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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96화 (396/1,498)

396화 대단한 수단이구나

사람들이 세 천재에게 시선을 빼앗긴 틈에 고술을 드러내며 상대를 공격하는 무인들이 생겼다.

무인들은 동술을 사용하고 신법을 펼치며, 보물을 사용했다. 그들은 몸을 숨기거나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하거나 피했다.

순식간에 혼전이 일어났다.

음모와 공법 그리고 고술들이 동시에 드러났다.

도장 아래에 있던 무인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혼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채로운 대결들이 펼쳐졌다.

이때, 다시 이변이 생겼다. 청아한 울음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검은 도포를 입은 자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커다란 날개가 생겨났다. 그는 엄청난 기세로 궁양과 조방에게 날아갔다.

"누구지? 엄청 강하구나!"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을 보았다. 그는 지급 구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었는데, 존자 정상급의 경지였다. 실력이 축항 못지않은 걸 보니 잠룡방 십오 위 안에 드는 사람 같았다.

'그런 사람을 왜 몰랐지? 비술로 존재감을 감춘 걸까?'

도장 아래의 무인들은 그 모습을 넋이 나가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양공과 옥나찰을 공격하는 무인이 있을 줄 몰랐다.

그때 흑포인은 궁양과 조방의 앞에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강기가 흘러나오더니 커다란 독수리로 변하여 발로 그들의 머리를 잡으려 했다.

날카롭고 잔인한 공격에 허공도 찢어졌다. 만약 독수리 발에 잡힌다면 존자 정상급이라고 해도 머리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만화술(萬花術)!"

조방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분홍색 꽃잎들이 날아왔다. 꽃잎은 영혼이 있는 것처럼 힘껏 흑포인에게 뿌려졌다.

"흡!"

흑포인이 기합을 지르자 독수리는 터져 몇천 개의 작은 독수리로 변해 사방으로 날아가더니 새장으로 변해 둘을 가뒀다.

"병!"

궁양은 무표정하게 초식을 외쳤다.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장군 형상들이 나타났다. 장군 형상들은 독수리들을 전부 없앴다.

무인들은 그 장면에 깜짝 놀랐다.

"고응! 고응이야!"

"허, 고응이 축항을 도와주는 거야?"

"이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구나. 고응도 엮이다니!"

궁양과 조방은 사람들의 외침 소리를 듣더니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앞에 있는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고응이라니.'

죽항이 고응까지 끌어들인 건 의외였다.

"하하! 양공, 옥나찰. 자네들이 왜 단청을 돕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설마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시오?"

축항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잘난 체하지 마시오. 고응 한 사람으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소? 분명히 말하겠소. 단청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마시오!"

조방은 눈에 살기를 드러냈다.

그는 진남의 전음을 들었지만 축항만 보면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고응의 도움만 받았을 것 같소?"

축항은 기괴하게 웃었다.

궁양과 조방은 동시에 멈칫했다.

'또 누구의 도움을 받았지?'

진남도 끼어들려고 하다가 그 말을 듣자 의문스러웠다.

쿵!

그때 죽음의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커다란 손 두 개로 변해 궁양과 조방에게 다가왔다. 궁양과 조방은 안색이 확 변했다. 이 초식만 봐도 이 사람은 대단한 실력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진남은 살벌한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한 무인의 몸에서 녹색 불이 활활 타오르더니 육체를 전부 태웠다. 녹색 불에서 흑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는데 눈이 유난히 아름답고 빛났다.

무인은 꼭두각시였다. 그를 조종하는 사람은 강벽난이었다.

"강벽난!"

진남은 기세가 솟구치고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멀리 있던 조방과 궁양도 살짝 놀랐다.

'저 녀석이 강벽난이었어?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설마 운명을 바꾼 건가?'

"오랜만이야."

강벽난은 빨간 입술을 움직였다. 그녀는 궁양의 머리 위로 날아가 가볍게 웃었다.

"미안하다."

