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문초간단
"무연각! 무연각이라니!"
"후,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 난 꼭 서열 오 위안에 들어갈 거야."
"이건 생각지도 못했어. 이번엔 목숨을 걸고서라도 서열 오 위안에 들어가야겠어!"
"……"
주위 제자들의 얼굴에 드러난 열광을 보고 진남은 순간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충왕단을 선포할 때만 해도 이들은 이 정도로 흥분하지 않았다.
'무연각이 도대체 뭐지?'
"무연각이라니……."
초운의 눈에 이채(異彩)가 나타났다. 그녀가 말했다.
"낙하왕국에 하나의 신비한 곳이 있어, 그곳의 이름이 무연각이야. 그곳은 이 년마다 한 번씩 열려. 특수 영패가 있고 선천 경지를 초월하지 않아야만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어. 그렇지 않으면 설사 사 대 종문의 종주가 직접 와도 죽는다고 했어.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거대한 기연을 얻을 수 있대, 전에 적지 않은 제자들이 그 안에 들어간 후 모두 빠르게 성장하였대."
여기까지 말하고 초운은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궁양 사형이 전에 무연각에 들어간 적 있어. 그는 돌아온 후 하루 사이에 족히 세 개 경지나 폭등했어."
진남과 소냉의 얼굴에 바로 놀라움이 나타났다.
'세 개 경지나 폭등하다니, 무연각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그러길래 장내 제자들이 이처럼 흥분한 거군요. 그렇다면 난 무연각에 반드시 가야겠어요."
진남의 눈길이 조금 반짝거렸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의 외원 심사에서도 반드시 일 위를 차지할 거예요."
진남은 주먹을 꽉 쥐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외원 심사의 보상은 실로 풍부했다. 일 위의 십만 알의 선천단, 충왕단, 무연각에 들어갈 기회는 진남에게 있어서 모두 중요하고 귀중했다. 전력을 다하여 필사적으로 손에 넣어야 했다.
소냉과 초운도 마찬가지로 눈에 확고한 의지가 드러났다.
이때 장로석의 정표 대장로가 말했다.
"지금부터 첫 번째 관문 심사를 시작하겠다. 첫 번째 관문 심사는 매우 간단하다, 이름은 문초간단이다. 문초간단이란 바로 오십 개의 서로 다른 천지 영약과 단약을 분별하여 영단의 특성을 써내고 단약 안에 남겨진 금제(禁制)를 보아내는 게 하는 것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그럼 시작하거라!"
그가 긴 두루마기를 휘젓자 수백 갈래의 빛이 장내의 제자들 앞에 떨어졌다. 바로 오십 개의 서로 다른 천지 영약과 단약이었다.
그러나 장내 제자들은 순간 얼굴빛이 일제히 변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얼굴빛이 일그러진 채로 말했다.
"문초간단이라고? 어떻게 이걸 심사할 수 있지?"
"소문에 대장로는 고급 연단사래. 남궁성은 대장로의 제자이니 분명히 단을 연마할 줄 알 거야. 첫 번째 관문 심사는 완전히 남궁성을 위해 준비한 것이구나."
"허……, 참으로 염치없구나, 이건 대놓고 남궁성더러 일 위를 하라는 거잖아? 조금도 공평하지 않아!"
"남궁성이 일 위를 차지하게 만들기 위해 첫 번째 관문에 문초간단을 진행하다니, 어이없구나."
"……"
적지 않은 제자들이 작은 소리로 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분기가 치밀었다.
제자들은 모두 수련을 중요시하기에 천지 영약 그리고 단약에 대한 요해가 매우 부족했다.
첫 번째 관문인 문초간단은 그들이 서열 오 위안에 들어갈 기회를 크게 떨어뜨렸다.
진남은 이 광경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정표 대장로가 이렇게 대놓고 남궁성을 위해 첫 번째 관문 심사를 준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 조용하거라."
정표 대장로의 얼굴에 위엄이 드러났다. 그는 제자들을 둘러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만약 누가 감히 반 마디라도 허튼소리를 한다면 이번 심사에서 쫓아낼 것이다. 지금 속히 문초간단을 시작하거라!"
대장로가 화를 내자 욕하던 제자들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더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설사 외원 심사가 공정하지 않더라도 참가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들은 감히 대장로 정표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
제일 처음으로 문초간단을 시작한 사람은 당연히 남궁성이었다.
남궁성은 웃는 얼굴로 그 한 무더기의 영약과 단약 앞으로 걸어가더니 신속히 분별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르자 남궁성은 시선을 거두고 확신 가득한 얼굴로 답안을 전부 한 장의 종이에 써서 바쳤다.
남궁성이 먼저 시작한 걸 보고 연단에 익숙한 제자들도 하나하나 앞으로 나가 문초간단을 시작했다.
삼백여 명의 제자가 전부 문초간단을 진행한 후 드디어 진남 차례가 되었다.
진남이 나타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대장로 정표마저 그를 바라보았다.
남궁성은 진남이 나온 것을 보고 서늘한 눈빛으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진남 사제. 문초간단은 기관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 사형으로써 내가 좋은 마음으로 한마디 충고해주지. 이 영약의 기운은 특수한 수법으로 가려져 있고 정제된 단약 가운데에서도 특수한 수법으로 금제가 남겨져 있어. 때문에 필히 자세히 잘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 이후에 영점을 얻으면 얼마나 창피하겠어."
