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너……도대체 누구야?
진남, 황용, 묵자삼, 서유, 소냉, 초운, 악패 오호 등 외원 천재들이 전부 장로의 명에 따라 외문 장로대전으로 왔다.
이장로가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이번 외원 대회가 다사다난하긴 했지만, 어찌 됐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내가 잠시 대장로 직위를 대신해서 이번 외원 심사의 보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그 말에 진남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장로가 소매를 휙 젓자 옥병이 몇 개 날아 나와 사람들의 손에 떨어졌다.
진남은 이번 외원 대회의 일 위로 두 개의 옥병을 얻었다. 각각 십만 알의 선천단과 한 알의 충왕단이었다.
그는 전신의 눈을 움직여 충왕단에 금색 무늬가 얼기설기 엉켜 그물모양을 이루고 있는 걸 읽어냈다. 그 가운데에는 강대하고 신비한 힘이 형성되어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그 힘은 무왕 경지까지 영향을 미쳤다. 설사 전신의 눈으로 모든 걸 다 봤어도 진남은 다 이해하지 못했다.
"충왕단은 실로 명불허전이야. 이러니 남궁성마저 온갖 심혈을 기울여 이걸 얻으려 그 난리를 친 거구나……."
진남은 흥분해서 중얼거렸다.
이때, 이장로가 헛기침을 하여 장내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엄숙하게 말했다.
"진남, 황용, 묵자삼, 서유, 대호, 너희 다섯 사람은 명심하거라. 무연각으로 가는 날까지 아직 열흘이 남았다. 열흘 사이에 너희들은 선천 경지를 돌파하면 안 된다. 선천 경지에 도달하면 무연각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없다!"
소냉과 초운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장로는 그런 소냉과 초운을 바라보며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냉, 초운, 너희 둘은 황급 팔품 무혼의 천재이고 경지가 제자들 중에서 매우 뛰어난 편이다. 만약 남궁성과 대장로가 아니었다면 이번 외원 심사에서 오 위 안에 들 수도 있었겠지.
때문에 너희 두 사람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이보전 일 층으로 가 임의로 한 가지 이보를 선택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소냉과 초운은 그 말에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그들 두 사람의 눈에 커다란 기쁨이 드러났다.
비록 그들 두 사람은 무연각으로 가 기우를 얻을 기회는 없었지만, 그들은 형벌전 전주의 제자가 되었고 또 이보전에 가 한 가지 이보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무연각으로 가는 것보다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소냉과 초운이 서둘러 공수했다. 두 사람은 바로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감격했다. 두 사람은 만약 진남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이런 보상들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됐건 소냉과 초운은 그의 친구였다. 만약 자신 때문에 앞날을 망치면 그는 매우 속상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받게 된 보상은 제일 좋은 결과임이 틀림없었다.
외문 장로전의 장로들의 기색이 가벼워졌다. 그들은 진남이 이제 그들을 원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다.
이장로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만 물러가거라. 그리고 진남을 비롯한 다섯 사람은 열흘 후에 외원 도장에 모이는 걸 까먹지 말거라. 문파에서 내문 장로를 파견하여 너희들을 데리고 무연각으로 갈 것이다!"
진남 등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공수하고는 외문 장로전을 떠났다.
* * *
외문 장로전을 나온 후, 진남 등은 진남을 중심으로 한데 모였다.
진남은 외원 천재들을 보며 공수하고 말했다.
"황용, 묵자삼, 서유, 이번 외원 심사에서 도와줘서 고마워. 오늘부로 너희들은 나 진남의 친구야. 만약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절대 망설이지 마."
진남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남궁성과 외문 대장로의 핍박에 그들 세 사람이 나서서 진남을 도왔다. 그에 진남은 매우 감동했다.
진남은 정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잘해주면 그도 그 인연을 중요하게 여겼다.
묵자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할 거 없소. 진남 사형의 굴복하지 않는 정신을 나는 매우 좋게 보오. 그래서 도운 거요."
묵자삼은 능글맞았다.
"그래도 만약 내가 싸워 이길 수 있었다면 나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을 거요."
사람들은 그 말에 크게 웃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입장이 난처한 사람은 악패 오호였다.
전에 그들은 남궁 이소에게 매수되어 진남을 괴롭히러 갔었다. 그런데 결과는 진남에게 한바탕 얻어맞았다.
그렇게 그들은 전에 진남의 미움을 산 적 있었다.
대호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끝내 겨우 한마디 했다.
"진남 사형, 우리 오호가 전에 사형을 귀찮게 했소. 사과하겠소. 앞으로는 사형의 말에 따르며 절대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소."
다른 네 명의 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살기등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진남은 그들 다섯 사람을 흘겨보더니 말했다.
"너희 다섯은 앞으로 좀 조용하게 지내거라.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지만 않으면 된다. 만약 그렇지 않고 계속 설치고 다닌다면 너희들을 볼 때마다 내 주먹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오호는 그 말에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그들은 진남에게 맞는 게 두려웠다. 생각만 해도 여전히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리고 오호는 계속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소냉과 초운도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 두 사람은 이제 형벌전 전주의 제자가 되었으니 반드시 형벌전에 가 등록해야 했다.
