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화가 난 진남
나타난 사람은 장 봉주였다.
삼대 봉주, 그것도 세 형제가 단목봉에서 싸움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힘에 땅과 하늘이 변하고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청룡 성지를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쳐다봤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세 거물들이 강벽난은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진남을 위해 싸우다니? 진남이 그렇게나 중요한 인물인가?'
천재들은 입을 쩍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벌어진 일들은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이럴 순 없어! 세 거물들이 높은 성적을 이룬 나는 제쳐두고 진남을 빼앗으려고 싸우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진남이 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그럴 수 없어. 진남이 천겁을 일으키면 문도어들이 놀라서 도망갈 거야. 게다가……"
강벽난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이때 돌발 상황이 생겨 그녀의 생각이 멈추었다.
진남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문도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단목 봉주를 포함한 셋은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진남에게 돌렸다.
비양 성지와 청룡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 그리고 시합에 참가한 천재들까지 모두 진남을 쳐다봤다.
진남은 대체 문도어를 몇 마리나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단목봉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 자리에 없는 청룡 성지의 제자와 호법들 그리고 사자들은 의문스러웠다.
'왜 단목봉이 갑자기 조용해진 거지? 왜 천지가 은근히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
그때 단목봉의 모든 이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진남이 느긋하게 헤엄치는 문도어들 아래에 도착했을 때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들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하나같이 움직임을 멈추고 진남을 쳐다봤다.
그것들 몸에서 반짝이던 붉은 빛은 순식간에 커지더니 물고기들마다 하나의 화로가 된 듯 눈부시게 빛났다.
문도어들은 진남이 다가와서 크게 흥분한 것 같았다.
슉! 슉! 슉!
문도어들은 진남을 보자 눈에서 청색 빛을 내며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것들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피 냄새를 맡은 늑대처럼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가 진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에워쌌다.
쿵!
붉은색 불빛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통천검기(通天劍氣)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더니 허공에 꽂혔다.
수많은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는데, 엄숙하고 장엄한 소리는 청룡 성지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 마음을 울렸다.
단목 봉주, 나 봉주, 장 봉주 셋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게……'
'이런……'
'어떻게 이럴 수가!'
다른 봉주와 사자 그리고 제자들도 동공이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그들은 영혼이 번개를 맞고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
"단목봉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절세 천재가 나타났다! 절세 천재가 나타났어! 얼른 단목봉에 가서 구경하자!"
"가자! 빨리!"
"……"
강벽난은 육백예순다섯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여 청룡 성지의 대부분 사자와 봉주들을 모여들게 했다.
진남은 폐관 수련 중이던 봉주들까지 놀라서 단목봉으로 뛰쳐나오게 했다.
슉! 슉! 슉!
그림자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청룡 성지의 다른 네 봉주와 열 몇 명의 사자들이 전부 도착했다.
청룡 성지의 사자들과 모든 거물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모인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자 모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단목봉에 스무 명의 봉주와 오백여 명의 사자들 그리고 육백 여명의 제자들이 있었지만, 붉은색 빛이 하늘을 찌르며 내는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살황도 육백예순여섯 마리밖에 움직이지 못했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인 진남보다 삼백서른 세 마리나 적었다.
비양 성지의 세 봉주들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드디어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다.
단목 봉주가 왜 사대 천재를 그들에게 양보했는지 알았다.
나 봉주가 왜 진남을 위해서 단목 봉주와 싸웠는지도 알았다.
진남이 강벽난의 성적을 본 다음에도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는지도 알았다.
진남은 절세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단목 봉주와 나 봉주는 그것을 알았기에 진남에게 집착했다.
진남도 자신을 믿었다. 그는 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비양 성지의 세 봉주가 상황 파악을 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자와 봉주들도 깨달았다.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고 나니 그들이 단목 봉주에게 했던 비아냥과 조롱이 우습게 느껴졌다.
강벽난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럴 수가 있어? 고작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진 진남이 어떻게 모든 문도어를 움직인 걸까? 무연각의 비밀이 그렇게나 큰 힘이 있나?'
사마공과 교철 같은 천재들도 충격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 봉주는 충격을 받은 와중에 눈빛이 흥분되었다.
'역시 진남이야. 기록을 깨뜨리고 이렇게 대단한 성적을 이루다니.'
먼저 정신이 든 그는 침묵을 깨고 호통쳤다.
"이 바보들아, 이제 너희들 쓸데없는 눈으로 똑똑히 보았느냐?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얼른 달려들어서 진남을 데려와! 못 하면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그의 고함에 비양 성지 세 봉주와 사자들이 정신이 번쩍 들고 얼굴이 후끈거렸다.
그러나 창피해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진남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양 성지, 염치없소! 약속대로 진남은 우리 청룡 성지 사람이요!"
단목 봉주가 화가 난 표정으로 엄하게 꾸짖었다.
'빼앗아가려고? 처음에 콧대 높이 으쓱댈 때는 이런 상황을 생각 못 한 거야?'
