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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46화 (346/1,498)

346화 대처할 자신이 생긴 건가?

"천룡?"

삼황자의 눈에 이상한 빛이 반짝였다. 동시에 그는 안심했다.

'호수 속에 얼마나 많은 요수들이 들어있는지 모르지만, 천룡이 위엄을 펼치면 요수들은 감히 달려들지 못할 것이다.'

"단청의 친구도 이렇게 강하다니……."

삼황자는 감탄하더니 주의력을 집중해서 배를 산봉우리 방향으로 조종했다.

배가 산봉우리의 상공에 들어섰을 때 이변이 생겼다.

쿵!

산봉우리 위쪽에서 엄청난 위압이 방출되더니 거대한 산이 배를 누르는 것 같았다.

배는 터지고 진남 일행도 엄청난 힘에 눌렸다.

펑! 펑! 펑!

진남 일행은 산봉우리에 떨어지며 바닥에 큰 구멍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땅에 떨어지는 동시에 엄청난 힘도 사라졌다.

"퉤퉤퉤, 산봉우리가 날지 못하게 하는가 보네. 그냥 나는 걸 금지하면 금지한다고 말하면 되지……."

용호는 흙을 뱉어내며 툴툴댔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황자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변을 살폈지만, 요수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진남은 왼쪽 눈에 번개 빛을 번쩍이며 산봉우리 위쪽을 살피더니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 이건 무성 경지의 기운이다!'

"아니, 이건 무성 경지의 기운이 아니다. 반보 무성 경지다. 게다가 이 힘은 잠들어있고 좀 이상해……."

진남은 기운의 파동을 자세히 살피며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했다.

"산꼭대기에 있겠군."

진남은 산꼭대기를 쳐다보았다.

산봉우리들은 검처럼 호수 중앙에 꽂혀있었다.

산봉우리는 고작 몇백 척밖에 되지 않아 천험산맥과 비교했을 때 웅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참 쳐다보면 가슴이 뛰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산은 단장산(斷腸山)이다. 용연수는 저 꼭대기에 있다. 단장산은 날아서 갈 수 없고 단장애(斷腸崖)를 넘어야 산꼭대기에 갈 수 있다."

삼황자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문서의 기록에 의하면 단장애는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저곳에 수많은 단장수(斷腸獸)가 있다고 하니 조심하거라."

"고작 단장수 따위는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용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천룡뇌호의 혈통이었다. 등급이 낮은 요수들은 그를 만나면 혈통에 기가 죽었다.

진남 일행은 용호를 힐끗 보고는 무시하고는 몸을 날려 단장애로 향했다.

단장애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요수도 없고 영약도 없었다.

그럴수록 그들은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단장애에 도착했다."

삼황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기이한 절벽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절벽은 무서울 정도로 가팔랐는데, 바닥에 닿은 부분부터 전혀 곡선이 없었다.

절벽에는 보라색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가자!"

삼황자는 앞장서서 보라색 나무들을 디딤돌 삼아 위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진남 일행도 따라갔다.

"너무 쉽잖아……."

용호는 입을 삐죽거렸다.

'겨우 삼백 척도 안 되는데 금방이면 도착하잖아?'

그때 슉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팔뚝만 한 크기에 온몸에 가시가 돋친 어두운 노란색의 요수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요수는 입을 쩍 벌리고 빼곡한 하얀 이빨로 용호의 머리를 물려고 했다.

"고작 요황 경지가 나를 습격해?"

용호는 화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더니 포효하며 용의 위엄을 펼쳤다.

그러나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요수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속도가 줄지 않고 달려들었다.

"어?"

용호는 살짝 놀라서 손을 휘둘렀다. 엄청난 힘이 단장수를 부스러기로 만들어버렸다.

용호는 하찮은 시선으로 말했다.

"이상하면 또 어때……."

"용호, 얼른 갑시다!"

용호가 말하는 도중에 진남이 안색이 변한 채로 크게 외쳤다.

용호는 깜짝 놀라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렸다.

수림의 사방팔방에서 단장수들이 쏟아졌다.

그것들이 한데 모이니 마치 노란 장막이 드리운 것 같았다. 게다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양이 많았다.

요황 경지의 단장수는 사실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 만 마리, 십만 마리의 단장수들이 모이니 엄청났다.

게다가 진남 일행은 지금 날 수도 없었다.

진남은 맨 앞으로 달려 나가 온몸으로 화염을 뿜었다. 그리고 폭노고검을 꺼내 검기를 뿜으며 단장수들을 죽였다.

피가 흥건한 길이 만들어졌다.

진남이라고 해도 몇십만 마리의 단장수들 틈에 있으니 작아 보이고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 진남의 싸움 실력은 가장 뛰어났다.

길을 여는 건 그가 해야 했다.

"단청을 보호하라!"

삼황자가 외치니 금빛이 솟아올라 몇백 자루의 금색 보검으로 변했다.

검은 진남의 주변에 내려와 검진(劍陣)을 이루고 단장수들의 습격을 막아줬다.

"죽음의 탄식!"

강벽난도 최강 살초를 펼쳤다.

그녀가 유유하게 탄식하자 몇백 마리의 단장수들이 순식간에 죽었다. 그러나 방대한 단장수 무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엄청난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진남 일행은 검광을 번쩍이고 술법을 사용하며 빽빽한 단장수들 사이로 겨우 빈 공간을 만들었다.

넷은 연합하며 전진했다.

"거의 다 왔어……!"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며 왼쪽 눈으로 단장수들의 공격 궤적을 살폈다.

그는 귀신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그물처럼 덮치는 공격을 겹겹이 뚫고 뛰어올랐다.