묵자삼과 서유는 진남과 한참 얘기를 나눠 서로에 대해 깊이 요해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제일 마지막에 간 사람은 황용이었다. 황용은 가기 전에 다짐하듯이 말했다.
"진남, 기다리거라. 언젠가 내가 너를 격파할 거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 * *
몇 시진 후 외원 심사 때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현령종에 퍼졌다.
내외문 제자뿐만 아니라 내문 장로, 심지어 각 대전의 부전주, 전주들마저 전부 경악했다.
"외문 제자가 고급 연단사의 잘못을 발견할 정도로 강대한 단도 조예를 갖고 있다니! 그뿐만 아니라 고작 황급 팔품 무혼과 반보선천 경지로 선천 경지 이 단계의 수사를 격파하다니!"
사람들을 제일 놀라게 한 건 사대 전주가 직접 와서 일을 해결한 것이었다.
"사대 전주가 직접 진남을 도와 부전주, 외문 대장로, 내문 제자를 압송하다니!"
"진남은 도대체 누구지?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이 어떻게 이토록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거지?"
일부 사람들은 얼마 전에 진남이라는 한 신입 제자가 난심고죽림에서 천 보를 걸어 현령종의 역사를 새로 쓴 일이 생각났다.
그 일이 더해지자 소문은 기름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다. 진남의 명성은 더욱더 널리 퍼졌다.
모두가 진남의 이름을 기억했다.
* * *
그 시각.
한 청년이 앞에 있는 여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 청년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구나. 선노의 자룡적아령을 갖고 있다니. 들리기로는 진남이라는 녀석이 내 여자와 관계가 좋다고 했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한번 본때를 보여주긴 해야겠구나."
여자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여자는 바로 려홍이었다.
* * *
진남은 제오 정원으로 왔다. 하지만 그는 들어가지 않고 망설였다.
왜냐하면 그의 몸에 삼천 알의 무왕단. 십만 알의 선천단, 한 알의 충왕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번에 백옥고삼이 그와 협력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진남은 백옥고삼을 믿을 수 없었다.
'만일 단약을 백옥고삼이 한꺼번에 다 삼켜버리면 어떡하지?'
"태고 영액을 흡수하여 태고 진기가 생겼어. 그 농도는 선천 경지 일 단계와 맞먹지. 이 때문에 나는 반보선천 경지로 선천 경지 이 단계의 존재를 격파할 수 있었어. 만일 백옥고삼이 없다면 틀림없이 태고 진기를 계속 수행할 수 없을 거야……"
진남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이를 깨물더니 결심을 내렸다.
어찌 됐건 수행을 위해 그는 모험을 해야만 했다.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과연 그가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백옥고삼이 피비린내를 맡은 늑대처럼 휙 하고 바로 날아와 그의 앞에 서더니 웅웅 떠는 소리를 냈다.
진남은 준비가 있었던 지라 바로 말했다.
"내 몸에 있는 단약을 모두 삼켜도 된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옥고삼이 바로 한 줄기 반짝이는 빛을 뿜으며 진남을 둘러쌌다.
진남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정신을 차린 진남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는 백옥고삼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너 이 개자식! 감히 나의 단약을 전부 삼켜버리다니!"
진남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그의 삼천 알의 무왕단, 십만 알의 선천단과 한 알의 충왕단이 한 알도 남지 않았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바로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백옥고삼이 갑자기 오색찬란한 빛을 뿜더니 커다란 원형 광막을 이루어 방원 삼 척을 덮었다.
분노했던 진남은 이 광경에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광막에 막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없었다.
"이, 이건……?"
이어 그 오색찬란한 광막이 거울처럼 깨지기 시작했다. 깨진 틈 사이로 수없이 많은 오색찬란한 빛이 나왔다.
이내 빛 속에서 한 그림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림자는 여자아이였다. 대략 열세 살 정도 되었다. 그녀는 얼굴, 팔, 다리 모두 이상할 정도로 하얬다. 마치 새하얗게 빛나는 백옥이 금빛 긴 치마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긴 치마는 빛이 반짝이는 것이 마치 절세의 진기한 보물 같았다. 긴 치마에는 신비하고 강대한 힘이 가득했다.
여자아이는 마치 성결한 빛을 뿜는 것 같았다. 보기에 편안하여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광경을 보는 진남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전신의 눈을 통해 그는 이전에 이 신비한 백옥고삼 속에 방대하고 끝없는 생명력이 들어 있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보잘것없고 매우 허름하던 고삼이 어린 여자아이로 변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고삼이 여자아이로 변하다니, 이것이 설마 전설 속의 영약화형(靈藥化形)인가?'
진남의 머릿속이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오색 빛이 모두 흩어진 후에도 그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마치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바닥에 내려오더니 몸에서 고귀한 기운을 풍겼다. 그녀의 옅은 금색의 눈동자로 진남을 힐끔 보더니 멸시를 드러내며 말했다.
"나의 하인이 바보라니,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그 말에 진남은 정신이 들었다. 그는 물었다.
"너…… 도대체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