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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67화 (467/1,498)

467화 상관없는 자들은 떠나라!

"하하, 구음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놈이 오든 말든 오시가 되면 전 이 여인의 목을 자를 것입니다. 그리고……."

비악무조는 이어서 말을 했다.

"구음무조, 걱정 마세요. 제가 종주가 되면 그 물건은 꼭 드리겠습니다."

"그래."

구음무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요청에 응한 것은 비악무조가 그에게 약속한 물건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천급 일품인 목목까지 있으니 구음무조가 나선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도장 중앙.

철컥-!

목목은 천천히 장검을 뽑아 들었고 검 끝에서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공주의 목을 자르는 일은 목목이 집행하기로 했다.

"예전에 나는 참 순진했어. 아무것도 모르고 너희들에게 속았다. 비악무조와 목곤 아저씨가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계속 속고 있을 테지.

공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거라. 진남은 안 올 거다. 그리고 놈이 온다고 해도 너는 죽어."

목목은 차가운 시선으로 공주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공주와 진남이 소요검조와 연합해 아버지를 죽인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인생이 끝난 것 같았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오직 원수의 피로 상처를 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그녀는 진남과 묘묘 공주를 직접 죽이고 싶었다.

묘묘 공주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진남은 올 거야.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상황을 해결하겠지. 만약 진남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오늘 근원의 힘을 전부 방출해서 이놈들을 죽일 거야.'

시간은 천천히 흘렀만 갔다.

무인들의 시선이 전부 공주에게 쏠렸다.

"오시가 곧 다 돼가."

"음……. 안 오려나 봐."

"흥이 깨지네. 동주 제일 천재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사람들은 실망했다.

바로 그때, 한 제자가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오시가 됐습니다."

하늘의 태양도 가장 중앙에 떠 있었다.

'진남, 이놈은 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어? 한데 안 와?'

비악무조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진남이 오지 않을 것도 예상하긴 했지만, 그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어두워지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목목, 공주의 머리를 자르거라."

말을 마친 뒤 그는 구음무조와 눈을 마주쳤다.

공주의 머리를 자르면 종주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었다.

임묘가는 왠지 모르게 몸이 굳어지고 좋지 않은 예감이 떠올랐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공주, 죽어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복잡한 눈빛의 목목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장검을 들고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쿵-!

무량산의 산기슭에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구름을 뚫고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

비악무조, 임묘가, 구음무조 등과 현장에 있던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그다음 순간에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 누군가 산문(山門)을 공격하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동주의 천재가 왔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방원 몇십만 리 혹은 삼성 세력 중에 무량산을 공격할 사람은 없었다.

때문에, 무량산을 공격하겠다고 한 동주 제일 천재가 떠올랐다.

"좋소! 목곤, 가서……."

비악무조만 흥분하며 사람을 보내 알아보려 했다.

'진남이 온 거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화르륵-!

도장의 허공이 찢어지더니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소요검조와 그의 제자였다.

소요검조의 제자는 가늘게 뜬 눈에 놀라움이 꿈틀거렸다.

그는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

'진남……? 짧은 시간에 어떤 기연을 얻었기에 이렇게 대단해졌지?'

"소요검조!"

"소요검조야!"

"소요검조가 왜 왔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다들 어리둥절했다.

비악무조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소요검조, 자네……."

목목은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눈에 싸늘한 살기와 원망이 가득했다.

'저놈이 아버지를 죽였어!'

"하하하!"

소요검조는 큰 웃음을 터뜨리더니 비범한 기세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당황할 것 없다. 원래 나는 무량산을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공격할 필요가 없는 것 같구나. 검과 술도 가져왔거늘."

소요검조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들 마음이 떨렸다.

'진짜 술과 검을 가져왔구나!'

소요검조가 술을 마시고 검을 뽑으면 살계를 펼친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소요검조는 삼성 세력의 제자 몇백 명과 장로 등을 죽였다.

비악무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지? 설마 무량산과 싸울 생각이라는 거야?'

쿵-!

이때 산 아래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폭발음은 아까보다 더 컸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소요검조는 주위를 둘러보며 술을 몇 모금 마시고는 한탄했다.

"비악무조,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반드시 죽게 되오. 내가 보기에 자네의 좋은 날도 오늘로 끝난 것 같소.

내기하겠소? 나는 자네가 길어야 일 주 향의 시간을 더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소."

사람들은 또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누가 비악무조를 죽이려 하나?'