"베거라!"

진남은 고도에 봉황격천술, 봉황시혼술, 전신의 왼쪽 눈, 성공지뇌, 청심당마결의 의지를 전부 모았다.

고도가 휘황찬란한 빛을 뿜더니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쿵!

단장수 무리 가운데가 산산조각 나며 산꼭대기로 통하는 길이 생겼다.

"금제상공술!"

삼황자가 길게 외치자 그의 뒤로 금빛이 반짝거리고 십여 장에 달하는 금빛 날개가 생겨났다.

그는 손을 휘둘러 진남 일행을 잡았다.

날개를 펄럭이며 엄청난 폭풍우를 일으키고 하늘로 뛰듯이 솟아올랐다.

사방팔방의 단장수들은 바람에 밀려 모이지 못했다.

펑!

삼황자의 날개가 사라졌다. 바닥에 내려온 그는 호흡이 가빠졌다.

진남 일행도 호흡이 점점 더 가빠졌다. 조금 전 싸움에 체력을 꽤나 쓴 것 같았다.

"이놈의 단장수들이 미쳤어……."

용호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장수들이 산꼭대기까지 달려들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용호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뻔했다.

진남은 그를 흘겨보며 말을 섞지 않고 앞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산꼭대기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의 물은 파란색이었고 무척이나 진한 영기를 뿜고 있었다.

호수의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굵고 곧게 뻗었는데 길이만 해도 다섯 장이나 되었다.

주위에는 칠색 꽃잎이 나무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나무의 윗부분만 밖에 드러났다.

훅. 훅.

나무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호수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반보 무성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게 용연수구나!"

삼황자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용연수는 분천고국에서 숭고한 지위를 차지했다.

용연과를 복용하면 효과가 비범해서일 뿐만 아니라 용연수는 행운과 나라 운명의 상징이었다.

때문에 용연과를 많이 따는 황자가 제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용연과를 많이 딴 황자는 용연수의 인정을 받은 걸 증명했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셋째야, 드디어 왔구나. 이 형님이 너를 오래 기다렸다."

* * *

같은 시각 백호성.

용연비경이 열린 후, 황실의 여러 세력들은 열흘 후 용연비경이 끝나면 누가 일 위가 될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둥! 둥! 둥!

커다란 북소리가 황궁의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졌다. 북소리는 한데 뭉쳐 흩어지지 않았다. 마치 허공의 높은 곳에서 아래로 황궁의 곳곳에 꽂히는 것 같았다.

"이 북소리는……? 설마 제고(帝鼓)? 누가 제고를 두드렸나?"

황궁의 많은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궁에 북이 하나 있는데 제고라고 했다. 제고를 울리면 황궁의 크고 작은 대신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금령전(金鈴殿)에 모여야 했다.

큰일이 있을 때마다 제고를 울렸다.

지난번에 제고를 울린 것은 삼대 세력과 연합해 진남을 죽이기 위해 분천 황제가 신하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북이 울렸어?'

'설마 무슨 큰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갑시다! 금령전으로 가봅시다."

"제고가 울리는 걸 보니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 보오."

"빨리!"

황궁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크고 작은 신하들은 모두 금령전으로 향했다.

금령전은 황궁의 유일한 정전(正殿) 이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태자를 임명할 때, 또는 어떤 중대한 사건이 있을 때 대신들은 금령전에 모여 조회를 했다.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거대한 금령전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이들은 형부상서, 예부상서, 병부상서, 승상이었는데 모두 권력이 크고 분천고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거물들은 모두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분천 황제가 금령전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아니라면 누가 제고를 쳤을까?'

"여러분!"

사람들이 의문스러워하고 있을 때 묵직하고 패기가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 제가 제고를 울려 대신들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를 책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휙!

말소리와 함께 사람의 그림자가 휙 날아오더니 용의 아래, 대신들 위쪽에 섰다.

적풍운이었다.

사람들은 적풍운을 보고 표정이 굳더니 의혹이 더 짙어졌다.

'적풍운은 왜 제고를 쳤을까?'

의문스러웠지만 금령전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들 얌전히 적풍운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분천고국의 대신들은 권력을 쥐고 있지만 백호영, 봉황영, 현무영 삼대 세력 앞에서는 지위가 낮았다.

삼대 영은 몇백 년 동안 내려오면서 수많은 천재 제자들을 배양하여 저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눈앞의 백호영 영장 적풍운은 지급 팔품 무혼에 분천고국의 제 일 천재이며 미래에 반보 무조 경지를 돌파할 사람이었다.

적풍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금령전 밖을 바라보았다.

슉! 슉! 슉!

허공이 깨지는 소리가 연속 들리더니 왕노와 현무영의 웅 부 영장이 나타났다. 그들은 씩씩한 걸음으로 대신들을 지나쳐 맨 앞으로 걸어갔다.

"응? 적풍운?"

왕노는 적풍운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대신들은 무언가를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벽화는?"

적풍운은 높이 올라 왕노를 내려다보며 호통쳤다.

"제고가 울렸는데 분천고국 봉황영 영장은 왜 회의에 안 왔소? 규칙을 위반하려는 게요?"

사람들은 적풍운이 화를 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대신들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적풍운과 주벽화 사이의 원한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다만, 주벽화가 무성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적풍운은 그동안 대놓고 시비를 걸지 않았을 뿐이었다.

'적풍운이 주벽화에게 대처할 자신이 생긴 건가?'

"죄송합니다. 영장은 분천고국에 안 계십니다."

왕노는 차가운 표정으로 겁을 먹지도 않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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