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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09화 (209/1,498)

209화 빼앗아라!

"터져!"

진남은 별안간 호통을 쳤다.

보라색 대어의 기쁨이 가득하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의 몸속에서 어두운 힘이 구석구석에 빠르게 퍼졌다.

"어떻게……"

보라색 대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어는 진남의 계략을 눈치챘다.

'그런데 어떻게 오래된 존재들이 진남의 조종을 받는 거지?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인 놈이 어떻게 혼돈지기를 조종하는 걸까?'

펑!

보라색 대어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산산이 부서지더니 불이 달렸다. 보라색 대어는 화염 대어가 되었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하늘을 흔들었다.

진남은 보라색 대어가 비명을 지를 때 신념으로 구문 금단을 빼냈다.

모든 봉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단목 봉주는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게 뭐야!'

그들은 진남이 죽지 않고 구문 금단을 보라색 대어가 삼키지 못했다는 것만 확인하면 만족했다.

"네 이놈! 죽어라!"

단목 봉주와 다른 서른두 명의 봉주들은 하늘에 우뚝 서서 무표정하게 무형의 위압감을 방출하여 보라색 대어를 에워쌌다.

그때 또다시 이변이 벌어졌다.

진남의 머릿속에 있던 구리거울이 잡고 있던 신비한 존재가 어떤 금제를 깨뜨린 것 같았다.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잘것없는 개미 같은 놈이 내 물건을 탐내다니! 진남, 너에게 선물을 주마. 네가 지존 무왕이 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너는 나에게 빚을 지는 거야!"

"응?"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펑!

서른두 명의 봉주가 살초를 펼치기 전에 진남의 머릿속에서 오래된 힘 하나가 뜬금없이 발산되어 보라색 대어를 공격했다.

"이, 이럴 수가! 이건 금제된 힘 아닌가! 금제된 힘이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 설마 누가 창람대륙의 태고저……"

보라색 대어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라기보다 두려움에 질린 소리였다.

대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몸집은 흐릿한 형상으로 변하고 육신은 부서져서 영혼만 남았다.

"진남아, 저놈의 영혼을 삼켜라!"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삼키라고?"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구문 금단을 움직여 보라색 대어의 영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보라색 대어는 구백아흔아홉 개의 문도어들이 용문을 뛰어넘어서 변한 것으로 천지 기물이었다.

때문에 무궁무진한 신비함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구문 금단에 넣으면 반드시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었다.

확!

구문 금단이 달려들어 보라색 대어의 영혼을 순식간에 감쌌다.

아홉 개의 금색 무늬가 구불구불 휘어지더니 금룡으로 변해 금단을 감쌌다.

구문이 보라색 대어를 만나 진짜 용이 된 것이다.

크롸아아!

하늘을 가르는 듯한 용의 울음소리가 용문 금단에서 나와 천지를 흔들었다.

서른두 명의 봉주들은 당황했다.

경지가 높은 그들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진남이 어떤 보물을 움직여 보라색 대어의 육신이 부서지고 영혼이 내단에 녹아들었다는 것밖에 몰랐다.

"이, 이게……"

단목 봉주도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어깨를 살짝 떨었다.

'구문 금단은 최고의 내단이라서 지존이라 불렸다. 그렇다면 용문 금단은 어떤 등급의 내단일까?'

펑!

용문 금단은 형성되는 찰나 끝없는 위력을 펼치더니 금빛으로 변하여 태고 무수의 고난을 타격했다.

고난은 산산조각 나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고난이 부서지는 순간 진남은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용문 금단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흥분했는지 먹구름 뇌겁을 가뒀다.

천지의 힘이 다시 용솟음쳤다. 육백예순여섯 장의 먹구름 뇌겁이 순식간에 커졌다

칠백 장!

팔백 장!

구백 장!

구백아흔아홉 장이 된 먹구름 뇌겁은 그제야 멈추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무술 경기장은 거대한 먹구름 뇌겁에 덮여있었다.

멸망의 기운이 들끓는 것이 마치 세계 종말의 날인 것 같았다.

뇌겁이 아직 폭발하지 않았지만, 봉주와 사자들은 머릿속에 번개가 친 것마냥 하얗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구백아흔아홉 장! 구백아흔아홉 장이라니!'

이렇게 강한 천지 뇌겁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쿵!

청룡 산맥이 다시 진동했다.

산맥에 있던 강한 존재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청룡 성지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겼다.

"어떤 놈이냐? 대단하구나!"

고작 두 마디에 청룡 성지의 열여섯 봉우리가 전부 진동했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인 것도 그의 흥미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구백아흔아홉 장의 천지 뇌겁이 몰려오자 그도 놀랐다.

그는 청룡 성지의 성주였다.

* * *

같은 시각, 비양 성지.

비양 성지의 깊은 곳에도 마찬가지로 오래된 존재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같은 시각 이 오래된 존재도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신의 빛을 번쩍이며 무궁무진한 허공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하역에서 이런 천재가 탄생하다니!"

오래된 존재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가 놀라서 깨나는 바람에 비양 성지가 흔들렸다.

그는 비양 성지의 성주였다.

* * *

선천 경지와 무왕 경지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마치 평범한 사람과 무인의 차이와 같았다.

무왕 경지가 되어야 진정으로 무도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었다.

구백아흔아홉 장의 먹구름이 형성되어 진남은 단목봉의 유일한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뇌겁 내려오거라!"

진남은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 끝없는 전투 의지가 용솟음쳐서 용문 금단과 서로 호응했다.

쿵! 쿵! 쿵!

구백아흔아홉 장의 먹구름 속에서 보라색 뇌정이 아래로 내리쳤다.

