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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36화 (436/1,498)

436화 성옥탄에 나타난 진남

성옥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보았다.

사내들은 가슴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

만향루 루주, 부 루주, 태상 장로가 모두 도착했다.

거물들 옆에 두 젊은 여인이 얌전하게 서 있었다.

그녀들은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깃이 흔들렸다.

앞에 선 젊은 여인은 얼굴이 하얗고 용모가 단정했다.

물기가 촉촉한 눈은 빛을 반짝였다.

한 번만 봐도 푹 빠지게 되는 여인이었다.

다른 여인은 생김새가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예쁜 얼굴은 무표정해서 도도한 느낌이 들었다.

두 여인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하나는 뜨거웠고, 하나는 차가웠다.

"모용설! 모용설이 왔다!"

"여전히 아름답구나! 저 여인의 얼굴만 봐도 혼이 날아갈 것 같아!"

"모용설이 한 번만이라도 나를 보고 웃어준다면 이번 생에 여한이 없겠다!"

"모용설 옆에는 옥나찰이야. 전혀 밀리지 않는구나. 차가운 분위기가 내 마음에 꼭 들어!"

성옥탄은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여자 무인들도 그녀들을 보자 저도 몰래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용설은 만향루의 일 위이고 잠룡방 이 위였다.

옥나찰은 만향루의 이 위이고 잠룡방 육 위였다.

"어?"

강비범은 두 여인을 보자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의 두 눈에서 빛이 났다.

두 여인은 무척 예뻤다.

저 정도의 외모와 재능이면 그의 반려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강비범은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품위 있게 모용설과 옥나찰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여인을 자신의 품에 넣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분천고국의 사람들이 왔어!"

그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상도맹 맹주와 만향루 루주도 주먹을 꽉 쥐었다.

'분천고국! 진남이 온 건가?'

크롸라라-!

두 개의 우렁찬 포효소리와 함께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날아왔다.

그 아래에 용호, 난풍, 적풍운 등 천재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문도보굴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 진남은 안 보이네?"

"진남은 나간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대!"

"상처를 치료하러 갔겠지. 허허, 기대되는군. 상처를 치료한 모습은 어떨지? 삼대 천재의 상대가 될지 궁금해!"

무인들은 실망스러운 시선으로 말했다.

상도맹 맹주와 거물들은 시선을 거두었다.

진남이 없으면 분천고국의 다른 천재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우와, 예쁜 미녀다……."

용호는 모용설과 옥나찰을 보자 눈이 반짝거렸다.

물론 그는 옥나찰이 조방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분천고국의 다른 천재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난풍만이 시큰둥해서 입을 삐죽거렸다.

"진남은 마지막에나 나타나겠구나."

모용설은 가볍게 웃으며 눈길을 돌렸다.

"옥 사매, 나와 쟁탈전을 벌이면 안 된다!"

모용설의 눈에 티 나지 않게 경계하는 빛이 스쳤다.

만향루에서 옥나찰은 그녀의 지위를 위협했다.

물론 모용설은 천기도에 들어가면 그녀와 옥나찰의 실력은 확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이 있었다.

"사저, 농담도 잘하네요."

옥나찰은 얼굴을 붉혔다.

모용설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옥나찰이 사내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옥나찰이 진짜 진남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비범은 두 여인의 대화를 듣더니 눈빛이 싸늘해졌다.

'나는 여기에 있는데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은 오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이렇게 신경 쓰고 있구나.'

"두 분! 저는 강비범입니다!"

강비범은 성큼 다가가서 기운을 드러내며 공수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옥나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용설은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강 도우군요."

강비범은 몸이 굳었다.

'잠룡방 삼 위고 제기 무혼을 갖고 있는 내가 이런 대우를 받다니?'

"강비범, 넌 여전히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이들이 너를 다르게 볼 줄 알았느냐?"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가 큰 사내가 느긋하게 걸어왔다.

성옥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내는 잠룡방 일 위인 성천가였다.

"성천가!"

"그가 왔어!"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천가는 문도산의 제일 진전제자였다.

"성천가! 감히 천기도에 왔구나! 죽어라!"

혈익봉황은 큰소리로 외쳤다.

불꽃이 활활 타올라 천지에 용솟음치고 기세가 엄청났다.

성천가의 머리를 향해 커다란 발을 내뻗었다.

"혈익봉황, 문도산도 멸망했소. 성천가를 몰아세울 필요 없잖소?"

상도맹 맹주와 만향루 루주가 크게 웃더니 엄청난 성자의 위압을 드러냈다.

위압은 성광으로 변해 혈익봉황의 살초를 모두 막았다.

"흥!"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상도맹, 만향루의 여러 거물들이 모두 있으니 성천가를 죽이기 어려웠다.

양대 세력이 성천가를 돕는 이유가 있었다.

적의 적은 친구였다.

성천가가 성장하면 반드시 분천고국의 최대의 적이 될 것이었다.

"성천가, 그게 무슨 말이냐? 잠룡방 일 위면 천하무적인 줄 아느냐?"

강비범은 화가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그는 신공이 높아졌기에 성천가가 두렵지 않았다.

"나와 싸우겠느냐?"

성천가의 기운이 순식간에 변했다.

마치 화신이 강림한 것처럼 파란 불이 그의 몸에서 활활 타올랐다.

엄청난 위압이 주변으로 번졌다.

그 순간, 사람들은 등이 서늘했다.

