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태고 영액
여덟 번째 되는 날 아침.
해가 떠올라 수많은 빛을 발산했다. 외원봉 전체가 모두 금빛 찬란했다.
진남은 드디어 줄곧 굳게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사르르! 사르르!
진남 체내의 혈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마치 바닷물이 부서지는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주위를 흔들며 방대한 힘을 내뿜었다.
진남은 이미 쉬체 경지의 정상에 도달했다. 육체, 피륙, 근골, 내장, 혈기가 모두 더없이 강인하게 변해 하나의 원만한 경지에 도달했다. 온 육신이 매우 강해졌다.
"끝내 쉬체 경지 십 단계를 돌파했구나."
진남은 눈을 뜨더니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두 주먹을 꽉 쥐고 몸속에 차오르는 힘을 느끼면서 말했다.
"지금 실력으로 임자소와 같은 존재를 만나면 설사 취천일격을 쓰지 않고 무혼을 방출하지 않아도 한방이면 그를 이길 수 있다…… 다만 선천 경지를 상대하기엔 힘들 것이다."
진남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성취로 인한 미소가 전혀 없었다.
이번 외원 심사에 황용과 남궁성이 꼭 참가할 거라고 진남은 확신했다. 그리고 또 두 사람이 선천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만약 그들 두 사람이 진짜로 선천 경지를 돌파했다면 진남이 이번에 일 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진씨 가문에 있을 때 진천이 바로 선천 경지의 고수였기에 진남은 선천 경지에 대해 꽤 알고 있었다.
선천 경지에 도달하면 단전을 개척하고 천지영기를 자신의 진기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힘이 매우 방대했다.
간단한 예를 든다면 지금의 진남은 강 위에서 빨리 달려서 몸이 물에 빠지지 않는다면 선천 경지의 고수는 강 위에서 산보하듯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진남은 여전히 아무런 두려운 기색도 없었다. 다만 그는 조금 우울해서 저도 모르게 귀퉁이에 있는 백옥고삼을 보며 말했다.
"만약 나의 칠색화, 용연향, 구전금단을 네가 삼켜버리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적어도 반보선천의 경지에 도달했겠지?"
말을 마친 진남은 연거푸 쓴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업보는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왜 이 고삼을 사왔을까?'
이때 백옥고삼이 흔들리더니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만함이 가득했다.
"내가 너의 그 얼마 안 되는 단약을 삼킨 걸 영광으로 알거라. 얼마나 많은 수사가 그런 영광을 얻으려고 해도 얻지 못하는지 넌 알아야 한다. 때문에 넌 반드시 이 기회를 아끼고 나를 잘 모셔야 한다."
진남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입가가 떨렸다.
그때 어린 여자아이가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네가 나의 하인이니 네가 손해를 보게는 하지 않을 거다. 지금 바로 네게 선물을 주마."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옥고삼이 갑자기 떨더니 안에서 한 방울의 자색의 액체를 뿜어내 빠르게 진남을 향해 발사했다.
"이, 이게……?"
진남은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물러서려고 했지만, 한발 늦어서 눈을 크게 뜨고는 자색 액체가 자신의 미간에 들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
진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의 단약을 이 물건이 전부 삼켜버렸는데 거기다 그를 해치려 한단 말인가?
그가 화내기 전에 한 갈래의 방대하고 정결한 힘이 그의 체내에서 폭발하더니 온몸에서 용솟음쳤다.
"이건?"
진남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체내에서 매우 방대한 정순한 영기를 느꼈다. 설사 삼판 금련이라도 이 정순한 영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힘에는 또 매우 현묘한 기운이 있었는데, 그 힘은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흥, 이건 태고 영액 한 방울이다. 내가 너에게 상으로 주는 것이다, 빨리 연화하거라."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조금 불쾌한 듯했다. 말을 마치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태고 영액이라고?"
진남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체내의 방대한 역량을 느끼고 바로 이를 악물더니 가부좌를 하고 앉아 전심전의로 신속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한 시진!
세 시진!
여덟 시진!
족히 열 시진이 지나서야 진남의 얼굴빛에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그가 열 시진 동안 대량의 영기를 흡수하였기 때문에 지금 그의 단전에서 한 갈래 뜨거운 열기가 전해왔다. 마치 한 덩이의 화염이 단전에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흡수한 영기가 더는 몸에서 돌아다니지 않기 시작했다. 오히려 단전을 향해 천천히 모여들더니 투명한 기운으로 한데 뭉쳤다.
바로 진기였다!
"선천 경지, 내가 선천 경지를 느끼다니?"
진남의 눈에 한 줄기 빛이 폭발했다.
"오늘의 수련을 통해 나는 반보선천의 수준에 도달했다. 게다가 이 태고 영액이 지닌 힘은 더없이 강대하여 오늘 내가 선천 경지를 향하는데 충분……"
여기까지 말한 진남은 참지 못하고 귀퉁이에 있는 백옥고삼을 바라보았다. 얼굴빛이 조금 묘해졌다.
'왠지 백옥고삼이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은데?'
한 방울의 태고 영액을 경매한다면 아마 십만 알의 선천단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더 높을 수도 있었다.
이내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와 고삼 사이에는 이미 원한과 갈등으로 엉켜있기에 그는 절대 고삼에게 감격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마음을 다잡고 수련에 빠져들었다.
하루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 * *
다음날.
온 외원이 뒤흔들렸다. 외원 심사가 시작되었다.
외원 심사는 도장에서 열렸다.
짧은 하루 사이에 외원 도장이 많이 달라졌다. 수십 개의 커다란 연무대를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장로석도 지었다.
이 시각 장로석에는 정표 대장로가 상석에 앉고 그의 양옆에 차례로 이, 삼, 사, 오 등등 모두 스무 명의 장로가 앉아 있었다.
