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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95화 (295/1,498)

295화 전신의 왼팔

청룡 성주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미친 듯이 휘날리더니 입을 쫙 벌려 하늘에 외쳤다.

"삼백 년! 무려 삼백 년 보관하고 있었다! 규칙이 어떻든, 오늘 천지를 열어라! 난 하루면 된다!"

쿵!

부적 감옥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이게 대체……."

문도 노조, 문도 삼노, 비양 성주 등 우두머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지 감방 대진이 이렇게 쉽게 부서지다니? 청룡 성주가 어떻게 갑자기 이토록 강해졌지?'

방원 몇천 리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수많은 천둥소리가 허공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지금의 청룡 성주는 기운이 쇠약하고 죽음이 닥친 존재가 아니라 우뚝 선 거인과 같았다.

그가 손을 휘젓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다.

"사망대제!"

청룡 성주는 문도 노조 등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더니 손을 불쑥 내밀었다.

그의 손은 신비한 마력이 있는 것처럼 진남의 머리를 관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썩 나오시오!"

청룡 성주는 사망대제를 잡고는 뒤로 당겼다.

"악!"

사망대제의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나한테 손을 쓴 거지?'

사망대제는 고개를 돌렸다.

청룡 성주였다. 청룡 성주의 기운을 느낀 그는 어리둥절했다.

'이 영감탱이는 무성 경지가 아니었나……? 이 기운은 무제도 넘었잖아!'

"무릎 꿇으시오!"

청룡 성주는 무자비한 눈길을 하고 사망대제의 영혼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사망대제는 어찌 된 일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사망대제는 한 방에 기절하였다.

"깨어나거라!"

청룡 성주가 진남에게 외쳤다.

쿵!

진남의 식해 깊은 곳에서 신비한 힘이 용솟음쳤다.

그는 흐리멍덩하던 정신이 맑아지고 천천히 눈을 떴다.

"청룡……성주?"

진남은 눈을 뜨자 청룡 성주가 보였다.

당황하던 그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청룡 성주는 갇히지 않았나? 어떻게 나왔지? 기운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거지?'

"진남, 나는 사망대제를 죽이지 않겠다. 놈의 처분은 나중에 너에게 맡기겠다."

청룡 성주가 차가운 눈길에 자상함을 띠고 말했다.

"문도 노조, 그들도 나는 죽이지 않겠다. 이 원수들은 네가 처리하거라. 다른 잡것들은 내가 처리했다."

진남이 답할 새도 없이 청룡 성주는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쿵!

허공에 연거푸 폭발이 일더니 청룡 성주가 양 봉주 등의 앞에 나타났다.

"허억……."

양 봉주 등은 청룡 성주를 보자 영혼마저 터질 것 같았다.

마음에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죽어라!"

청룡 성주는 기운을 폭발시켜 한 방 날렸다.

양 봉주의 몸은 터져 수많은 피를 뿜었다.

한 시대의 존자가 청룡 성주의 한 방에 죽어버렸다.

진남은 그 광경을 보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죽어라!"

청룡 성주는 호통치며 다른 봉주들을 바라보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쿵! 쿵! 쿵! 쿵!

사람들은 시혈성 성주, 도성 성주, 초목봉 봉주 등 하역에서 이름이 자자한 거두들을 보았다.

그들의 몸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약했다.

미처 반항할 새도 없이 산산조각 나 하늘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어떻게……."

진남의 마음속에 커다란 놀라움이 솟아올랐다.

'몇십 명의 봉주가 순식간에 모두 죽다니! 청룡 성주는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 걸까?'

"도망치시오!"

그때 문도 노조 등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상역 동주 사대 세력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당황하여 서둘러 절세의 신통력을 펼쳐 떠나가려 했다.

쿵!

이때 다섯 손가락이 펼쳐지더니 하늘을 가리는 손바닥처럼 비양 성주의 머리 위를 움켜쥐었다.

"억! 살려주시오……!"

비양 성주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다섯 손가락이 꽉 잡았다.

펑!

비양 성주의 머리가 단번에 터졌다.

"어……."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의 마음속에 끝없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청룡 성주의 전력이라면 그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았다.

"주천대둔술(周天大遁術)!"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의 체내의 무성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아무 징조도 없이 그들 앞에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청룡 성주였다.

"어……."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청룡 성주의 손바닥이 부풀어 오르더니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의 몸을 전부 덮었다.

"상역으로 썩 꺼지시오!"

청룡 성주는 온몸의 기운을 모아 엄청난 기세로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의 몸을 내리쳤다.

그들의 몸은 머나먼 곳으로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에 폭발이 일어나더니 이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헉!"

기절했던 사망대제는 이미 깨어났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자 심신이 떨렸다.

다행히 그는 생전에 무제였기에 빨리 반응하여 강벽난의 체내로 들어갔다.

"도망가자!"

사망대제가 차지한 강벽난은 연거푸 소리치며 수명을 태워 도망쳤다.

청룡 성주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사이에 두고 강벽난을 힐끔 보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도망치도록 내버려 뒀다.

죽음의 바다가 조용해졌다.

적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사라졌다.

모든 것이 청룡 성주의 엄청난 실력에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우리도 가자!"

송옥, 육간, 묘어심 세 인재는 요동치는 마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멀리 떠나갔다.

