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진짜 질리는구나
“공자!”
“소 공자!”
홍풍 태자와 홍풍황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소 공자라고? 시혈성 주인?’
황궁의 사람들은 뭔가 생각난 듯 안색이 확 변했다.
양개 등은 미간을 찌푸렸다.
소삼이 기색이 확 변하더니 다급히 사람들에게 전음했다.
“진남 사형, 여러 사형들, 이 자는 소비봉입니다. 시혈성 주인의 세 아들 중 막내 아들입니다.”
‘시혈성 주인의 막내아들?’
양개 등은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하역의 많은 천재 중에서 시혈성 주인의 세 아들은 명성이 대단했다.
맏이는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일 뿐만 아니라 예비 성자 중에서 서열 일 위였다.
둘째는 도성의 후계자였다.
셋째 소비봉은 두 형님과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현급 육품 무혼이라 미래의 성과가 비범할 것이었다.
진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시혈성의 세 아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는 그저 의문이 생겼다.
‘나와 소비봉은 아무런 갈등이 없는데, 왜 나를 공격한 거지?’
“방금 전의 일은 다들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소비봉이 걸음을 멈추더니 진남, 양개 등을 향해 공수했다.
동시에 그의 몸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근육도 모두 엉키기 시작했다.
몸집이 커지지는 않았지만, 거인 같은 위력이 뿜어 나왔다.
양개 등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재능이 비범했지만, 소비봉과 비교하면 신분 등에서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임소우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너그럽게 용서하라고? 소 공자, 우리는 아무런 원한이나 갈등이 없지 않소?”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궁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저 젊은이는 과연 보통이 아니구나. 대놓고 소 공자에게 대들고 홍풍황과 홍풍 태자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구나.’
소비봉이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좀 전에 오 황자에게 임 아가씨를 요청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나야. 임 아가씨가 거절하니 내가 직접 임 아가씨를 내 방으로 모셔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다.”
슥!
그가 대붕처럼 몸을 펼치자 엄청난 광풍이 일더니 온 황궁을 휘저었다.
사람들은 눈을 뜰 수 없었다.
폭풍의 중심에서 커다란 손이 임소우를 향해 무섭게 뻗었다.
양개 등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들은 소비봉의 수를 미처 막지 못했다.
“간이 부었구나!”
진남의 왼쪽 눈에서 금빛이 펼쳐지고 무한한 위압이 뿜어 나왔다.
황궁 안에서 솟구쳐 오른 광풍이 순식간에 굳어지고 소비봉의 큰 손이 허공에 경직되었다.
마치 앞에 무형의 장벽이 있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붕마좌수(鵬魔左手)!”
소비봉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왼손에서 검은 연기가 불타올라 전신의 위압을 부수고 다시 임소우를 잡으려 했다.
이건 이미 가벼운 쟁탈전이 아니었다.
만약 이번에 잡히면 임소우는 틀림없이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었다.
“꺼져라!”
진남이 몸을 움직였다.
진남의 몸에서 수많은 화염이 터지는 듯하더니 한방에 내리쳤다.
쿵!
소비봉의 몸이 그대로 날려 났다.
몸이 허공에서 연거푸 뒤로 밀려나며 폭발음이 터졌다.
황궁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번개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싸움이었다.
‘저 청년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위력이 내는 거지?’
“하하!”
밀려난 소비봉이 온몸의 기운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역시 진남이구나! 양대 성주가 직접 나서서 쟁탈했다더니, 과연 범상치 않구나!”
그의 말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진남이라고? 앞에 있는 청년이 그 진남이라고?’
“진남 사형……”
임소우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진남에게 이렇게 많은 시끄러움을 가져다주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괜찮아, 저자는 너를 빌미로 나에게 꼬투리를 잡는 것이다.”
진남이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양개 등에게 눈짓하더니 소비봉을 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나는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다. 한데, 왜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는 거냐?”
“파렴치하다고?
소비봉이 대수롭지 않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진남, 네가 절세 천재지만 넌 네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어. 오늘은 너와 내가 싸울 날이 아니지만, 무종비경이 열리면 난 반드시 전력을 다해 너를 죽일 것이다.”
말을 마친 소비봉은 발끝으로 바닥을 튕겨 광풍을 일으켜 천둥처럼 빨리 사라졌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시혈성 세 아들 중 한 명인 소비봉이 진남을 탐색하고 선전포고를 내리기 위해서 왔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는 그들을 흥분하게 했다.
‘절세 천재 진남이 소비봉과 대결하면 누가 더 강할까?’
“사형!”
양개 등이 모여왔다.
“괜찮아.”
진남은 손을 흔들었다.
그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졌다.
‘도대체 누가 뒤에서 소비봉을 조종해서 날 공격하라고 한 거지?’
진남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공격받는 것이 거슬렸다.
“가자.”
파란 머리 노인이 걸어왔다.
그는 호법으로서 진남이 이번 무종비경 시합에 참가하는 소식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번 무종비경 시합은 아마 큰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파란 머리 노인의 인솔하에 진남 등은 홍풍 제국의 황궁을 떠나 작은 성으로 왔다.
이 성의 이름은 고해성(靠海城)이었다. 고해성은 이름처럼 바다와 가까웠다.
무종비경은 섬이었다.
팔월 십팔 일이 되면 섬이 자동적으로 바다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와 금제를 열고 비경을 열었다.
고해성은 원래는 별로 번창하지 못했었지만, 무종비경 덕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매년 팔월 십팔 일이 다가올 때면 고해성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역에서 온 수사들이 수없이 모였다.
