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화 역천지기(逆天之氣)
"영장님!"
적풍운은 깜짝 놀랐다.
'왜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그는 초식을 펼쳐 백호 형상을 소멸하려고 했다.
아니면 단청이 다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어서 벌어지는 장면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진남의 눈은 몇십 마리 백호의 움직임을 이미 꿰뚫은 것 같았다. 그의 몸이 귀신처럼 백호 형상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마지막에 성큼 내디뎌 구 척 밖에 떨어졌다. 단청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쉽게 살초를 전부 피했다.
"이게……."
적풍운은 충격에 휩싸였다.
'백호살동술은 존자 일 단계의 힘으로도 존자 삼 단계를 죽이는 건 전혀 문제없다. 그런 강력한 공격을 단청이 이렇게도 가볍게 피하다니? 어떻게 한 거지?'
'설마…….'
적풍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단청이 동술로 그의 살초의 움직임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
흡!
적풍운은 헛숨을 들이켰다.
'진짜 대단한 동술이구나. 사물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한 뇌정을 방출할 수 있으며 심지어 공격 궤적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니. 단청은 역시 비범하구나!"
적풍운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단청과 같은 급은 물론, 단청보다 경지가 한 단계나 세 단계 정도 높아도 단청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후."
적풍운이 힘껏 숨을 들이쉬었다.
'무예 천부를 비교하면 단청은 황금 방의 칠층까지 들어가 본 사람이다. 엄청 대단한 재능이 있다. 수단을 비교하면 단청은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를 부활시킨 사람이다. 경지를 비교하면 반보 무성 경지의 공격에도 단청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동술마저 단청의 상대가 되지 않는구나.'
그들은 모두 지급 팔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지만, 적풍운은 진남과 자신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제의 영혼이 단청을 선택한 이유를 적풍운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영장님, 완전히 승복합니다."
적풍운이 고개를 숙였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동!"
"남!"
"서!"
"북!"
주벽화 일행이 우레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엄청난 성자의 힘이 아래쪽 진법에 주입되었다.
대진에서 빛이 뿜어 나오더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엄청난 빛이 순식간에 정원을 감싸더니 커다란 그릇을 거꾸로 덮어놓은 것처럼 주변을 뒤덮었다.
진남과 적풍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대 무성과 수많은 정석으로 만들어진 대진은 무조 경지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이건……."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왼쪽 눈을 움직였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정원의 기운은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이 되어 외부와 단절되었다는 점을 포착했다.
"아직 부족해! 계속!"
분천황제가 크게 외쳤다. 그의 몸에서 수많은 금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마치 금술을 쓴 것처럼 힘이 부쩍 늘었다.
혈익봉황, 진국현무, 주벽화도 동시에 금술을 사용하여 힘을 늘렸다.
풉!
사대 강자는 동시에 피를 토했다. 그들이 토한 피가 진법의 주변에 퍼졌다.
우르릉!
진법의 기운이 화산처럼 폭발하더니 점점 더 강해졌다. 커다란 손이 허공에서 내려와 정원을 들어올려 창람대륙과 분리시키려는 것 같았다.
"삼황자! 대진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
분천황제가 외쳤다. 그들은 구멍 난 것처럼 기운이 빠른 속도로 빠졌다. 머리카락은 허옇게 되어 마치 죽음을 앞둔 노인들 같았다.
대진을 펼쳤을 뿐인데 사대 강자가 죽을 것만 같았다.
번쩍!
진법 중앙의 삼황자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신광을 뿜었다.
금빛이 그의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모두 여섯 개의 금빛이었다. 금빛 속에서 쇠로 만든 접선이 떠올랐다.
삼황자의 무혼인 지급 육품의 철선무혼(鐵扇武魂)이었다.
"무혼 스스로 터져라!"
삼황자가 외쳤다.
쿵!
그의 등 뒤의 철선무혼이 웅웅 떨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했다.
푸확!
삼황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 삼황자는 엄청나게 많은 피를 뿜었다.
무혼을 포기하자 중상을 입었다.
"역천개명(逆天改命)!"
흰색 영패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흰빛으로 변해 삼황자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선제의 기운이 삼황자의 몸속에서 퍼졌다. 선제 무혼이 삼황자와 서서히 하나가 되고 있었다.
잠시 후, 기이한 울음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니 마신처럼 생긴 형상들이 칼을 들고 시뻘건 눈으로 대진의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 찾고 있었다.
"음……?"
진남은 영혼마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의 위압을 느낀 이후로 이렇게 대단한 기운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역천개명은 말 그대로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저 형상들은 천지를 대표하는 것들이겠지! 저것들에게 발견되면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죽이겠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저 형상을 당해낼 자가 없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의 떨림을 억누르며 삼황자를 바라보았다.
"남(南)! "
"무(無)!"
"문(門)!"
"호(浩)!"
삼황자는 두 손을 결인했다. 그의 두 눈은 뻘겋게 핏발이 섰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외쳤다.
"극(极)!"
"신(神)!"
"천(天)!"
"역(逆)!"
마지막 순간에 사대 강자들이 온 힘을 다해 펼치던 대진이 부서졌다. 하늘에서 이리저리 살피던 마신 같은 형상들은 기운을 느끼고 시뻘건 눈으로 삼황자를 바라보았다.
엄청난 기운이 순식간에 퍼졌다. 천지만물과 황궁, 백호성이 전부 소멸될 것만 같았다.
삼황자의 몸속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선제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창백했던 얼굴색은 상기되고 윤기를 되찾았다.
