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군룡회
"너를 위해 준비한 술이다."
진남은 미안한 눈길로 진국현무를 보더니 서둘러 좋은 술을 전부 꺼내놓았다.
환상의 경지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일분일초가 소중했다.
"와! 엄청 많구나! 마시고 싶다!"
묘묘 공주는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거리며 군침을 질질 흘렸다.
진국현무는 어리둥절했다.
'저 신비한 여인은 방금까지도 위압이 엄청나더니, 어떻게 술을 보자마자 저렇게 돌변하지?'
어리둥절하던 진국현무는 문득 생각해보니 조금 화가 났다.
'진남은 저 여인과 대화하느라고 나에게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는구나. 이렇게 선배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어?'
"진남……."
묘묘 공주는 코를 실룩거렸다. 끝없는 허공을 사이 두고 술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그녀가 불쌍하게 말했다.
"반드시 술을 무사히 목부로 가져와야 한다. 술병이 깨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알았어."
진남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자 긴장되어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옆에서 화가 나 씩씩거리던 진국현무는 조금 의아했다.
'목부라고?'
"잠깐, 너 지금 시혈난해에 있어?"
공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난해성에 있어. 이틀 후에 난해지기를 쟁탈할 거야."
진남이 말했다.
"그래?"
묘묘 공주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목부에 가서 물어볼게. 목부에 시혈난해에 대해 적은 물건이 있을 거야."
그녀는 몸을 날려 사라졌다.
옆에 있던 현무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짜 목부라고 했어!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저 여인이 목부에 있다니?'
진국현무는 수려한 경치를 자세히 주시하고 나니, 자신이 전에 목부에 갔을 때 풍경들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국현무는 깜짝 놀랐다.
그는 여인이 이렇게 엄청난 내력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남, 묘묘 공주는 목부에 있느냐?"
진국현무는 가까스로 놀라움을 참으며 물었다.
"맞습니다. 왜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히 물었다.
"선배님, 목부는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너 모르냐?"
진국현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동주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목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진국현무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지역일 뿐이잖아. 그렇게까지 신비할 게 있나?'
그러나 그는 진국현무의 마음속에 파도가 일고 있는 걸 몰랐다.
'여인의 말투로 보아 그녀는 목부의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목부에서 지위가 절대 낮지 않다!'
목부와 관계가 있고 또 관계가 좋다면 동주에서는 매우 대단한 대우를 받았다.
'우리 분천고국의 결정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구나!'
진국현무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고 선제의 마음에 들고 목부와 관계가 있는 진남이었다.
진국현무는 언제가 진남이 반드시 우뚝 서리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돌아왔다!"
묘묘 공주가 다시 나타나서 말했다.
"방금 술법을 찾았다. 지금 너에게 가르쳐 줄게, 신념이 닿으면 피바다가 열리고……."
그녀의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녀의 옆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엄청 강한 고술이다!'
진남은 서둘러 정신을 집중했다.
묘묘 공주가 읽자 술법이 진남의 머릿속에 이루어졌다.
이 술법은 난해술(亂海術)이었다.
만약 최고 경지까지 연마하면 파도를 누를 수 있었다. 바다의 주인처럼 위력이 엄청났다.
'이전의 수불식에 지금의 난해술까지, 공주는 이 두 가지 고술을 얻기 위해 분명 애를 많이 썼을 것이다. 앞으로 좋은 술을 더 많이 얻어서 그녀에게 줘야겠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난해술에 빠져 고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광막 속의 묘묘 공주는 진남이 수련에 빠진 것을 보자 초롱초롱한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진국현무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분천고국에서 일어난 일을 난 전부 알고 있어. 너희들이 진남을 잘 도와주길 바란다. 진남을 돕는 건 너희들에겐 기회다."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분천고국이 진남을 돕는 것이 기회라는 소리를 듣다니.
진국현무는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주, 안심하시오. 우리 분천고국은 진남과 한편이오. 그가 어려움이 있으면 우린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울 거요."
"그래."
묘묘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난 목부 안에서 객경 장로(客卿長老)가 될 거다. 규정이 엄한 목부에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는 응당 알 거라고 믿는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니나 다를까 진국현무의 얼굴에는 감동의 빛이 돌았다.
만약 진짜 목부의 객경 장로가 된다면, 그건 진짜 대단한 일이었다.
묘묘 공주는 계속 말하지 않았다. 하얀 손바닥으로 턱을 받치고 큰 눈을 깜빡이며 수련 중인 진남을 바라보았다. 광막이 점차 휘어지고 천천히 옅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보고 있었다. 마치 한 번이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광막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국현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우 이상했다. 그는 어찌 됐건 반보 무조의 존재인데 이 여인 앞에서 마음속의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음……. 고술은 아마 시혈난해와 연관이 있는 것 같구나. 진남이 시혈난해로 들어가는 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네."
진남현무는 중얼거리며 진남을 힐끗 보더니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진남이 이 고술을 습득하려면 적어도 반 날이 걸릴 테니깐 그것은 잠깐 눈을 붙이려 했다.
스르륵!
