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화 단천도
"이건……."
진남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게 뭐야? 전신의 오른팔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칼이 나타났지?'
게다가 그는 칼에서 짙은 전신의 기운을 느꼈다.
'설마 저 칼이 전신의 오른팔이 변신한 거야?'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는 그 칼을 보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들은 칼을 보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들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진남의 체내에 있는 게 아니었다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한참 후, 두 무조는 정신이 들고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저 칼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창람대륙의 강자들은 저 칼을 너무 잘 알았다.
"단천도! 단천도라니! 저것이 진짜로 존재하는구나!"
양대 무조는 실성했다.
삼백 년 전 창람대륙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초대 단천(斷天) 대제(大帝)가 무신으로 등극하기 전에 돌연 포기를 하고 육체를 망치로 만들고 피로 보조를 했으며, 뇌겁을 불로 사용하고 무한한 경지로 신비한 칼을 만들었다.
그 칼이 단천도였다.
소문에 의하면 단천도를 얻는 자는 창람의 하늘을 가를 것이라고 했다.
"단천도?"
진남은 속에서 들끓는 혈기를 누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디 단천도야! 분명 전신의 오른쪽 팔이잖아.'
"빌어먹을! 단청! 너 솔직히 말해봐. 단천도와 무슨 연관이 있어? 네가 단천도를 얻는다면 이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역천개명을 할 수 있어."
난해무조는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말도 두서없이 했다.
"너희 셋은 썩 꺼지거라!"
별안간 태고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세상이, 보굴이 마치 무너질 것 같았다.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는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힘이 홍수처럼 그들의 머릿속을 충격했다.
두 무조는 그대로 기절을 했다.
진남의 식해에 있던 구리거울도 격렬하게 진동하며 끝없는 빛을 뿜었다. 구천 위에 있는 신비한 여인의 기운이 강림했다. 아주 짧은 시간을 버틴 구리거울은 웅 소리를 내더니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침묵했다.
주변에 변화가 생겼다.
제단도 없어지고 보굴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사방이 진남의 뇌리에 있는 태고 몽경과 똑같이 변했다.
무한한 어둠, 오래된 세계가 위쪽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 진남의 앞에는 칼 한 자루가 있었다. 난해무조가 말하던 단천도였다.
"당신……입니까?"
진남은 웬일인지 목소리가 잠겼다.
말로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아올라 흩어지지 않았다.
마치 몇천 년 만에 벗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쿵!
단천도에서 밝은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형상은 거만하게 천지를 굽어보고 엄청난 패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강자라고 해도 그의 앞에서는 하찮았다.
그는 전신의 오른팔이었다.
"맞다."
전신의 오른팔이 진남을 응시하며 말했다.
"삼백 년이 지났구나. 너도 성장하기 시작했어. 지금의 너는 여전히 작지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세계를 흔들었다.
마치 후배를 지켜보는 선배처럼 한마디 말에도 걱정과 관심이 있었다.
"저는……."
진남은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오늘의 그는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심호흡으로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물었다.
"왜 칼이 되었습니까?"
"하하."
전신의 오른팔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청룡 성주는 네가 칼을 좋아한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는 한 녀석에게 도움을 청해 칼로 변했다."
그 말에 진남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칼을 좋아해서 칼이 되었다고? 얼마나 큰 기대와 사랑이 있어야 이런 대우를 해주는 걸까?'
"진남!"
전신의 오른팔은 그윽한 시선으로 말했다.
"나는 문도보굴에서 너를 계속 기다렸다. 이제 드디어 왔구나."
전신의 오른팔은 감개무량해서 말했다.
"여기에 몇십만 개의 보물이 있는데,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자그마한 선물이다. 네가 나를 뽑고 이 칼을 잡는 순간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나까지 네 것이 된다."
전신의 오른팔은 목소리에 기대감이 잔뜩 들었다.
진남의 심신에 다시 한번 천둥이 터졌다.
'단천도를 뽑자! 그러면 전신의 오른팔만 얻는 게 아니다! 문도보굴에 있는 모든 보물들이 따라온다! 이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물론!"
순간 전신의 오른팔은 말투가 변하더니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를 풍기며 말했다.
"단천도는 천하의 영웅에게만 어울리지, 겁쟁이는 가질 자격이 없다! 너는 전신의 주인이고 내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칼을 뽑으려면 승리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오직 수많은 선혈만이 단천도의 빛을 깨울 수 있다!"
그 말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승리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니? 수많은 선혈만이 단천도의 빛을 깨울 수 있다고?'
진남은 순식간에 깨달았다.
전신의 오른팔의 뜻은 간단했다. 단천도를 뽑은 후 다른 이보들도 따라올 것이다. 그러면 문도산은 혼란에 빠질 게 분명했다. 게다가 문도 노조는 진남을 죽여야만 하는 원수로 여겼다.
진남이 아무리 변신하고 도망을 가도 이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문도산과 직접 싸워야 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했다.
아니면 단천도는 절세의 신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세상에 나올 수 없고 평범한 칼과 다를 바 없을 것이었다.
"칼을 뽑을 거냐?"
전신의 오른팔은 진남을 바라봤다.
이때, 전신의 왼쪽 눈과 왼팔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빛이 뿜어 나왔다.
