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화 상등지위 쟁탈전
목목이 맨 앞에 서고 백흥앙이 왼쪽에 서고 오른쪽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들은 역천무성의 경지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허공을 가르고 왔다.
목목은 불과 며칠 못 본 사이에 깨끗하던 기질에 변화가 생겼다.
그녀는 더 차가워지고 무정해졌다.
그녀의 온몸에선 차가운 느낌이 들어 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목목은 어떤 공법을 수련했는지 모르겠구나. 다만 사람을 무정하게 만드는 공법임이 틀림없다. 한데,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목목의 기질을 누를 수 있는 공법이라니."
진남은 왼쪽 눈으로 그녀의 체내의 오묘함을 전부 읽어냈다.
그는 감탄했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다니. 용제원의 목목의 스승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현월 등을 포함한 다른 제자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세 명의 강자가 더 왔구나! ……상등지위를 쟁탈하기 더 어렵게 됐잖아?'
목목은 아름다운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잠깐 멈칫했다.
"진남!"
그녀의 목소리엔 한기가 가득했다.
* * *
같은 시각, 청광독유봉.
용제원에서 태고자금전룡은 제일 봉이고 구미천호는 제이 봉이고 암흑기린은 제삼 봉이었다.
청광독유봉은 제사 봉이었다.
청광독유는 명실상부한 사대 요족이었다.
산봉우리 위, 정원 안.
"형님, 방금 얻은 소식인데 진남이 도원동천에 갔다고 합니다. 이번에 도원동천을 책임진 건 화응해(花應海) 장로입니다. 우리 화 장로(花長老)에게 진남을 누르라고 부탁드리는 건 어떨까요?"
화간은 아래에 서서 위쪽의 새하얀 얼굴의 청년을 향해 공수하고 말했다.
청년은 바로 명성이 자자한 화지진이었다.
그는 제방 순위 십삼 위였다.
"그럴 필요 없다."
화지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작 진남일 뿐이다. 삼천 개의 제정? 주지 않겠으면 맘대로 하라고 하거라. 앞으로 우리는 그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
화지진은 신분이 비범했다.
그는 당연히 화간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용제원의 삼대 거물은 처음에는 진남을 매우 중시했다.
그러나 심사가 끝난 후로 진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화지진은 석청범, 불타, 마녀가 진남과 사이가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화지진은 더 참견하지 않았다.
그는 고작 삼천 개 제정 때문에 성가신 일에 엮이기 싫었다.
그리고 지금의 진남은 그의 이익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화간은 말하려다 멈췄다.
"하려면 너 혼자하거라. 다시는 이 일로 나를 번거롭게 하지 말거라."
화지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화간은 화지진의 행동에 두말하지 않고 빠르게 정원을 나왔다.
정원을 나오자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지진이 진남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흥! 나는 용제원 모든 천재 중에서 일호 인물이다. 너 같은 이천백일 위의 인간족이 비교가 되겠느냐? 진남아, 도원동천에 들어가 무조에 돌파하겠다고? 내 어떻게 너를 혼내주는지 기대하거라!"
화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영패를 들어 신념을 전했다.
* * *
수련봉(修煉峰), 산 위 도장.
목목의 차가운 의지가 담긴 목소리에 도장이 조용해졌다.
적지 않은 요족 제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목목을 알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용제원의 어느 거물이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도 인간족인데 왜 진남과 사이가 좋지 않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진남은 여전히 안색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물었다.
목목의 싸늘한 눈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이미 무정태상대법(無情太上大法)을 어느 정도 익혔다.
때문에, 백흥앙과 그의 일행들이 연합한다 해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남을 보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진남은 매우 위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진남이 아버지를 죽였을까? 그리고 아버지를 죽였는데 왜 또 나를 놔줬지? 도대체 왜? 설마 나는 진짜 중독되었나?'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목목은 고개를 젓고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 싸늘하게 말했다.
"지나간 일은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나는 꼭 너를 후회하게 할 거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옆의 백흥앙과 다른 제자는 이 광경을 보자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목목의 편에 섰다.
"하하하! 진남, 너도 참. 용제원의 두 번째 인간족 제자마저 너를 혼내주겠다고 하다니. 네 인생이 얼마나 실패한 인생인가 한 번 되돌아보거라."
현월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요족 제자들은 측은한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도원동천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두 부대의 미움을 샀으니 나중에 도원동천 심사가 시작되면 진남이 어떠한 공격을 받게 될지 상상되었다.
이때.
휙 하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노인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노인은 이마가 튀어나오고 두 어깨가 넓어 멀리서 보면 매우 이상했다.
그러나 도장에 있던 제자들은 그를 보자 모두 인사를 올렸다.
"화 장로를 뵙습니다!"
현월과 백흥앙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화 장로는 화응해였다.
그는 용제원의 많은 장로 중에서 지위가 낮지 않고 경지도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요조 정상 경지에 도달했고, 천급 삼품 무혼과 비교할 수 있는 청광독유수의 혈통이 있었다.
화 장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장을 둘러봤다.
진남에게서 그의 눈길이 멈추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도원동천에 들어가기 전에 너희들은 한 가지 명심하거라. 동부 안에는 전송진법이 있다. 무조에 돌파한 후 신룡공간(神龍空間)에 들어가 그 안에서 도겁할 수 있다."
신룡공간은 용제원에서 제자들이 도겁하는 곳이었다.
