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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24화 (224/1,498)

224화 봉인을 건드리다

진남의 불쑥 머릿속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고해성 주인이 한 말이었다.

이 섬은 백 년 전에 나타났고, 또 무서운 소문이 있으며 만약 봉인을 열면 불길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고 했다.

‘설마 무종 경지를 돌파하게 할 수 있는 세 개의 조각상이 섬에 봉인된 불길한 징조인 건가? 그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건가?’

진남이 섬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이 섬의 신비함은 그가 넘볼 수 있는 경지를 훨씬 초월했다.

“음……, 이건 나중에 신경 쓰고, 우선 강벽난을 없애자!”

진남은 빨리 정신을 차리고 묘묘 공주와 함께 몸을 날려 허공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도장의 가운데에 교십일, 교철, 소비봉이 서 있었고, 다른 한쪽엔 강벽난이 서 있었다.

강벽난이 하늘에 있는 진남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오셨네요.”

이때 몇 명의 수사가 강벽난이 제안한 조건에 응하여 달려왔다.

그들은 하늘에 있는 진남을 보고 당황했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전의가 하늘로 치솟았다.

“죽어라!”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게 돌진해 강벽난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남!”

교십일이 크게 외치더니 검광으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달려왔다.

지난번 청룡 성지를 떠난 후 그는 비양 성지에서 여러 번의 싸움을 겪어 무왕 최고 경지에 도달했다.

검술도 더욱 세밀해졌다.

“너의 상대는 나다!”

소비봉이 묵직하게 소리쳤다.

그는 보이지 않는 날개를 펼쳐 세게 내리쳤다.

광풍이 허공에서 터졌다.

“꺼져라!”

진남이 두 눈을 부릅떴다.

진남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바람이 없지만 미친 듯이 춤추었다.

그의 몸에서 화염 갑옷이 응결되어 나오고 뒤에서 길이가 다섯 장이 되는 화염이 일어나 하늘로 솟구쳤다.

“뚫거라!”

진남이 두 팔을 벌리더니 마치 큰 활을 당기는 것처럼 한 방을 날렸다.

쿵! 쿵!

엄청난 방대한 힘이 하늘에서 홍수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진남이 날린 한 방은 검기와 광풍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교십일과 소비봉은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우리 둘의 살초를 저리도 쉽게 진압하다니? 진남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강해졌단 말인가?’

교십일과 소비봉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허뢰(虛雷)로 변해 좌우 양쪽에서 진남을 향해 돌진했다.

“너희 둘은 아직 나의 상대가 안 된다!”

진남이 길게 소리치더니 또 허공에서 두 주먹을 날렸다.

“꺼져라!”

두 주먹은 두 개의 커다란 산처럼 교십일과 소비봉의 몸을 내리눌렀다.

그들은 주먹에 맞아 날아났다.

사방에서 달려온 수사들은 모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양대 천재 교십일과 소비봉이 진남의 앞에서 한방도 막지 못했다.

진남이 왼쪽 팔을 흔들자 칠종죄 중에서 제일 강한 오만 고도가 그의 손에 떨어졌다.

칼끝이 떨리며 허공에서 강벽난을 겨누었다.

그들 둘은 원한이 깊었다. 그러니 오늘 그 원한을 끊어버려야 했다.

“형님, 강벽난을 구해줘요!”

교십일이 외쳤다.

교철은 팔짱을 낀 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 싸움은 그와 상관없었다.

“죽어라!”

진남이 손에 쥐고 있던 칼을 휘저었다.

칼이 엄청난 도기를 휘감아 강벽난의 머리를 내리쳤다.

“진남 도우, 이렇게 모질게 손을 쓸 필요 있나요?”

강벽난이 가볍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녀의 발밑에서 빛이 솟아오르더니 그녀의 몸을 감싸 절대적인 방어막을 이루었다.

쿵!

도기와 방어막이 부딪히자 엄청난 폭발음이 났다.

그러나 강벽난의 몸에서 나온 빛은 흔들릴 뿐 부서지지 않았다.

방어력이 실로 대단했다.

강벽난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초식은 호신광(護神光)이라는 태고지초였다.

펼치면 동급에서는 전혀 타파할 수 없는 절대 방어막이었다.

다시 말해 무종 경지 강자 외에 그녀의 호신광은 타파할 사람이 없었다.

“진남, 공격을 받거라!”

교십일과 소비봉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하려 했다.

이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 둘 앞에 언제 왔는지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여자아이의 몸에서 툭탁 툭탁하는 폭발음이 났다.

마치 태고 거룡이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오늘 너희들에게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주마!”

말을 마치자 여자아이는 발걸음을 내디뎌 교십일과 소비봉의 머리 꼭대기로 왔다.

둘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여자아이가 다섯 손가락을 펼쳤다.

그녀의 손가락 틈 사이로 엄청난 도기가 뿜어 나와 순식간에 도해(刀海, 칼 바다)로 변하여 둘을 뒤덮었다.

교십일과 소비봉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무서운 도기구나! 진남의 옆에 언제 이런 강자가 생겼지?’

“묘묘 공주? 진남 도우, 대단하네요. 공주가 경지를 제한하고 당신과 함께 무종 비경 심사에 참가하러 오다니.”

강벽난이 말했다.

느긋하게 행동하는 것이 묘묘 공주가 온 것 때문에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허튼소리 그만하거라. 고작 빛으로 나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냐!”

진남의 왼쪽 눈에서 금빛이 일더니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그는 순식간에 호신광의 약점을 알아냈다.

호신광은 천지의 힘이 결합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꼭대기에 교합점이 있는데 그 부분이 제일 취약한 부분이었다.