강벽난은 가느다란 손으로 허공을 아래로 꾹 눌렀다. 사망대인(死亡大印)이 생겨나더니 아래를 진압했다.

"강벽난, 너였구나! 네가 아직 살아있다니! 임(臨)!"

궁양은 기세를 풍기며 위압으로 방원 몇십 리를 눌렀다. 멀리 있던 고응은 조방에게 달려들었다.

네 천재가 겨루자 엄청난 힘이 주변을 휩쓸었다. 엄청난 초식들이 펼쳐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심신이 떨렸다.

혼전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하하! 단청, 생각도 못 했지? 양공과 옥나찰을 막았으니 이제 너를 구해줄 사람은 없다."

축항은 크게 웃었다. 그의 몸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그가 곧게 날아왔다.

"그래?"

진남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는 태고 싸움터에서 고응, 강벽난 그리고 축항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실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슉!

진남은 앞으로 날아갔다. 일곱 개의 칼이 하늘로 날아올라 엄청난 도광을 뿜었다. 존자의 힘이 전부 드러나고 존자 팔 단계의 기세도 폭발했다.

"존자 팔 단계로 진급했어?"

축항은 숨이 턱 막혔다. 난해성에서 단청을 봤을 때 고작 존자 오 단계였다. 고작 한 달 사이에 세 단계나 오른 것이었다.

많은 무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대체 어떤 기우를 만난 걸까?'

"꽤 실력이 있었구나. 그럼 삼성자도 네가 죽인 게 맞겠네! 하지만 존자 팔 단계라고 해도 내 상대는 안 된다!"

축항은 다시 냉소를 지었다. 그의 등 뒤로 왕도지기들이 하나하나 솟아올랐다. 눈 깜짝할 새에 육백육십육 개의 왕도지기가 떠올라 허공을 빼곡히 채웠다.

수많은 보광(寶光)이 번쩍거렸다.

"무명조(無名照)!"

축항은 길게 외쳤다. 육백육십육 개의 왕도지기는 그의 명령에 따라 빠르게 운행되더니 대진을 이루었다. 대진이 천막처럼 진남의 위쪽 하늘을 덮더니 왕도지기에서 파동이 일어 동시에 발사되었다.

무인들은 축항이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청은 오늘 틀림없이 죽겠군!'

조방과 궁양은 안색이 변했다.

진남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신포가 펄럭거리며 소리를 내고 빛을 뿜었다. 왼쪽 눈동자에서 빛이 번쩍이며 모든 것을 살폈다. 곧이어 그는 힘껏 바닥을 차며 칼집을 벗어난 칼처럼 대진을 향해 돌진했다.

촤락!

진남의 등 뒤로 일곱 개의 고도가 날아왔다.

쿵!

일곱 개의 칼은 위로 올라가더니 무명조를 산산조각 냈다. 세월의 힘은 왕도지기로 날아갔다.

"대단한 도의구나!"

축항은 깜짝 놀랐다. 그는 손을 들어 법인을 만들었다.

"천(天)! 현(玄)! 도(道)! 호(昊)!"

축항은 신비한 글자들을 외쳤다. 별안간 육백육십육 개의 왕도지기가 춤추듯 세월의 힘을 피했다. 그리고 서로 반짝이며 위치를 바꾸더니 여섯 개의 왕도지기를 중심으로 백열하나의 작은 진법을 만들었다.

"속박! 진압! 독기(毒氣)! 전화(電火)!"

대진은 전부 모여 엄청난 힘을 드러내며 진남의 주변을 물 샐 틈도 없이 감쌌다.

구경하던 무인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들은 자신이라면 도망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공격을 피해도 또 초식이 남아있었다.

슉!

진남은 왼쪽 눈에 빛을 번쩍이더니 한걸음 힘차게 내디뎠다. 그는 아래위로 움직이며 진법을 전부 피했다. 뿐만 아니라 들고 있는 칼을 계속 휘둘러 진법을 부쉈다.

