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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46화 (246/1,498)

246화 무혼의 도움?

"진……남."

설무흔이 겨우 한마디 뱉었다.

더듬거리며 기력이 없이 말했다.

"진짜…… 너무 느리구나……. 내가…… 어떻게 첫 번째 문을…… 넘는지 보거라……."

말을 마치자 그의 등 뒤에 다섯 개의 현광이 반짝거리며 솟아올랐다.

얼어붙은 심장이 천천히 솟아오르자 삼중문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는 몸에 엄청난 힘이 주입된 것처럼 한꺼번에 첫 번째 문을 넘어 곧게 전진했다.

설무흔은 이백 열한 보까지 걸어가더니 딱 멈췄다.

"속……지 마시오……."

응심룡은 몸에 남은 마지막 힘을 쓰며 말했다.

"일부러 저러는 거요……. 첫 번째 문을 넘으면…… 압력이 세 배 커지오……. 만약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삼중문에서 튕겨날 거요……."

삼중문은 한 개 문을 넘을 때마다 받게 되는 압력이 달랐다.

준비가 없이 무모하게 내디디면 압력에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설무흔은 심보가 고약했다.

진남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고…… 고맙소……."

진남이 가까스로 웃음을 지었다.

"난…… 먼저 가겠소……."

응심룡이 한마디 했다. 그의 등 뒤에서 다섯 개의 현광이 반짝이더니 태고 맹수가 솟아올라 포효했다.

포효하는 소리가 압력을 없앴다.

응심룡은 압력이 줄어들자 평지를 걷는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 설무흔과 나란히 섰다.

진남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더니 커다란 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체내의 힘을 끌어올려 성큼 발을 내디뎠다.

쿵!

상상할 수 없는 압력이 사정없이 그를 짓눌렀다.

진남은 하마터면 눌려 고꾸라질 뻔했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몸이 크게 흔들렸는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응심룡과 설무흔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계속…… 전진하자……."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서도 진남은 속으로 끊임없이 이 말을 되뇌었다.

머릿속에 밀려오는 밀물 같은 피로와 끊임없는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발을 들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엄청 힘들고 무거웠다.

* * *

호수 위의 금 당주 등과 모든 무인들의 눈에 의아함이 드러났다.

그들은 진남이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첫 번째 문을 넘을 줄 생각지 못했다.

이런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첫 번째 문을 넘으면 어떤 고통을 받게 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거 없네요."

진비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렸다.

금 당주와 진영 등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삼중문 청색 돌판 대로 위의 설무흔, 응심룡, 진남 셋의 모습은 마치 폭풍우 속의 일엽편주(一葉片舟, 한 척의 작은 배) 같았다.

거칠고 사나운 파도에 언제든지 뒤집어질 것만 같은 그런 작은 배 말이다.

그러나 그들 몸속의 강대한 의지가 힘들고 지친 몸뚱이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로와 아픔의 공격을 버티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네 시진이 지났다.

설무흔과 응심룡은 무혼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안색이 더없이 괴로워 보였다.

큰 산을 등에 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발을 살짝 움직여도 엄청난 피로와 아픔이 몰려왔다.

피로와 아픔이 예리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그들을 물어뜯었다.

그들은 이백서른아홉 보까지 걸었고, 진남은 이백스물여덟 보까지 걸었다.

"앞으로……나가자……."

응심룡이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힘겹게 내뱉었다.

그의 무혼과 경지가 그를 지탱했다.

그는 발을 들어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펑!

하지만 차마 발을 딛지 못한 채 응심룡의 강인한 몸이 방대한 압력에 눌려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 나는…… 여기까지…… 야……."

응심룡은 안색이 창백했다.

고꾸라지면서 투지도 완전히 사라졌다.

삼중문은 그가 포기한 걸 느끼기라도 한 듯 첫 번째 대문, 두 번째 대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 나오더니 응심룡의 몸을 비추었다.

그의 창백한 안색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상기되고 기운도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엄청난 압력도 싹 사라졌다.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하다니……."

설무흔이 비웃었다.

그의 몸에서 세 개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세 개의 방어 능력이 있는 왕도지기가 하늘로 솟아올라 방어망을 펼쳐 압력을 가로막았다.

그는 그 기회를 빌어 온몸의 힘을 쥐어짜 한 걸음 내디뎠다.

이백사십 보!

펑!

세 개의 왕도지기가 동시에 압력에 눌려 가루가 되더니 사라져버렸다.

"비열하다!"

응심룡은 눈을 뜨고 욕설을 퍼부었다.

삼중문은 현묘하기 그지없었다.

제자들의 의지력을 단련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아무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법보 등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이런 것들을 거의 쓰지 않았다.

게다가 설무흔은 뛰어난 인재가 아닌가!

"허…… 허……."

설무흔은 쉰 웃음소리를 냈다.

'비열하면 어때서? 나는 이백사십 보를 걸었어. 너보다 한 걸음 더 걸었단 말이다! 나는 너보다 더 강해!'

그는 머릿속에 꽉 잡고 있던 줄을 놓아버렸다.

더 이상 버틸 투지가 없어서 바로 포기했다.

두 개의 문에서 마찬가지로 빛이 뿜어 나와 설무흔의 몸을 비췄다.

그는 원 상태를 되찾았다.

