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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0화 (80/1,498)

80화 박살 난 자룡적아령

수십 갈래의 더없이 강대한 기세가 하늘에서 세차게 날아왔다.

수십 명의 사람 중에 제일 앞에 선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흰색 두루마기의 소매에는 '형'이란 글자가 새겨 있었다. 형벌전의 사람이었다.

제자들은 당황했다. 대장로 정표가 형벌전의 사람을 불러올 줄 생각지 못했다.

궁양도 형벌전의 사람이 온 걸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형벌전의 중년 남자는 똑바로 서더니 장내를 한 바퀴 둘러봤다. 그는 대장로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소인은 형벌전 부전주입니다. 정표 사형 저를 불러오신 걸 보아 무슨 큰일이 벌어졌나 보군요?"

제자들의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형벌전의 부전주와 대장로 정표가 사이가 괜찮다는 걸 인식했다.

대장로 정표는 싸늘한 눈길로 진남을 가리키며 사납게 말했다.

"이자는 황급 팔품 무혼이요. 태고 무수를 수련하고 반보선천에 도달했소. 그런데 황급 구품 무혼에 수행이 선천 경지 이 단계에 도달한 남궁성을 이겼소. 설령 태고 무수라 해도 그건 불가능하오. 이자는 틀림없이 단약을 복용해 규칙을 어겼을 거요. 형벌전에서 이 자의 제자 신분을 박탈하고 파벌에서 쫓아내길 청하오!"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은 분노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형벌전 부전주가 직접 왔는데 그들이 여기서 반발하면 같이 파벌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막려는 속으로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만약 진남이 오늘 파벌에서 쫓겨나면 그가 진남을 처리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었다.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랐다.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여러 집법 장로(執法長老)들도 깜짝 놀랐다.

'태고 무수, 반보선천 경지가 선천 경지 이 단계를 싸워 이겼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중년 남자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외문 대장로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진남은 규칙을 어긴 것이다. 진남은 오늘부터 더는 현령종 제자가 아니다!"

분노했던 제자들은 순간 얼굴빛이 일제히 창백해져 무심코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들은 설마 진짜로 진남이 현령종에서 쫓겨날 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설사 그들이 진남의 일 때문에 불평이 있고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형벌전 부 전부와 대들 용기가 없었다.

궁양은 싸늘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조 부전주, 당신은 한쪽의 얘기만 듣고 내 형제에게 죄를 정하는 거요? 반보선천이고 태고 무수면 선천 경지 이 단계를 격파하면 안 되오?"

조 부전주는 살짝 당황했다. 궁양이 한낱 외문 제자와 형제일 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직접 나서서 편을 들어줄 줄이야.

만약 평소라면 조 부전주는 틀림없이 궁양의 체면을 봐줬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왜냐하면 그는 예전에 정표의 제자였는데 오늘 정표가 도와달라고 청을 드니 그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조 부전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궁양 사제(師弟), 이 일은 자네와 상관없네. 우리 형벌전은 공적으로 법을 집행할 뿐이야."

이 말에 궁양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웃는 조 부전주 얼굴을 날려버릴 뻔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이 모든 것이 일부러 진남을 탄압하기 위한 거란 걸 보아내지 못했을까?

궁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말했다.

"조 부전주가 나의 호의를 무시하니 나도 굳이 설득하진 않겠소. 그저 조 부전주 당신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오."

궁양의 말에 조 부전주는 더욱이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외문 제자를 탄압하는 것뿐이라 그가 후회할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때 소냉, 초운이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진남을 쫓아내려면 우리 둘도 같이 쫓아내세요!"

소냉과 초운뿐만 아니라 황용도 나섰다.

더욱더 예상치 못한 건 진남과 아무런 왕래가 없던 묵자삼과 서유도 나선 것이었다.

대장로 정표는 이에 화가 났지만, 되려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아! 너희 다섯 사람은 모두 진남의 공모자구나! 조 부전주 이 자들도 모두 쫓아내시오!"

조 부전주는 눈길 한번 주지도 않고 손을 흔들더니 말했다.

"너희 다섯 명은 오늘부터 더는 현령종의 제……"

조 부전주의 눈에 고작 다섯 명의 외원 제자를 내쫓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장로석에 있던 장로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자들은 다들 분노로 얼굴이 불에 타는 것만 같았다.

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깐만요!"

진남이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진남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대장로 정표가 염치없이 그들을 파벌에서 쫓아내려 하고 또 형벌전 부전주까지 연합해 시비도 가리지 않고 그들의 죄명을 결정지을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이 나서자 사람들의 눈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바닥에 누워 숨이 간당간당하던 남궁성이 어느새 기운을 조금 회복한 듯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하하하! 진남아 아직도 할 말 있느냐? 네가 나를 이긴들 뭐해? 오늘부터 너는 현령종의 제자가 아니다! 이번 심사의 일 위는 나야!"

남궁성의 얼굴에 조롱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대장로 정표는 매섭게 진남을 노려봤다.

진남은 남궁성을 무시했다.

그리곤 조 부전주에게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조 부전주, 당신이 형벌전의 부전주라는 사람이 어떻게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현령종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겁니까?

이번 심사는 모두 대장로 정표가 조작한 건데 당신은 왜 그의 대장로의 신분은 탄핵하지 않는 겁니까? 이것이 당신들 형벌전이 일하는 방식이에요?"

진남은 조 부전주를 호되게 질책했다.

