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화 신촉도
문도산의 제자들이 허공을 가르며 청석도장으로 왔다.
대충 훑어봐도 최소 사천 명은 돼 보였다.
사람이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장필범은 명령을 받고 질서를 지키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진전 제자, 내문 제자, 외문 제자는 모두 줄을 서거라. 동성위, 네가 먼저 신촉도로 올라가거라."
동성위는 기뻐하며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려 신촉도를 향해 달려갔다.
문도 노조는 싸늘한 눈길로 분천황제 등을 힐끗 봤다.
얼기설기 엉킨 성자의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동성위는 구멍을 지나 신촉도에 올라갔다.
주위는 조용하고 사람들은 그를 주시했다.
신촉도의 끝이 지보라는 건 알았지만, 아직 신촉도에 들어간 후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다.
문도 노조 등도 호흡을 멈췄다.
동성위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신촉도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신촉도 양쪽의 촛불이 스스로 눈부신 불꽃을 피우더니 사방을 비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신촉도의 모든 촛대에 불이 붙었다!
무인들과 거물들은 일제히 어리둥절했다.
'신촉도의 촛대에 전부 불이 붙었다고?'
"좋다!"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 일행은 기뻐하며 두 눈에서 짙은 신광이 나타났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신촉도의 촛대에 전부 불이 붙었다는 것은 동성위가 지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대로 상도맹 맹주, 만향루 부 루주 등은 순식간에 안색이 더없이 보기 흉해졌다.
동성위가 지보를 얻으면 그들은 당연히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눈먼 검객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동성위가 어떻게 모든 촛대에 불을 붙일 수 있지?'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신촉도 위의 동성위는 흥분하여 얼굴이 상기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고 온몸의 피가 빠르게 들끓기 시작했다!
'지보! 지보를 얻으면 단청이든 잠룡방 서열 삼 위든 상관없다. 나야말로 제일이다! 심지어 목부나 중주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돌진하거라!"
동성위가 크게 외쳤다.
그의 기운이 최고로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신촉도 위에서 번개처럼 금색 궁전으로 돌진했다.
사람들은 모두 호흡을 멈췄다.
순식간에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동성위가 신촉도 끝의 금색 궁전에서 삼 장 되는 곳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압력이 그를 눌러 더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돌진하거라!"
동성위는 당황했다.
그는 기세를 끌어올리고 체내의 존자의 힘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의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미친 듯이 휘날렸다.
고술이 폭발하고 무혼을 드러냈다!
동성위는 꽁꽁 숨겼던 모든 수단을 펼쳤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건……."
동성위는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잔혹한 현실은 마치 머리 위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무인들과 거물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신촉도의 촛대를 전부 밝히면 지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화르륵!
이때, 신촉도 양쪽의 여덟 개의 진귀한 보물이 빛을 반짝이더니 동성위의 몸에 떨어졌다.
이건 동성위가 여덟 가지의 진귀한 보물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쿵!
강한 힘이 신촉도에서 뿜어 나와 동성위를 밀어냈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하하, 신촉도의 촛대를 전부 밝힌다 해도 지보를 얻을 수 없구나! 지보를 어찌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겠어!"
"쳇, 진귀한 보물을 여덟 개 얻은 것도 괜찮은 거지!"
"에잇, 깜짝 놀랐잖아!"
무인들과 상도맹 맹주 등은 모두 시름을 놓으며 안색이 편안해졌다.
'지보를 얻지 못했으니 다행이다!'
"다음은 무호!"
문도 노조은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순식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무호도 몸을 날려 신촉도로 들어갔다.
모든 촛불이 밝혀졌다.
무호도 희망을 안고 있는 힘껏 지보로 돌진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십 장 되는 곳에서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보를 얻으려면 모든 촛불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호는 여섯 개의 진귀한 보물 얻었다.
문도 노조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다른 한 편에 서 있던 장필범은 속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문도산의 내문 제자, 외문 제자들은 순서에 따라 신촉도에 들어갔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 두 시진이 지난 후 문도산의 제자들 대부분이 신촉도에 들어갔다.
그들은 모두 지보를 얻지 못했다.
여덟 개의 진귀한 보물을 얻은 동성위가 가장 많은 양의 보물 얻은 것이었다.
"허허, 지보를 얻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닌 것 같구나."
"지보를 얻지 못하더라도 진귀한 보물이라도 얻으면 만족하겠다. 진귀한 보물을 얻는 것으로도 운명을 바꾸는 건 아무 문제 없다."
"맞는 말이다."
일부 무인과 천재들이 소곤거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내려놓았다.
두 시진이 지난 후 문도산의 몇천 명의 제자들은 전부 문도보굴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지보를 얻지 못했다!
"하하……!"
분천황제, 혈익봉황 등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대로 문도 노조 등은 무척 기분이 나빠졌다.
그들의 두 눈에서 수많은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너희들이 본 것처럼 우리 문도산의 제자들은 누구도 지보를 얻지 못했다! 이제 지보는 너희들에게 달렸다!"
문도 노조가 큰소리로 외쳤다.