제자들은 이런 상황에 남궁성이 먼저 입을 열어 진남을 비웃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진남은 그를 훑어보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전신의 눈을 움직여 오십 알의 천지 영약 그리고 오십 알의 단약을 일일이 훑기 시작했다.
전신의 눈으로 보니 천지 영약과 단약의 모든 오묘함이 바로 나타났다. 설령 수법이 매우 고명하고 정표 대장로가 만들었다 해도 그의 눈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정표 대장로가 남궁성을 위해 이번 문초간단을 준비했겠지? 하지만 내가 전신의 눈을 갖고 있어 모두 보아낼 수 있을 줄은 생각 못 했을 거야."
진남은 혼자 중얼거리며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모든 답안을 종이에 기록해 심사를 책임진 시험관에게 바쳤다.
모든 과정이 남궁성의 속도보다 족히 배는 빨랐다.
제자들이 모두 놀랐다. 진남이 이렇게 신속하게 답안을 적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들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진남이 비록 남궁성과 견줄만한 수준이지만 문초간단에서는 진남이 단약에 대해 모른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남궁성은 이 광경을 보고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심지어 손뼉을 치면서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하하하! 좋아, 좋아, 역시 진남 사제구나! 짧은 시간에 영약과 단약에 있는 오묘함 그리고 특성을 전부 분별하다니. 보아하니 진남 사제가 연단에 대한 조예가 천하무쌍이구나. 사형이 탄복했다!"
장로석의 이십 명의 장로들의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연민이 가득했다.
남궁성의 말은 칭찬이 아니라 비꼬는 거란 걸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십 개의 천지 영약, 단약은 모두 정표 대장로가 특수한 수법으로 안에 금제를 남겨 수많은 오묘함으로 가득했다. 설사 일반적인 고급 연단사라 해도 진남이 제출한 시간에 분별해낼 수 없었다.
장로들은 진남의 연단 조예가 고급 연단사를 초월했을 거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남이 남궁성의 조롱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오히려 공수하면서 웃으며 말해서 깜짝 놀랐다.
"과찬이오! 이번에 사형의 일 위를 빼앗아서 매우 미안하오."
제자들은 모두 황당했다.
'진남이 자신이 연단 조예가 남궁성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정표 대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눈에 살기가 반짝이더니 사라졌다.
다른 장로들은 참지 못하고 살짝 웃었다. 적지 않은 장로들이 첫 번째 관문에 문초간단을 심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다만 그들은 세력이 약해 정표 대장로의 상대가 안 되었기에 울분을 참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런데 지금 한 외원 제자가 남궁성에게 대드니 그들은 속으로 매우 즐거웠다.
남궁성의 얼굴이 굳었다. 진남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남궁선은 깊게 숨을 들이마셔서 평온을 되찾고 말했다.
"기왕 사제가 이렇게 자신 있어하니 그럼 오늘 한번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떠하냐? 만약 네가 이기면 내가 너에게 십만 알의 선천단을 주마! 네가 만약 지면 너의 손에 있는 칠종죄를 내놓거라! 어떠하냐?"
사람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십만 알의 선천단! 비할 바 없이 거대한 재물이다! 남궁성이 십만 알의 선천단을 건다고?'
적지 않은 제자들이 들끓었다.
"남궁성은 참으로 염치가 없구나, 이번 내기는 명백히 그가 이기는 것인데. 부끄럽지 않나?"
"맞아, 단도 조예를 따지면 누가 남궁성을 이길 수 있을까?"
"흥, 그의 스승의 덕에 첫 번째 관문의 심사를 문초간단으로 바꾸더니 또 이렇게 염치없이 내기를 제안하다니."
"진남은 이번 내기에 분명히 응하지 않을 거야, 이건 질 게 뻔하잖아!"
"……"
제자들이 진남의 상황을 이해해 불평했다.
이때 소냉과 초운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그들은 진남을 말리지도 않았다.
그들 두 사람은 진남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진남이 분명 한마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진남이 담담하게 웃으며 마치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 것처럼 말했다.
"사형이 나에게 십만 알의 선천단을 주시겠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겠소."
사람들은 모두 호흡을 멈췄다. 관람석 위의 여러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진남이 이 내기에 응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내기에 대답한 건 그렇다 쳐도 진남은 자신이 남궁성을 이기고 일 위가 될 거라고 망언까지 했다.
남궁성은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진남이 이렇게 담이 커 공연히 자신에게 대들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가 마침 입을 열려는데 장로석에서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정표였다.
정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남을 내려다보았다.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자신이 일 위고 내 제자를 이길 거라고 하다니. 그렇다면 나도 이번 내기에 참가하겠다. 나는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남궁성이 이긴다에 걸겠다. 진남아, 응하겠느냐?"
제자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대장로가 끼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보았다.
그들은 진남이 이 순간 어떤 결정을 할지 궁금했다.
십만 알의 선천단, 거기에 사십만 알의 선천단이 보태졌다. 판이 너무나도 커졌다.
'진남이 전과 마찬가지로 호언장담하며 이 내기를 수락할까?'
사건 폭풍인 진남도 속으로 미치게 흥분됐다. 왜냐하면 그는 대장로 정표가 이번 내기에 참여해서 그에게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주겠다고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대장로, 사십만 알의 선천단은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요? 지금 저에겐 저당할만한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십만 알의 선천단을 내놓는 게 어떨까요? 저에게 하나의 저장주머니가 있는데 아마 가치가 이십만 알의 선천단 정도는 될 겁니다."
그의 말에 제자들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