이때, 진남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체내에서 파란색 빛이 반짝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도 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 나왔다. 소리는 점점 커져 마지막에는 분노한 바다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아니……?"
진국현무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좀 전의 그 여인이 목부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보다도 더욱 놀랐다.
왜냐하면 진남이 고술을 습득하는데 잠깐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고술의 기초를 장악했다고? 지급 십품 무혼의 존재도 해낼 수 없을 텐데?'
"후, 이번 고술이 이렇게 수월할 줄 생각지 못했네."
진남은 입가에 희색을 띠며 중얼거렸다.
"만약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아마도 나의 경지가 높아져 전신의 왼쪽 눈도 권능이 더 강해졌고 무예 천부가 따라서 높아졌을……."
일찍부터 전신의 왼쪽 눈은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전체 술법을 기억할 수 있었다.
지금, 그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보이지 않는 사이에 술법의 오묘함 등을 더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경지가 부족해. 전신의 왼쪽 팔은 여전히 불러일으킬 수 없어."
진남은 왼팔을 힐끗 보았다.
그는 청룡 성주가 변한 전신의 왼팔이 완전히 움직이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매우 기대되었다.
"응? 선배님……?"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언제부턴가 진국현무가 그의 앞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마치 괴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진국현무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죽어도 무성 정상의 존재인 자신이 진남의 무예 천부에 놀랐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휙!
진남은 순식간에 문 앞에 떨어졌다. 몸이 긴장되고 눈빛이 사나워졌다.
'나와 진국현무는 난해성에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찾아온 거지? 강벽난?'
경계하며 그는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체내의 봉황시혼화를 끊임없이 움직였다. 만약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는 순식간에 공격할 수 있었다.
방 안의 진국현무도 눈을 살짝 떴다.
"단청 대인, 소인은 난해성 성주부의 시위입니다. 성주님의 명을 받고 대인을 군룡회에 요청하러 왔습니다!"
문밖에서 은색 갑옷을 입은 시위가 공손히 공수하고 말했다. 앞에 있는 청년은 지금 잠룡방에서 서열이 삼십삼 위였다.
"나를 아느냐?"
진남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번쩍였다.
만약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그가 난해성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마 난해성 성주부의 난씨 가문에서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난씨 가문, 수단이 좋구나!'
은색 갑옷을 입은 시위는 몸이 서늘해졌다. 그는 진남이 화를 낼 것을 진작에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는 입을 벌리고 한 글자도 말할 수 없었다. 혀가 꼬인 것 같았다.
'이 사내는 눈빛만도 엄청나구나. 상도맹의 삼성자는 전혀 비교가 안 돼.'
"군룡회는 무엇이냐?"
진남은 눈빛이 평온해졌다. 그는 말을 전하는 시위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
"매번 시혈난해가 열릴 때마다 우리 난해성 성주부에서는 군룡회를 진행하여 사대 세력, 그리고 일부 유명한 무인들을 모이게 하여 무도에 관해 의논합니다."
시위가 설명했다.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성주부에서 대대적으로 군룡회를 여는 것은 천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단청 대인, 이 말은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오늘 상도맹의 축항, 그리고 삼성자 모두 왔습니다. 그 외에 만향루와 문도산의 제자들도 모두 왔습니다."
시위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축항? 삼성자? 문도산과 만향루의 제자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고맙다."
생각을 마친 진남은 단약을 한 개 튕겼다. 시위는 단약을 받고 기쁜 표정으로 연거푸 인사했다. 이어 초대장을 드리고 빠르게 물러갔다.
"축항 그리고 삼성자에 대해 들은 적 있다. 모두 잠룡방의 존재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축항은 매우 대단하다. 지급 구품 무혼이고 잠룡방에서도 서열 십오 위 안에 든 존재다."
진국현무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입꼬리를 살짝 실룩거렸다.
'시혈난해 안의 전승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상도맹에서 잠룡방에 든 사대 천재들이 모두 오다니?'
"그럼 가봅시다!"
진남은 결심했다.
그는 축항과 삼성자 그리고 다른 천재들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보고 싶었다!
"난 가지 않겠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음하거라."
진국현무가 하품을 했다. 그는 삼성자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잠룡방 서열 십 위 안에 든 존재라면 한 번 관찰해볼 만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날려 객잔을 나와 성주부로 걸어갔다.
* * *
난해성 성주부는 바로 난씨 가문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난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잠시 후 진남은 성주부에 도착했다.
전체 난해성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는 커다란 저택이 우뚝 서 있었다. 난씨 가문 문 앞 거리에는 무인들은 없고 오직 시위들뿐 이었다. 황궁과 비슷했다.
진남이 초대장을 보이자 시녀가 빠르게 나와 그를 데리고 난씨 가문 안으로 들어갔다.
'난씨 가문의 사람들은 대다수가 수계 고술을 수련했구나.'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반짝거렸다. 시위든 시녀든 가문의 제자든 체내에 모두 수기가 넘쳤다. 그뿐만 아니라 난씨 가문에서 설치한 대진도 수계 고술을 수련하는 데 유리했다. 진남 체내의 난해술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도착했어요. 안으로 들어가세요."
시녀의 안내 하에 진남은 대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