한 사람이 많은 보물을 상대로 싸움을 했다. 진남은 동술의 위엄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대단하다……."

구경하던 무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청은 진법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했다. 이런 능력은 어떤 싸움터에 가더라도 대단한 실력임이 분명했다.

축항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번 싸움을 통해 단청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퍽! 퍽! 퍽!

진법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진남은 몸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심지어 대진들을 그가 있는 방향으로 쫓아오게 유인하고 몸을 빼기도 했다. 대진들은 서로 부딪히며 굉음을 내고 불타올랐다.

얼마 후, 대진들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몇백 개의 왕도지기는 바닥에 떨어져 빛을 잃고 웅웅 거리며 진동했다.

궁양과 조방은 진남의 실력을 보자 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고응과 강벽난을 상대로 겨루기 시작했다. 그들은 심장이 떨리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다른 무인들도 싸우고 있었는데, 도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무인들도 종종 생겼다.

이제 도장에는 불과 열다섯 명만이 남았다.

'단청에게 이렇게 대단한 예측 능력이 있을 줄 몰랐다. 내가 만든 진법들을 전부 피했어. 그렇다면 이것들을 버릴 수밖에 없겠군.'

축항은 어두운 표정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처음에 단청을 무시했지만, 그의 실력을 겪어 보고 진지하게 대했다. 아니면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어보술(禦寶術), 쟁오기(爭奧機), 전진생(轉秦生), 호무언(豪無言), 당입파(當立破)……."

축항의 입에서 이상한 글자들이 튀어나왔다. 마지막 글자까지 내뱉자 그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더니 입에서 피를 토했다. 피는 열 걸음 밖에까지 뿜어졌다. 백광도장을 새빨갛게 물들여 사람들은 제대로 보았다.

정혈로 고술을 운행하면 모든 영기들을 부숴버릴 수 있었다.

웅!

갑자기 보이지 않는 답답함이 도장을 휩쓸었다. 왕도지기들과 싸우고 있던 진남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빨리 훑어보더니 안색이 확 바뀌며 왼팔로 가슴 앞을 막고 마신포를 힘껏 움직여 검은빛을 뿜어 온몸을 감쌌다.

그때, 여러 개의 금빛이 왕도지기에서 뿜어 나왔다. 금빛은 빠른 속도로 번지더니 왕도지기들이 갑자기 폭발하면서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쿵!

도장에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불이 활활 타올랐다. 싸우던 무인들도 멈추고 돌아보았다. 궁양과 조방은 안색이 변했다.

무인들은 입이 바짝바짝 마른 느낌이 들었다. 축항이 육백육십육 개의 왕도지기를 폭발시켜 엄청난 힘으로 단청을 휩쓸었다. 보통의 존자 십 단계도 그 힘에 맞아 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단청도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게 잠룡방 서열 십오 위 안에 든 천재의 수단인가?'

푸슉!

그 순간, 찬란한 도광이 불꽃 속에서 솟아올랐다. 도광은 커다란 불꽃을 반으로 갈랐다. 그 사이로 사람이 날아올랐는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의가 더 강해졌다.

바로 단청이었다.

"이게 무슨?"

축항은 표정이 확 달라졌다.

'이런 공격으로도 단청을 죽일 수 없다고? 못 죽인다고 해도 중상은 입혀야 하는 거 아니야?'

무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축항, 나를 공격하려고 이렇게 많은 왕도지기를 폭발시키다니. 대단한 수단이다!"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힘껏 발을 구르자 커다란 종이 진남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종이 힘껏 울리자 봉황시혼화, 성공지뇌가 종소리와 함께 솟아올랐다.

축항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이시켜라!"

부적에 불이 붙더니 축항은 순식간에 구리종 아래에서 떠나 도장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제야 축항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반응이 빠르지 않았다면 진남의 공격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숨을 돌리기 전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축항이 부적을 사용하는 순간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부적전송의 힘을 느끼고 축항의 위치를 발견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세월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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