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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98화 (398/1,498)

398화 원하는 건 이거지?

태고 싸움터.

무인들은 찢어진 허공의 깊숙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이때, 당청산의 체내에서 핏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철썩!

핏빛은 파도처럼 일렁이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천지의 힘이 하늘로부터 파동을 일으키더니 시혈난해의 모든 금제를 뚫고, 태고 싸움터를 통과하여 당청산 머리 위의 먹구름 속으로 돌진하였다.

웅 웅 웅…….

진동 소리가 연속 들리더니 팔만 리가 되는 먹구름은 미친 듯이 주변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구만 리!

십만 리!

십일만 리!

십삼만 리에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먹구름 속에서 빛은 끝없이 반짝이고 뇌정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내리꽂혀 태고 싸움터를 휩쓸었다.

다들 깜짝 놀랐다.

'십삼만 리?'

'천지 뇌겁을 십삼 만리나 불러일으켰다!'

축항, 양공, 옥나찰 같은 지급 구품의 인재들도 무성으로 도겁할 때 십삼만 리나 되는 뇌겁을 불러오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었다.

사람들은 뇌겁의 충격에 다른 변화는 눈치채지 못했다.

천지의 힘이 파동을 일으켜 시혈난해를 덮고 있던 금제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전부 없어질 기세였다.

천둥과 번개가 끝없이 내리치며 요란한 굉음을 냈다. 당청산의 발아래 반보제기는 신광을 뿜으며 수많은 금제로 뇌겁의 힘을 막았다.

진남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안 돼!"

사대 세력은 그만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당청산과 궁양 등도 추격했다. 무인들은 당청산이 도겁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신분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축항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호통을 쳤다.

"나는 저자가 누군지 알아! 당청산이야! 하역의 존자이자 진남의 일행이다!"

이 말에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뭐? 당청산이라고?"

"맞아! 초상화에서 봤던 얼굴과 기운이야."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사대 세력이 진남 일행을 죽이는 자에게 상으로 건 상품은 엄청났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진남 일행에게 큰 원한은 없지만 만나면 죽이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당청산의 능력을 목격한 그들은 겁을 먹었다.

'하역의 무인이 어떻게 양대 무조의 전승을 얻었고 또 이렇게 엄청난 뇌겁을 불러온 거지?'

상도맹의 무인들이 소식을 밖으로 전음했지만, 천지의 힘이 너무 짙어서 영패가 효력을 잃었다.

"진남,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궁양과 조방은 표정이 살짝 변해서 전음했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웠다. 그도 당청산 일행이 도겁을 해서 광문이 부서지고 사람들의 눈에 띌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 있는 무인들을 전부 죽일 수도 없었다.

즉, 당청산 일행의 소식은 숨길 수 없었다. 반드시 동주에 전파될 것이다.

이때 다시 한번 이변이 벌어졌다.

당청산이 들고 있던 고도가 웅웅 진동하더니 맹파지의(孟婆之意)가 흘러나와 당청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당청산은 몸이 흔들리고 머리 위의 뇌겁이 더 늘어났다.

십사만 리!

십오만 리!

십오만 리에 이르러서야 먹구름 뇌겁이 완전히 멈추었다.

무인들은 다시 한번 심신에 충격을 받았다.

'천지 뇌겁이 십오만 리로 늘어나다니! 설마 무조로 진급하려는 거야?'

사람들은 커다란 먹구름을 보자 압박감을 느꼈다. 어떤 생명체도 먹구름 아래서 작게 느껴졌다. 뇌정이 한 번 내리치면 모든 것들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강하다! 하지만 이상해……."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한참 살피더니 안색이 변했다.

그는 방금 발견하였다.

당청산의 몸속에는 아직 더 강력한 힘이 있는데 드러나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당청산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끝없는 살기를 내뿜었다.

"살황경, 살신경, 일도일인, 모든 생명, 전부 허황된 것이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라! 나를 배신한 자를 죽이고, 나와 맞서는 사람을 죽이고, 거만하고 의리가 없는 사람을 죽여라! 눈에 드는 자는 살리고 거슬리는 자도 죽여라!"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당청산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무인들은 마치 사신이 강림하여 목숨을 앗아가는 것 같았다.

'이게 당청산의 살황경이구나!'

현령종에서 당청산은 살황경을 얻고 강해졌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백 년을 헛되이 보냈는데 상역에 와서 시혈무조의 전승을 받고 무성으로 진급해서야 살황경의 신비를 익히게 되었다.

살황경의 진짜 이름은 살신경(殺神經)이었다.

끝까지 익히면 살신이 되는 것이었다.

우르릉!

시혈난해의 천지의 힘은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뇌정의 분노와 엄청난 천지의 힘이 몰려와 아래로 쏟아졌다. 마치 수문을 연 것처럼 금제가 밀려 나와 태고 싸움터 위에 있는 먹구름 뇌겁에 흘러들었다.

먹구름 뇌겁은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빠르게 폭등했다.

십육만 리!

십칠만 리!

십팔만 리!

십구만 리!

이십만 리에 이르자 먹구름 뇌겁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여 수많은 뇌광으로 변했다. 뇌광은 다시 모여 백 장이나 되는 뇌겁으로 변했다.

순간, 뇌겁이 사라지고 이상으로 변했다.

하늘을 거스르는 자였다.

"이거……."

수호지령은 이 광경을 보자 마음이 설렜다.

무인들은 공포에 질려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뇌겁이 이상으로 변한다는 것은 고적에서만 보던 것이었다.

동주를 통틀어 성공한 사람이 몇 명 안 되었다.

그런데 당청산이 해냈다.

