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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78화 (278/1,498)

278화 백 초식을 양보하겠다

윙!

하늘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빛들이 빠르게 허공에서 교차하기 시작하더니, 오십여 장에 달하는 대진을 서서히 그리기 시작했다.

대진의 중앙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솟아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몇만 명의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자들은 비양 성지의 여러 제자, 봉주들 그리고 성주였다.

쿵!

대진의 중앙이 산산조각 났다.

깨진 허공에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보좌가 솟구쳐올라 허공에 떠 있었다.

보좌 사방에서 수많은 빛이 뿜어 나와 기세가 대단했다.

보좌 위에는 문도 노조가 앉아 있었다.

문도 노조 곁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폐인이 된 창백한 강벽난과 반년 동안 폐관 수련을 한 소중황이었다.

반년 동안 비양 성지는 온 힘을 다해 소중황을 키웠다.

소중황은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늘어 무황 경지 칠 단계가 되었다.

그는 왼손으로 강벽난을 안고 거만한 표정으로 아래에 있는 무인들을 내려다보았다.

"저기 봐! 소중황이야."

"대단한 기운이군, 설마 무존 경지에 도달했나?'

"그럴 리 없다. 비양 성지는 소중황이 무존 경지를 돌파하게 하지 않을 거다."

"저 보라색 보좌에 앉은 사람은 동주의 문도 노조 아니야?"

"분명 그 사람일 거야. 비양 성주도 그 아래에 서 있잖아."

"……."

몇천 명의 무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도 노조와 소중황을 어떤 사람들은 처음 봤다.

그러나 처음 보는 순간 그들은 상대의 기세에 완전히 겁을 먹었다.

"진영을 구축해라!"

문도 노조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늘에 떠 있던 몇만 명의 제자들이 이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법보들을 꺼내 들었다.

땅 위에는 작은 궁전 하나가 만들어지고 짧은 시간에 죽음의 바다 가장자리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더 생겨났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떠들썩했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만향루(萬香樓) 내문 제자 묘어심(妙語心)입니다. 문도 노조를 특별히 뵈러 왔습니다."

이때,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먼 하늘가에서 여인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여인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아래로 일곱 가지 빛을 발하여 매우 돋보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랐다.

비양 성지의 봉주들과 무황 경지의 강자들은 표정이 변했다.

상역 동주에는 사대 세력이 있는데 문도산, 만향루, 분천고국(焚天古國), 상도맹이었다.

묘어심은 만향루의 내문 제자였다.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문도 노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묘어심의 맑은 두 눈이 문도 노조 옆에 있는 소중황을 향했다.

그녀는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이 하역의 제일 천재 소공자지요? 괜찮다면 당신과 협력하고 싶네요."

소중황은 눈에 희색이 돌았다.

여인은 멀리서 걸어오는 몸짓만으로도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게다가 만향루의 내문 제자라고 하니 더 좋았다.

그에 비해 폐인이 된 강벽난은 뒤떨어졌다.

소중황은 자연스럽게 강벽난과 거리를 두며 공수하고 말했다.

"묘 사저, 무슨 일이오? 말씀만 하시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힘껏 돕겠소."

"소 공자, 고마워요."

묘어심은 듣기 좋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만향루는 사신궁의 한 가지 물건을 봐두었어요."

이 말에 사람들은 바로 깨달았다.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사신문이 열린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죽음의 바다의 가장 깊은 곳으로 전달돼 사신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사신궁에는 수많은 진귀한 보물이 들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절세 인재만이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묘어심은 만향루의 제자이지만 상역 사람이라 죽음의 바다로부터 배척당해 그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때문에 하역 사람인 소중황에게 원하는 물건을 얻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비양 성지의 제자들은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소중황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소중황의 신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소 사제, 우리 상도맹에도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사제가 도와주시오."

그때,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다란 창을 멘 백의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표정이 차갑고 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서 보는 사람들이 오한이 들었다.

백의 청년은 오자마자 문도 노조에게 공수하고 인사했다.

"상도맹의 제자 육간(陸間), 문도 노조를 뵙습니다."

문도 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황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도맹의 육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끼어들어 그를 매우 난처하게 했다.

그의 마음은 묘어심에게 향했지만, 육간도 상도맹의 천재적인 인물이어서 쉽게 미움을 살 수 없었다.

"하하, 육간, 묘어심, 여기서 두 분을 뵐 줄이야!"

힘이 가득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화염용을 수놓은 금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날아왔다.

그 사람이 나타나자 육간과 묘어심은 미간을 찌푸렸다.

"분천고국 구 황자 송옥(宋玉), 문도 노조를 뵙습니다."

송옥은 예의 바르게 공수했다.

사람들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송옥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 경외심이 조금 있었다.

묘어심과 육간은 만향루와 상도맹을 대표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두 세력의 천재 제자일 뿐이었다.

그에 비해 송옥의 신분은 훨씬 귀중했다.

분천고국은 상역 동주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이 가장 넓었다.

황제는 최고의 권력자라서 그 지위가 문도 노조와 비슷했다.

"송옥, 죽음의 바다 대비가 끝나면 자네 아버지께 내 안부를 전하게."

