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파면이다!
사람들은 더욱더 놀랐다.
'진남의 진기가 선천 경지 일 단계와 맞먹는다고? 그런데 태고 무수가 뭐지?'
대장로 정표와 막려가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선천 경지의 남궁성이 진남을 상대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남궁성이 진남에게 연거푸 따귀를 맞고 반항조차 하지 못할 줄이야.
황용, 소냉, 초운은 이 상황이 너무 속 시원해서 입꼬리가 푸들거렸다.
진남의 행동은 너무나도 통쾌했다.
묵자삼, 서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대장로의 불공평한 처사에 격분해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진남에게 양보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진남은 그들이 스스로 양보해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양보한 건 지극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쥐 죽은 듯 조용했던 도장에 갑자기 격렬한 박수갈채가 터졌다.
"하하하! 너무 멋있어. 진남 사형이 남궁성의 뺨을 연거푸 때리다니!"
"근데 반보선천의 경지인데 이렇게 무섭다니."
"하하하, 심사를 조작한 업보구나!"
"……"
제자들은 더없이 신이 났다.
그들은 처음에 남궁성이 선천 경지인 걸 보고 진남이 무조건 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이 치욕스럽게 남궁성의 따귀를 날려버렸으니 그들이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장로 정표는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 세우고 사납게 호통쳤다.
"남궁성, 뭐하느냐! 진남은 태고 무수를 수련하여 규정을 어겼다! 어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거라!"
사나운 호통 소리가 벼락처럼 남궁성을 깨웠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남궁성의 얼굴을 본 장내의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지금의 남궁성은 옛날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얼굴이 붓고 퍼렇게 멍이 들었다. 두 눈은 맞아 실눈이 되어 모습이 가히 우스꽝스러웠다.
웃음소리를 들은 남궁성은 불을 지른 것처럼 커다란 분노가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맞아서 퉁퉁 부어 가느다란 실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진남! 네가 먼저 규정을 어긴 거다!"
남궁성은 고함을 지르며 단약을 한 알 꺼내 재빨리 입에 넣었다.
다음 순간 남궁성은 몸의 기세가 갑자기 폭등하여 선천 경지 이 단계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궁양이 이 광경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대장로! 이건 외원 심사입니다. 한데 남궁성이 풍마단을 복용하다니. 이건 심사의 공평성을 어긴 겁니다!"
"공평하고 공평하지 않고는 내가 결정하오!"
대장로 정표는 태도가 더없이 강경했다. 비록 그가 궁양을 꺼려했지만, 궁양을 무서워한다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진남이 사람들 앞에서 남궁성의 얼굴을 때리니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그의 목적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남궁성이 진남 이기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이 말에 모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크게 소리쳤다.
"파렴치하기 짝이 없구나!"
"대장로라는 사람이 저렇게나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다니! 이게 무슨 심사야!"
"저들은 파렴치하기 짝이 없어. 연달아 심사를 조작하고, 이제 이길 수 없으니 풍마단을 복용하다니!"
"물러가라! 물러가라! 남궁성은 이번 심사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
제자들은 대장로의 위엄이 두려웠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니 그들은 참을 수 없었다. 만약 마지막 한 가닥의 이성이 없었다면 그들은 바로 뛰어 올라가 남궁성을 끌어내렸을 것이었다.
막려는 이 광경을 보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남궁성은 지금 선천 경지 이 단계에 도달했다. 진남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가장 좋은 건 남궁성이 진남을 죽이는 거야."
막려가 음험하게 웃었다.
이때 풍마단을 복용한 남궁성의 가느다란 두 눈이 빨개지더니 바로 진남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진남, 너 같은 폐물이 감히 나 남궁성과 대들다니! 죽이지는 않으마! 그러나 영원히 불구로 만들겠다!"
남궁성은 무혼 대검을 들더니 기세를 폭발시켜 강한 한방을 가했다.
그 한방은 선천 경지 이 단계의 힘을 갖고 있었다. 거기다 황급 구품 무혼의 위력, 인기합일 원만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설사 선천 경지 삼 단계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빛이 변했다. 다들 남궁성이 날린 공격의 위력을 느꼈다.
심지어 진남에게 확신을 갖고 있던 궁양도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어서 힘줄이 튀어나왔다. 만약 진남의 생명이 위험해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진남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걱정하는 이 순간 진남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진남의 단전에는 더없이 방대한 진기가 가득 모였다. 게다가 태고 진기라 농후한 정도가 선천 경지 이 단계와 대등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남궁성을 누를 수 있었다. 또 그는 남궁성이 풍마단을 복용하여 경지를 제고한 걸 보고도 여유로울 수 있었다.
드디어 진남이 움직였다.
진남은 한발 크게 내디뎠다. 그러자 하늘을 찌를 듯한 도의가 솟아올랐다. 마치 태고의 전도(戰刀)로 변한 것처럼 남궁성을 향해 내리쳤다.
순간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이건……?'
도의가 앞을 가로막는 모든 물건을 깨뜨릴 것 같았다.
분노하던 대장로 정표, 기뻐하던 막려 모두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
진남의 칼을 마주한 남궁성은 도의를 마주하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마음속에 한 줄기 공포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크게 소리쳤다.
