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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84화 (484/1,498)

484화 운명 심사

"엄청 강하구나!"

진남은 제방 순위 삼 위의 천재들을 보자 경악했다.

셋은 화신일 뿐이었지만 성취를 이룬 자들에게만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진남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들은 비록 아직은 무제가 되지 못했지만, 경지는 거의 무제에 가까웠다.

특히 석청범이 그랬다.

그는 역천을 넘어 독립 자아의 무조 경지에 이르렀을 수도 있었다.

"기왕 온 김에 한마디씩 하거라."

제사는 여전히 같은 말투였다.

"도우들, 새로운 제방심사가 곧 시작된다. 모두 심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만약 순위에 들지 못해도 속상해하지 말거라. 인생에는 수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마녀 천천은 독려하듯이 말했다.

"칼을 버리면 불타가 된다. 선악에 대해 말한 것 같지만 사실은 무도를 말한 거다. 마음속 집념을 버리고 고개를 들면 넓은 하늘을 보고 마음이 풀릴 거다. 아미타불, 선재, 전재."

진자래는 두 손을 벌렸다가 다시 합장하며 몇 마디 했다.

무슨 뜻인지 알기는 어려웠지만, 그 역시 천재들을 독려했다.

석청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눈으로 장내를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순간 제사가 손을 흔들자 사람들이 공중에 있던 삼도진법이 무너지고 세 사람은 사라졌다.

도장은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나 천재들은 더없이 흥분했다.

"제방 서열 삼 위! 저게 내가 바라던 위치이다. 언젠가 반드시 제방 서열 삼 위 안에 들고 말겠다!"

최립허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두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지금부터 제방심사를 시작하겠다."

제사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가부좌를 틀고 앉거라. 제방의 영이 올 것이니 얌전히 기다리거라. 소리를 내지도 말고 조용해야 한다."

그의 말은 신비한 마력이 있는 것만 같았다.

크게 흥분했던 천재들이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심호흡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후-!

진남도 숨을 길게 내뱉더니 머릿속을 비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유정도장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천재들은 숨을 고르게 내쉬며 평온한 표정으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 * *

창람대륙 중주의 한 사막.

"석청범, 이번 심사의 이수(異秀, 특별히 뛰어난 이)가 누군지 알아봤어?"

마녀 천천은 장난기 어린 표정이 싹 가시고 엄숙해졌다.

그녀는 영패를 들고 전음했다.

"아니."

영패에서 석청범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최립허나 현월, 백흥앙 등을 살펴봤는데 이수는커녕 역천개명을 하지 않으면 이백 위 안에도 들기 힘들었어."

"그거참 이상하네."

마녀 천천의 얼굴에 고민이 드러났다.

"제방의 영이 말하기를 이수가 나타나 무제의 운명을 갖고 있고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했는데……."

"아미타불. 조용히 기다리거라. 평정을 유지하고 때를 기다리면 절로 나올 것이다."

영패에서 불타 진자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정을 유지하라고?"

마녀 천천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 땡중아. 너는 무제가 될 운명을 가진 자가 나왔다는데 평정을 유지할 수 있어?"

이때 진자래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기다리거라."

석청범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방의 영이 우리에게 이수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으니 곧 만나게 할 거다. 그저 빨리 만나고 늦게 만나고의 차이이다. 무제의 운명이라는 건 스스로에게 달렸을 테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마녀 천천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발끝을 차며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유정도장.

진남은 문득 머리가 가벼워지고 신비한 힘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제방심사가 시작된 건가?'

진남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진남, 이제 눈을 떠도 된다."

이때 점잖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유정도장이 아니었다.

산봉우리에 있는 수림이었다.

진남은 문득 수림이 무척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영이십니까?"

진남은 고개를 흔들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앞쪽에는 커다란 돌이 있었는데, 그 위에 백발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자애로운 표정에 진남은 저도 몰래 친근감이 생겼다.

"그래, 내가 제령이다."

백발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참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그래서 너에 대한 심사는 순서를 바꾸었다."

"순서를 바꿨다니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일반 사람들은 먼저 무혼을 심사하고 실력을 심사하고 운명을 심사한다."

백발노인이 말했다.

"그러나 너는 다르다. 너는 순서를 바꿔 운명을 먼저 심사하겠다."

"그게……."

진남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먼저 운명을 심사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지 뭐.'

진남은 차분해졌다.

생각해보니 심사 순서는 그다지 중요한 거 같지 않았다.

"그럼 심사를 시작하겠다."

백발노인은 눈에 빛이 돌았다.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이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느냐? 너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거라."

그 말에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응? 그러고 보니까 여긴 용호산맥이잖아?'

"용호산맥? 저를 용호산맥에 데려온 겁니까?"

진남은 제영에게 질문했다.

"유정도장에 온 천재들은 대부분 기연이 있었다. 운명 심사란 바로 그 기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보는 거다."

백발노인은 진남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기연은 어렸을 때 용호산맥에서 얻었구나."

그의 말에 진남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도 다 알고 있어?'

심사를 참가한 천재들만 해도 몇천 명이 넘었다.