천 년의 기다림, 청룡 성주의 수호가 하나하나 허공에 떠올랐다.
셋은 마치 스승이 제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진남의 결정을 기다렸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났다.
단천도가 그의 앞에 있었다. 반 척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저 조금만 다가가 손을 뻗으면 절세 신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칼을 들면 이보들을 호령할 수 있었다.
이 칼을 들면 문도산의 원기를 상하게 할 수 있었다.
문도산과 싸우게 된 들 어떠한가?
기회는 한 번밖에 없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물론 진남도 알고 있었다.
분천고국의 지지와 그의 경지만으로 단천도를 뽑는다고 해도 문도산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전신의 주인이었다. 무서운 것이 없고 두려운 싸움이 없었다.
그가 겁을 먹고 숨는다면 전신의 오른팔, 전신의 왼쪽 눈, 왼팔 심지어 전신의 혼까지도 그를 떠날 것이었다!
그는 겁을 먹을 수 없었다.
지는 싸움이라고 해도 그는 싸워야 했다.
'칼을 뽑자!'
진남은 속에서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왼팔이 앞으로 불쑥 나왔다.
진남은 전신의 오른팔에 기대에 찬 눈빛을 보았다.
마치 만 년은 기다린 것 같은 기대감이었다.
"저는……."
진남의 팔이 그대로 굳었다.
이유를 모를 눈물이 쏟아졌다.
"죄송합니다……."
진남의 팔이 힘없이 떨어지고 목소리가 잠겼다.
* * *
같은 시각 문도보굴 밖.
눈먼 검객의 검의가 일렁거렸다. 그의 복잡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는 이곳에서 십 년을 지키고 이제야 희망이 보였다. 그러니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펑!
드디어 경쾌한 폭발음과 함께 허리에 찬 신비한 영패가 터졌다.
눈먼 검객의 검의가 폭발했다.
"녀석이 지보를 만났나?"
눈먼 검객은 흥분에 목소리가 떨렸다.
몇천 년 동안 어떤 천재나 거물도 지보를 만난 적이 없었다.
* * *
같은 시각 보굴 안.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전신의 오른팔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떨리는 파동이 무한한 어둠 속에서 퍼졌다.
진남은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다 꺼진 기분이 들었다.
미안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칼을 뽑지 않겠다는 말이냐?"
오른팔의 감정 없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죄송합니다……."
진남은 심호흡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칼은 잠시 뽑지 않겠습니다!"
"잠시 뽑지 않는다?"
전신의 오른팔은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
"진남, 너무 실망이다! 너를 몇천 년이나 기다렸다. 심지어 삼백 년 전에는 오늘만을 기다리며 칼로 변하기까지 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뽑지 않겠다니! 설마 겁을 먹은 거냐 두려운 거냐? 전신의 주인이라는 신분에 미안하지도 않느냐?"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화가 잔뜩 들어 있었다.
허공은 진동에 무너지고 세계가 끝날 것만 같았다.
진남의 심신은 그 목소리에 터질 것 같고 기절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잡고 있었다.
"저는 두렵거나 겁을 먹은 게 아닙니다! 칼을 뽑고 당장 싸우라고 해도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진남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의 저는 문도 노조의 상대가 아닙니다. 저는 단천도에게 승리한 전쟁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뽑지 않겠다는 겁니다."
맞다!
지금 싸움을 한다면 진남은 문도산뿐만 아니라 상도맹과 만향루도 상대해야 했다.
문도산 한 세력만 상대한다고 해도 진남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분천고국의 지지가 있고 당청산이 있지만, 상대가 안 되었고 승리할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진남은 감히 시작할 수 없었다.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진남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전신의 오른팔은 천 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삼백 년 전에 진남이 칼을 좋아할 것이라고 해서 칼로 변했다.
그렇게 기대했는데, 칼을 뽑은 후 승리할 수 없다면 단천도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었다. 전신의 오른팔, 전신의 무혼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작은 은혜라도 크게 보답하고 싶었다.
전신의 두터운 사랑과 전신의 오른팔이 기대하는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무척이나 큰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만 충분하면 그는 당당하게 단천도를 뽑아 들고 문도산에 가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미안합니다. 전신의 주인인 저지만, 지금 여전히 존자 팔 단계밖에 안 되어 승리하는 전쟁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신의 오른팔, 저에게 시간을 좀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좀만 더 시간을 주시면……."
진남은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진남은 시간 말고 부족할 게 없었다.
전신의 오른팔은 눈길이 다시 그윽해졌다.
"우습다. 전신의 주인이 시간에 기대 강해지기를 바라다니! 진남, 너무 실망스럽다!"
전신의 오른팔이 차갑게 말했다.
"그러나, 너는 여전히 전신의 주인이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삼 개월! 삼 개월 후에 문도보굴이 다시 열릴 때 네가 칼을 뽑지 않는다면 칼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다!"
진남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가거라!"
전신의 오른팔은 손을 휘저었다.
엄청난 힘이 진남을 감싸더니 문도보굴 밖으로 데려갔다.
보굴은 다시 조용해졌다.
허공과 태고 몽경 등도 전부 사라졌다. 단천도는 여전히 제단에 조용히 떠 있었다. 전신의 오른팔 형상도 단천도 뒤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