파란 불에 녹을 것만 같았다.

"내가 설마 너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 오늘 단단히 혼을 내주마!"

강비범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의 몸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상도맹 맹주는 눈꺼풀이 떨렸다.

'진남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이 두 놈이 먼저 싸우다니.'

그러나 그는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그들은 천기도가 열리기 전에 목숨 걸고 싸울 바보들이 아니었다.

주변의 무인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일 위와 삼 위가 싸우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찰랑-.

그때, 천기호에 바람에 스친 듯 호수 면이 일렁이며 파도가 생겼다.

기묘한 운치가 물결쳤다.

"천기도가 곧 열린다!"

거물들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 이 녀석은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천재들도 주시하고 있었다.

'설마 진남은 안 오는 걸까?'

"보신권(寶神拳)!"

강비범이 소리를 질렀다.

강비범은 천기호의 이변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주먹 끝에 엄청난 빛을 반짝거리며 엄청난 신위를 풍겼다.

주먹은 이보로 변하여 성천가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성천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발을 구르더니 불빛으로 변해 뒤로 물러났다.

강비범은 헛방을 날렸다.

초식은 광화둔(光火遁)이었다.

성천가의 묘기 중 하나였다.

소문에 의하면 열 명의 동급 천재가 성천가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는데, 이 초식으로 전부 피하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성천가! 도망가지 말거라!"

강비범은 크게 외쳤다.

수많은 보광이 그의 발밑에서 번쩍이며 속도가 빨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 얽히고설켜 초식을 주고받았다.

수많은 강기가 뿜어 나왔다.

주변의 무인들은 가슴을 졸이며 구경하고 있었다.

잠룡방 삼 위안에 드는 천재와 그들의 실력은 천지 차이었다.

강비범은 지금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천가의 시큰둥한 표정을 보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별안간 성천가는 몸을 흔들더니 멀리 물러갔다.

강비범이 쫓아가려는데 눈앞이 시커메졌다.

방금 도착한 무인이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그의 길을 막았던 것이었다.

"썩 꺼지거라!"

강비범은 고함을 지르며 주먹에 보광을 싣고 힘껏 내리쳤다.

그는 마침 화가 잔뜩 나서 화풀이할 데를 찾던 참이었다.

펑-!

폭발음이 들렸다.

강비범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주먹이 산에 부딪힌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동의 힘으로 인해 그는 팔이 저렸다.

"응?"

멀리 있던 성천가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천재 무인들도 얼떨떨했다.

'두 천재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다니.'

"나는 너와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라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강비범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듬직한 산 같았다.

"진남? 하하. 드디어 왔구나!"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얼떨떨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웃었다.

"남 형!"

"영장!"

"영장을 뵙습니다."

적풍운 등은 얼른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무인과 거물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왔다!'

모든 시선들이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에게 몰렸다.

궁금증, 염탐, 호기심이 어린 등 복잡한 시선들이었다.

"진남의 경지는……."

상도맹 맹주와 만향루 루주 그리고 다른 거물들은 서로 마주 보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들은 아무리 동술을 펼쳐도, 혹은 다른 수단을 사용해도 진남의 경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

'설마, 진남이 경지를 회복한 건가?'

거물들은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은 모두 진남의 전력을 겪어보았다.

"네가 진남이냐?"

강비범은 얼떨떨했다.

앞에 있는 사람이 평범한 무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싫어하는 사람일 줄이야.

"그렇다. 너는 누구냐?"

진남은 말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천가와 모용설 등을 훑어본 그는 마음속에 확신이 생겼다.

강벽난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사마공도 나타나지 않았다.

잠룡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은 경지가 평범하지 않았다.

다들 역천무존 원만 경지에 도달했다.

그 외에 다른 수단들도 많았다.

특히 성천가는 몸속에 화염지력(火焰之力)이 있었는데,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재미있어."

진남은 혼잣말했다.

그러나 살짝 실망했다.

잠룡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은 실력이 강하긴 했지만, 그의 전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들이 손을 잡고 협공한다면 싸울 만했다.

"네가 진남이구나! 문도산도 멸망시켰다면서? 얼마나 강한지 오늘 한번 보자꾸나."

그때 강비범이 고함을 지르며 수많은 보광을 뿜었다.

"청련검좌(青蓮劍座)! 모든 걸 없애거라!"

그의 외침과 함께 청련이 변한 보좌가 솟아올라 제위를 풍겼다.

보물은 반보제기에 근접했다.

촤락-!

보좌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끝없는 검기가 진남의 머리를 누르며 아래로 꽂혔다.

성천가와 모용설, 그리고 다른 거물들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진남의 경지를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마침 강비범이 공격으로 경지가 회복되었는지 볼 수 있었다.

진남은 시선이 차가워졌다.

'두 번이나 나를 공격해? 내가 만만해 보이나?'

"썩 꺼지거라!"

진남은 오른손을 내밀어 청련검좌를 내리쳤다.

쿵-!

청련검좌는 엄청난 힘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검기가 전부 무너졌다.

법보도 터져서 수많은 조각이 되어 강비범의 몸을 때렸다.

강비범은 놀라서 서둘러 방어했지만, 조각들에 맞아 날아갔다.

'대단해!'

성천가는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진남의 가벼운 한 방이 맹수 같은 힘을 내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려움이 앞섰다.

모용설의 아름다운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위험한 존재를 만난 것처럼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이내 이성을 되찾고 눈에 빛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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