뇌정은 무술 경기장을 전부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용문 금단은 수많은 뇌겁의 세례를 받으며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무왕 모여라!"

진남은 우레와 같이 외쳤다.

용문 금단은 하늘을 뒤덮은 뇌정을 향해 곧게 솟구치더니 뇌정을 부딪혀 박살을 내고 구백아흔아홉 장의 먹구름을 전부 박살 냈다.

휘리릭!

무왕 경지의 힘이 용문 금단 안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더니 점점 강해지다가 최고봉에 이르렀다.

펑! 펑! 펑!

진남의 경지는 천지가 뒤집힐 정도의 변화가 생겼다.

무왕 경지 일 단계!

무왕 경지 이 단계!

무왕 경지 삼 단계!

진남은 무왕 경지 십 단계까지 돌파하고 멈췄다.

"청심당마결!"

진남은 위세가 하늘 같았다.

머릿속에 있던 식해가 팽창하더니 구백아흔아홉 장이 되어서야 멈추었다.

동시에 청심당마결도 퍽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장막을 뚫고 원만의 경지에 이르렀다.

웅!

진남은 뒤통수에서 수많은 요수들의 형상이 보이더니 하나로 합해지면서 커다란 종(鐘)이 되어 웅웅 울렸다.

한번 울릴 때마다 사악한 마귀들을 박살 냈는데 그 위력이 가히 대단했다.

"도의(刀意)!"

진남이 길게 울부짖었다.

그는 모든 의지를 용문금단에 실었다.

용문 금단이 천지대겁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진남은 경지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세례를 받은 듯 새로운 경지를 돌파했다.

휙!

진남은 도의를 활짝 펼쳤다.

방대하고 무한한 힘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진남의 도의는 입미지경에서 취세지경으로 돌파했다.

취세지경이란 칼을 휘두르면 천지의 기운이 한데 모인다는 뜻이었다.

"전신의 왼쪽 눈!"

진남의 왼쪽 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마치 금색 불길처럼 공기를 따라 움직였다.

왼쪽 눈은 전신의 것이라 비범했다. 내단의 능력이 제고된다고 해서 새로운 경지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탐하는 힘이 더욱 커졌다.

"자아의지!"

진남은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의 체내에서 혈액이 쿵쿵하고 소리를 내더니 대진을 형성하며 독특한 혈맥의 기초를 이루었다.

왼쪽 눈과 합쳐질 때 체내에 혈맥의 힘이 모였다.

하지만 미약하고 큰 작용을 하지 못했다. 그런 혈맥의 힘이 오늘에 와서야 기초적인 형상을 이룬 것이다.

진남은 혈맥의 힘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몰랐지만 전투 의지가 더욱 강렬해진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열염금갑체결!"

휘릭!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의 머리카락이 불타오르더니 금색 불길로 변했다.

이어 그의 목, 어깨, 가슴, 두 팔 등 부위들이 불길에 휩싸여 타올랐다.

진남은 불에 휩싸여 마치 화인(火人) 같았다.

펑!

진남의 몸을 감싼 불길이 터지더니 금색 화염 갑옷으로 변하여 진남의 몸을 감쌌다.

휘릭!

진남의 등 뒤로 다섯 장에 달하는 금색 화염 피풍의(披風衣)가 걸쳐지더니 공중에서 바람을 따라 펄럭거렸다.

뎅!

하늘과 땅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갑옷을 입고 엄청난 도의를 자랑하며 피풍의를 펄럭이는 진남은, 표정마저 엄숙해서 가만히 있어도 위엄이 있었다.

마치 전신이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서 있는 것 같았다.

봉주와 사자 그리고 천재들은 두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진남은 괴물인가? 경지와 공법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무왕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다니!'

게다가 일렁거리는 여러 가지 힘과 엄숙한 분위기는 무왕이 아니라 무황 같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진남이 무왕으로 승급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나 무왕의 내단이 부서질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진남은 엄청난 자원으로 내단을 다스리고 전신의 왼쪽 눈과 혼돈지기까지 융합시켰다.

덕분에 두겁을 성공하자 능력이 최고로 솟아오른 것이었다.

"금단은 제 위치로 돌아오거라!"

진남이 크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공중에 있던 구문 금단이 날아와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가 진남의 기운과 완전히 합쳐졌다.

진남은 기쁜 티를 내지 않았다.

진남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금색 화염 피풍의가 바람에 휘날렸다.

이번에 두겁에 성공하자 기운이 점점 커져 그는 자신의 금단과 육신 그리고 다른 힘들을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

후!

진남은 심신을 가라앉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가 사람들 귀에 들어왔다.

세상 만물이 조용해지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봉주들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선천 경지가 무왕으로 승급하면서 이토록 큰 파동을 일으켰다.

하역에서 어떤 사람이 감히 진남과 견줄 수 있을까?

예전의 살황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빼앗거라!"

별안간 커다란 외침 소리가 단목봉의 적막을 깨뜨렸다.

소리를 지른 사람은 나 봉주였다.

비양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법술을 사용하여 진남과 그의 주변 방원 오 리의 땅까지 함께 가져가려고 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단목 봉주가 버럭 화를 냈다.

청룡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세기 대전이 벌어졌다.

이번 싸움은 지난번처럼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 않았지만 각자 자신들의 비장의 기술을 사용했다.

매 초식을 사용할 때마다 하늘 땅이 흔들렸다.

모든 것이 진남 때문이었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이고 구문 금단을 넘어 용문 금단을 응집하고 구백아흔아홉 장의 뇌겁을 일으킨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반드시 진남을 빼앗아야 했다.

진남을 데려가는 성지는 뜻밖의 일만 발생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빛을 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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