진남 등은 조용히 여인숙에 자리 잡았다.
“무종비경이 열리는 날까지 아직 사흘 남았다.”
파란 머리 노자가 우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식이 새어 나갔어. 너희들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으냐?”
“상관없습니다! 저흰 두렵지 않습니다!”
“……”
양개 등이 말했다.
그들 다섯은 모두 청룡 성지의 천재 인물이라 자부심이 있는데 어찌 소비봉의 위협에 놀라 물러설 수 있겠는가.
진남이 한참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나를 공격하러 온 것이야. 그러니 내가 그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 양개 너희들은 그 기회를 빌어 움직일 수 있을 테다. 그러니 우리 서로 협력하는 것이 어떠냐?”
“사형……”
방법이 좋긴 하지만 진남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은 더 클 것이었다.
진남이 손을 흔들며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번 일로 소비봉이 주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했다.
그의 배후에 소비봉보다 더 큰 사람이 있었다.
형세를 파악하기 전에 진남은 양개 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파란 머리 노인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며칠 동안 너희들은 여기서 편히 쉬거라. 소식이 있으면 내가 너희들에게 통지할 것이다.”
양개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운을 북돋우며 무종비경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 * *
사흘이 빠르게 지나갔다.
고해성은 더없이 들끓었다.
“참, 너희들 들었느냐, 팔비광도(八臂狂刀)도 이번 무종비경에 참가하러 왔대!”
“허허, 그래서? 이번엔 진남이 참가한다고!”
“뭐라고? 진남이 참가한다고?”
“……”
수사들은 천재들의 풍채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었다.
그러나 올해의 주인공은 오직 진남 한 사람뿐이었다.
* * *
그 시각, 고해성의 임해광장.
광장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거의 모두 무왕 경지의 수사였다.
그들은 모두 조용히 무종비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봐라!”
“청룡 성지가 왔어!”
“저자가 진남이야!”
“……”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았다.
파란 머리 노인이 앞에서 걷고 그의 뒤에는 차례로 진남, 양개 등이 뒤따랐다.
많은 사람들이 주시했지만, 진남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때, 강대한 기운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소비봉이었다.
“소비봉도 왔어!”
“소문에 그는 홍풍 제국에 있을 때 진남에게 선전포고했다고 해!”
“……”
사람들은 또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은 기대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실망했다.
소비봉과 진남은 서로 보지도 않고 아무런 마찰도 일으키지 않았다.
“비양 성지가 왔어!”
사람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약 평소라면 비양 성지에서 오면 분명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겠지만, 오늘은 모든 시선이 진남에게 쏠려 있었다.
그저 몇 사람만 그들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들을 본 사람들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헉! 교십일, 교철이야!”
“뭐라고? 교씨 가문 두 형제도 왔다고?”
“……”
교철과 교십일은 하역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들은 청룡 성지의 제자 선발대회에서 진남의 실력에 묻혔지만, 마찬가지로 최고의 천재였다.
이번에 무종비경이 열린다니 양대 천재가 동시에 나타났다.
교철과 교십일의 뒤에 또 세 명의 제자가 서 있었다.
맨 뒤에는 마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마차는 여덟 명의 무종 경지의 강자가 들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사람이 오길래 이렇게 성대하지?’
마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더니 백의 여인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수사들은 여인을 보자 모두 혼을 빼앗기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백의 여인이 몸을 날려 한 걸음 한 걸음 진남을 향해 걸어갔다.
진남의 앞에 도착한 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오랜만이에요. 무척 보고 싶었어요.”
여인은 강벽난이었다.
“상도맹 성녀잖아?”
광장에 있던 수사들이 감탄했다.
진남이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는 이제 대략 알 것 같았다.
소비봉이 그를 공격한 것은 아마 강벽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강벽난, 진짜 질리는구나.’
“진남 도우, 나도 당신과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 무종비경은 오성 등등을 비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비기는 것이에요. 나는 당신의 실력에 기대가 매우 커요.”
강벽난은 전과 달리 웃으며 한마디하고 돌아서 떠나갔다.
수사들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의 말은 선전포고였다.
‘설마 성녀와 진남이 원수지간인가?’
진남이 짐작했던 대로 강벽난은 소비봉에게 다가가 대화했다.
둘의 분위기가 다정했다.
수사들은 생각을 굳혔다.
성녀는 진남의 원수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소비봉은 강벽난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수사들은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절세 천재 진남과 성녀와 소비봉이 연합하면 도대체 누가 이길까?’
이때 그림자 하나가 날아왔다.
고해성 주인이었다.
“양대 성지의 천재 여러분 그리고 도우 여러분, 무종비경이 곧 열리오.”
고해성 주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무종비경은 백 년 전에 생긴 섬이오. 우리 고해성의 고전기록에 근거하면 이 섬에는 오래된 봉인이 있는데 열리기만 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오. 무종비경으로 가는 도우 여러분 봉인을 건드리지 말기 바라오.
그럼 규칙을 알려주겠소. 양대 성지는 모두 열두 명이고 아직 스물네 개 모집 정원이 남았소. 스물네 개 모집 정원은 수사들이 직접 쟁취해야 하오. 먼저 무종비경에 들어가면 정식으로 시합에 참여하게 되오.”
여러분은 무종비경에 들어가면 모두 삼차영패(三叉令牌)를 한 개씩 얻게 되오. 영패를 빼앗기면 탈락해 섬에서 나오게 되오. 반대로 여덟 개의 영패를 얻으면 무종비경 섬 중앙으로 가 석상(石像)을 움직여 무종기연을 얻을 수 있소.”
고해성 주인이 자세하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