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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4화 (94/1,498)

94화 자질석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 낡아빠진 전당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노인은 여윈 몸으로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매우 기괴한 미소가 맴돌았다.

사람들은 일제히 그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약림 등을 힐끗 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험험! 나는 무연각 일 층의 심사관이다. 심사를 시작하기 전에 너희들에게 자질석이라는 물건을 소개하겠다.”

노인의 목소리를 무연각 밖의 사람들도 무경을 통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곧이어 노인이 오른손을 뒤집자 손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생겨났다. 바위는 칠흑같이 캄캄하고 모양이 밋밋하였으며 특별한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노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이게 바로 자질석이다. 이 자질석에 손을 얹으면 자신의 미래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만일 자질석이 왕도광망(王道光芒)을 내면 무왕이 될 수 있고 종도광망(宗道光芒)을 내면 무종이 될 수 있다.”

그 말에 진남을 비롯한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해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저 칠흑 같은 바위가 한 사람이 미래에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니!’

무도 세계에서는 황급 십품의 천재라 할지라도 미래에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래에 어떤 위기와 기회 등을 겪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눈앞의 자질석은 확실히 천명을 어길 수 있는 것이었다.

노인은 진남 등 스무 명의 표정을 보더니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규칙을 설명하겠다. 왕도광망이 펼쳐진다면 이번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럼 이번 심사를 통과해 무연각의 보상을 받을 수 있지.

게다가 이번 심사의 십 위 안에 들면 두 번째 관문까지 오를 수 있다. 십 위에 들지 못한다면 심사를 통과해도 탈락이다. 그리고 일 위를 하면 특별한 보상이 있다.”

노인은 여기까지 말하더니 잠시 멈추었다. 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왕약림 등 다섯 명의 여인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 전에 말할 게 있다. 여인들은 만지게 해주거나 나에게 입맞춤을 하면 두 배의 보상이 있을 거야. 물론 남자들한테는 혜택 없어.”

그 말에 진남 등 사람들은 바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왕약림 등 다섯 명의 여제자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들은 속으로 수치스러우면서 분노했지만, 감히 화를 내지는 못했다.

이때 비검문의 한 제자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심사에요? 불공평해요.”

“허허, 불평공해? 나는 이번 심사가 공평하다고 한 적이 없다.”

노인은 그 제자의 비난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기만 했다. 그는 경박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말했다.

“불공평한 게 맞다. 인정할 수 없으면 날 물거라. 와서 날 물어! 네가 물지 않는다면 넌 개자식이야!”

“당신……”

비검문의 제자는 어이가 없었다.

진남 등도 할 말을 잃었다.

노인이 이렇게 철딱서니 없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노인은 그 제자가 꼬리를 내리자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하하하! 그래, 이 개자식들아. 지금부터 시작하자.”

곧이어 광장의 스무 명 제자들이 모두 굳은 표정으로 시작할 준비를 했다.

눈앞의 자질석은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었다. 현장의 그 스무 명 천재 제자들은 자신의 미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진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 * *

같은 시각, 추산 산봉우리

가마 안에 있던 백의 여인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도 보셨지만, 이번 무연각의 첫 관문은 자질석을 통한 심사예요. 아주 재미있는 심사지요. 그럼 아직 심사가 시작되지 않은 잠깐을 통해 판돈을 걸지 않은 분들이 판돈을 걸 기회를 드리죠. 심사가 시작되면 판돈을 걸 수 없어요.”

백의 여인의 말에 현장의 분위기는 금방 달아올랐다.

“하하하, 나는 위호에 걸었는데 틀림없이 일 위를 할 거야. 위호의 미래 성과는 분명 가장 강력할 거야. 분명히 무종 경지의 강자가 될 거야.”

“이 관문에선 나도 위호에게 걸 거야.”

“허허, 난 황궐에게 판돈을 걸 거야. 황궐의 풍격이 딱 내 마음에 들어.”

“그래? 난 위호에게 걸겠어.”

“……”

아직 판돈을 걸지 않은 무인들이 위호와 황궐을 둘러싸고 빠르게 판돈을 걸었다.

스무 명 제자 중, 위호와 황궐 두 사람이 모두 황급 십품 무혼의 천재였다. 그래서 미래의 성과가 가장 클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첫 관문에서는 그 둘 사이에서 승부가 갈릴 것 같았다.

미리 판돈을 걸었던 무인들은 후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첫 관문의 심사가 자질석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때 비검문의 방 장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왕단 오천 알을 황궐에 걸겠소.”

“무왕단 오천 알을?”

난염문의 장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방 장로, 참 용기가 있소. 그럼 나는 무왕단 오천 알을 위호가 승리하는데 걸지.”

청여종의 중년 미부도 담담하게 웃었다.

“그럼 나는 무왕단 오천 알을 왕약림에게 걸게요.”

현장의 무인들은 그 세 사람의 판돈을 듣고 몰래 혀를 찼다. 만 오천 알의 무왕단이었다.

