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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97화 (297/1,498)

297화 상역으로

진남의 예전의 원영들은 모두 용 무늬가 감겨 있었고 힘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망대제가 뇌겁을 관통한 이후로 용 무늬가 사라지고 원영은 아무 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원영 안에 한 가지 기운이 더 많아졌다.

기운은 전신의 왼쪽 눈, 전신의 왼쪽 팔과 마찬가지로 전신의 기운에 속했다.

"설마 나의 원영이 전신의 원영으로 변하려는 것인가?"

진남은 숨을 멈췄다.

'전신의 원영이면 어떤 위능을 갖고 있을까?'

"전력으로 연화하자!"

진남은 빨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신의 힘을 발휘해 자신을 회복하고 원영을 회복했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진남은 전신의 혼이 더는 진급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진남은 빨리 깨달았다.

지난번에 그가 전신의 왼쪽 팔의 정혈을 삼켰고 이번에 왼쪽 팔을 융합했으니 전신의 혼이 더는 진급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 열흘이 지났다.

거룡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진남은 기세가 비범했다.

열흘 동안의 연화를 통해 그의 체내의 부서졌던 경맥, 원영이 전부 회복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남의 원영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짙은 보라색 빛을 뿜고 있고 위엄을 풍겼으며, 강력한 기운이 풍겼다.

"원영은 예전과 아무 변화가 없다. 천지뇌겁을 끌어오고 뇌겁의 세례를 받아 원신으로 변해야만 대단한 점이 완전히 드러날 것 같아."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원영의 힘이 모인 후 천지뇌겁의 세례를 받으면 원신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경지가 무황 경지에 달했다.

그러나 진남은 다른 무인들과 달리 원영을 이루었을 때 전력이 이미 무황 경지에 맞먹었다.

"제일 중요한 건 왼쪽 손이야!"

진남은 왼팔을 바라봤다.

그의 왼팔은 전신의 왼팔과 융합된 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다.

"다만 나는 지금 경지가 너무 낮아 아직 왼쪽 팔의 위능을 발휘할 수 없어. 경지가 충분히 높아져야지만 왼쪽 팔을 쓸 수 있을 거야."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한참 침묵하다 일어섰다.

죽음의 바다의 풍파가 이미 한 달이 지났다. 이제 그가 나갈 때가 된 것 같았다.

* * *

남은 며칠 동안 진남은 상역으로 가지 않고 신분을 바꿔 낙하왕국으로 갔다.

소경설은 다시 현령종으로 돌아와 현령종의 내문 대장로가 되어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선노는 실력이 더 진보되어 무황 정상이 되었다.

소냉 등은 모두 기우를 만나 무왕 경지로 돌파해 종문 내에서 내로라하는 내문 제자가 되었다.

현령종은 낙하왕국에서 더 강대해졌다.

가입하려는 제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너 이 자식 낙하왕국에 이렇게 많은 조각상이 있을 줄 몰랐다."

한 노인이 옆에 있는 청년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이 노인은 바로 영기 거룡이었다.

"선배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낙하왕국을 십 년 동안만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진남은 영기 거룡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뭐?"

노인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돈지기를 열 개 뿜어냈다.

"이건……."

노인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혼돈지기를 보자 심신이 떨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십 년? 전혀 문제없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이 정중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노인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두 무릎을 천천히 꿇고 커다란 현령종 방향으로 세 번 절을 했다.

"하역, 나는 간다."

* * *

천험산맥.

상역과 하역의 접경지대에는 천험산맥(天險山脈)이라 불리는 팔천구백 리의 거대한 산맥이 있었다.

천험산맥에는 수많은 요수가 살고 있어서 무왕 경지 정상급의 강자라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하역에서 상역으로 가려면 최소 무종 경지는 되어야 했다.

'청룡 성주의 말대로 죽음의 저주는 묘묘 공주와 당청산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못했어. 그럼 그들의 능력으로 상역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진남은 수림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계속 생각했다.

'나는 상역에 대해서는 사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몰라. 천험산맥에서 빠져나가면 상역의 무인을 찾아서 잘 알아봐야겠어.'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는 왼쪽 눈으로 지세를 관찰하는 한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수련했다.

진남은 고민스러웠다.

혼돈지기는 이제 전신 원영을 승화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청룡 용맥에게 혼돈지기를 주고도 진남에게는 아직 스물두 개의 혼돈지기가 남았다.

이때, 멀리서 치고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싸우나?"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마침 상역 동주의 상황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삼 리 정도 날아가서 커다란 나무 위에 몸을 숨긴 진남은 아래를 살폈다.

강 위에는 두 청년과 한 여인이 공법을 펼치며 몸집이 거대한 호형요수(虎形妖獸, 호랑이 모습을 한 요수)와 싸우고 있었다.

셋은 경지가 무종 경지 정상이었지만 호형요수는 반보요황의 경지에 도달했다.

셋은 싸움에서 밀리는 중이었다.

"너희 둘은 먼저 가서 가문에 알리거라! 내가 후방을 지키겠다!"