중주만상옥간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이곳은 용제원의 원장이 자신의 여덟 개의 용골과 자신의 용혈과 수많은 보물을 연화하여 만든 것이었다.
이곳은 뇌겁을 대항하는 능력이 있어 제자들 대부분이 순조롭게 뇌겁을 넘을 수 있었다.
도장에 있는 요족 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만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룡공간은 들어본 적 있다. 그런데 화 장로는 나에게 적의가 있는 것 같은데?'
"화 장로의 본체도 청광독유수구나. 화간, 화지진과 같은 일맥이다. 조심해야겠어……."
진남이 혼자 중얼거렸다.
"본론을 얘기하마. 너희들은 도원동천이 상등, 중등, 하등 세 개 위치로 나뉜다는 건 알고 있겠지?
위치가 나쁠수록 힘이나 모든 것들이 약하다. 하등은 몇백 개, 중등은 스무 개, 상등은 두 개 있다."
화 장로는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여기 있는 사십 명이 먼저 상등지위를 쟁탈하도록!"
그의 말에 현월, 목목, 백흥앙과 다른 천재들은 순식간에 눈길이 예리해졌다.
도장의 분위기가 굳었다.
도원동천은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들은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상등지위를 쟁취해야 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도장을 중심으로 일 주 향 내에 이 두 개의 옥패를 얻은 자들이 상등지위를 쟁취한다!"
화 장로는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옥패 두 개가 나타났다.
우르릉-!
순식간에 도장에 수많은 기세가 폭발했다.
커다란 도장이 마치 한겨울이 된 것처럼 싸늘해졌다.
"진남!"
수많은 기세 중에서 목목, 현월, 백흥앙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요족 제자까지 네 명의 역천무성 강자의 눈길이 진남에게 쏠렸다.
방대한 기세가 용솟음쳤다.
쿵-!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을 굴러 최강의 살초를 펼쳐 진남을 공격했다.
그들은 연합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 없이 진남을 혼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자 주위의 요족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회다!"
"저들이 모두 진남을 상대할 때가 영패를 얻을 기회다!"
"모두 비켜라!"
"……."
허공에 떠 있던 화 장로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그는 원래 화간의 전음을 받고 권력을 이용하여 진남을 상대하려 했었다.
그리고 그가 진남을 상대하는 건 진남의 제정과 인족봉에 욕심났기 때문이다.
진남을 굴복시키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목목 등이 진남을 상대하려 한다는 걸 알기에 아직 손을 쓰지 않았다.
굳이 그가 손을 쓸 필요 없이 목목 등이 진남을 혼내준 후 그가 은혜를 베풀고 위엄을 가하면 진남이 고개 숙이고 자신을 따르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 장로는 나에게 좋은 감정이 없구나."
진남은 화 장로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웃음이 스치는 걸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
진남은 순식간에 고개를 들어 공격하려는 목목 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작 네 명의 역천무성일 뿐이었다.
그는 이미 자아무성이 되어 전력이 매우 비범했다.
설령 네 명이 아니라 여덟 명이 연합한다 해도 벌레가 거인에게 도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줄곧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오늘이 마침 기회구나."
진남의 기세가 순식간에 변했다.
화르륵-!
방금의 진남은 사람들 속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전신이 몸에 들어온 것처럼 전의가 넘쳐흐르고 엄청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이건……."
하늘에 떠 있던 화 장로와 요족 제자들은 뭔가 느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격하던 목목 등도 뭔가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공격하던 행동은 멈출 수 없었다.
"전신의 권!"
진남은 길게 소리쳤다.
그의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순식간에 목목 일행의 움직임을 꿰뚫고 몸을 날려 목목 일행의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방대한 힘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목목 일행의 공격이 진남의 공격을 맞자 순식간에 흩어졌다.
전신의 권의 남은 힘은 사정없이 그들을 때렸다.
목목 일행은 안색이 변했다.
목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정태상대법을 펼쳤다.
백흥앙, 현월, 다른 제자는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몸을 떨더니 커다란 본체로 변하여 공격을 막았다.
쾅! 콰아앙-!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목목 일행은 일제히 밀렸다.
"자, 자아무성?"
화 장로와 요족 제자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아무성은 일반적인 천재는 도달할 수 없었다.
화간 같은 순위가 삼백이십일 위인 제방 천재도 자아무성을 이루지 못했다.
현월과 백흥앙 그리고 다른 요족제자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설마 진남이 자아무성에 도달했을 줄 몰랐다.
'천급 일품 무혼이 아니었나? 한데, 어떻게 자아무성 경지에 도달했지?'
"역시 너답구나……."
목목의 눈에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공격을 펼치기 전에 이미 결과를 예상했었다.
"호한사방인(浩瀚四方印)! 눌러라!"
진남은 손을 뒤집어 체내의 만 개의 성자의 힘을 전부 폭발했다.
세 개의 전신의 힘이 뿜어 나와 세 개의 정방형 모양의 금색 도장을 이루더니 목목, 백흥앙 그리고 다른 요족 제자를 눌렀다.
그들은 굳은 안색으로 순식간에 손을 써 제술을 펼쳤다.
하지만 전신의 왼쪽 눈은 이미 알고 있었다.
대인(大印)이 그들을 눌렀다.
"뭘 봐? 저자도 눌러라!"
진남은 현월을 보더니 발을 굴렀다.
두 개의 전신의 힘이 두 발 사이에서 뿜어져 나와 현월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현월의 커다란 몸이 바닥에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