장로석의 아래는 바로 모든 외원 제자들이었는데 모두 육백서른일곱 명이었다. 장내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로 매우 시끌벅적했다.
진남은 제자들 중에 있었다. 그는 일부러 모퉁이를 선택하고 조용히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것은 진남이 명성이 자자한 현광오행전을 뚫고 오호를 흠씬 두들겨 팼기 때문이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와 남궁성을 두고 비교하고 있었다.
이때, 사람들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남궁성이 자색 옷을 입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걸어오고 있었다. 외원 제자 일 위의 기세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남궁성이 도착하자 장내가 더욱 뜨거워졌다.
"음……. 돌파한 것 같은데……"
진남은 눈을 반짝이더니 전신의 눈을 조용히 운행해 남궁성의 몸을 주시했다.
진남의 입가에 웃음기가 어렸다. 그가 짐작한 바와 같이 남궁성의 수행은 이미 선천 경지에 도달했다.
다만 남궁성이 어떤 수단으로 자신의 선천 경지의 기운을 숨겨 대게는 알 수 없었다.
"선천 경지라……, 재미있구나."
진남이 평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젯밤 그는 백옥고삼이 뿜어낸 한 방울의 태고 영액을 복용했다. 비록 원하는 대로 선천 경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반보선천의 경지에 도달했다. 거기다 지금 진남의 단전에는 한 가닥의 진기와 한 방울의 태고 영액이 갖고 있던 태고의 힘이 모여있었다.
반쪽이지만 그도 선천 경지에 속했다. 하지만 그의 체내에 모인 진기가 부족하고 또 태고의 힘의 간섭이 더해져 진기에 변화가 생겼다. 때문에 아직 진정한 선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진남과 선천 경지 사이에 아직 장벽이 하나 있었다.
"남 형!"
이때, 소냉과 초운이 사람들 속에서 진남을 발견하고 바로 기쁜 표정으로 걸어왔다.
진남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소냉과 초운은 마치 특이한 공법을 수련한 것처럼 두 사람의 기운이 비슷했다. 두 사람의 기운은 서로 융합되어 꾸준히 증가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냉과 초운의 경지로는 이번 외원 심사에서 오 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나의 제오 정원에 들어와 살 확신이 있소?"
진남이 입을 열고 웃으며 말했다.
"확신은 있지만 다만 조금 난도가 있소."
소냉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서열 일 위인 남궁성, 이 위인 황용 사형, 그리고 삼 위인 묵자삼 모두 황급 구품 무혼에 수행이 깊소. 만약 그들 세 사람을 만나면 분명 패할 거요. 그리고 그 외에 서열 사 위인 서유도 황급 팔품 무혼에 쉬체 경지 십 단계의 실력……"
여기까지 말하고 소냉은 멈칫하더니 진남을 보고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이번 시합에서 남 형을 만나면 그건 더 말할 필요도 없소."
진남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안심하시오, 장내에 육백여 명의 제자가 있는데 어찌 그리 쉽게 나와 마주치겠소?"
소냉과 초운도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진남의 말대로 육백여 명의 제자 중에서 진남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았다.
이때 장로석에 있던 정표 대장로가 일어섰다. 다른 장로들도 그를 따라 일어섰다.
"지금부터 외원 제자 심사를 시작하겠다."
정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명확하게 사람들의 귀에 전해 들어왔다. 사람들은 긴장한 채로 주의를 기울여 자세하게 귀담아들었다.
정표가 말을 계속했다.
"이번 심사는 두 개 관문으로 나눈다. 우선 이번 심사 서열 오 위까지의 보상을 소개하고 이번 두 개 관문의 심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 적지 않은 제자들의 눈에 열망이 드러났다.
그중에 진남이 있었다.
정표는 장내를 둘러보았다. 무심코 진남이 있는 구역을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서열 오 위의 보상은 만 알의 선천단이다. 서열 사 위는 이만 알의 선천단이다. 서열 삼 위는 삼만 알의 선천단이다. 서열 이 위는 오만 알의 선천단……"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조금 멈췄다가 말했다.
"서열 일 위의 장려는 십만 알의 선천단, 그리고 한 매의 충왕단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마치 벼락이 내리친 것처럼 웅성거렸다.
제자들의 얼굴에 짙은 놀라운 기색이 나타나더니 이내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뭐라고? 충왕단이라고? 이번 심사에서 충왕단을 보상으로 준다고?"
"소문에 충왕단을 복용하면 무왕 경지를 이룰 가능성이 배로 늘어난대!"
"……"
그 소리를 들으니 진남일지라도 침착하지 못하고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선천 경지와 무왕 경지는 천지 차이였다. 설령 황급 구품 무혼이라도 선천 경지 십 단계에서 무왕 경지로 되려면 모두 일이 년의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황급 팔품 무혼, 황급 칠품 무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충왕단은 매우 가치 있었다.
만약 충왕단을 가져다 경매하면 내원 제자들마저도 모두 미친 듯이 가지고 싶어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천문학적인 값에 팔릴 것이었다.
'이번 외원 심사에 이렇게 거대한 보상이 있단 말인가?'
장로석의 정표 대장로 그리고 많은 장로들이 제자들의 반응을 보고 모두 일제히 웃었다. 그들도 처음에 문파에서 이번 외원 심사의 일 위 장려로 충왕단을 내놓는다는 걸 듣고 놀랐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정표가 외쳤다.
"조용!"
그의 외침에는 무왕 경지의 위압이 담겨 있었다. 위압이 들끓던 장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이번 심사는 이상의 보상만이 있는 게 아니다."
정표가 엄숙하게 말했다.
"서열 오 위에 든 자는 현령종을 대표해 금년의 무연각에 참가할 수 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