 장로가 큰소리로 외쳤다.
목목과 백흥앙은 몸을 날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현월 등 제자들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진남 등도 전부 안으로 들어갔다.
"흥! 도원도장에서는 너에게 교훈을 준 거다. 도원동천에서 나오면 내 다른 방법으로 너를 혼내줄 거다!"
화 장로는 안으로 들어가는 진남의 뒷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며 천천히 요기를 거두었다.
그는 진남이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장로이고 화간보다 신분이 훨씬 높다. 그런데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하다니?'
화 장로는 문득 진남이 나중에 자신에게 눌릴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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