제방은 그들이 얻은 기연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인가?

'대단하다!'

백발노인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방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다. 네가 어릴 적 얻은 기연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진남, 이제 말해 보거라. 네가 얻은 기연은 무엇이냐?"

"……열네 살에……."

진남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했다.

전신의 혼에 대해 숨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또한 제방을 통해 전신의 진짜 내력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열네 살? 그럼 우리 열네 살 때 장면을 함께 보자."

백발노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촤르륵-!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그냥 보기에는 특이한 점이 없는 것 같았지만 진남은 초목들이 변한 것을 느꼈다.

마치 시간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제방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네."

진남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열네 살에 그는 벼락을 맞고 기절했더니 전신의 혼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해서 벼락을 맞게 되었고 벼락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전혀 몰랐다.

별안간 슉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준수한 얼굴에 눈빛이 단호한 소년이 수림을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지난번에 만들어낸 검법은 급수가 너무 낮아. 더 연마해서 검법의 힘을 키워야겠어……."

진남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소년은 열네 살의 내가 아닌가? 제방이 나를 데리고 시공간을 넘어 열네 살 시기로 온 건가?'

"진남, 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힘이 없다. 다만, 특별한 수단으로 열네 살의 네가 용호산맥에 있던 장면을 재생하는 것뿐이다."

백발노인이 말했다.

"이건 환상과 비슷할 뿐이다."

"환상?"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 소년의 앞에 섰다.

그러나 소년은 진남을 못 본 것처럼 계속 앞으로 달렸다.

'예전에 겪은 일을 다시 보여주는 거라니……. 환상이라고 해도 무서울 정도의 능력이구나…….'

진남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제방이라면 창람대륙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거의 알고 있지 않을까? 혹은…….'

진남은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때, 하늘이 어두워지고 먹구름들이 몰려와 용호산맥을 덮었다.

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마치 세계종말일이 온 것 같았다.

"비가 올 것 같군."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집에 가야겠어. 아버지께서 걱정하시겠다."

그는 돌아서서 달려갔다.

"곧 오겠군."

백발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신비한 위압이 허공 깊은 곳에서 몰려와 천지를 덮었다.

이어 자홍색의 뇌정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라운 속도로 소년의 머리에 내리꽂혔다.

쿵-!

전체 용호산맥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온몸이 거멓게 그을리고 기절했다.

"저, 저런……."

진남은 넋을 놓고 그 장면을 바라봤다.

'이게 내가 전신의 혼을 얻을 때 장면인가?'

백발노인은 살짝 넋이 나가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자홍색의 뇌정은 창람대륙의 것이 아니라 구천에서 온 것이었다.

게다가 뇌정이 가지고 있는 위압과 신비함은 제방의 영인 그도 알아볼 수 없었다.

"진남, 이게 네 인생에서 가장 큰 기연이겠구나."

백발노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두 번째 기연은 네 몸속에 있는 구리거울과 금인이다. 물론 구리거울과 금인은 무혼에 비한다면 한참이나 작은 기연이지만 말이다."

"선배님, 혹시 전신의 혼이 어떤 내력을 지니고 있는지 아십니까?"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얼른 물었다.

"그것의 이름이 전신의 혼이냐? 미안하다. 나는 그것의 내력을 알아볼 수 없구나. 네 무혼은 창람대륙 그 위에 군림한다."

백발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가 진남을 주목한 것은 구리거울의 기운과 창람대륙을 뛰어넘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제방심사가 앞당겨진 것이었다.

그는 진남이 무엇을 얻었는지 빨리 알고 싶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

'전신의 혼에 관한 비밀은 제방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직접 알아볼 수밖에 없겠구나.'

"진남, 전신의 혼을 보여다오."

백발노인이 말했다.

"좋습니다."

진남은 등 뒤로 붉은빛 하나가 솟아오르며 커다란 전신의 혼이 허공에 우뚝 섰다.

"천급 일품? 보아하니 성장할 수 있는 무혼이구나."

백발노인은 진남의 무혼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신의 혼을 바로 짐작했다.

"어? 아닌데……."

백발노인은 몸을 보이지 않게 살짝 떨었다.

그는 전신의 혼의 왼쪽 눈과 두 팔에서 뿜는 빛이 다른 부위와 다르다는 것을 민첩하게 보아냈다.

"진남, 네 왼쪽 눈과 두 팔은 혹시……."

백발노인은 호흡이 가빠졌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제방은 왼쪽 눈과 두 팔의 기운도 느낄 수 있는 건가?'

"그렇군, 그런 거였어!"

백발노인은 진남의 표정을 보자 바로 알아차렸다.

진남은 구천에 속하는 전신의 무혼과 구리거울 그리고 금인까지 얻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진남의 몸에 있는 것들은 백발노인의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놀랍구나! 하지만 너무 놀라운 일들이라 수단을 통해 확인해야겠다. 혹시 추측이 틀릴 수도 있으니까."

백발노인은 혼잣말하며 머릿속에 계획을 세웠다.

"진남."

백발노인은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와 진남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저는 운명 심사에서 합격했습니까?"

진남은 그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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