현장의 무인들은 장태억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삼대 종문의 장로들도 같았다. 그들이 눈에 익살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청여종의 장로가 자기 종문 내의 왕약림에게 판돈을 건 건 승산이 작았다. 하지만 현령종의 진남은 전혀 승산이 없었다. 황급 팔품 무혼이 미래에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장태억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속으로 첫 관문에 반드시 황궐이나 위호가 승리하고 진남은 패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현령종의 장로로서 다른 문파의 천재에게 판돈을 걸 리 없었다.

장태억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나는 진남에게 판돈을…… 오천, 오천 알의 무왕단을 걸겠소.”

말을 마친 장태억은 넋을 잃은 듯 두 눈에 아무런 빛이 없었다.

장태억은 오천 알의 무왕단을 쓸데없이 잃게 됐다고 생각했다. 내문 이장로라고 해도 그 정도 무왕단은 아까웠다.

* * *

무연각 내의 스무 명의 천재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스무 명의 천재는 한 줄로 서서 자질석 심사를 시작했다.

첫 심사는 청여종의 여제자로 아름다운 미모에 몸매가 돋보였다.

노인은 그 여제자를 보자마자 깔깔거리며 음흉한 눈빛을 보냈다.

“히히, 첫 관문인 만큼 보상이 풍성하다. 네가 두 배의 보상을 받고 싶으면 내가 만질 수 있게 하고 입맞춤을 하게 하면 된다.”

여제자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 노인의 말을 무시했다. 그녀는 앞으로 나와 자질 석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그 순간 자질석은 빛이 화려하게 번쩍거리더니 담황색의 빛을 발했다.

담황색의 빛은 위압감을 품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왕 경지여야 방출할 수 있는 위압이었다.

즉 그 여제자는 미래에 무왕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노인은 그 장면을 보고도 단념하지 않고 거듭 말했다.

“낭자, 입맞춤을 하게 하면 장려를 두 배로 받을 수 있다. 저 남자들은 받으려고 해도 전혀 희망이 없지. 이런 기회는 좀처럼 얻기 힘든데……”

청여종의 여제자는 노인을 째려보며 즉시 물러갔다.

여제자는 속으로 그 노인의 조건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종문 내의 천재들이 있는 상황이라 들어준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제자들이 노인의 파렴치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그들은 그를 무시한 채 심사를 계속 시작했다.

이어진 심사에서 아홉 명의 제자가 왕도광망을 발휘했다. 그들은 앞으로 무왕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중 난염문의 황급 팔품 무혼인 천재가 있었는데, 그는 왕도광망을 발휘하지 못해 무왕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다.

난염문의 제자는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핏기 하나 없이 멍하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질석의 심사는 그러했다.

누구나 미래의 성과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래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들의 무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열한 번째 심사를 치르는 자는 황궐이었다.

황궐은 등장하자마자 현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황궐이 앞으로 어떤 성과에 도달할 수 있을까?”

진남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황궐은 여유로운 얼굴로 마치 한가로이 산책하듯 앞으로 나갔다. 그는 손바닥을 내밀어 자질석을 만졌다.

그 순간, 자질석에서 찬란한 황색 빛이 짙은 종도 위압을 풍기며 번쩍거렸다.

황궐의 미래 성과는 무종 경지의 강자였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무연각에서 심사에 참여한 천재들뿐만 아니라 무인들과 장로들조차도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낙하왕국에서 무종 경지의 강자는 최고의 전력이었다. 낙하왕국 전체에서 무종 경지의 강자는 열 명을 넘지 않으니 귀한 존재들이었다.

노인은 황궐을 힐끔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네. 열심히 노력해.”

황궐은 그 말에 기꺼워했다.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황궐은 조롱하는 눈빛을 보냈다.

설령 진남의 배경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황궐은 무종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증명이 되었다.

* * *

추산 산봉우리에서는 열띤 논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황궐의 미래 성과가 무종 경지의 강자라니.”

“하하하! 이상할 거 없지. 그는 황급 십품 무혼의 천재라 무종 경지의 강자가 되는 건 아주 정상이야.”

“……”

많은 무인들이 흥분했다.

비검문의 장로인 방림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는 장태억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 장로, 우리 종문의 황궐이 무종 경지까지 갈 줄은 몰랐소. 현령종 진남도 미래 성과가 낮지 않을 텐데……”

장태억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방림이 일부러 빈정거리는 것을 알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 * *

무연각에서는 불꽃 튀는 심사가 계속 진행됐다.

이어진 심사에서 황용, 서유, 대호, 묵자삼 네 사람, 그리고 다른 종문의 천재들이 모두 무왕 경지의 수준에 도달했다. 다른 종문의 천재 두 명은 무왕 경지의 수준조차 도달할 수 없었다.

왕약림은 심사에서 왕도광망을 발휘했다.

왕약림에게 높은 기대를 걸었던 무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 드디어 내 차례네.”

위호는 크게 웃으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나타나자 모든 이들이 긴장했다.

스무 명의 천재 가운데 오직 위호의 무혼 등급이 황궐과 같은 황급 십품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신분은 황궐을 훨씬 능가했고 무예의 재능은 황궐보다 더 뛰어났다.

위호가 손바닥으로 자질석을 만지자 모두가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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