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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79화 (379/1,498)

379화 거북이는 개뿔!

분천황제는 주벽화에게서 진남의 진짜 신분을 알았을 때 제일 먼저 진남을 붙잡아 그가 알고 있는 비밀을 얻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부활한 건 진남 덕분이고 소일백호의 음모를 해결한 것도 진남 덕분이었다.

선제의 영혼도 진남이 삼황자에게 전해준 것이었다. 진남 덕분에 분천고국은 삼 년만 기다리면 대단한 천재가 나타날 수 있게 됐고, 앞길이 창창할 것이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주인으로서 그는 이 몇 가지만으로는 진남의 정체를 알고도 그냥 넘어가주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그를 모험하게 만든 건 삼황자가 운명을 바꾸기 전에 선제의 영혼이 그에게 한 당부였다.

선제의 영혼에게서 그는 진남이 비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남은 우리에게 은혜를 준 청년, 앞길이 창창한 청년인데 그들이 무슨 이유로 돕지 않는단 말인가?'

분천황제뿐만 아니라 주벽화, 혈익봉황, 진국현무도 표정이 엄숙해졌다.

이번의 결정은 그들이 진남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언젠가 분천고국과 문도산이 싸우게 된다는 의미였다.

"좋습니다!"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

분천황제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했든 분천영은 큰 선물임이 틀림없었다.

분천고국의 지지가 있으면 그는 상역 동주에서 더는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의 배후에는 거물이 있었다. 설사 문도산이 추격한다 해도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충분했다.

"선배님들의 은혜는 언젠가 제가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그는 굳게 맹세했다.

"하하! 진남, 가자. 내가 너를 직접 데려다주마!"

진국현무는 기분이 좋아져 본체로 변하여 진남을 업고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주벽화와 혈익봉황 그리고 분천황제는 이 광경을 보고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진남아, 상역 동주에서 너의 진정한 풍채를 마음껏 펼치거라!'

같은 날 진남만 출발한 것이 아니라 만향루, 문도산의 제자들, 그리고 동주의 일부 무인들도 준비를 마치고 시혈난해에 들어가려 했다.

* * *

그 시각, 상도맹, 본전.

"이번에 시혈난해로 가서는 정식으로 안에 들어간 후에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단청을 잡아야 한다!"

상도맹 맹주가 살기등등해서 사납게 외쳤다.

그의 앞에 청년이 네 명 서 있었다. 석풍 일행이 한 줄로 서고 그들의 앞에 다른 청년이 서 있었다.

선 위치로 봐서 이 자가 상도맹 서열 이 위인 천재 제자 축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자!"

한 노인이 네 명을 휘감고 허공을 가로질렀다.

노인은 상도맹의 태상 장로였다.

* * *

끝없는 허공 속.

커다란 현무가 성광을 반짝이며 허공 속에서 돌아다녔다.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현무의 등에 서 있는 진남은 매우 흥분되었다.

그는 진국현무, 무성 강자 등에 서 있었다. 진국현무는 전에는 반보 무조로 매우 강한 존재였다.

일반 사람이 어찌 그의 등에 설 수 있을까?

'요수를 타면 이렇게 위엄이 있구나. 기회가 되면 반드시 더 대단한 요수를 항복시켜 탈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진남의 눈에 뜨거움이 스쳤다.

그는 술이나 보물 따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직 원석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오늘 자신이 탈 것에도 관심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진남, 넌 시혈난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진국현무가 물었다.

"조금 알고 있습니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시혈난해는 상역 동주의 여러 금지 중에서 서열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소문에 시혈난해 안에 신비한 전승이 있는데, 얻으면 운명을 바꿀 수는 없어도 동주의 정상에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전승은 줄곧 나타나지 않았다.

'시혈난해가 열리지 않았는데 당청산, 단목 봉주 등 선배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기연을 얻고 무성으로 진급한다면 아마 안의 전승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승을 얻지 못하면 무성으로 진급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진남과 진국현무는 가는 동안 수련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했다. 진남은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요수와 사람은 수련방식이 달랐지만 진정한 오묘함은 모두 서로 통했다.

* * *

삼 일 후.

쿵!

허공이 무너지더니 진국현무가 그 속에서 뛰어나왔다. 빛이 번쩍이더니 진국현무는 몇백 분의 일로 작아져 손바닥만 한 거북이로 되어 진남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몸집이 너무 크면 쉽게 눈에 뜨인다. 나중에 여러 세력이 모이면 강자가 적지 않으니, 너를 시혈난해에 들여보낸 후 난 떠나겠다."

진국현무가 말했다.

"앞이 바로 난해성이다. 시혈난해에 들어가려면 우선 난해성에서 자격을 얻어야 한다."

진남은 고개를 숙여 보았다.

먼 곳에 바다가 있었다.

바닷물은 핏빛을 띠고 끝없이 넓게 펼쳐졌다. 바다 위에 얇은 광막 같은 것이 드리워져 바다를 덮어 외부인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시혈난해였다.

시혈난해 옆엔 성이 하나 있었다.

성벽은 핏빛의 벽돌을 쌓아 만든 거라 피로 물들인 것 같고 스산한 기운이 풍겼다. 난해성은 성조지기였다.

"자격을 얻어야 한다고요?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날아가면서 궁금해서 물었다.