"너……"
하지만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진남의 도의가 남궁성의 검을 내리쳤다.
쿵!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성의 몸이 튕겨 날아갔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세게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숨이 간당간당했다.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만일 진남이 선천 경지 일 단계로 선천 경지 일 단계의 남궁성을 격파했다면 그들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진남은 선천 경지 이 단계의 남궁성을 격파했다. 게다가 단 한 수였다!
'진남의 진정한 실력은 선천 경지 삼 단계와 맞설 수 있지 않겠는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꿈에서도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런 일을 진남이 해냈다.
남궁성은 바닥에 누워 허망한 얼굴로 피를 토했다.
그의 예상으로 진남의 전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선천 경지 일 단계의 실력일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대장로 정표는 그에게 풍마단을 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풍마단을 먹고도 그는 패했다. 심지어 한 수에 격파되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남궁성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막려는 정신을 차렸다. 진남을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는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꼈다. 설령 그가 무왕 경지의 존재라 할지라도 온몸이 싸늘해졌다.
막려는 견식이 넓었다. 그의 기억 속에 오직 현령종의 초월급 천재만이 두 개 경계를 뛰어넘어 상대를 싸워 이길 수 있었다.
'한데, 진남이 초월급 천재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고?'
대장로 정표는 눈앞의 상황에 머리가 울렸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제자가 풍마단을 복용하고도 진남에게 패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진남 이놈은 분명 황급 팔품 무혼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갑자기 세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자들의 얼굴에 짙은 감동이 떠올랐다.
"하하하! 후련하다, 후련해!"
"진남 사형 진짜 대단해. 진남 사형이야말로 일 위다. 남궁성 같은 건 저리 꺼져라!"
"일 위! 진남 사형이 일 위다!"
"……"
소냉과 초운은 이 광경을 보고 기뻐했다.
그들 두 사람은 대장로의 조작에 두 번째 시합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바로 탈락해 속으로 분을 삭이고만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남궁성이 진남에게 패한 걸 봤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묵자삼, 서유 두 사람은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황용은 전의가 짙어졌다. 그는 진남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묵묵히 두 눈을 감았다.
전에 연무대에서 진남과 마주했을 때 그는 진남의 몸 안에 선천 경지보다 못하지 않은 힘이 있는 걸 느꼈다. 다만 황용이 생각지 못한 건 진남의 전력이 선천 경지 삼 단계와 맞먹는 다는 것이었다.
"다들 입 다물어라!"
갑자기 큰 고함이 울려 퍼졌다.
제자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대장로 정표는 이마에 핏줄이 섰다. 눈에서는 커다란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대장로가 된 이래 정표가 이토록 외원 제자에게 화가 난 건 처음이었다.
이번 외원 심사 때 남궁성을 외문 제자 중 일 위로 만들기 위해 그는 억지로 개입하여 첫 번째 관의 심사를 문초간단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그는 진남이 문초간단에서 놀라운 단도 조예를 발휘해 일 위를 빼앗아갈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첫 번째 관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니 두 번째 관에서 정표는 다시 간섭해 진남의 친구 소냉과 초운을 연달아 탈락시켜 진남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진남이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전의가 더 짙어져 나중에 남궁성과 결전을 치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거기다 대전할 때 풍마단을 먹은 남궁성이 진남에게 한 수에 진 것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궁성의 패배로 충왕단과 많은 보상을 모두 진남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정표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그가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정표의 눈에 짙은 살기가 반짝거렸다. 위압을 폭발시켜 진남을 바라보며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진남, 이번 결투는 무효다. 그리고 너는 태고 무수를 수행해 규정을 어겼다. 심지어 어떤 금지 단약을 복용했을 수도 있다! 나는 현령종을 대표해 너의 죄행에 따라 너를 현령종에서 쫓아내겠다! 너는 더는 현령종의 제자가 아니다!"
그 호통 소리에 제자들의 얼굴에 크나큰 분노가 일었다.
진남이 남궁성을 이겼는데 정표가 무효라고 하다니.
무효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진남의 제자 신분을 파면하려 하다니!
"진남의 제자 신분을 파면한다니! 말도 안 돼!"
"나는 승복하지 않겠어! 당신 같은 이가 대장로라면 난 승복할 수 없어!"
"아니,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장로가 될 수 있단 말이야!"
"……"
제자들은 다들 화가 나 앞으로 나섰다. 온몸의 기세가 폭발하였다.
시종일관 옆에 서서 보고 있던 궁양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서 강대한 무왕 경지의 기세가 솟아올랐다. 그가 싸늘하게 말했다.
"대장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보고 있는데 대장로라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장로석에 있던 다른 장로들은 서로 마주 봤다. 그들은 대장로 정표가 이토록 멋대로일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연무대 위에 있는 진남은 대장로의 말에 굳은 얼굴을 했다.
"조용!"
대장로 정표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가 우레와 같이 호통쳤다.
"궁양, 당신은 내문 제자요! 이건 우리 외문 제자의 일이요. 당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소. 그리고 너희 다른 제자들은 진남과 함께 떠들었으니 너희들도 한패다! 지금 형벌전 사람을 청해 정의를 주장하겠다!"
정표는 손을 들어 휙 젓더니 부적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부적을 태워 빛으로 만들더니 멀리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