원 상태를 되찾자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폭풍우를 맞는 것처럼 휘청거리는 진남을 바라보며 마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포기하거라! 계속 고통을 겪을 필요 없어. 그러니 어서 포기하거라!"

"설무흔!"

응심룡이 버럭 화를 냈다.

설무흔은 진짜 너무 파렴치했다.

호수 맞은편에 있던 무인들도 약속이나 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삼중문을 걸을 때는 의지와 육체가 불에 타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때문에 이런 유혹적인 말은 상대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만들어 무너지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아니나 다를까, 설무흔의 말은 진남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의 심신이 빠른 속도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샘 솟듯 솟아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

"계속…… 전진…… 해야 해……."

진남이 포기하려고 할 때 그의 뼛속 깊은 곳의 끈기와 오기가 발동했다.

'이렇게 포기할 거야? 만족할 수 있어? 아니! 만족할 수 없어!'

진남의 피로가 쌓인 눈 깊은 곳에서 한 가닥 빛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의 몸이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속 전진해야 해!'

진남은 속으로 소리 질렀다.

그의 앞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 길을 끝까지 걸어야만 했다.

그는 엄청난 압력을 이기고 천천히 발을 들었다 놨다.

몸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았다.

한 보…… 두 보…… 세 보…….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진남이 이백서른아홉 보까지 가는 데에 여섯 시진이나 걸렸다.

하늘에 걸려있던 태양도 칠흑 같은 어둠에서 빛나는 별들로 바뀌고 달이 하늘에 걸려 부드러운 빛을 뿜으며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삼중문의 도장은 꿈속에 있는 것처럼 희미했다.

청색 석판 길 위에는 진남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호흡은 가빴고 땀은 솟아나자마자 바로 증발되어 버렸다.

얼핏 본 사람들도 진남에게서 극한에 도달한 엄청난 피로를 느낄 수 있었다.

* * *

호수 맞은편의 금 당주 등과 모든 무인들은 이 여섯 시진 동안 눈길 한번 팔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이 힘겹게 걸음을 내딛는 걸 보고 마음속에 무언가 와 닿은 것 같았다.

진남이 이백서른아홉 보까지 가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이백서른아홉과 이백마흔은 천지차이였다.

응심룡 같은 뛰어난 인재마저 쓰러지고 설무흔도 세 개의 왕도지기를 희생하여 겨우 내디디는 데 성공했다.

이때 진영이 말했다.

"그는 이백마흔 보를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을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만약 제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진남은 무혼을 드러낼 거예요. 어차피 그는 현급 팔품 무혼의 천재잖아요. 무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그는 이백마흔 보에 도달할 수 없어요. 근데 무혼의 도움으로 전진하는 건 설무흔과 다를 바가 있나요?"

주위의 무인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반박하지 않았다.

창람대륙에서 무혼 등급은 엄격했다.

그들은 진남 같은 현급 팔품 무혼을 가진 뛰어난 인재들을 보면 경외감이 있었지만, 또한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도 있었다.

진영의 말대로 만약 무혼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남은 그들보다 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허튼소리 하지 말거라. 진남이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이미 매우 대단하다."

진비가 진영을 흘겨봤다.

그는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영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진비, 진영의 말이 맞다. 만약 무혼의 도움으로 걷는다면 대단할 것도 없다."

금 당주가 고개를 저었다.

삼중문은 의지를 단련하는 곳이다.

만약 외부의 힘에 의지한다면 어찌 의지를 단련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 * *

같은 시각, 삼중문 청색 석판의 대로 위.

설무흔은 진남의 의지가 이토록 강해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도 여기까지 올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는 조금 당황했다.

'진남은 현급 팔품 무혼이다. 그러니 만약 무혼을 드러내면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삼백 보까지 갈 가능성은 전혀 없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그는 꾀를 부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 네가 절세 천재라고?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현급 팔품 무혼을 나에게 주면 나는 너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이백서른아홉 보를 건너거라. 그럼 내가 너를 인정하마!"

그가 말을 마치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응심룡이 버럭 화를 냈다.

"설무흔, 무혼을 드러내지 말라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너는 무혼에 왕도지기도 세 개나 썼으면서!"

그는 방금 걸었던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무혼이 강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압력이 아마 그를 억지로 눌러 중상을 입혔을 것이었다.

"패배자, 헛소리하……."

설무흔이 재빨리 대꾸했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와 반 장도 안 되는 거리에 있던 진남이 움직였다.

그는 숨을 씩씩 내쉬었다.

고통스러워서 어두워지던 얼굴에 보기 드문 강인함을 띠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 진흙탕 같은 압력을 넘어 앞으로 움직였다.

그의 행동을 본 양대 인재와 호수 위의 금 당주, 그리고 모든 무인들의 눈이 번쩍거렸다.

'현광이 반짝이지 않았다. 설마 그는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이백마흔 보를 내디디려는 건가? 진짜 미쳤구나!'

"진남, 조심하오!"

응심룡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은 발을 반도 안 들었는데 하늘에 짓누르던 압력이 화산처럼 폭발하여 배로 증가했다.

쿵!

진남의 피로에 쌓인 몸은 전혀 반항할 힘이 없이 그대로 짓눌렸다.

머리, 팔, 가슴, 등, 다리 등이 엄청난 압력에 눌려 터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모습이 매우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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