"이렇게 사사로이 일을 처리하면서 형벌전의 부전주 노릇을 하는 건가요?"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목석처럼 굳어졌다.

그들은 진남이 이런 상황에 직접 조 부전주를 질책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설마 진남은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조 부전주는 진남의 질문에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화가 나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형벌전의 부전주였다. 대장로 같은 직위의 사람들도 감히 그와 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한낱 외문 제자가 감히 그를 책문했다.

조 부전주는 바로 손을 휘두르며 쌀쌀맞게 말했다.

"너는 이미 문규를 어겼다! 여러 집법 장로들은 명을 들으시오. 이자를 당장 참수하시오!"

"명을 받듭니다!"

조 부전주 등 뒤에 있던 여러 집법 장로들이 바로 온몸의 기세를 순식간에 폭발시켜 전부 무왕 경지에 들어갔다.

순간 사람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

조 부전주가 당장 진남을 죽이려 할 줄 생각지 못했다.

남궁성과 막려는 더없이 흥분되었다. 직접 원수가 죽는 걸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은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진남은 싸늘한 얼굴로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자룡적아령을 꺼내며 말했다.

"영패가 무엇인지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보세요. 당신이 나를 죽일 자격이 있는지!"

자룡적아령이 조 부전주를 향했다.

"무슨 개 같은 영패야?"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 부전주는 보지도 않고 바로 옷소매를 휘둘렀다. 힘이 솟구치더니 바로 자룡적아령을 맞혀 산산조각 냈다. 그는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집법 장로들은 들으시오! 이자는 감히 손을 써 본 전주를 습격하려 했소. 문규를 위반했으니 속히 손을 써 이자를 갈기갈기 찢으시오!"

갈기갈기 찢는 건 현령종의 고형(酷刑) 중 하나였다. 특수한 수법을 펼쳐 칼로 사람의 혈육을 천 번 도려내고 만 번에 걸쳐 뼈를 긁어냈다. 온갖 고통을 받고 죽게 되는 형벌이었다.

고형은 최악의 죄를 지은 사람에게만 쓸 수 있었다.

조 부전주는 진남을 최악의 죄를 지은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진남과 궁양 두 사람은 마치 조 부전주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얼굴이 굳은 채로 서 있었다.

그들은 조 부전주가 자룡적아령을 산산조각 낼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조 부전주와 대장로 정표는 진남이 꺼낸 영패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영패가 내력이 있더라도 기껏해야 내문 장로의 영패 정도일 거라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죽어라!"

몇십 명의 집법 장로가 하늘을 찌르는 살기를 품고 일제히 진남을 향해 달려왔다.

대장로 정표는 즐거운 기색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문초간단에서 일 위를 차지하고 남궁성을 격파하고 이번 심사의 일 위가 되다니. 매우 대단한 녀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들 뭐하느냐? 그래봤자 네놈의 생사는 내 손 안에 달렸다!'

"물러나라!"

궁양이 정신을 차리더니 버럭 화를 냈다. 무왕 경지의 기세가 폭발해 수십 명의 집법 장로를 밀어냈다.

궁양은 내문 제자 중 십 위 안에 든 진정한 초월급 천재이고 황급 십품 무혼이며 무왕 경지 삼 단계에 도달했다. 수십 명의 무왕 경지 일 단계의 집법 장로와 맞서기엔 충분했다.

집법 장로들의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궁양이 나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조 부전주가 화가 나 소리쳤다.

"궁양!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형벌전에서 임무를 집행하는 걸 방해하다니! 이 일이 끝난 후 형벌전에서 너의 처우를 결정하겠다! 그러니 비켜라! 네게도 죄를 크게 묻기 전에 진남을 내놓아라!"

조 부전주의 몸에서 무왕 경지의 기세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더니 진남을 향해 돌진해왔다.

제자들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 찼다. 그들은 이렇게 큰 싸움이 일어날 줄 생각지 못했다.

이때, 거대한 외침이 멀리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귓가에 천둥이 친 것만 같았다.

"그만하거라!"

목소리엔 더없이 큰 힘이 내포돼 있었다. 목소리와 함께 큰바람이 온 장내를 휩쓸었다.

제자들은 그 외침에 심신이 흔들렸다. 그들은 얼굴을 굳혔고, 경지가 낮은 제자들은 심지어 네다섯 걸음 뒤로 밀렸다.

무왕 경지는 십 단계로 나뉘었다. 조 부전주는 무왕 경지 이 단계였는데 지금 이 목소리의 주인은 무왕 경지의 정상에 도달했다.

진남을 향해 달려가던 조 부전주의 몸이 굳어졌다. 갑자기 자신의 등 뒤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힘이 몰려오는 걸 느끼고 안색이 갑자기 크게 변했다.

그는 진남을 죽일 새도 없이 뒤로 물러섰다.

서둘러 물러났지만 괴력이 조 부전주의 몸에 부딪혔다. 조 부전주는 괴력에 몸을 휘청거렸다. 그의 안색이 충격에 새하얘졌다.

대장로 정표와 막려 등도 괴력에 안색이 변했다.

그 순간 한 대머리 사내가 거추(巨錘)를 하나 메고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몸에서 뿜어 나오는 짙은 살기는 보통 사람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졸도할 정도였다.

조 부전주는 온 사람을 보지도 않고 서둘러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여기는 형벌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요. 만약 억지로 간섭하려면…… 아!"

조 부전주는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봤다. 대머리 사내를 본 그는 깜짝 놀란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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