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화 진정한 전승
거물들과 무인들은 심장이 떨렸다.
'진남이 경지를 회복했어!'
'게다가 더 강해졌다!'
'강비범은 잠룡방 삼 위이고 경지가 역천무존 정상급이다.
방금 사용한 청련검좌가 강비범의 최강 수단은 아니지만, 진남은 한 방에 공격을 부셨다.'
'진남이 최선을 다한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진남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하늘에 있는 상도맹 맹주를 쳐다보았다.
왼쪽 눈에서 이상한 보라색 빛이 뿜어 나왔다.
상도맹 맹주는 흠칫했다.
진남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음……. 저놈은 아직 못 이기겠군!"
진남은 시선을 거두었다.
상도맹 맹주는 무성 경지 정상급이었다.
진남은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그의 상대가 안 되었다.
아니면 천기도가 열리기 전에 상도맹 맹주와 부딪혔을 것이었다.
"역시 진남이야!"
"대단한 경지다! 성천가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그건 모르겠지만 천기도에 온 건 잘한 일 같아!"
"허허, 저 둘이 지금 당장 싸웠으면 좋겠다!"
무인들과 천재들은 눈에서 빛을 뿜었다.
일부 사람들은 진남이 고작 몇 개월 사이에 경지를 회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잘못된 판단이었다.
진남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진남은 이미 전설적인 존재였다.
"이런!"
강비범은 겨우 몸을 가누었다.
그는 기혈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이 보는 데서 진남에게 한 방 맞아 날아가는 바람에 체면을 다 구겼다.
그러나 방금 맞은 한 방을 생각하자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그는 혼자 힘으로 진남에게 달려들면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우르릉- 쾅-!
엄청난 폭발음이 천기호에서 울려 퍼졌다.
성옥탄의 사람들은 진동을 느끼고 깜짝 놀라 쳐다봤다.
"어?"
진남은 커다란 손이 호수를 억지로 갈라놓는 것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호수가 둘로 갈라졌다.
소리가 크고 천지를 진동했다.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호수가 갈라진 틈에 어둡고 깊은 길이 나타났다.
길은 곧고 넓이가 몇십 장은 되었는데, 무겁고 방대한 기운을 풍겼다.
길을 따라가면 땅속 심연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쿵- !
길에서 빛이 번쩍거리며 퍼져가더니 작은 진법을 이루었다.
진법은 크지 않지만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무성이라고 해도 건드리면 바로 죽을 것 같았다.
진법을 통해 길에 들어서면 동주의 제일 금지인 천기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천기도가 열렸다.
찍찍-!
그때 진남의 어깨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몸속에 숨어 있던 천기서가 어떤 유혹을 느꼈는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고 동그란 두 눈은 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천기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기도가 나타났다!"
거물과 무인들은 흥분되어 진남과 성천가 등을 바라보았다.
그들 넷만이 천기도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
"먼저 천기도에 들어가마!"
성천가는 몸을 날려 불꽃으로 변하더니 진법 앞으로 날아갔다.
그의 몸에서 부적이 날아오르더니 기묘한 기운을 뿜었다.
그것은 천기부조였다.
천기부조를 가지고 있어야 진법에 들어갈 수 있고 길에 이를 수 있었다.
모용설은 진남을 힐끗 쳐다보며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몸을 날려 진법 앞에 왔다.
"흥!"
강비범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상도맹 맹주와 만향루 루주 등은 심호흡을 했다.
진남이 보여준 실력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들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천기도였다.
천기도에 들어가면 역천개명할 수 있을 것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진남을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성천가!
모용설!
강비범!
이들 셋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들어가 보자!"
진남은 세 천재의 실력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천기도가 열렸으니 일단은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천기도 안에선 기연을 만나 실력을 높이고 무성이 될 수도 있었다.
"진남! 잘해!"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었다.
'진남은 매번 기적을 만들어냈는데 이번에는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까?'
그때 슉-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남의 몸에서 금빛이 뿜어 나왔다.
속도가 놀라웠다.
여러 거물들도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금색의 쥐가 세 천재 앞에 나타났다.
"이건 뭐야?"
성천가, 모용설, 강비범은 진법에 들어가려던 찰나에 이변을 만나자 빠르게 공법을 움직여 최강 살수를 펼칠 준비를 했다.
찍찍-!
천기서는 이를 드러내고 웃더니 발을 굴러 세 천재의 앞으로 다가와 힘껏 빨아들였다.
엄청난 광경이 벌어졌다.
세 개의 천기부조가 어떤 이끌림을 받은 것처럼 세 천재의 손을 벗어나 천기서 앞에 떨어졌다.
"무슨……!"
세 천재는 깜짝 놀랐다.
천기서는 입을 벌리고 눈 깜짝할 새에 천기부조를 물어뜯었다.
천기부조는 웅웅- 진동하면서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잠깐 사이에 부적들은 전부 천기서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세 천재는 넋이 나갔다.
거물들과 무인들도 어리둥절했다.
'무, 무슨 상황이지? 금색 쥐가 천기부조를 먹었어?'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천기서가 천기부조를 먹을 줄 몰랐다.
이상한 분위기가 번졌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의문이 생겼다.
'천기부조를 삼켰어……. 그럼 저 셋은 어떻게 천기도에 들어가지?'
"무슨 짓이냐!"
"죽고 싶어?"
"짐승 새끼가!"