"허허, 단목 봉주, 우리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소!"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는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두 눈이 이글거렸다.
염치없다고 해도 별수 없었다.
진남을 빼앗는 게 먼저였다.
"청룡 성지 사람들은 내 명을 들어라. 비양 성지 사람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거라!"
단목 봉주도 화가 나서 명을 내렸다.
"싸워라!"
"염치없다! 청룡 성지의 사람을 빼앗다니!"
"감히 청룡 성지에서 약속을 어기다니! 오늘 단단히 혼내주마!"
"……"
봉주와 사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하나같이 분개했다.
처음에 단목 봉주와 진남을 대하던 태도는 전혀 없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싸움이 단목봉에서 벌어졌다.
그 기세에 커다란 산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역시나 단목봉에서 벌어진 싸움은 청룡 성지가 우세였다.
열여섯 명의 봉주와 몇백 명의 사자들이 손을 잡고 몇 번의 호흡이 오갈 동안 비양 성지의 사람들을 완전히 제압했다.
"청룡 성지! 거, 너무 하는 거 아니오!"
별안간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공이 무너진 틈 사이로 비양 성지의 열 한 명의 봉주와 수백 명의 사자들이 강림했다.
"잘 왔다! 얼른 청룡 성지의 조무래기들을 혼내주고 진남을 데려가거라! 명심하거라! 진남에게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나 봉주는 억울함을 참던 찰나에 지원군이 도착하자 만면에 희색이 돌았다.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표정이 변했다.
나 봉주가 소식을 전달했을 줄은 몰랐다.
"응?"
비양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은 무술 경기장을 쳐다봤다.
그들은 나 봉주의 전음을 듣고 온 것이었다.
전음은 절세 천재가 나타났으니 만사를 제치고 종문의 힘이 될만한 자들을 전부 데리고 속히 오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절세 천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그러나 무술 경기장에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보자 똑같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세상에나! 잘못 본 게 아니지? 구백아흔아홉 마리라니! 하역에 언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빼앗아 와야 한다!"
한 봉주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가자! 사람을 빼앗아 오자!"
다른 봉주와 사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충격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진남을 빼앗아 오는 게 먼저였다.
비양 성지의 대군이 달려드는 소리가 단목봉에서 울려 퍼지고 방원 수천 리 하늘이 진동했다.
단목봉의 금제는 더욱 강하게 움직였다.
그런데도 산봉우리가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무너질 것 같았다.
한 사람 때문에 양대 성지가 싸움을 벌였다.
* * *
문도어는 기물이었다.
천지의 조화로 태어나고 무인의 자질, 성격 등을 알아보고 헤엄쳐서 다가왔다.
그것과 자질석의 다른 점이라면 무혼의 등급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역사이래 일정 수 이상의 문도어를 움직인 천재는 이룩한 성과가 대단했다.
여기에 있는 봉주와 사자들도 모두 이런 심사를 거친 사람들이었다.
양대 성지는 현령종 같은 종문과 달리 하역에서 최고의 두 세력이었다.
때문에 안목을 더 크게 가지고 그릇이 더 컸다.
대부분의 강자들은 자신의 실력 때문에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천재들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젊은 천재들이 세력을 더 크게 키워줄 수 있고 그들의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대 성지의 사람들은 혈안이 되어 진남을 빼앗아가려고 했다.
봉주들도 신분을 생각하지 않고 염치없이 싸움에 끼어들었다.
살황은 육백예순여섯 마리를 움직였는데 나중에 하역을 뒤흔드는 성과를 이룩했다. 비록 그때 변고가 생기고 살황의 성격이 난폭해져서 천하를 도륙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인 것은 진남이 유일무이했다.
그러니 미래에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이룰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단목봉에서 정신없는 싸움이 벌어질 때 어디선가 화가 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함 소리는 방대한 전쟁에서 보잘것없이 작았지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고함을 지른 사람은 문도어들에게 둘러싸인 진남이었다.
"멈춰! 진남에게 일이 생겼어!"
"싸우지 마! 얼른 멈춰!"
"진남에게 이상이 생겼다!"
"다들 멈춰! 계속 싸우는 놈들은 다 죽여버릴 거다!"
"……"
청룡 성지와 비양 성지의 봉주들은 깜짝 놀라서 동시에 외쳤다.
몇십 번 호흡하기 전에 떠나갈 듯 싸우던 단목봉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양대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의 시선은 동시에 무술 경기장으로 향했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가 몰려드는 일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봉주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만약 진남의 일에 방해를 줘서 진남을 다치게 한다면 속상해서 죽을 수도 있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천지가 조용해진 순간, 살기가 가득한 소리가 들렸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들 가운데로 방해한 화염이 솟아올랐는데 바로 진남이었다.
진남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양손에 칼을 든 채 기를 최고로 운행시키고 도의를 폭발시키더니 문도어들에게 칼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