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다 필요 없소!
"당신!"
열한 명 봉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화가 나 몸을 떨었다.
'단목 봉주가 오늘 왜 이러는 거지?'
'네 명의 초월급 천재를 모두 내주다니.'
수백 명의 청룡 성지 사자들은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그들은 단목 봉주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천재들을 내어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육백예순다섯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인 것은 지금껏 살황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교철, 교십일, 반구 세 천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하."
"단목 봉주는 영명하고 위엄 있소"
"맞소, 단목 봉주가 정확한 선택을 했소."
"……"
얼굴이 파랗게 질렸던 비양 성지의 사자들은 얼굴에 핏기가 돌고 표정이 환해졌다.
그들은 다 진 판에 이런 역전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천재들은 봉주들의 신경전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벽난은 봉주들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교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교철 도우, 걱정하지 마세요. 진남 도우가 지게 되면 이 검을 다시 돌려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준 것을 돌려받는 법은 없습니다. 성녀의 비범한 자질에 저는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교철은 마음이 아팠지만, 표정이 평온했다.
그는 강벽난에게 고검을 넘겨줬다.
강벽난은 고검을 받아 들고 기쁜 표정으로 진남에게 말했다.
"진남 도우, 이제 당신 차례예요."
이들의 내기를 알고 있는 천재들과 사자들 그리고 봉주들까지 모두 어리둥절했다.
'내기를 계속하겠다고?'
'승부가 뻔한 내기 아닌가?'
강벽난을 이기려면 적어도 육백육십육섯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여야 하며 그것은 살황과 같은 급이었다.
'살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이번 내기는 틀림없이 진남이 질 것이다.'
"좋아."
진남은 몸을 일으켰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들은 곁눈질로 진남을 확인했다.
진남은 등골이 오싹했지만 주저하지 않고 발을 들었다.
몸은 긴장감에 팽팽해졌지만, 저장 주머니의 일곱 자루 고도와 교류를 하며 한 걸음씩 걸었다.
"뭐라? 저 녀석이 강벽난과 내기를 했어?"
"질 게 뻔하군!'
"그래도 배짱 한번 두둑하군!"
"……"
새로 온 사자들은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양대 성지에서는 무황 경지의 강자나 초월급 천재나 함부로 제자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 제자가 기우를 만나고 무혼 등급까지 충분하다면 언제 기적을 이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남이 강벽난을 이기려면 살황만큼의 성적을 내야 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천재들이 도전했지만 살황의 성적을 돌파한 사람은 없었다.
비양 성지의 봉주 중 한 명이 순간 계략이 떠올라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모르는 게 있소. 진남도 보기 힘든 천재요! 단목 봉주가 강벽난과 철교를 우리에게 양보한 것도 다 진남 때문이요!"
그 말은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었다.
청룡 성지의 열한 명의 봉주들도 표정이 흔들렸으니 수백 명에 달하는 청룡 성지의 사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단목 봉주가 저런 결정을 한 게 진남 때문이라니?"
"뭐? 그게 정말이야?"
"단목 봉주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렵게 청룡 성지에서 제자 선발대회를 열었는데 지역의 우세를 이용해서 천재를 더 데려오지는 못할망정 한 사람을 위해서 저런 결정을 했다니."
"……"
청룡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은 화가 나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제일 봉주라고 해도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잖아!'
단목 봉주는 비양 성지의 세 봉주들을 흘겨봤다.
'영감탱이들, 역시나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었어. 상황이 해결되자마자 뒤통수를 치다니.'
단목 봉주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단호해졌다.
'강벽난의 성적은 놀랍다. 그러나 진남이 넘을 수 없을까? 아니, 기록은 깨뜨리라고 있는 것이다.'
"진남,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단목 봉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질타를 무시하기로 했다.
비양 성지의 세 봉주들이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사자와 봉주들의 원망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그들은 진남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자극적인 말로 조롱했다.
그러나 진남은 태산처럼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위험한 징조가 점점 강해지는군. 대체 어떤 위험일까? 어찌 됐든 방심해서는 안 돼!'
"……"
진남은 정신을 고도로 집중했다.
그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를 걷는 것처럼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문도어들을 미친 듯이 달려들게 할 자신감은 있었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실수로 다칠 수도 있으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이때, 뜨거운 기운이 진남의 단전에서 올라왔다.
내단의 기운이 흔들거리더니 소통의 힘이 점점 강해져서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천지대겁과 소통을 할 것 같았다.
'안 돼!'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문도어들을 불러 모을 때 내단이 천지뇌겁을 불러온다면 진남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면 위기에 대처할 능력도 대폭 감소할 것이었다.
이변이 생기자 하늘을 가득 채운 사자와 봉주들도 느꼈다.
그들은 모두 경악했다.
"진급하려는 거야?"
"이거 큰일이군! 천지뇌겁을 불러온다면 문도어들이 다 놀라서 도망갈 거야!"