세 천재는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의 두 눈은 이글거렸다.
신광이 그들의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끝없는 살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쿵!
상도맹 맹주와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쳤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천기부조가 얼마나 귀한 물건인데! 그걸 먹어버리다니!'
'이제 어떻게 역천개명을 한단 말인가!'
순식간에 엄청난 살기가 허공을 채웠다.
마치 엄청난 뇌정이 내리칠 것만 같았다.
진남이 나서기 전에 천기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발을 굴러 진법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그란 눈을 굴려 도발이 가득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거다, 재간 있으면 와서 때려 봐!'
그 순간, 수많은 정신술이 동시에 펼쳐졌다.
여러 거물들과 천재들은 몸이 굳었다.
그들은 살초를 펼치려다 멈췄다.
어떤 사람들은 반동의 힘에 맞아 묵직한 신음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은 공격할 수 없었다.
천기도를 지키는 진법이었다.
무성 강자라도 공격하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질 수 있었다.
찍찍-! 찍찍-!
사람들의 행동에 천기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천기서는 배를 안고 바닥을 굴러가며 웃었다.
그러나 곧 웃음을 멈추고 엄숙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금빛이 번쩍이더니 엄청난 위엄을 드러냈다.
천재들의 표정은 변화가 다채롭기 그지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진남! 너! 저 쥐는 네 몸에서 나왔다!"
강비범이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이를 갈며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노려보았다.
"뭐라? 진남?"
"진남! 이게 무슨 짓이냐? 얼른 천기부조를 돌려줘!"
강비범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거물들과 천재들은 방금 장면을 생각하며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특히 상도맹 맹주는 두 눈이 시뻘게졌다.
다른 강자들도 정신을 차리고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 사내는 신이다. 세 천재의 천기부조마저 순식간에 강탈해버리다니!'
"뭐야? 싸우려는 거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하늘로 날아올라 군웅들을 향해 기운을 드러내며 말했다.
사실 그들도 어이없었다.
그들은 진남이 천기도에 들어가기 전부터서 이런 풍파를 만들 줄은 몰랐다.
진남은 천지를 뒤덮는 살기를 느끼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거물들과 천재들은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금색 쥐는 분명 너의 몸에서 나왔다.'
'그런데 너는 지금 너와 상관이 없다는 거야?'
"진남! 목부 장로가 너를 뒷받침해준다 해도 상관없다! 오늘 천기부조를 내놓지 않으면 반드시 너를 죽여버리겠다!"
상도맹 맹주는 호통을 쳤다.
세 천재가 천기도에 들어가야만 역천개명할 수 있고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
만향루와 상도맹이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희망이 사라졌으니 그들도 앞뒤 잴 게 없었다.
큰 싸움이 곧 시작될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진법 안에 있던 천기서에게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쿵-!
천기서의 몸에서 찬란한 금빛이 솟아오르더니 금룡, 봉황 등 요수들이 하늘에서 날아다니며 포효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몇십 리를 진동했다.
순간, 천기호가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응? 어찌 된 일이지?"
사람들은 변화에 시선이 끌렸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진남은 천기서의 탄생으로 인해 천기도에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고 직감했다.
그때.
슉-!
호수 중앙에서 흰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몇백 장이나 되는 거인으로 변해 허공에 우뚝 섰다.
"천기가 열리고! 모든 것이 윤회한다! 옛길은 천기의 주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부터 한 시진 이후, 두 시진 이내에 무성 이하 무황 이상의 무인들은 모두 천기도에 들어갈 수 있다!"
거인의 말이 구름 위에서 대지를 향해 우레처럼 터졌다.
방원 백 리, 방원 천 리의 요수와 무인들이 제대로 들을 정도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웅-!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커다란 천기호가 순식간에 증발하여 증기가 맴돌더니 하늘을 하얗게 덮었다.
호수 바닥의 땅은 이상하리만치 시커멨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컴컴했다.
우르릉-! 쾅-!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호수 중앙에 생긴 틈은 다시 한번 커다란 손에 의해 양쪽으로 찢어졌다.
원래의 길이에서 몇백 장은 더 넓어졌다.
길은 넓어져서 땅속 깊은 곳으로 뻗었다.
마치 깊은 골짜기로 통하는 것 같았다.
옛길의 한쪽에 있던 진법은 힘을 잃은 것처럼 천천히 사라졌다.
그 순간 이변이 멈추었다.
천지가 조용해졌다.
상도맹 맹주와 거물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일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슉-!
천기서는 정상으로 돌아와 금빛으로 변하여 진남의 어깨로 돌아와서 찍찍거렸다.
마치 진남에게 칭찬해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 천기의 주인! 천기의 주인을 선택하는 거였구나! 천기서가 열쇠였어! 천기의 전승을 움직이게 하는 열쇠다!"
양대 무조는 그제야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그들은 전에 죽게 되었을 때 천기도에 들어가 살아갈 희망을 찾으려 했다.
덕분에 그들은 천기도의 비밀인 진정한 전승이 지금껏 열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진정한 전승이 열린 것이었다.
"잘했어!"
진남은 희색을 드러냈다.
그의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천기도가 열렸다. 이것은 무성 아래의 천재들과 무인들이 모두 천기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세 천재와 함께 천기도에 들어간다면 그들 셋이 연합을 하더라도 나의 전의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부 들어가 서로 엉켜 싸운다면 나도 전력을 전부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