그들은 시혈난해를 덮고 있던 빛이 갈라지면서 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걸 몰랐다.

* * *

그 시각 시혈난해.

빛이 덮인 위로 사람 형상들이 나타났다.

진국현무, 혈익봉황, 주벽화, 문도 음노, 문도 양노, 문도 월노, 상도맹 태상 장로, 부맹주 그리고 만향루의 태상 장로와 부 루주까지 도합 열 명의 무성 강자들이 이곳에 모였다. 동주 사대 세력의 실력자들 반이 한데 모였다.

그들이 직접 나타난 것은 천재 후배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누가 강한 전승을 얻든지, 무성 강자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전승을 빼앗길 게 분명했다.

동주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강자들이 나서서 후배를 지키는 규칙이 형성되었다.

물론 이렇게 많은 거물들이 모인 것은 시혈난해의 전승이 너무 신비했기 때문이다. 사대 세력도 그 전승이 대체 어떤 것인지 보고 싶어 했다.

"빛이 터졌어!"

주벽화가 말했다.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것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거물들은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성자의 힘을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다.

빛이 부서지는 순간 그들은 시혈난해의 태고 싸움터에 쳐들어갈 작정이었다.

* * *

같은 시각 시혈난해 태고 싸움터.

모두가 소리 없이 조용한 가운데 뇌정대검은 공중에 떠서 웅웅 소리를 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경악하고 감탄했다.

"대단하다, 너무 대단해!"

"이 도겁을 잘 보내면 동주에 새로운 거물이 탄생하는 거요!"

"그뿐이겠소?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지급 구품 이상의 무혼을 가지고 있소. 아니면 저런 뇌겁을 불러올 수 없지! 저 사람은 문정(問鼎) 무조(武祖)가 될 수 있을 거요!"

진남도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이상 뇌정에 대해 잘 아는 편이었다.

경지가 높을수록 진급할 때 내리는 천지뇌겁은 더 대단했다. 천지뇌겁이 강한지 아닌지는 먹구름의 크기로 평가했다. 본인이 수련한 공법이 엄청나거나 무혼이 등급이 높으면 천지뇌겁은 이상 뇌겁으로 바뀌었다.

즉, 칼, 검, 총 같은 것들로 변했다. 뇌겁의 힘이 모이면 도겁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나도 바꿔 생각해야겠어. 당청산 선배가 도겁을 이겨내고 단목 봉주와 다른 사람들도 도겁에 성공한다면 넷은 무성 경지의 강자가 된다. 그럼 문도산 등이 온다고 해도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진남은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도겁을 하면 그는 동주에서 숨어서 지내지 않아도 되고 당당하게 살아도 될 것이었다.

그때, 양대 무조 궁궐의 중앙에 구만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제단까지 이어진 계단에서 검은빛이 나오더니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노인 형상이 나오자 마술을 부린 것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이상 뇌겁도 그녀 앞에서 힘을 잃는 것 같았다.

"할멈!"

수호지령은 정신을 차리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시선은 존경심이 가득했다.

진남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놀라움이 생겼다.

'제단의 검은 형상은 누구이길래 수호지령도 저렇게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걸까?'

거의 동시에 사람들 머릿속에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천기부조!'

양대 무조의 전승은 오래전에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천기부조는 전승이 남았다.

'신비한 형상은 천기부조와 연관이 있나?'

"동주의 후배들."

제단의 형상은 잠긴 목소리로 느긋하게 말했다.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엄청난 힘이 알아차릴 수 없는 속도로 도장을 휩쓸었다. 이상 뇌겁과 단목 봉주 등 사람들이 일으킨 뇌겁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태고 싸움터는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다.

"시혈 무조의 전승과 난해 무조의 전승은 저 넷이 모두 가져갔다."

노인 형상은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 내가 찾으려던 사람이 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상품을 남기려고 한다.

양대 무조의 전승은 이미 다른 녀석들이 가져갔지만, 그 둘의 의지는 아직 남아있다. 그게 상품 중 하나이다. 누구든지 얻기만 한다면 두 녀석의 의지가 보좌할 것이다."

노인 형상이 말을 마치자 그녀의 곁에 엄청난 기운이 모이더니 두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두 형상은 크고, 용맹하고, 패기 있었다. 의지일 뿐이었지만 '조(祖)'의 기운은 무성 강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시혈 무조, 난해 무조의 의지였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두 의지를 살펴보니 예전에는 봉황 원신과 비슷한 존재였던 것 같았다. 상처를 입고 마지막 힘만 남았다.

어찌 되었든 무조의 의지였다.

그들의 보좌를 얻을 수 있다면 앞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원하는 건 이 부적이지?"

노인 형상이 말하면서 왼쪽 손을 들었다. 그녀의 왼손에서 부적이 떠올랐다.

부적은 손바닥만 했다.

그 중앙에 금빛 무늬가 뱀처럼 서로 엉켜있어 처음 보면 팔괘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음양 같고, 오행 같기도 했다. 부적은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한 신비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기부조였다.

천기도에 들어갈 수 있고 운명을 바꿀 수 있고 미래에 무제의 기연을 이뤄줄 수 있는 부적이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조의 의지가 아무리 귀하고 묘한 쓰임이 있다고 해도 천기부조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천기부조는 무제의 기연을 이뤄줄 수 있었다.

이때, 시혈난해의 위쪽을 덮은 빛이 드디어 틈이 가득 생기더니 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쿵! 쿵! 쿵!

무성 강자들의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진국현무와 다른 거물들이 모두 나타났다.

무려 열 명의 무성의 위압이 태고 싸움터를 눌렀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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