여인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녀가 손을 휘둘러 금빛을 뿜어 창으로 변화시켜 호형요수에게 날렸다.

그녀는 체력이 점점 소모되어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이, 우리는……."

두 청년은 호흡을 멈추었다.

"얼른 가! 아니면 우리 여기서 다 같이 죽는다."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두 청년은 큰소리로 외치더니 전력으로 멀리 도망갔다.

어흥!

침을 흘리며 그들을 노리던 호형요수는 도망가는 청년들을 보자 요력을 전부 사용해서 몸집이 거대해졌다.

여인이 날린 창은 요수의 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요수는 입을 쩍 벌리고 여인의 머리를 물려고 달려들었다.

"허억……!"

여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몸은 제자리에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두 청년은 그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빨리 놀려 도망갔다.

"저……."

여인은 청년들의 뒷모습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에게 도망가라고 한 건 그녀였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들을 보자 코끝이 시큰했다.

죽을 고비를 마주하자 평소에는 온갖 아양을 떨던 사촌 동생들이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지도 않았다.

"멈춰!"

별안간 위엄 있는 호통이 울려 퍼졌다.

진남이었다.

진남은 방금 벌어진 일들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여인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위험한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호형요수는 몸이 그대로 굳었다.

중요한 순간에 감히 끼어드는 사람이 누군지 돌아봤다.

그리곤 진남의 기운이 무왕 경지 정상급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쩍 벌리고 여인의 머리로 달려들었다.

"꺼져!"

진남은 두 눈을 부릅떴다.

체내의 원영이 움직이더니 전신의 기운이 솟아났다.

크헝!

처절한 비명과 함께 흉악한 호형요수는 한 방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붕 뜨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호형요수는 꼬리를 내리고 빠르게 도망갔다.

여인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눈앞에 벌어진 일을 지켜봤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저 사내의 한마디에 반보 요황 경지의 놈이 겁을 먹고 도망을 가다니?'

"괜찮소?"

진남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괜찮아요."

여인은 저도 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눈을 바라보며 감격해서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저는 오늘 여기서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람의 진심은 위기의 상황에 제대로 보이게 되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

생각이 정리되자 그녀는 기분도 좋아져서 말했다.

"도우, 고마워요. 저는 범심여(範心如)라고 해요. 도우는 이름이 뭐예요? 오늘 저를 구해줬으니 괜찮다면 저와 함께 제구성(第九城)에 있는 범씨 가문에 갑시다. 반드시 이 은혜에 보답할게요."

범심여는 진심이 담긴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보답은 됐소."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남이라 하오. 제구성은 어떤 곳이요?"

"제구성을 몰라요?"

범심여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하역에서 왔어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범심여는 놀란 기색이 더 짙어졌다.

진남이 본 모습을 숨긴 게 아니라면 고작 스무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스무 살짜리가 호통으로 반보 요황 경지를 물리쳤다.

즉 진남은 적어도 무황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범씨 가문의 제일 천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누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그 요수는 어디 갔습니까?"

이때 도망갔던 두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중 한 청년은 미간을 찌푸리고 호통쳤다.

"넌 누구냐? 심여 누이에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냐? 네가 누구든 심여 누이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두 청년은 적의가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노려봤다.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 둘을 힐끗 보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방심여는 얼굴이 굳어서 꾸짖었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말 좀 가려서 하거라! 이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거다!"

두 청년은 깜짝 놀라더니 의심스런 눈초리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 우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반보 요황 경지를 이겼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내력이 만만치 않겠구나.'

그들은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못 냈다.

"됐소."

진남이 고개를 흔들더니 계속 질문했다.

"제구성은 어떤 곳이요?"

두 청년은 진남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범심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남 오라버니, 제구성은 분천고국의 아홉 번째 성이에요. 이렇게 해요. 오라버니는 상역에 처음 오셔서 모르는 게 많을 거예요. 제가 영후과(靈猴果)를 딴 후 오라버니와 함께 제구성으로 가서 상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는 건 어때요?"

범심여는 얼른 보충했다.

"저희는 영후과(靈猴果)를 채취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어요. 가는 길에 요수를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요."

그녀의 말에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상역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다.

제구성에 가서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저는 동의 못 해요!"

이때 한 청년이 진남을 가리키며 냉랭하게 말했다.

"심여 누이, 이자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일부러 우리한테 접근해서 영후과를 노리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청년은 진남이 두려웠었다.

그러나 진남이 하역에서 왔다는 말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역에서 온 놈이 뭐가 대수야?'

"닥치거라!"

범심여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 둘은 분수도 모르는 자들이었다.

두 청년은 범심여의 표정을 보더니 더 이상 말은 못 하고 진남을 노려보기만 했다.

진남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두 청년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두 청년은 진남의 그런 태도에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진남 오라버니, 가시죠."

범심여는 두 청년이 얄미웠다.

그러나 가문의 사촌 동생들이라서 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범심여를 따라 천험산맥으로 깊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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