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놀라운 현상!
"왜, 왜……"
구양군이 울부짖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절세 천재잖아요…. 백 할의 승산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무황 경지에 승급하지 못하였나요……"
옆에 있던 려홍도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찬물을 끼얹었다.
"방금 전에 많은 맹원이 군맹을 나갔어."
"하하하!"
구양군이 크게 웃었다. 순식간에 표정이 사나워졌다.
"과연 폐물들이야! 나쁜 놈들! 당초에 나에게 빌 때는 언제고 상황이 바뀌자마자 바로 나가버리다니! 이 배은망덕한 놈들! 단 한 놈도 놔주지 않겠어!"
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万人之上)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커다란 좌절감에 그의 마음이 비뚤어지고 어두워졌다.
이때 갑작스런 쿵 하는 큰 소리가 현령종에 울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구양군과 려홍, 그리고 줄곧 침묵하고 아무 말 없던 소경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들은 고개를 들고 천봉산을 바라봤다.
천봉산 정상에서 보이지 않는 흡입력이 전해와 현령종의 여러 산봉우리와 연무대, 전당에 퍼져있던 영기들을 빠른 속도로 뽑아갔다. 하늘에 여러 갈래의 영기 장룡을 빨아갔다.
"이, 이건……!"
구양군은 눈이 휘둥그레져 비명을 질렀다.
"누가 용맥의 땅에서 수련하는 건가? 설마 형님이 돌아왔나?"
"아니야, 너의 형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려홍이 길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좀 전에 생사전에서 전해온 소문에 의하면 진남이 태장 장로의 부름을 받았대.
그렇다면 한가지 가능성밖에 없어…. 태상 장로가 진남을 데리고 천봉산으로 들어가 용맥의 땅에서 수련하게 한 거야."
"뭐라고? 진남을 용맥의 땅에서 수련하게 해? 그렇다고 해도 그의 무혼 등급으로 온 현령종에 이런 현상을 만든다고?"
구양군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기우를 만나 한 달 내에 이미 연속 여덟 경지를 돌파했어. 그리고 몸에 여러 가지 보물을 갖고 있어 수련을 도울 수 있을 거야. 아마도……"
려홍이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
"……"
구양군은 충격으로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종주의 아들로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용맥의 땅에 들어가 수련하겠다고 여러 번 요청했었다. 그러나 항상 태상 장로에게 거절당했다.
그런데 지금 아무런 배경도 없는 진남이. 그와 무혼 등급이 같은 진남이 용맥의 땅에서 수련하다니.
설사 그의 형님도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무엇 때문에? 왜 진남은 기우를 얻을 수 있고 여러 무종 강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용맥의 땅에 들어가 수련할 수 있지?'
그리고 그의 여인마저 진남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 자식을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구양군이 완전히 미쳐 날뛰었다. 끝없는 살의가 그의 가슴에서 끓어올랐다. 그는 두 눈이 벌겋게 되어 마치 마귀 같았다.
그와 동시에 현령종 상공에 점점 더 많은 영기 장룡이 천봉산 정상의 보이지 않는 흡입력에 끊임없이 끌려 들어가 폭발음을 냈다. 그 기세가 대단하여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 * *
휙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리더니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의 그림자가 내려왔다.
"이 산속에 용맥이 숨어있다니! 그럼 그 자식이 용맥 안에서 수련하는 건가?"
용호요종의 눈에 짙은 질투가 드러났다. 천룡뇌호의 혈통인 그도 용맥을 써본 적이 없었다.
"흥! 우리도 데리고 가지 않고!"
묘묘 공주도 불만이 많았다.
그녀가 약탈한 보물들보다 용맥 속에서 수련하는 것이 더 소중했다.
그들 두 사람 아래는 깡그리 약탈당한 여러 전주, 여러 장로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이변에 깊이 놀랐다. 그런데 지금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의 대화를 듣고 드디어 깨닫고 일제히 냉기를 들이마셨다.
"용맥이구나, 진남이 용맥 안에서 수련하다니!"
"그는 원래도 이미 충분히 강했는데 용맥이 도와주면 어떤 정도에 도달할까?"
"용맥에서 수련하는데 이렇게 커다란 현상을 일으키다니! 진남이 우리 현령종의 진전 제자가 되려나 보오!"
"……"
사람들은 크게 감탄했다.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온 종문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엄청난 걸까.'
이번에 종주가 무황 승급이 실패하면서 진남은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 *
그 시각 한 저택 안.
선노도 종문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놀란 듯 중얼거렸다.
"실로 보통이 아니구나."
말을 마친 그의 눈에 빛이 반짝거리고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
"무황 경지 진급에 실패해놓고는 한시도 참지 못하고 생일잔치를 벌이다니…. 거기다가 청룡 성지의 사자까지 요청하고……. 진남아, 네가 주도해야 한다……"
* * *
천봉산 안
진남을 중심으로 전신의 혼이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해 커다란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영기가 포효하고 광풍과 천둥 번개로 변해 한데 뒤엉켰다. 위력이 하늘을 찔렀다.
진남의 발아래의 영기 거룡은 뭔가 느낀 것처럼 커다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약간 흔들렸다!
"이건……"
진남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가 전신의 혼을 움직여 수련하니 이렇게 놀라운 이변이 발생하다니.