"허, 그렇다면 이번 내기에서 질 게 뻔하군."
"……"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들은 손뼉을 치고 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좋다! 아주 좋아!'
'진남은 운이 나쁘기도 하지!'
천재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했다.
강벽난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좀 전까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이 생겼다.
"진남에게서 무연각의 비밀을 얻는다면 내 실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겠지? 그때가 되면 진남의 배후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본부의 승인을 받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강벽난은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녀는 진남에게 여러 번 수모를 겪고 화가 났지만 겨우 참았었다.
그러니 그녀는 진남을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진남을 노예로 만들고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진남은 강벽난의 생각을 알 리 없었다.
그는 모든 의지를 가다듬고 내단을 눌렀다.
하지만 내단은 오랫동안 참았는지 진남이 아무리 눌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운이 점점 더 강해져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았다.
"이제 속전속결하는 수밖에 없겠어."
진남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발끝으로 땅을 차더니 화살처럼 문도어들이 있는 아래쪽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사람들이 그런 진남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반구가 닭 다리로 문도어를 유혹하고, 교십일이 기질을 변화시키고, 교철이 도심을 읊는 등등 다양한 방법을 목격했지만, 싸울 듯이 문도어들에게 돌진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진남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 문도어들과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웃기는구나!'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는 경악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진남의 실패를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쿵!
단목봉의 허공이 태고 거인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산산이 부서지더니 살기가 가득한 그림자가 그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놀라운 변화에 사자와 봉주들은 표정이 굳어져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 비양 성지의 사자들이 흥분했다.
"나 봉주!"
"나 봉주가 왔다!"
"분명 강벽난 때문에 온 걸 거야!"
"……"
나 봉주는 비양 성지에서 실상 일 위였다.
그러나 성격이 난폭해서 이 봉주로 임명되었다.
비양 성지의 세 봉주는 나 봉주의 출현에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나 봉주도 왔소?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강벽난을 영입했소. 게다가 교철과 교십일 그리고 반구까지 우리 사……"
삼대 봉주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나 봉주가 단목 봉주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형님! 오늘 진남을 나에게 양보하시오! 아니면 내가 인정 없게 군다고 욕하지 마시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청룡 성지의 사자와 비용 성지의 사자 그리고 봉주들은 숨을 멈추었다.
그들은 나 봉주가 살기를 풍기며 와서 한 첫마디가 진남을 내놓으라는 말일 줄 상상도 못 했다.
단목 봉주는 진남을 얻기 위해 사대 천재를 포기했다.
그런데 나 봉주도 진남을 얻으려고 먼 길을 달려온 것도 모자라 단목 봉주에게 불같이 화를 내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두 강자들이 왜 진남을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진남이 엄청나게 대단한 천재일까?'
모든 이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진남이 엄청나게 강한 천재라서 두 거물들이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추측했다.
비양 성지의 봉주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말했다.
"나 봉주, 모르는 게 있소. 조금 전 강벽난이 육백예순다섯 마리를 움직였소."
삼대 봉주는 나 봉주가 이 소식을 모르기에 불같이 화를 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진남이 천재인 건 맞지만 강벽난을 초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육백예순다섯 마리?"
화를 내던 나 봉주는 멈칫하더니 다시 고함을 질렀다.
"육백예순다섯 마리를 움직였든 칠백 마리를 움직였든 상관없소! 오늘 우리 비양 성지에서는 다른 천재들은 다 필요 없고 진남만 데려갈 거요!"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 봉주는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진남이 그렇게 중요한가?'
"응?"
나 봉주는 문도어를 향해 달려가는 진남을 발견하고 기뻐서 말했다.
"하하하! 역시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큰형님과 셋째 형님이 계략을 써봤자 진남은 아직 시합에 참가하지 않았구나!"
"큰형님! 길게 말하지 않겠소. 진남을 데려가겠소!"
나 봉주는 성큼성큼 다가가 진남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는 진남을 시합에 참가 못 하게 하려고 했다.
시합에 참가하면 일이 커지기에 진남을 데리고 떠나는 것만이 정답이었다.
"넷째야, 그러면 안 되지. 사람을 빼앗아가다니! 나와 비양 성지 삼대 봉주는 이미 약조했다. 진남은 청룡 성지 사람이다!"
단목 봉주는 눈썹을 치켜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지를 뒤흔드는 권법을 날렸다.
"형님! 비양 성지의 뒤통수를 치셨소? 약조를 했던 말던 나는 반드시 진남을 데려가겠소!"
나 봉주는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힘이 솟아올랐다.
'진짜 파렴치하구나! 셋째 형님을 시켜 내 발목을 잡게 하더니 공평하게 경쟁하지 않고 비양 성지 삼대 봉주와 약조까지 하다니!'
"허허, 넷째야, 여기는 청룡 성지다. 함부로 성질부리지 말거라."
찢어진 허공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의 기운이 나 봉주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