"소요검조!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마시오. 여기는 무량산이요. 자네가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정신을 차린 비악무조는 안색이 크게 변하고 굳은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평소라면 그는 소요검조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구음무조가 그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혼난문이라는 최고의 배경이 있어 그는 두려운 게 없었다.

이에 소요검조가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오늘 하필 소란을 피워야겠소. 무인들과 꼬맹이들은 빨리 도망가거라!"

쿵-!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소요검조가 검을 뽑았다.

엄청난 검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강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순간 어이없어했다.

'방금까지 오늘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갑자기 검을 뽑다니?'

"응?"

상석의 임묘가는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만약 소요검조가 비악무조를 공격하면 그녀는 왠지 모를 위기를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악무조는 순식간에 안색이 시커메졌다.

그는 소요검조가 정말로 참견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그의 완벽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었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우르릉 하고 더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무량산 전체가 살짝 흔들렸다.

이는 누군가 무량산의 산문을 억지로 부쉈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엄청난 요기가 파도를 치는 것처럼 산 아래에서 용솟음쳤다.

"응?"

이번에는 구음무조조차 안색이 변하여 눈을 뜨고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비악무조와 목씨 가문 사람들, 임묘가 등 거물들과 무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쳐들었다.

순간 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온 건 사람이 아니라 요수였다.

우마요조였다.

'어떻게 된 거지?'

'적마산맥의 우마요조가 왜 무량산의 산문을 부수고 공격하는 거지?'

음모-!

우마요조는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엄청난 요기가 광풍처럼 순식간에 도장을 휩쓸었다.

무인들은 표정이 변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소요검조가 찾아오더니 이제는 우마요조마저 무량산으로 쳐들어 와?"

정신을 차린 비악무조는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애써 세운 계획에 변수들이 생겼다.

상석의 임묘가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에 적마산맥에서 만난 청년은 우마요조를 따라 동굴에 들어간 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마요조는 그 청년을 죽이고도 화가 안 풀려 무량산으로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 사람이 있소!"

"다들 보시오! 우마요조의 머리 위에 사람이 있소!"

한 무인이 뭔가 발견하고 헛숨을 들이켜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이 천둥이 내리친 것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위를 쳐다봤다.

'우마요조의 머리 위에 사람이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요수의 머리 위는 아무나 함부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요수의 머리 위에 올라갔다는 건 요수가 이 사람에게 복종했다는 뜻이었다.

'우마요조와 같은 개세대요(蓋世大妖)를 굴복시켰다고?'

우마요조 머리 위의 청년을 본 순간 무인들은 모두 경악했다.

비악무조, 목씨 가문 사람들, 목풍사, 목목, 임묘가 등은 이 광경을 보자 마음속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이 우마요조의 머리 위에 올라가다니?'

"공주, 미안해. 늦었어."

진남은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공주를 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남,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내가 마침 모두 죽이려던 참인데……."

소요검조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 무슨……. 농담하는 거지?'

'우마요조의 머리 위의 청년이 비악무조가 말하던 진남이라고?'

'동주의 제일 천재가 저렇게 강한 대요를 굴복시키다니!'

"긴말하지 않겠다."

진남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을 줄 테니 이번 일과 상관없는 사람은 이십 리 밖으로 물러나거라. 아니면 모두 죽이겠다!"

마지막에 진남의 눈에는 차가운 살기가 꿈틀거렸다.

한 달 전의 패배를 오늘 수많은 피로 씻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말에 무량산의 도장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진남의 말뜻은 지금 떠나지 않으면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가자!"

"내 명령을 듣거라. 비류종의 사람들은 전부 떠나라!"

"삼십 리 밖으로 물러나거라!"

도장 위의 여러 세력의 거물들과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허공을 찢고 빠르게 도장을 떠나갔다.

동주에서 왔다고 해서 무시할 게 아니었다.

진남은 소요검조, 우마요조 두 거물이 도와주고 있기에 큰소리칠 자격이 있었다.

그들은 이유 없는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도 가자!"

한참 망설이던 임묘가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전음하는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무량산의 모든 제자는 이번 싸움이 태상 장로와 진남 사이의 싸움이란 걸 들었을 것이다. 저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라!"

장로들과 제자들은 경악했다.

"빨리 가자!"

임묘가는 굳은 표정으로 사납게 호통쳤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는 절대 이 청년과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에 임묘가와 함께 왔던 네 명의 무성 정상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곳에서 살아나고 우마요조도 굴복시켰다. 저 청년의 미움을 사면 안 된다.'

휙-! 휙-! 휙-!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내막을 모르는 무인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동주에서 온 천재의 한마디에 수많은 이들이 따랐다.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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