"난해성은 난씨 가문에서 지은 것이다. 이미 몇백 년의 역사가 있다. 난씨 가문의 가주는 예전에 시혈난해에서 어떤 보물을 얻었다. 보물은 매년 일정한 양의 난해지기를 뿜어낸다. 난해지기를 얻어야만 시혈난해가 열린 후 무인들이 안에 들어가도 시혈난해의 힘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진국현무가 설명했다.

"만약 난해지기가 없다면 존자 정상의 강자라도 시혈난해 안에서 삼 일을 견디지 못한다."

"그렇군요."

진남은 바로 이해했다.

상역 동주에는 사대 세력 외에 또 크고 작은 다른 세력들이 있었다. 난해성의 난씨 가문도 그 세력 중의 하나였다.

진남과 진국현무는 빠르게 난해성으로 내려가 성지 안으로 들어갔다.

"응?"

성 안으로 들어서자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넓은 거리에는 오가는 무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무인들은 다들 형상이 독특하고 기운이 난해하고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다들 여러 가지 싸움을 겪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모두 무황 정상 혹은 존자 초기의 경지였다.

그렇지만 진남은 얕잡아 볼 수 없었다.

진남은 난해성의 저급 무인을 찾아 단약으로 정보를 물었다. 저급 무인에게서 이틀 후에 성주 부 안에서 난해지기 쟁탈전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씨 가문은 돈 벌 줄 아네. 난해지기를 쟁취하려면 먼저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는 데만 오천 개의 원석에 해당하는 단약이 있어야 하는구나."

진남은 남몰래 감탄했다.

'만약 사오천 명의 무인이 참가하면 얼마나 큰 재부인가?'

"우선 머물 곳을 찾자."

진남은 결심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넓고 시뻘건 거리에 사람들이 끊임없었다. 문득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진남의 옆을 지나갔다.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 같은데?'

진남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진남, 좀 전의 그 검은 도포를 입은 자가 어쩐지 그날 이황자를 벤 자 같은데?"

진국현무가 물었다.

진남의 신분이 폭로된 후 분천황제의 거물들은 그날 이황자를 벤 자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과연 그녀군, 강벽난도 왔군……."

진남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강벽난은 이미 사망대제의 영혼을 누르고 몸을 찾았는데 왜 난해성으로 온 거지? 그리고 방금 나를 발견하고도 왜 피하는 거지?'

"이상하다."

진남은 객잔으로 들어가 수련을 시작했다.

이때, 난해성 성문 앞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축항!"

"축항이 오다니?"

"뭐?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야? 축항 정도의 천재가 왜 시혈난해에 온 거지?"

상도맹의 사람들이 왔다.

난해성이 들끓기 시작할 때 진남은 객잔에서 구리거울이 신위를 펼쳐 당청산 그들과 연계할 수 있는지 구리거울과 소통해보았다.

하지만 그의 짐작대로 구리거울은 아예 그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믿을 수 없구나."

진남은 할 말이 없었다. 구리거울은 애증 가득한 물건이었다.

그는 고개를 젓고는 수불식을 수련하려 했다.

분명 한 차례 치열한 싸움이 일어날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심신을 정상급으로 연마해야 했다.

그러나 이때, 뜨거운 기운이 그의 혈액에서 꿈틀거렸다.

이런 느낌은 매우 익숙했다.

"응……?"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공주를 보지 못했다.

"응?"

머리 위에 엎드려있던 현무는 무언가 느낀 듯, 한 쪽 눈을 지그시 떴다. 광막이 반짝이더니 광막 속에서 아름다운 형상이 나타났다.

"헉?"

현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무슨 수단이지? 멀리에서 형상을 전해오다니? 이건 무성 정상의 경지도 할 수 없는 것인데?'

"진남!"

장면 속의 수려한 경치는 마치 선경 같았다. 절세의 미녀가 산 정상에 서 있었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얼굴은 조금도 결점이 없고 초롱초롱한 눈에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진남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몸이 떨렸다.

"너 뭐 하는 거야?"

묘묘 공주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듣자니, 얼마 전에 너 상도맹을 털었다며…… 어? 머리 위의 이 자라는 뭐야?"

묘묘 공주는 현무를 바라봤다.

푸!

진남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공주, 이분은 진국현무 선배님이야. 분천고국의 진국신수인데 이번에 나를 시혈난해로 데려다주셨어."

진국현무는 놀라움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라라는 말을 듣자 안색이 파래졌다.

진국현무는 자신을 자라라고 부르는 것이 제일 싫었다.

설사 아름다운 여인도 자라라고 부르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꼬맹이, 너……!"

진국현무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짙은 위압이 있었다. 마치 광막을 뚫고 바로 뛰쳐나갈 것 같았다.

"진남, 속지 말거라, 자라일 뿐이다."

묘묘 공주는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말을 이었다.

"좋다. 네가 진남을 데려다준 걸 봐서 너를 거북이라고 부를게."

"거북이는 개뿔!"

진국현무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꼬맹아, 말을 너무 건방지게 하는구나!"

"응?"

묘묘 공주는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할 수 없는 위압이 시공을 넘어 강림했다.

이런 위압은 타고난 고귀함이었다.

진국현무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왠지 모르게 전에 없던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큰 요물인가?'

"무례하게 굴지 말아."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져 낮은 소리로 외쳤다.

묘묘 공주는 눈에 비꼈던 차가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그래, 그렇게 말하지 않을게. 맞다. 진남아, 술은 준비했어?"

진남은 그녀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자 살짝 안심됐다.

공주는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를 말리지 않으면 진국현무는 화가 나 피를 토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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