“부셔라!”

진남이 칼로 그 꼭대기 부분을 베자 호신광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드디어 강벽난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가 자랑으로 느꼈던 방어 수단이 이렇게 쉽게 부서질 줄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놀란 동시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끝을 찍어 향풍(香風)을 일으켜 주위를 휘감았다.

진남은 이미 예상하고 전신의 왼쪽 눈으로 형세를 관찰하고 있었다.

강벽난이 움직이는 찰나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쥐고 있던 칼에 엄청난 신위를 담아 내리쳤다.

“형님, 강벽난을 구해주지 않으면 난 형님 앞에서 죽겠소!

교십일이 상황을 보고 표정이 흉악해지더니 울부짖었다.

그의 손에 쥐고 있던 긴 검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그는 죽을 결심을 했다.

“허……”

교철은 교십일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왼손을 내밀었다.

몇십 미터를 넘어 다섯 손가락을 벌려 도기를 손에 잡았다.

그의 다섯 손가락에서 파란빛이 불타올랐다.

그는 썩은 나무를 꺾는 듯한 엄청난 힘을 폭발하여 도기를 부숴버렸다.

“실로 무서운 육신이구나!”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교철!”

진남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강벽난이 어느새 석상 위로 올라가 있었다.

“교철 사형, 고마워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나는 원래 이번 싸움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속세에서 태어나 속세의 번잡함을 끊을 수 없구나. 진남 도우가 이해해 주기 바란다……”

교철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남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진남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교십일이란 남동생이 시종 그의 약점이 되었다.

“이해하기는 개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생긴 청년 한 명이 방대한 신력을 내뿜으며 교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방이었다.

조방은 자신의 진짜 신분이 탄로 난 줄도 모르고 진남을 향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나는 오래전부터 강벽난이 눈꼴사나웠어요. 오늘 제가 당신을 도와 교철을 막을 테니 당신은 강벽난을 혼내줘요!”

“……”

진남은 몸을 떨었다.

그는 하마터면 쥐고 있던 칼을 휘둘러 조방을 내리칠 뻔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강벽난!”

진남이 고개를 휙 들었다.

왼쪽 눈에서 엄청난 금빛, 전신의 위압이 폭발했다.

강벽난은 역시 상도맹 성녀라 달랐다.

그녀는 어깨가 살짝 흔들렸을 뿐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의 폭발적인 위압에도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불복하지 않을 수 없군요. 분명 혼자 왔는데 제 쪽의 많은 천재들을 전부 격파시키다니. 제가 당신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제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지금 드리도록 하죠!”

말을 마친 그녀는 다섯 손가락을 펼쳐 석상의 머리를 쳤다.

세 개의 석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몸 안에서 핏발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치솟았다.

섬을 뒤덮고 있던 빛이 핏발에 씻겨 빨갛게 물들었다.

섬 전체가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변화가 일어났다.

허공에서 은은한 울부짖는 소리가 계속 전해왔다.

“이건……”

진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남은 왼쪽 눈을 통해 석상 내의 세 힘이 전부 폭등하는 것을 보아냈다.

힘이 폭등하면서 광막으로 변했는데 봉인이었다.

다만 봉인은 매우 약해져 마지막 한 가닥만 남았는데 언제든지 부서질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곳의 봉인을 연 것은 아니겠지?”

“미쳤구나!”

“……”

다급히 달려온 수사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섬에 들어오기 전에 고해성 주인이 봉인에 대해서 언급한 적 있었다.

봉인이 열리는 징조로 천지가 새빨갛게 물들고 마기가 넘치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했다.

“도우 여러분, 당황할 거 없어요.”

강벽난이 웃으며 말했다.

“수백 년 전에 마단 존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었어요. 그는 지은 죄가 너무 커 양대 성지의 협공을 받아 심한 중상을 입었죠. 그는 양대 성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봉인하고 깊이 잠들어 이 섬으로 변했어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섬이 한 존자가 변하여 된 것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강벽난이 계속 말했다.

“매년 진행되는 무종비경은 모두 세 개의 정원이 있어요. 세 명이 무종으로 진급할 수 있어요. 사실 무종에 진급하는 희망이라는 건 마단 존자가 남겨놓은 단약이에요. 이름은 삼문승천단(三紋升天丹)이에요. 이 단약을 복용해서 무종으로 진급하는 거죠.

마단 존자가 이렇게 한 것은 양대 성지와 기타 수사들을 이 섬으로 오게 해 죽이기 위해서예요. 죽은 무왕 경지 수사는 이 섬에 흡수돼요. 그러면 마단 존자는 육신을 만들어 언젠가 다시 세상에 나올 날을 기다리는 거죠.”

후!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쉬었다.

‘마단 존자는 대단하구나. 그런 꿍꿍이를 양대 성지에서조차 눈치채지 못하다니.’

그들은 강벽난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진남도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강벽난은 상도맹 출신이라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무연각의 비밀도 강벽난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럼 당신은 왜 봉인을 열었죠? 설마 마단 존자를 부활시키려는 건가요?”

한 수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봉인은 아직 전부 열리지 않았어요. 적어도 올해 안에는 봉인이 전부 열리지 않을 거예요.”

강벽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봉인을 대부분 연 것은 제가 이곳의 마기를 빌리기 위해서예요.”

그녀는 말하면서 손바닥을 뒤집었다.

하나의 원판이 그녀의 손에 나타났다.

원판은 별처럼 칠흑 같은 무늬가 움직이며 서로 뒤엉켜 현묘한 존재를 이루고 있었다.

“진남, 도망가거라!”

묘묘 공주가 원판을 보더니 안색이 변해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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