우우우…….
뜨거운 바람이 허공 깊숙한 곳에서 불어오더니 커다란 손이 되어 마신 형상들을 전부 덮어 하늘로 끌어들이더니 사라졌다.
정원이 고요함을 되찾았다.
"성, 성공했다!"
분천황제와 사대 강자들은 그 모습에 긴장이 풀려 바닥에 쓰러지고 기절했다.
"스승님!"
적풍운은 안색이 변해 달려가더니 영약들을 꺼내 대진을 펼쳐 사대 강자들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사대 강자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단청, 역천지기를 받거라!"
삼황자는 진남을 보며 신비한 기운을 보냈다. 기운이 진남의 몸에 들어가자 삼황자가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늘을 가리는 대진은 힘이 부족해서 역천개명을 빨리 진행했다. 지금부터 삼 년 동안 잠들 예정이다. 삼 년 후에 깨날 것이니, 그때까지 나를 기다려다오……."
삼황자는 두 눈을 감더니 바닥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그의 몸은 죽은 듯 생기가 없었다.
오직 그가 다시 깨어날 때만 비로소 신위를 펼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뜻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는 것이구나!'
진남은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사대 강자가 죽을힘을 다하여 운행시킨 대진은 짧은 시간밖에 버티지 못했다. 그렇기에 삼황자는 역천개명을 한 후 삼 년이 지나야 깨어날 수 있었다.
대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끝났더라면 백호성은 없어졌을 것이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꾸는 일은 이처럼 어려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선제의 혼을 얻었다고 해도 연화할 때 천지가 눈치채고 죽였을 것이다.
'내가 전신의 혼을 얻은 것도 하늘의 뜻을 거스른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역천개명을 할 때는 무척 쉬웠잖아.'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가 운명을 바꾸는 것이 수월했던 건 모두 전신의 혼 덕분일 것이다.'
그때, 진남의 몸이 움찔했다.
"응?"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방금 삼황자가 그의 몸에 들여보낸 역천지기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역천지기가 뿜는 신비한 흡입력은 아흔아홉 개 존자의 힘을 전부 모으더니 흔들리고 끊임없이 돌아가며 엄청난 힘을 형성했다.
진남의 몸속에는 두 개의 힘이 있었다. 하나는 역천원신이고 하나는 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이었다.
역천지기는 존자의 힘을 모은 후 요수로 변한 것처럼 입을 쩍 벌리고 인간 형상의 역천 원신을 그대로 삼켰다.
"응?"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역천원신은 그가 역천무존이 될 수 있는 기본이었다.
'역천지기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쿵!
이때,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역천지기를 핵심으로 역천원신, 존자의 힘이 빠르게 작아지더니 머리만 한 크기에서 주먹만 한 크기로, 다시 손톱만 한 크기로 작아졌다. 그러더니 정석(晶石)으로 변했다.
정석은 기운이 신비해서 몽환적인 칠색 빛을 뿜었다. 그것은 마를 줄 모르는 끝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대 무성의 회복을 돕던 적풍운은 무엇인가 느끼고 얼른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색이 대뜸 변했다.
진남의 기운이 갑자기 폭주했다.
무존 경지 이 단계!
무존 경지 삼 단계!
무존 경지 사 단계!
무존 경지 오 단계가 되어서야 멈추었다.
단숨에 무존 경지 일 단계에서 오 단계로 진급한 것이다.
"이게 갑자기 무슨……."
진남도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속을 살폈다.
손톱만 한 칠색 정석이 오백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을 뿜고 있었다.
존자 일 단계이면 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을 가지게 된다. 이 단계이면 백 아흔아홉 개의 힘을 가지게 된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백 개씩 추가되었다.
진남은 지금 확실한 무존 오 단계였다.
'아니야, 그것만이 아니야!'
진남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는 칠색 정석에서 끝없는 가능성을 느꼈다.
오백 아흔아홉 개의 힘이 한 대야의 물이라면 칠색 정석은 커다란 물 항아리였다. 그래서 한 대야의 물을 쏟아 넣는다고 해도 물 항아리의 십 분의 일도 채우지 못했다.
'역천지기가 역천원신과 존자의 힘을 모아서 칠색 정석을 만들었잖아. 칠색 정석을 무존정석이라고 하자. 무존정석에 존자의 힘을 다 채워 넣으면 역천무존이 될 거다.'
진남은 그제야 깨달았다.
역천무황이 되기까지 그는 엄청난 뇌겁을 견뎌냈다. 그러나 그는 뇌겁이 싫었다. 이제는 존자의 힘을 정석에 넣기만 하면 역천무존이 될 수 있었다.
"역천지기는 대단하구나……."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들이쉬었다.
역천지기는 삼황자가 역천개명을 성공하여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삼황자는 그렇게 귀한 역천지기를 진남에게 줬다.
"삼황자, 삼 년 후 깨어나면 함께 세상을 주름잡아 봅시다!"
진남은 기절한 삼황자를 바라보았다.
어림군들은 정신을 차리고 삼황자의 주변에 내려오더니 그를 데려가려 했다. 어림군들은 황실의 핵심 군대이고 분천황실에 충성했다. 그들은 삼황자를 분천고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모시려고 나타났다.
삼 년 후, 삼황자가 다시 깨어나면 분천고국의 미래가 바뀔 것이었다.
"영장님……."
적풍운은 진남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는 사는 동안 무인이 연속 네 개 단계를 돌파하는 것을 처음 목격했다.
'아까 삼황자가 준 힘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