영기 장룡이 깨어나는 것은 그를 두렵게 했다. 영기 거룡은 천지가 만든 물건이라 영리한 지혜를 갖고 있었고 엄청난 전력이 있었다.
만약 거룡이 깨어난다면 그는 대번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모르겠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어!"
진남은 이를 깨물었다.
'선노가 틀림없이 이곳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거야. 내가 이 영기 거룡에게 먹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세 시진 후 진남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응?"
진남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방대한 진기가 받쳐주잖아. 그럼 응당 진기를 단으로 만들어 무왕으로 진급해야 한다. 그런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설마 태고 무수가 남긴 후유증인가?"
진남은 태고 무수는 무왕으로 진급하기 엄청 힘들다고 했던 선노의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방대한 영기가 받쳐주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열흘 사이에 반드시 무왕으로 진급하겠어!"
진남의 눈에 열망이 이글거렸다. 그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때 한 갈래 보이지 않는 위압이 솟아올랐다.
영기 거룡이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크르르!
엄청난 소리가 산에서 울려 퍼졌다. 깊은 잠을 자던 영기 거룡은 작은 인간이 자신의 몸에서 끊임없이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차!"
진남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인간! 지금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영기 거룡은 커다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목소리는 천둥소리 같았다. 온 산봉우리의 영기가 미친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화산이 태동하는 것처럼 언제든 폭발할 것만 같았다.
"선배님, 선배님의 영기를 빌려 열흘만 수련하겠습니다!"
진남이 정신을 바로 잡고 말했다.
"열흘 후, 종주의 생일에 청룡 성지의 사자가 옵니다. 저는 경지를 높여야 합니다."
"죽여버리겠다……!"
영기 거룡이 다시 포효했다. 한 갈래의 힘이 주위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살초가 태동하고 있었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몸이 거대한 힘에 갇혀 움직임 수 없는 걸 느꼈다.
일촉즉발의 시기에 그의 등 뒤에서 전신의 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왼쪽 눈동자 안에 태고의 빛이 반짝이더니 그 영기 거룡을 바라봤다.
억!
영기 거룡이 비명을 질렀다. 태동하던 살초가 바로 흩어졌다. 한 쌍의 용의 눈동자에 무한한 공포감이 가득했다.
"전신의 혼?"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위급한 상황에 그가 영기 거룡을 물리칠 줄 몰랐다.
"인간…… 너의…… 너의 무혼은 도대체…… 도대체 뭐냐……"
영기 거룡이 바닥에 엎드려 몸을 벌벌 떨었다. 좀 전의 살기 등등하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진남은 감정을 가다듬고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께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열흘만 수련하면 됩니다."
영기 거룡의 눈에 비꼈던 두려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는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
"……좋다!"
말이 떨어지자 영기 거룡은 커다란 몸을 솟구쳐 일어나더니 꼬리부터 시작해 몸을 비틀었다. 마치 뱀처럼 진남을 안에 꽁꽁 감쌌다.
"영기가 더 풍부해졌어!"
진남은 눈길이 흔들렸다. 그는 영기 거룡을 향해 공수하고 더는 말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움직여 수련을 시작했다.
진남은 지금 그 영기 거룡이 그의 등 뒤에 있는 전신의 혼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몰랐다. 거룡은 눈이 멍해서 중얼거렸다.
"왜… 이 무혼의 몸에서 천지를 조화하는 힘을 느끼는 거지……?"
말을 마친 거룡은 침묵하고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이 일이 있은 후 현령종의 사람들은 천봉산이 영기를 뽑아내는 이상에 더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종주가 마흔 살 생일을 축하한다는 소문이 이미 퍼져 수많은 장로, 제자들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 태상 장로의 세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종주였다. 무황으로 승급하지 못해도 그들은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대 전주는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에게 약탈을 당한 후 고자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태상 장로의 정원에 와 사과하고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큰 소란를 일으키던 구양군과 그의 군맹은 사라졌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구양군이 진남이 두려워 이미 폐관하고 수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풍파를 겪고 수많은 사람들이 궁양, 소냉 등에게 아첨했다. 특히 각 장로들이 적극적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그들은 폐관하고 승급할 준비를 했다.
다른 삼대 종문은 진남이 반보 무왕 경지에 도달하고 외문 제일의 자리를 굳혔고 배후에 삼대 무종 경지의 강자가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당초에 비웃고 깔보았던 진남이었는데, 지금은 낙하왕국의 진전 제자 외에 그의 재능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 * *
시간이 흘러 아홉 날 아홉 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온 현령종이 종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했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들떴다.
낙하왕국에서 이름이 자자한 수사들이 청첩장을 받고 현령종에 도착했다.
* * *
같은 날, 천봉산 속.
진남은 아홉 날 아홉 밤의 수련을 거쳐 몸 안의 액체 진기가 이미 비할 나위 없이 깨끗한 진기로 변했다. 수없이 압축된 것 같았다. 크기가 변하지 않았지만 솟아오르는 진기의 농도는 다섯 명의 선천 경지 십 단계의 존재와 맞먹었다.
"이제 무왕 경지를 돌파해도 되겠어!"
진남이 두 눈을 번쩍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