문도 노조가 말했다.

사람들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네."

송옥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소중황에게 눈길을 돌리며 활짝 웃었다.

"소 형, 자네가 상역으로 오면 우리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오. 지금은 죽음의 바다가 열릴 것이니 많은 말을 하지 않겠소. 분천고국을 대표하여 자네가 사신궁에서 이 보물을 가져다주기를 부탁하오. 소 형이 할 수 있다면 분천고국은 반드시 크게 사례를 할 거요."

송옥은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겨 광막을 쳤다.

광막에는 형태가 나무 우산처럼 생긴 신비한 영악이 드러났다.

"소 사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영약이요. 소 사제가 도와준다면 상도맹도 절대 섭섭지 않게 하겠소."

육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칼과 검이 부딪히는 것 같았다.

"소 공자, 저를 좀 도와주세요. 영약을 얻어주면 만향루는 소 공자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거예요."

묘어심도 천천히 말했다.

사람들은 놀랐다.

송옥, 묘어심, 육간은 상역의 천재라 신분이 존귀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 셋은 삼대 세력을 대표해 동시에 소중황에게 부탁했다.

'저 영약은 도대체 어떤 물건일까?'

성주와 여러 봉주들은 물어보듯 문도 노조를 바라봤다.

문도 노조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당연히 영악을 알고 있었고 영약의 가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참견할 수 없었다.

그가 청룡 성주를 모함하려는 계획이 이미 삼대 세력의 주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삼대 세력에게 이점을 주지 않으면 이들은 연합하여 공격할 수 있었다.

삼대 세력은 문도 노조가 더 강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소중황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삼대 세력이 원하는 것이 한 가지일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누구를 선택해야 하지? 하지만 누구를 선택하든 다른 두 세력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

그는 하역의 제일 천재라 비양 성주와 문도 노조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바다가 끝나고 상역에 입성하면 신분과 지위가 앞에 있는 세 사람과는 거리가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급 일품 무혼은 하역에서는 대단했다.

그러나 상역 동주에서는 중급에서 약간 위에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커다란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엄청난 용의 위엄이 위풍당당하게 돌진하며 다가왔다.

사람들은 표정이 변해서 일제히 고개를 돌려 보았다.

길이가 무려 백 장이나 되는 험상궂은 용 한 마리가 저 멀리서 날아오고 있었는데 형상이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몸 아래에는 맹호의 팔다리가 있고 용 꼬리도 호랑이 꼬리로 변하여 매우 이상했다.

용두호신의 요수가 주는 시각적 충격은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응? 용호 혈맥?"

구 황자 송옥, 육간, 묘어심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용 머리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등 뒤에 일곱 자루의 칼을 메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앞에 문도 노조, 비양 성지 사람들 그리고 삼대 세력의 천재들이 있었지만, 그는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진남이었다.

진남의 뒤에는 사마공, 묘묘 공주, 소경설, 단목 봉주, 당청산, 나 봉주가 서 있고, 사대 봉주의 뒤에는 청룡 성주가 서 있었다.

고작 아홉 명이었지만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겼다.

"미치광이 진남이다!"

"허, 대단한 위엄이군. 진남의 기세는 소중황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아."

"이렇게 강한 기운을 보고도 저리도 침착한 태도라니!"

"……."

삼대 세력의 인재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면 진남이 나타나자 엄청난 폭풍이 일었다.

비양 성지의 성주부터 제자들까지 표정이 변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어떤 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짙게 드러나고, 어떤 사람은 살기가 가득했다.

문도 노조마저 진남을 보자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고 끝없는 한기가 화산처럼 폭발할 것 같았다.

그는 곁눈질로 죽을 지경이 된 청룡 성주를 확인하더니 냉소를 지었다.

송옥, 육간, 묘어심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그들은 진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위엄으로 사람들을 휘두를 줄 몰랐다.

소종황은 안색이 살짝 변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남이 오기 전에 그는 삼대 세력의 주목을 받고 수많은 사람이 두려워하고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진남이 나타나자 그에게 쏠린 관심을 전부 빼앗아 갔다.

"진남!"

소중황은 표정이 싸늘해져 성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반년 전, 네가 비양 성지에 저지른 일들은 사신궁에 들어간 후 사신대 위에서 갚아주겠다. 비양 성지가 받은 치욕을 몇 배로 돌려줄지 기대하거라!"

호통 소리에 비양 성지의 제자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년 전에 그들은 진남에게 당해 숨도 못 쉬었다.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는데, 이젠 소중황이 나왔으니 고작 진남 따위가 계속 건방지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모든 시선이 진남을 향했다.

진남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등 뒤에서 칼을 꺼냈다.

온몸의 기운이 확 바뀌면서 태고의 살신처럼 살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허튼소리 작작 해라. 배짱이 있으면 지금 당장 생사 대결을 하자. 너에게 백 초식을 양보하마!"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백 초식을 양보하겠다고? 소중황은 절세 인재다. 그런데 진남이 백 초식을 양보하고도 이길 수 있다는 건가?'

모든 시선이 소중황에게 쏠렸다.

그들은 소중황이 응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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