무인들과 상도맹, 만향루의 제자들은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문도 노조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문도산의 제자들이 지보를 얻지 못하여 그는 매우 실망했다.
그러나 만약 다른 무인들과 제자가 지보를 얻는다고 해도 나중에 대가를 치르고 지보를 뺏어오면 그만이었다.
"내가 먼저 하겠다!"
"내가 먼저 할게!"
"지보는 반듯이 내 것이다!"
다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무인들과 천재들은 질세라 서로 먼저 하겠다고 앞다투었다.
오직 진남만이 태연자약하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아 보였다.
장필범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무인들을 선별해 신촉도로 올라가게 했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지보를 움직이지 못했다.
"하하하! 혼천구(渾天球), 시살영패, 왕자권(王者拳) 세 가지 진귀한 보물을 얻다니!"
"에잇! 나는 이런 물건들뿐이구나."
"에휴!"
무인들이 신촉도에 올라갈 때마다 어떤 사람은 기쁜 표정을 짓고 어떤 사람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지경이 되자 무인들은 말할 것 없고 거물들마저 모두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모든 무인들이 신촉도에 올라갔지만, 아무도 지보를 얻지 못했다.
상도맹도 실패했다.
축항은 보술(寶術)을 수련했지만, 진귀한 보물을 열다섯 개밖에 얻지 못했다.
만향루도 끝났다.
몇만 명에 달하는 제자, 천재, 무인들 중에 이제는 분천고국만이 남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구나!"
진남은 한발 성큼 나섰다.
전의가 몸에서 솟아올랐다.
"하하하, 우리 분천고국이 제일 마지막이면 또 어떠냐? 내가 어떻게 지보를 얻는지 보거라!"
진남이 움직이기 전에 건방진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호가 앞으로 나서더니 가장 먼저 신촉도로 돌진했다.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 발걸음을 멈췄다.
휙!
용호는 빠르게 신촉도로 돌진했다.
다만 상황은 그의 기고만장하던 기세와 완전히 반대였다.
지보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보도 한 개만 그의 부름에 호응하여 광막에서 나와 용호의 몸에 들어갔다.
"에잇……! 이게 뭐야!"
용호는 달랑 하나뿐인 지보를 보자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천용뇌호의 혈통였다.
한데, 이보를 하나만 준 것이었다.
몇만 명 중에서 가장 적게 가졌을 것이었다.
무인들과 제자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저놈, 진짜 웃기는구나.'
"비켜라!"
이때, 차가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진남이 여유롭게 걸어왔다.
마신포는 바람이 없이도 스스로 날리고 보이지 않는 기세가 그의 몸에서 흩날렸다.
용호는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진남의 표정을 보자 침을 삼키고 아무 말 없이 신촉도에서 물러났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느껴졌다.
이 순간 진남은 천지에서 유일한 빛이 된 것 같았다.
"반드시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분천황제와 혈익봉황 등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들이 모두 문도산에 오고 진남이 신촉도로 갈 때 거리낌 없이 문도 노조 등과 싸움을 한 건 그들이 단청이 기적을 만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문조노조가 콧방귀를 꼈다.
상도맹 맹주 등도 안색이 꽤 좋지 않았다.
그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단청이 싫었다.
그를 빨리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들은 눈먼 식객의 평온하던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마른 손을 꽉 움켜쥔 걸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진남은 신촉도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발짝 내딛자 신촉도 양쪽의 촛불 모두에 불이 붙었다.
진남은 무인지경에 들어간 것처럼 순식간에 지보와 십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왔다.
무인들, 제자들, 천재들은 모두 이곳에서 신비한 압력을 받고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남도 발걸음을 살짝 멈추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기세는 높구나. 하나, 이렇게 많은 자들이 지보를 얻지 못했는데 설마 네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상도맹 맹주는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반드시 저놈의 신분을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문도 노조는 조롱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무언가 계획하고 있었다.
문도보굴의 이변으로 들떴던 기분은 이미 다 가라앉았다.
그는 지금 단청의 신분을 제대로 조사하고, 건방진 자식을 죽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동성위, 축항, 무호 등도 콧방귀를 뀌었다.
'방금 나타날 때는 그토록 당당하더니 결과는 똑같잖아?'
그러나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은 발을 들더니 앞으로 내디뎠다.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것처럼 성공적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화르륵!
신촉도 양쪽의 촛불이 파란색으로 변하여 주위의 하늘을 비추어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문도 노조와 상도맹 맹주는 눈을 찌푸렸다.
몇만 명의 무인, 제자, 천재들은 가슴이 떨렸다.
"단청!"
분천황제 등의 눈에 놀란 빛이 드러났다.
분천황제는 이미 선제의 영정과 용연수에게도 빨리 오라고 전음했다.
'몇만 명의 무인들이 신촉도에 올라갔지만, 모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한데 진남은 변화를 일으켰다. 이건 지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툭!
진남은 다시 한 번 한 발짝 내디뎠다.
주위의 촛불들이 먹 같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는 속도를 높여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양쪽의 촛불은 색깔이 끊임없이 변했다.
검은색에서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으로 변했다.
하늘도 색이 끊임없이 변했다.
마치 끝없는 이상이 펼쳐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