그들이 가지 않으면 청룡 성주가 팔을 뻗어 그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모든 무인들은 청룡 성주가 전력을 드러내는 순간 기운에 압도되어 기절해버렸다.

청룡 성주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기운을 가라앉히고 감탄하며 말했다.

"드디어 조용해졌구나. 진남 내가 사망대제와 문도 노조를 죽이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않겠지?"

그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청룡 성주께선 정녕 누구십니까?"

진남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힘겹게 물었다.

'청룡 성주는 이렇게 실력이 강하면서 왜 문도 노조 등이 나에게 손을 쓰도록 내버려 뒀을까? 왜 이제야 진정한 실력을 드러내는 거지? 왜 당청산 등이 사망대제의 공격을 받게…….'

수많은 의문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좀 있으면 알게 될 거다."

청룡 성주의 기운이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쇠약해지고 있었다.

청룡 성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넌 매우 의문스러울 거다. 내가 왜 실력이 이토록 강하면서 직접 문도 노조 등을 공격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겠지. 이 모든 것은 너 때문이다."

"저 때문이라고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 모든 것이 나와 무슨 상관있지?'

"삼백 년 전 내가 청룡 성지에 들어왔을 때 문도 노조 등이 나를 공격하고 음모를 꾸몄다. 그런데도 내가 신경 쓰지 않은 건 바로 너 때문이다."

청룡 성주는 눈길이 예리하게 변하더니 말했다.

"끝없는 싸움만이 너를 빨리 성장시켜 강자가 되게 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잔혹함을 충분히 느껴야만 네가 무도심을 더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네가 만상 대전에서 임자소를 격파하는 걸 난 보고 있었다. 네가 현령종 외문에서 시합할 때도 나는 보고 있었다. 후에 너는 종주의 아들을 죽이고 강황성에 들어가 상도맹의 고룡 경매를 파괴했지. 무종 비경에 참가해서 마단 존자를 만났고, 십육 봉 대비나 이번 사신대까지 나는 줄곧 너를 보고 있었다."

청룡 성주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진남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처음부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을 줄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한참 후에야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그럼 성주께서는 도대체 누구십니까? 왜 저를 이토록 연마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당청산 그들은 모두 죽음의 저주에 걸려……."

청룡 성주가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당청산 그들은 별일 없을 것이다."

청룡 성주가 진남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무척이나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무척이나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내가 무슨 책임을 지고 있기에 청룡 성주가 삼백 년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은 거지?'

진남은 청룡 성주의 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마치 끝없는 세월을 넘어 기다린 기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왜 청룡 성주께서 왜 나를 선택하셨을까?'

"전신의 왼쪽 눈으로 너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냈다."

청룡 성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엄청난 기세는 완전히 수그러들고 얼굴의 주름도 칼로 깎은 것처럼 깊어지고 몸은 마르기 시작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같았다.

"성주!"

진남이 놀라 외쳤다.

그는 청룡 성주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를 신경 쓰지 말거라. 답안을 알고 싶으면 너의 전신의 왼쪽 눈으로 보거라."

청룡 성주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기운이 매우 약했지만, 그는 여전히 등을 꼿꼿이 펴고 있었다.

"할 수 없습니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사망대제가 그의 뇌겁을 격파해 그는 이미 모든 걸 잃었다.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이기는커녕 칼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진남은 귀신에게 홀린 듯 왼쪽 눈으로 청룡 성주를 바라보았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 수많은 빛이 뿜어 나와 청룡 성주의 몸에 떨어졌다.

청룡 성주의 본체는 더는 사람이 아니고 팔 한쪽이었다.

이 팔은 오래되고 신비로웠다.

수많은 무늬가 있고 온 천하를 강타할 기세를 뿜고 있었다.

"이건……"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 기세가 매우 익숙했다.

바로 전에 전신의 왼쪽 눈에서 뿜어 나온 기세로 전신의 기세였다.

'그렇다면……. 청룡 성주는 전신의 팔이 변한 것인가?'

"맞다. 나는 전신의 왼쪽 팔이다."

청룡 성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쿵!

진남의 머릿속에 수많은 천둥이 울려 퍼졌다.

'전신의 왼쪽 팔!'

그는 드디어 깨달았다.

왜 청룡 성주가 전신의 혼이 진급하는데 원석이 필요한 걸 알고 있었는지.

왜 청룡 성주가 온 세상에서 자신은 절대 그를 해치지 않는다고 했는지.

왜 전에 교철이 가져온 그 칼에 청룡 성주의 기운이 있었는지.

"십육 봉 대비의 그 전신의 피는……."

진남이 입을 열었다.

"맞다. 그 전신의 피는 바로 왼쪽 팔의 정혈이다."

청룡 성주가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마지막 의문이 자연스레 풀렸다.

왜 전신의 피가 그토록 강대한 위력을 지니고 있어 전신의 혼이 지급 오품으로 진급시키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되었다.

"어쩐지……."

진남은 깨달았다.

왜 청룡 성주가 이 삼백 년 동안 어떤 음모와 부딪혀도 손을 쓰지 않았는지, 그를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그가 전신의 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수명이 다 되었다. 여기까지밖에 함께 할 수 없구나."

청룡 성주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계속 버티길 바란다. 두려워하지 말고, 움츠러들지 말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설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해도 당황하지 말거라."

청룡 성주는 곧 죽는 노인처럼 진남에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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